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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을 내고 병을 얻은 시인이 있다 | 리뷰 2020-11-0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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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

박성현 저
문학수첩 | 2020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그의 시집은 지금이다. 에일 듯한 바람이 불기 전. '곧 추워질거야. 그러니까 옷을 단단히 챙기고 지금을 살아.' 아직 어색하지만 겨울 코트를 꺼내며 읽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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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내고 병을 얻은 시인이 있다.

 

어느여느 때보다 조금  지친 퇴근길한강 철교 위에서.

그가 병을 얻고    시집을 읽고 있었다.

 

시집을 '촤르륵넘겨 시를 한두  읽어보다가

다시 시작으로 돌아와 시인의 말을 읽었다.

 

그러나 "아직, 해가 머물러 있다"(김종삼). 병은 혼자 아픈 것이지만 

여전히 해는 내 곁에 머물러 있다.             - p.5 시인의 말 중에서


'해가 있다'는 말에도 여전히 그의 병이 스며있는 것 같았다.

시인의 말에 조금  오래 머물렀다.


병과 그가 간신히 붙잡은 것과 

그의 곁에 머물러있다는 해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더라도

'시인의 ' 끝난 지점부터 시작되는 약간의 여백이

있고 싶은 만큼 계속 머물러도 되, 귀한 볕받이처럼 느껴졌다.

 

문득 그의  처음 읽었던 때가 떠올랐다.

아마도 시의 제목처럼 뜨겁던 여름이었던가.

부엌에서 '어머니와 멸치칼국수가 함께 풀어진다',

 가본 적도 없고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공간이 주는 끈적함이, 

익숙하지도 않고  좋아하는 온도도 습도도 아니지만

한참을 서서  대청과 부엌을 쳐다보고 있었던  같다.

 

시를  헤아릴  없었다.

일부러 벌려놓은 자간과 행간들의 의미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그러나 때로 모르는 자간이나 행간이

아는 괜찮은  계산된 '사이'보다 편안한 때가 있다.

나는 그 '폭염' 때처럼 한참을 서서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픈 자를 보면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사람.

아주 가끔은 직접 '빙하'를 뽑기도 하지만,

부치지 못한 엽서와 편지들 띄우지 못한 종이배 생각에 마음 바쁘고

저녁처럼 찾아온 저승사자에게 치고 싶은 농담도 많은 사람.

 

'날짜가 지난 신문'에서 영원을 찾는 사람.

해결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넘어와버린 현재에서, 남몰래 빚을 갚는 사람.

'시민'이라는 단어를 처음 배웠던 순간 아니면,

내가 어느 세계의 시민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고통스러워진 사람.

 

어느날 갑자기무너진 땅에서하늘에서우주에서

다시 '생의 감각' 찾아 하염없이 걷는 사람.

 

그런 사람이, 그런 사람들이 걷고, 말하고, 우는 것 같았다.  

시를 보는 내내 미간이 일그러졌다.

안쓰러움부끄러움답을 모르는 답답함이 뒤섞여 주름이 잡혔다.

 

빙하가 그렁그렁한 눈을 가진 이에게 시집을 선물 받았다.

값을 치르지 않고 받은 시에 서린 눈물과 서늘한 바람들이 송구스러웠다.

 

아무래도, 눈치도 없이 하염없던 바람이 숱한 화자들을 살려냈나보다.

'녹슬어 가는 자전거에도 붙어 있다'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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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 추천 3        
샛길에서 오페라를 만나다 | 리뷰 2016-05-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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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페라처럼 살다

나카노 교코 저/모선우 역
큰벗 | 2016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사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오페라 작곡가나 작품의 의미 그 이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다. 천일야화처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인물과 배경과 사건을 흥미롭게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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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페라, 글로 배워도 될까?

 

 마 전, ‘김이나의 작사법을 읽다가 생각했다.

