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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에서 오페라를 만나다 | SH's 하나 - 리뷰 2016-05-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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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페라처럼 살다

나카노 교코 저/모선우 역
큰벗 | 2016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사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오페라 작곡가나 작품의 의미 그 이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다. 천일야화처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인물과 배경과 사건을 흥미롭게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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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페라, 글로 배워도 될까?

 

 마 전, ‘김이나의 작사법을 읽다가 생각했다.

 한 곡의 노래가 나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듣는 것과 노래 그 자체로 즐기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좋은 감상법일까?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알고 난 후에 좀 다른 종류의 감동을 느꼈는데......

 진지하고도 긴 물음은 아니었지만 매일 듣는 대중가요가 아닌, 입문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는 오페라를 마주하고 보니 그 이야기가 조금 더 간절해졌던 것 같다.

 

 의 서문이 좋으면 본문도 좋아지는 때가 많다. 이 책의 서문 역시 이어지는 본문을 기대하게 만드는, 읽기 쉽고 편하며 아주 담백한데 매력적인 글이었다. 동시에 오페라를 글로 배워도 될까?’에 대한 적당한 해답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아는 것은 도움이 안 되고 오페라를 즐기는 데 썩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작품만 감상하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샛길을 통해 오페라에 입문해도 괜찮지 않을까? 게다가 오페라는 원래 격정적이기 때문에 작곡가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2. 친절하고 쉬운 손을 잡다.

 

 , 영화, 미술, 문화재 등 예술과 예술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지, 요즘은 일반 독자를 타겟으로 하는 예술 분야 도서도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이 많다. 일정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 그러니까 쇼팽의 연주곡 몇 개쯤, 톨스토이 작품 몇 개쯤은 알고 있겠지...하는 느낌으로 쓰인 책들이 적지 않다.

 

 지만 있다면 유튜브를 포함한 다양한 경로로 쉽게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오페라 없이도 귀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묘한 경계심은 늘 익숙한 길만 걷게 했다. 이런 분야일수록, ‘친절하고 쉬운 손길이 필요하다.

 

 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신간다운 맛은 적은 클래식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옛스러운 친절함을 갖춘 책이다. ‘친절하고 쉬운 손길은 화려하지 않지만 복잡하지도 않고, 안내를 위한 장치들을 필요한 곳에 과하지 않게 잘 배치하고 있다. 음악과 명화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책들을 많이 쓴 저자의 이력을 보면 이 책의 출간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다.

 

 

3. 오페라로 이야기하는 법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작곡만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연주가, 가수, 합창단, 연출가, 장치담당, 의상 담당, 조명 담당 등 무대에 관련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 p. 26

 

 이 책에 소개된 여덟 명의 오페라 작곡가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 누구보다도 베버를 이야기하고 싶다. 오페라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지만 많은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병약했던 베버의 이야기는 오페라 한 곡을 보는 듯 폐부 깊숙한 곳에 감동을 남겼다.

 

 무 평범해서 더 비범해 보였던 한 남자. 가정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이 남자의 삶이 그 어떤 정신병이나 히스테리를 안고 살았던 사람들보다 더 특별해 보였던 것 같다. 저자는 그것이 남성의 책임감이나 표현법이라고 했지만, 나는 온전히 베버만이 갖고 있는 사랑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생계를 위해, 자신의 사후에 남겨질 이들을 위해 그나마 붙어있던 생을 희생하는 아이러니까지 감당하는 삶이 어디 흔할까.

 

 지금은 모두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시대와 공간에 따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야속한 운명의 작품들, 작곡가들 간의 예민한 경쟁의식과 피해의식의 반영물들, 자의식이 강했던 작곡가와 겸손하고 성실했던 작곡가들, 사교계에서의 명성을 이용했던 호색한들과 한 여인을 향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했던 예술가, 그리고 가정을 끔찍이도 생각했던 남편이자 생계를 늘 걱정해야 했던 가장들.

 

 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오페라 작곡가나 작품의 의미 그 이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다. 오페라의 대표작에 대한 단순 정보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 독자들은 이 예상치 못한 전개들에 더 빨리 책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를 가지런하게 나열하려 하지 않고, 사건을 역행적으로 배치하거나, 주인공을 숨겼다가 클라이맥스에 내놓기도 한다. 마치 천일야화를 듣듯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인물과 배경과 사건을 흥미롭게 배치해 낸다.

 

  권의 책을 다 읽는 순간 8명의 오페라 작곡가와 작품에 대한 결코 얕지 않은 스키마와 그들이 남기고 간 잔상들에 뿌듯해질 지도 모르겠다.

 

 

4. 샛길에서 진짜 인생을 만나다.

 

                         샛길: 큰길에서 갈라져 나간 작은 길.

