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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적 철학자 지젝을 만나다/인간사랑 | 사상 서적 2022-12-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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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슬라보예 지젝

김현강 저/안스가 로렌츠 그림/신성엽 역
인간사랑 | 2022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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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얇다. 안에 그림도 들어있다. 읽기가 무척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지젝이란 이름도, 책을 가까이 하고 있는 나에겐 생소한 이름이 아니다. 무척이나 많이 들었던 이름이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쉽게 만나고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니었다. 지젝을 얘기하기 위해서 많은 철학자들을 데려 왔기 때문이다. 그 철학자들을 알아야 다음의 지젝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인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읽다가 다시 돌아가고 다시 돌아가길 반복했다. 철학자들의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들의 언어가 너무 개념적이고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인간의 삶을 구체화한 학문이다. 즉 인간의 삶이 다양하기에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면이 있다. 왜 사는가?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놓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기에 고금을 통틀어 무수한 사람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삶의 무게를 잡지 않았나 생각한다.

 

슬라보에 지젝은 동구권 국가(유고슬라비아)에서 성장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는 통제된 사회에서 살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얘기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 은유나 상징을 사용해 자신의 뜻한 바를 넉넉히 표현했다. 그 언어의 특징이 냉소적인 성격을 띠는 것은 어쩔 수 없었으리라. 하여 언어가 농담의 형태로 나타나며 사고의 자유를 얻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의 언어 속에서 내재된 얘기를 읽어야 한다. 직접적인 얘기가 아니다. 바로 인지할 수 있는 표현들도 아니다. , 상상 등의 모티브가 많이 사용되는 것도 그렇다. 행동의 자유가 억제된 사회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촌철살인 하는 지혜를 담은 표현이 되어야 했으리라. 농담의 기법을 즐겨 표현의 방법으로 사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정신분석학 영역을 많이 다루고 있는 지젝, 적은 언어로 표현될 사상도 아니다. 또한 번역도 그렇고, 우리가 인지하기에 쉬운 작가나 그의 저서들은 아니다. 이것을 적은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니 이 책도 압축의 묘미를 살리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철학자나 개념의 나열이 되는 것도 그래서일 게다.

 

이 책은 지젝이란 인물을 가장 간편하게 이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작은 부피로 지젝의 사상과 사상의 역사를 모두 담고 있다. 그가 영향을 받은 인물들과 그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살필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으리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등장하고 헤겔를 불러내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의 행동주의자들도 찾고 있다. 그를 실천적인 행동주의 철학자라고 하는 것도 그의 의식과 행동적인 면 때문이리라. 라캉을 찾을 때 저자를 함께 언급하고 있는 책을 많이 만났다. 라캉의 철학 세계가 그의 사상적 바탕이 되고 있음 때문이리라. 이 책은 지젝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집대성하여 그것을 내밀화해 하나의 사상적 층계를 만들고 있다. 그를 읽어나가다 보면 행동하는 철학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고 보여 진다.

 

이 책은 비록 외형적인 부피는 작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의 무게는 대단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많은 철학적 용어들을 아는 것이 필요하리라. 추상적인 용어들을 던지듯이 제시해 나간 책이기에 하나씩 붙들어 연결시키는 일은 용이한 것이 아니다. 기존의 철학자들을 아는 선지식이 있다면 쌓여진 내용에서 더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건만, 쌓은 것이 없다면 공중에 띄운 지식이 되기에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어찌되었던 쉽게 제시하기 위해 무척 노력을 한 책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만만하게 볼 책은 아니다. 궁구와 선지식을 동시에 지녀야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타자의 개념, 상상계 상징계 실제계, 주체, 변증법,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마르크스주의, 생명정치 등 많은 용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들은 지젝을 이해하는데 요긴하게 사용된다. 그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간략한 설명과 선지식으로 이해하고 들어가야 한다. 언어의 범주는 이해가 가나 그 내면에 들어있는 구체적인 실제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그런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젝을 이해하기 위해선 많은 찾음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이 책으로만 지젝을 온전히 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현대 철학에 있어, 대강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뿐이다. 난 지젝의 철학이 태어나기 전의 철학의 역사를 다시금 재조명해 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부를 하고 잊어버리고 그렇게 해오길 많은 시간, 철학은 내 생활 속에서 명멸해 갔다. 부전공도 해보고 원서로도 읽어 보았다. 칸트 같은 사람은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 철학자들은 난감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생각의 가장자리라도 따라가기 위해선 인간 뇌의 구조와 언어의 연결고리를 꽉 잡고 있어야 할 듯하다. 그런데 시간과 열정이 그렇지 못했다. 지금 와서 철학적 지식이 일천에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안타깝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능력의 전부인 것을. 철학을 하는 학자들도 지난 시대의 지식을 온전히 마음에 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그들을 학습하고 있는 나임에랴. 두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지젝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지젝 철학의 중심 개념인 주체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지젝의 주체 개념을 보여주기 위해 데카르트, 칸트, 셸링, 헤겔, 라캉, 바디우 등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연결되는 지젝의 주체를 얘기한다. 라캉에게 주체는 메시지의 독자가 아니라 담지자다. 독자는 항상 타자다. 지젝에게 주체는 행위와 관련한다. 그를 통해 비로소 행위가 일어나는 일종의 매체라 할 수 있다. 즉 경험을 통해 존재하기 시작하는 분열된 주체다. 이처럼 지젝 사상의 핵심 개념인 주체에 대한 이해도 지난 역사 속에서 그 개념이 어떻게 진전되어 왔는지 살필 때 이해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무척이나 궁구해야 할 지식이다.

 

책은 입문자를 위한 철학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철학의 전반적인 내용에 다가서는 기회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제대로 알려면 기존의 철학자들을 섭렵해야 한다. 그러기에 철학 입문서라 한 말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지젝은 현시대에 가장 생산적인 지식인의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것은 실제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궁구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는 작가, 강연자, 유투브 스타, 평론가, 칼럼니스트, 만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 시대에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를 아는 것이 오늘날 이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 것인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이 소중한 이유다. 현실 속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서도 이 책이 요긴하게 사용되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서 조금은 황당함을 느낀다. 지나가는 바람을 움켜잡았거나 구름을 잡은 듯한 느낌을 지녔다. 무엇인가 뚜렷하게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지식이 일천한 것을 안타까워 할 따름이다. 지젝 절학의 중심 어휘인 타자, 주체 등의 의미를 조금 파악했을 뿐이다. 그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논하는 것이 지젝을 알 수 있는 길로 나아가는 일이 되리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내가 다시금 철학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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