 한 곡의 노래가 나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듣는 것과 노래 그 자체로 즐기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좋은 감상법일까?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알고 난 후에 좀 다른 종류의 감동을 느꼈는데......

 진지하고도 긴 물음은 아니었지만 매일 듣는 대중가요가 아닌, 입문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는 오페라를 마주하고 보니 그 이야기가 조금 더 간절해졌던 것 같다.

 

 의 서문이 좋으면 본문도 좋아지는 때가 많다. 이 책의 서문 역시 이어지는 본문을 기대하게 만드는, 읽기 쉽고 편하며 아주 담백한데 매력적인 글이었다. 동시에 오페라를 글로 배워도 될까?’에 대한 적당한 해답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아는 것은 도움이 안 되고 오페라를 즐기는 데 썩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작품만 감상하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샛길을 통해 오페라에 입문해도 괜찮지 않을까? 게다가 오페라는 원래 격정적이기 때문에 작곡가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2. 친절하고 쉬운 손을 잡다.

 

 , 영화, 미술, 문화재 등 예술과 예술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지, 요즘은 일반 독자를 타겟으로 하는 예술 분야 도서도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이 많다. 일정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 그러니까 쇼팽의 연주곡 몇 개쯤, 톨스토이 작품 몇 개쯤은 알고 있겠지...하는 느낌으로 쓰인 책들이 적지 않다.

 

 지만 있다면 유튜브를 포함한 다양한 경로로 쉽게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오페라 없이도 귀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묘한 경계심은 늘 익숙한 길만 걷게 했다. 이런 분야일수록, ‘친절하고 쉬운 손길이 필요하다.

 

 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신간다운 맛은 적은 클래식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옛스러운 친절함을 갖춘 책이다. ‘친절하고 쉬운 손길은 화려하지 않지만 복잡하지도 않고, 안내를 위한 장치들을 필요한 곳에 과하지 않게 잘 배치하고 있다. 음악과 명화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책들을 많이 쓴 저자의 이력을 보면 이 책의 출간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다.

 

 

3. 오페라로 이야기하는 법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작곡만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연주가, 가수, 합창단, 연출가, 장치담당, 의상 담당, 조명 담당 등 무대에 관련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 p. 26

 

 이 책에 소개된 여덟 명의 오페라 작곡가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 누구보다도 베버를 이야기하고 싶다. 오페라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지만 많은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병약했던 베버의 이야기는 오페라 한 곡을 보는 듯 폐부 깊숙한 곳에 감동을 남겼다.

 

 무 평범해서 더 비범해 보였던 한 남자. 가정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이 남자의 삶이 그 어떤 정신병이나 히스테리를 안고 살았던 사람들보다 더 특별해 보였던 것 같다. 저자는 그것이 남성의 책임감이나 표현법이라고 했지만, 나는 온전히 베버만이 갖고 있는 사랑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생계를 위해, 자신의 사후에 남겨질 이들을 위해 그나마 붙어있던 생을 희생하는 아이러니까지 감당하는 삶이 어디 흔할까.

 

 지금은 모두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시대와 공간에 따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야속한 운명의 작품들, 작곡가들 간의 예민한 경쟁의식과 피해의식의 반영물들, 자의식이 강했던 작곡가와 겸손하고 성실했던 작곡가들, 사교계에서의 명성을 이용했던 호색한들과 한 여인을 향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했던 예술가, 그리고 가정을 끔찍이도 생각했던 남편이자 생계를 늘 걱정해야 했던 가장들.

 

 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오페라 작곡가나 작품의 의미 그 이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다. 오페라의 대표작에 대한 단순 정보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 독자들은 이 예상치 못한 전개들에 더 빨리 책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를 가지런하게 나열하려 하지 않고, 사건을 역행적으로 배치하거나, 주인공을 숨겼다가 클라이맥스에 내놓기도 한다. 마치 천일야화를 듣듯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인물과 배경과 사건을 흥미롭게 배치해 낸다.