 

 샛길은 잘 다듬어져 있지 않고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거친 길일 수 있지만 왠지 더 정겹고 설렌다시에 샛길은 '큰길로 통하는 작은 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 예술가의 일상과, 가족, 그리고 아주 가까운 인간관계를 살펴보는 것.

 - 대단한 명성과 화려한 영광의 이면을 보게 되는 것.

 - 그리하여, 눈은 넓어지고 나의 일상은 깊어지게 되는 것. 

 

  런 관점들은 작품에 덧씌워진 화려한 왕관의 의미를 퇴색하게 할지 모른다하지만 내 일상과 생계 나의 관계 꿈과 이상 본능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꿈틀거릴 때 쯤 그러한 '이야기'들은 내 생의 감각을 한껏 흔들어줄 것이다.

 

덧붙임: 혹 이 격정적인 오페라를 이야기로만 읽고 말 독자를 위해 삽입한 동영상 QR코드는 덤 ^^

 

            

 <베버 - 마탄의 사수, (테너 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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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책 띠지, 당신은 버리십니까? 모으십니까? | SH's 둘 - 당신의 이야기 2016-05-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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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입장에서 ‘띠지’는 정말 ‘걸리적거리는’ 존재다. 책을 한 번에 부드럽게 넘기고 싶은데 마치 방해자인 것처럼, “너 이 책, 이렇게 읽어야 해! 이게 중요해”라고 훈수를 두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런데 간혹, 책의 한 부분처럼 읽히는 띠지들이 있다. 띠지를 살짝 벗기면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는 책. 마치 두 얼굴을 한듯한 책을 만날 때면 매력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책의 모양새를 깎아버리는 띠지다. 이건 과연 표지 디자이너에게 허락은 받았나? 싶은 띠지, 그저 책을 한 부라도 더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쓴 듯한 카피가 적힌 띠지를 볼 때면, 독자가 오히려 저자에게 미안해진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에서 “가끔 띠지에 대한 혐오를 극렬하게 드러내는 독자들의 글을 보곤 한다. 독자로서의 나는 띠지가 있으면 띠지가 있구나 하고 마는 것이지만, 책을 팔아 먹고 사는 업자로서의 입장은 다르다”고 밝혔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띠지도 일종의 광고이기 때문이다. 김홍민 대표는 “30, 4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책 광고는 없다. 효과라는 측면에서 따져볼 때, 절대로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북스피어의 경우는 띠지를 제작할 때 비교적 좋은 종이를 사용하고 표지와의 균형에도 신경을 쓴다. 김홍민 대표는 “띠지로 인해 책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 다른 출판사의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북스피어의 경우에는 띠지로 인한 비용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편집자의 입장은 어떨까. 김진형 생각의힘 편집장은 “띠지에 대한 낭만적 생각은, 도리어, 띠지는 불필요하므로 없어져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에 더 많이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띠지를 싫어하고 바로 버린다고 말하지만, 상당수의 독자들이 띠지의 정보 혹해 책에 관심을 갖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진형 편집장 역시 “띠지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큰 홍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김 편집장은 “띠지의 무용함을 고민하면서도 결국 띠지를 만들고야 마는 출판사의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주변을 살펴보면 ‘띠지 혐오주의자’들이 꽤 많다. “나무에게 미안해요”라는 말을 하는 독자들도 있다.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분명 꽤 적절하게 잘 만든 띠지도 적지 않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띠지’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싶어, 예스24 MD를 포함해 출판인 6명에게 띠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생각하고’ 만들고 ‘생각하고’ 본다면, 띠지의 존재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올지 모른다.

 

 

출판인들의 한 마디
띠지,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최대한 문장의 힘으로 관심 받고 싶다


띠지는 화장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화장 안 한 맨 얼굴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맨 얼굴에 더 나해진.jpg자신 있는 (극소수의) 미녀들도 있겠지만, 약간의 꾸밈으로 내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한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요. 띠지 덕분에, 수많은 책 속에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내 인생의 책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띠지에 자식 자랑하는 부모 심정으로, ‘이 책이 이래서 좋다’며 주절주절 늘어놓기 보단 책 속 한 문장이나 작가의 한 마디 등을 넣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최대한 문장의 힘으로 관심을 받고 싶어서요. (나해진 문학동네 마케터)

 

 

‘정보가 잔뜩 들어 있는 띠지’는 최악


띠지를 하고 싶다고 느낄 때는 책의 얼굴에 확실한 셀링 포인트를 각인시키고 싶을 때가 아닐까전은정.jpg요? 그런데 사실 띠지 적절하게 잘했네, 라고 느껴지는 책을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띠지는 잘 찢어지기도 하지만, 잘 디자인된 표지를 가리는 것이 가장 안 좋은 점인 듯해요. 특히 띠지에 이런저런 정보가 잔뜩 들어 있는 경우가 최악의 띠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띠지가 '결정적 한 방'을 날릴 수 있다는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냥 안 하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최근 본 책 중에서는 안나푸르나에서 나온 『그녀들의 방』이 기억에 남습니다. 앞 표지에 세로로 끼우는 방식의 띠지인데(덕분에 뒤 표지의 정보를 가리지 않습니다) 책의 내용을 보여주는 문구도 눈에 잘 들어오고, 무엇보다 표지 디자인의 일부처럼 보여서 좋았습니다. (전은정 목수책방 대표)

