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산길을 걸었다. 허허로운 마음도 가눌겸 높은 곳에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 보면서 살아온, 살아갈 것들을 좀 생각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 움직인 것이다. 날씨가 비교적 우리들의 산행을 많이 도우고 있었다. 출발할 때는 조금 쌀쌀한 듯하더니만, 정작 산길을 들어서니 포근해졌다. 나무들 사이에서 햇살 내린 낙엽들과 함께하니 더욱 그런 듯했다.
산길은 가팔랐다. 쉽게 우리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낮은 산이라도 말이다. 높이 오르려면 어느 곳은 경사가 심한 곳이 있기 마련이다. 산길을 가는 우리들에게 저절로 겸허해 지도록 만들었다. 고개를 숙이려고 해서 숙인 것이 아니라 저절로 숙여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우리들의 낮은 자세를 산은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정상에 오르니 모든 것들이 상쇄되는 듯했다. 마음이 후련해지고 넉넉해졌다.
자주 들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심신을 평안케 하는 한 가지 방법임을 깨달았다.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