 

  권의 책을 다 읽는 순간 8명의 오페라 작곡가와 작품에 대한 결코 얕지 않은 스키마와 그들이 남기고 간 잔상들에 뿌듯해질 지도 모르겠다.

 

 

4. 샛길에서 진짜 인생을 만나다.

 

                         샛길: 큰길에서 갈라져 나간 작은 길.

 

 샛길은 잘 다듬어져 있지 않고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거친 길일 수 있지만 왠지 더 정겹고 설렌다시에 샛길은 '큰길로 통하는 작은 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 예술가의 일상과, 가족, 그리고 아주 가까운 인간관계를 살펴보는 것.

 - 대단한 명성과 화려한 영광의 이면을 보게 되는 것.

 - 그리하여, 눈은 넓어지고 나의 일상은 깊어지게 되는 것. 

 

  런 관점들은 작품에 덧씌워진 화려한 왕관의 의미를 퇴색하게 할지 모른다하지만 내 일상과 생계 나의 관계 꿈과 이상 본능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꿈틀거릴 때 쯤 그러한 '이야기'들은 내 생의 감각을 한껏 흔들어줄 것이다.

 

덧붙임: 혹 이 격정적인 오페라를 이야기로만 읽고 말 독자를 위해 삽입한 동영상 QR코드는 덤 ^^

 

            

 <베버 - 마탄의 사수, (테너 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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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가 노래로 이야기하는 법 | 리뷰 2016-04-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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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김이나의 작사법

김이나 저
문학동네 | 2015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작사법을 작문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꽤 많은 깨달음을 줄 것이다. 말이 아닌 이야기, 이야기를 위한 사람, 그리고 가수의 삶까지 연결되면 모든 노래가 달리 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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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었고 빅스와 엑소부터 성시경과 케이윌, 아이유와 이효리, 임재범, 이선희와 조용필까지 모두 다 좋았다. 그녀는 노래의 벌스와 디브릿지 사비에 들어갈 적절한 가사를 쓰듯 책의 기승전결도 기가 막히게 짜냈다. 

 

  꿈만 꾸고 접어버린 꿈 가운데 라디오 방송작가와 작사가가 있다.


 

  좋은 노래 가사와 라디오 오프닝, 클로징 멘트들을 좋아했다. 사연에 맞는 노래를 선곡하는 것은 더더욱 사랑했다.  글이 좋았고, 그걸로 밥을 벌어 먹고 싶었고, 터지고 싶은 감성이 있었지만 앞에 나서 표현하는 끼는 없었다. 무대 밑이나 부스 밖에서 대리만족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봤다. 그리고 그것이 화려한 삶 곁에 있으면서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 꽤 편리한 삶이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팔자가 그리로 흐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어릴 때 길에서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를 우연히 만나는 꿈을 꾸는 것처럼 저 꿈들은 내 몽상 속에 지금도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솔직히 "그녀의 작사법"보다 "그녀의 작사가 되는 법"이 더 궁금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그녀는 프롤로그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간절함은 현실인식과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 간절할수록 오래 버텨야 하는데. 현실에 발붙이지 않은 무모함은 금방 지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중략) 모든 직업은 현실이다. P.15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작사법>을 읽고 나니 분명해졌다. 내가 넘볼 영역이 아니었다는 것이. 조금은 후련했다. 그리고 그녀가 작사한 노래를 몽땅 모아 들으며 좀 자주 울컥해 울었다. 이게 다 김이나의 노래 때문이라고 푸념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녀가 끄집어낸 내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의도된 기획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아빠에게 보내는 딸의 편지는 노래를 듣고 있지도 않은데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에 대해 내가 말못할 사연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어느새 나는 노래가사가 아닌 그녀의 글 자체가 좋았고, 진심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김훈 작가는 책 속에 글을 쓰는 길이 없다고 했다. 다만 글은 삶에 대한 구체성 속에서 나온다고 했다. 물론 김이나는 책의 제목대로 멜로디의 음가에 따른 글자수를 파악하거나, 라임을 고려한 단어 선택, 전체적인 스토리를 극적으로 구성하는 법 등 기술적인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무게중심은 오히려 그녀가 바라보는 사람들과 세상에 있다.


서른을 맞이할 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아무리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 숫자값은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중략) 작사가라는 직업이 이럴 때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의 말을 가사로 쓰면, 남의 진심을 통해 내가 쓴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P.208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조용필의 <걷고싶다>, 최백호 아이유 <나랑 걷자>, 옥주현 <아빠 베개>

가인과 아이유의 <누구나 비밀은 있다> , 윤상 성규 <Re: 나에게>


  작사법을 작문법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은 꽤 많은 메시지를 던져 줄 것이다. 말이 아닌 이야기, 이야기를 위한 사람, 노래를 부르는 가수, 노래를 듣는 대중의 삶을 연결해 보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곡씩 쏟아져 나오는 노래가 결코 '노래 한 곡' 쯤으로 여겨지지 않게 된다.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가수 아이유의 인성을 이야기하고, 아티스트로서 가인과 존재로서 가인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사가이다. 솔로와 듀엣,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많은 가수가 함께하는 프로젝트 송까지 다양한 형식의 노래를 다루면서 그 노래를 만든 작곡가와 부르는 가수 각각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아낸다. 이름만으로도 함께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 임재범, 이선희, 최백호, 조용필의 인생도 조심스럽게, 그러나 명료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작사가가 되고 싶은, 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글에 대한 욕심보다는 음악을 듣는 귀, 가수의 히스토리와 그에 대한 애정, 팬덤 문화에 대한 이해와 대중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 음악산업 종사자로서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 바라봐 온 삶에 대한 냉철하고도 따뜻한 마음이 자신에게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것을 감각있는 노랫말로 풀어내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

  

곡은 읽는 게 아닌 들리게 , 좀더 나가면 느끼게 쓰는 것. 


현실과 창작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는 것이야말로 작사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말이다. P. 249

  작사 과정에 담긴 사연을 읽고 나니 들리는 노래마다 왜 이렇게 아프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그 바닥"의 일부만 들여다봤을 뿐인데  인기 이상의 것들을 감수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업, 허지웅의 평에 따라 '산업의 톱니바퀴이기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의 작업들이 떠올라서 그랬던 것 같다. A&R이라는 생소한 직업군이 음반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관한 이야기는 굉장히 새로우면서 '현실 직업'으로서 작곡가든, 작사가든, 기획자든, 혹은 가수나 연주자들의 치열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 부분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처럼 작사가가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면, 노래를 감상하는 데 좀 다른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작사 과정이 책이 아닌 그저 악보 위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창작자와 팬들도 많으리라 본다. 

  

  업계 젊은 축에 속하는 작사가로서 선배 작사가들에 대한 존경과 찬사도 잊지 않으면서,  슈가맨이나 해피투게더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궁극적으로 대중 앞에 이런 책을 낼 수 있는 것도 김이나만 가진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녀의 첫 번째 책이었다. 그래서 못다한 이야기와 해버린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많았을 것 같다.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면 책에 대한 애정은 금방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앨범이 발매됐을 때와 책이 출간된 순간의 느낌이 어떻게 달랐는지 묻고 싶다.

  

  그녀의 노래를 부른 가수들 역시 자신의 몸에 걸맞은 옷을 입는 듯, 자신의 히스토리에 꼭 맞는 노래를 부르는 동안 행복했을 것이고, 소속사의 소속 가수로서 비즈니스적 성과, 아티스트로서의 예술적 욕심, 개별 존재로서의 표현 욕구 이상으로 큰 치유를 느꼈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 어려운 걸, 번번이, 김이나가 해 내고 있고. ^__________^

 

*덧붙임: 추천사 읽다가 감동받는 책도 드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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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다시 읽는 [어린왕자] | 리뷰 2016-03-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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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정여울 저
홍익출판사 | 2015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정여울은 김춘수의 [꽃]이라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가져오지 않고 이조년의 시조를 가져와 생텍쥐베리를 ‘비극’이 아닌 ‘다정함’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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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영화 어린왕자를 상영관까지 가서 보게 된 건 사실, 정여울의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그녀의 평론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녀가 쓴 생텍쥐페리에 관한 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생각 외로 나의 생텍쥐페리와 ‘The Little Prince’에 대한 정보는 너무 빈약했다. 행성 B612, 장미, 그리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이 전부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마침 개봉 중이었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글로 다시 읽을 수 있었지만 조금 시간을 덜 들이고 싶었고 지루하지 않은, 다른 방식의 감상이 필요하기도 했다.

 

1. 애니메이션, <어린왕자>

 

  학창시절에 본 영화 중 오래도록 잊히지 않은 작품이 셋 있다. 하나는 앤드류 니콜 감독의 가타카’, 두 번째는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마지막은 임권택 감독의 축제이다.

  영화 어린왕자하면 당연히 어릴 적 본 동화책 표지나, 생텍쥐페리, 적어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쯤이 생각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본 영화 축제를 떠올리고 있었다. 헬리콥터 맘에 의해 짜여진 인생을 살아가는 한 소녀와 이웃의 조종사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가 를 알아가고 삶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점점 몸이 마르고, 작아져 가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숨을 받아 자라나는 것 같았던, 아기 손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가 대부분이었지만 곳곳에 내 또래의 남녀들도 보였다. ‘겨울왕국인사이드 아웃을 아이들의 폭소와 통곡 속에서 봤던 기억이 있어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웬걸. 내 또래 여성 관객들은 모두 울고 있었고, 남자 관객들은 여자들이 왜 우는지 모르겠다고 했으며, 아이들은 조용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의 죽음에 격하게 슬퍼하는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죽음이나 어린왕자와 장미의 이별, 여우의 사랑에 대해서는 울 줄 몰랐다. 정여울은 어린왕자가 남녀노소에게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 가장 광범위하게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작품의 완벽한 사례라고 했지만 가장 광범위하게 잘못기억되고 있을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어린왕자는 원래부터 삶의 파도를 타본, 그러나 어른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에서 섣불리 묻거나 기대기를 부끄러워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의 엄마와 조종사 할아버지는 청소년 문학 속에서 사라져가는 부모의 크기만큼 늘어난 제3의 부모를 찾는 구도와 완전히 일치한다. 조종사 할아버지가 있으려면 완벽주의 부모는 있어도 완벽히 좋은 부모는 없어야 한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감시하려 하는 헬리콥터 맘과 광활한 우주로 가는 비행기를 탄 할아버지의 대비도 인상적이다. 덧붙여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듣고, 어린왕자를 만난 후 만들어낸 이야기책의 의미도 생각해 보면 재미있다. 이전 세대는 지혜를 전달하고, 후 세대는 그 시대의 기술과 방법으로 기록과 보존을 해 가는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나는 '어린왕자'를 읽었던 그 어느 때보다 더 별을 생각했다. ‘별은 쓸 데 없는 희망을 갖게 한다는 이유로 별빛들을 모조리 모아 도시의 전기를 만들어 사람들을 쉬지않고 일하게 만드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근로자였던 시간보다 실업자로 보낸 시간이 더 길었던 내가 그 도시 속 사람들처럼 살았다고는 말 못 하겠다. 하지만 쉴 틈 없이 바쁜 삶을 살았든 나태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았든 별을 믿지 않게 되었거나 적어도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할아버지 집 테라스와 아이의 집 옥상의 망원경을 놓고 별을 바라보던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 정여울,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물론 인간에게는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살아갈 닫힌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일상생활에 전혀 쓸모없을 지라도 광활한 은하수와 바다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 ‘성채중에서  

   영화 어린왕자는 물론이고, 정여울의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왜 우리가 어린왕자를 다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준다. 영화에는 본질적인, 가장 중요한, the essential’ 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세상이 그냥 흘러가는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잊지 말아야 할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결국은 사막에서 물을 찾고, 별에서 나의 장미를 그리워하는 것 같은 것이 훨씬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길들여진다는 것. 눈물을 흘릴 각오를 하는 것이다. 관계에서 늘 좋은 면만을 보려고 하고, 신경 쓰이고 아프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총동원시켰던 방어기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정여울은 김춘수의 <>이라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가져오지 않고 이조년의 시조를 가져와 생텍쥐베리를 비극이 아닌 다정함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생텍쥐페리의 이름은 알아도 그의 마지막을 기억하거나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비행기 조종사로 2차 대전에 참전했던 그는 의문의 비행기 실종 사고로 그 마지막이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가 그의 이야기들을 사랑하는 만큼, 그도 마음으로 보아야 보이는존재가 되었다. 낭만적인 표현같지만 실은 아픈 이야기다. 낭만은 어떤 의미에서는 분명 잔인한 것이기도 하니까.

 

3. 추신

 

  생텍쥐페리의 다양한 작품을 읽는 데 도움닫기로 삼는다는 데 정여울의 글은 유용했지만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의 어린왕자밖의 많은 좋은 작품들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글의 매력의 크기를 조정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여울의 글을 사랑하는 사랑하고 그녀의 통통튀는 문장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책의 무게만큼이나 아쉬운 책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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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쌍의 발바닥, 한 쌍의 자아가 걸어본다. | 리뷰 2016-03-0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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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박연준,장석주 공저
난다 | 2015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그들은 정말 시드니에서 그들 자아와 제대로 인사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넉넉해서 심심하기까지 한 시간 속에서 잊었던 것을 부활시키고 한국의 일상에서는 하지 않았던 것들을 찾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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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준과 장석주. 두 저자 가운데 눈에 익은 이름을 먼저 찾았다. <철학자의 사물들>을 통해 알고 있던 장석주의 글부터 읽고 난 후 다시 박연준의 글로 돌아왔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고 놀랐다두 작가의 관계에 대해 전혀 몰랐고 장석주의 글에 등장하는 동반자 ‘P’를 무심코 넘겼기 때문이다이 책이 왜 이런 구성을 취할 수밖에 없었는지 책의 반을 읽고 나서야 이해하게 되었다하지만 그래서 나는가능하다면 이렇게 읽기를 추천한다. 장석주 그리고 박연준.

 

1. 그 남자가 걸어본다

 

그리하여 공항은 출발의 흥분과 설렘도착의 안도뿐만 아니라 공간들의 배치를 통해 사치와 쾌락과 기다림의 무기력을 뒤섞는다 

 사물들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탐구하던 시인의 여행은 공항이라는 공간이 갖는 속성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장석주는 <걸어본다연작의 기획의도대로 임무를 최대한 충실하게 이행하려는 듯이 정말 열심히 걷는다발이 -정확하게는 발바닥이하는 일은 언제나 옳다는 말과 함께 걷기란 몸이 아닌자아가 움직이는 것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말이다그가 이 걷기에 관하여, 특히 느리게 걷기에 관하여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는지는 글의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일어나라그리고 걸어라 

 시드니에 다녀온 사람이라면아니 어느 곳이라도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많은 곳을더 많은 돈을 투자해서 떠나봤지만 장석주의 시드니처럼 내게도 그 순간그 빛과 어둠물과 바람이 그런 감동을 주었었는지 백 번 다시 생각해 봐도 그렇지가 않다늘 내 어떤 감각들보다 발이 빠르게 앞서갔던 것만 같다.

 

아름다움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욕망을 좇는 여행을 수없이 해 봤다. ‘가성비를 따지는 것부터가 실은 욕망의 시작이기도 했다웅장하고 반짝이는 랜드마크와 좋은 숙소유명한 음식점꽉 짜인 일정대로 쉬지 않고 움직이겠다는 욕망을 실현하는 길릴케는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가까스로 견딜 수 있는 무서움의 시작이라고 하며 아름다운 것을 보며 내내 침울해 했다고 한다나는 바쁜 여정 가운데 간혹 아름다운 것을 만나면 항상 불안했다이 아름다운 것이 내게 영원히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은 슬픔보다 불안을 먼저 불러일으키곤 했다어느덧나는 여행이 욕망과 불안의 씨앗이 될까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섣불리 짐을 싸지 못했다.

 

실은 어디가 되었든 당신이 지금 이 순간에 있는 바로 그 장소가 가장 아름다운 장소이다그러니 이런 곳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서 아니면 다른 어떤 세상에서라도 행복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라. (존뮤어) - 다비드 르 브르통 <느리게 걷는 즐거움중에서 

 그러나 내게는 언제나 처음인 오늘그리고 끝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일 나의 삶이 학습과 성찰의 연속이듯 여행도 그렇게 해 나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성급하게 욕망하지 않는 것아름다운 것을 즐겁게 슬퍼할 줄 아는 것나태함과 심심함의 길 위에 의연하게 짐을 싸고 온 힘을 다해 걷고 춤추려고 하는 것.

 

 추신.  이 책의 또 다른 수확은 #{시드니여행걷기시간우주자연철학}에 대한 소중한 책들을 함께 추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미주의 위치가 탁월하고 너무도 친절해서 얼른 이 책을 접고 그 책들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이다장석주의 걸어본다는 사실 시드니가 아니어도 무방했다그는 어디에서도 걸어봄으로 인해 이와 같은 이야기 보따리를 수도 없이 풀어냈으리라. 그의 발바닥은 시드니를 걸었지만 그의 자아는 사실 그 모든 의 숲들을 걷다온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그 여자가 걸어본다.

 

 장석주의 걷기와 사색에 관한 이야기는 꽤 훌륭했지만 그의 시드니 퍼즐을 완성하는 데에는 몇 개의 빈 곳이 있었다그런데 박연준의 퍼즐 조각이 그곳을 가만히 채워 넣었다신기하게도 빈 공간에 꼭 들어맞는다.

 

 장석주의 걸음은 거칠고 다소 불친절했다. ‘직진 본능으로 앞서 나갈 것만 같은 걸음이다박연준의 그것은 조금 달랐다한 걸음을 내딛는 보폭이 좁고 가볍다따뜻하고 때로 명랑하다어린아이가 자유로운 공간에 놓인다면 꼭 그런 걸음을 걸을 것만 같다.

 

심심함은 옛날을 눈앞에 불러내기도 하고잊고 지냈던 어떤 능력을 되살려내기도 한다무엇보다 뭔가를 만들어내게 한다결국 심심하다는 것은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심심함이야말로 인생을 사는 데 가장 필요한 감정이다 

 그녀는 생애 첫 시드니에 대해 드디어 여행자다운 설렘과 기대를 보여준다친숙하고 친절하다나는 장석주가 탄 비행기가 이륙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박연준의 글을 읽고서야 그들이 탄 비행기에 함께 타고 날아가는 상상을 해 보았다.

 

3. 그 남자와 그 여자가 걸어본다.

 

풍경의 본질은 시각적 골조가 아닌 분위기다 

 그들은 정말 시드니에서 그들 자아와 제대로 인사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여유롭고 넉넉해서 심심하기까지 한 시간 속에서 잊었던 것들을 부활시키고 한국의 일상에서는 하지 않았던 것들을 찾아 한다본질적으로 함께였지만 함께라는 점을 활용해서 그들 스스로 최대한 혼자였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장석주의 차가움과 고집스러움 때문에 박연준의 따뜻하고 명랑한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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