 

 

띠지라면 할말 많죠

 

띠지를 굳이 챙겨 보지는 않아요. 책을 읽다 보면 흘러내리기 일쑤라 접어서 책갈피를 합니다. 뚜루.jpg지금도 『아들』을 읽는데 띠지가 걸리적거려 결국 접어서 책갈피로 쓰고 있어요. 대부분의 띠지들이 사실 책갈피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아, 읽은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띠지를 보관하는 경우는 있어요. 만약 띠지를 만들어야 한다면, 최대한 표지를 가리지 않는 선에서. 아니면 표지와 통일감 있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경우에는 띠지가 물결이라 오스카 와오의 삶을 압축해 놓은 듯해요.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띠지인듯 띠지가 아닌 표지 같은 느낌이라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뚜루 카툰 작가)

 

 

재활용할 수 있는 띠지를 상상해본다

 

띠지가 있어야 한다면, 표지 디자인의 한 요소로서 그 존재감을 발휘하는 띠지로 만들어야 합김진형.jpg니다. 띠지를 유실했을 때 완성도가 떨어지는 표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띠지를 벗겼을 때,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띠지의 쓸모를 고민해본다면, 책 읽기의 효과적 도구로서 재활용할 수 있는 띠지를 상상해봅니다. 책갈피에서부터 책의 주요 정보를 효과적으로, 그리고 센스 있게 담아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해피 해피 스마일』의 띠지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띠지 뒷면의 그림들을 오려내어 가늠끈과 합치도록 설계되어 있죠. 책 자체가 하나의 놀이를 표방하고 있고, 당연히 띠지도 ‘디자인’과 ‘놀이’라는 기능적 요소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아포리즘 철학』이나 『디자인의 디자인』 같은 띠지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심플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죠. (김진형 생각의힘 편집장)

 

 

띠지를 보면 독자의 욕망이 보인다

 

띠지는 있어도 없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경쟁 도서는 많고 내 책을 어필할 수 있는 공간프로필_김성광.jpg은 제한적이니, 띠지로 홍보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해요. 홍보의 (필요성이 아닌) ‘절박성’이 사라진 환경이 갖춰진다면, 자연스레 사라지리라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책 자체’와 많이 동떨어진 마케팅 문구는 거슬리기도 하지만, 책 본문 사이에 갑작스레 광고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관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소장하고 있는 책들의 띠지가 혹여라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이왕 만들어진 띠지를 모으는 거죠. 띠지에는 지금의 출판계가 ‘독자의 욕망’을 어떻게 해석, 규정하고 있는지 반영되어 있습니다. 먼 훗날 ‘출판사학자’도 생기는 좋은 시절이 온다면, 출판 마케팅사의 한 챕터 정도로 ‘띠지로 보는 출판마케팅 변천사’ 같은 걸 쓸 수 있도록 띠지를 고이 보관하겠습니다. 그러니 이왕 만드시는 거, 어필하려는 포인트를 분명하게, 가급적 예쁘게 부탁 드립니다. (김성광 예스24 문학MD) 

 

 

띠지를 모아두면 가끔 써먹을 때도 있구나

 

예쁜 띠지는 기억이 잘 나지만 북스피어에서 이런 걸 한 적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북스피어의 김홍민.jpg책을 사는 독자들이 ‘띠지도 모아두면 가끔 써먹을 때가 생기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때는 2009년,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책의 띠지에 작은 문양을 인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8권의 책에 8개의 영문 이니셜을 새겨 넣었습니다. 각각 B, OO, K, S, F, E, A, R인데, 모두 합치면 BOOKSFEAR입니다. 띠지에 그걸 새기는 3년 동안에 책을 산 독자들은 그 이니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겠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R’을 인쇄한 후에 다음과 같은 공지를 북스피어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8개 띠지를 전부 들고 와우북페스티벌 기간 중에 북스피어 부스로 오시면 도서상품권(20만 원)을 드린다.” 페스티벌 첫날, 개장 5분 만에 독자 다섯 분이 도서상품권을 받아갔습니다. 이후, 몇몇 독자들에게 “띠지 모아오기 이벤트, 또 안 하나요?”, “언제 할지 몰라서 북스피어 띠지는 전부 모으고 있어요”라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조만간 또 할 예정이니, 북스피어에서 만든 띠지에 대해서는 너무 뭐라 하지 말아 주세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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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곽정은 “사랑, 행복한 만큼 힘들어질 수 있어” | SH's 둘 - 당신의 이야기 2016-04-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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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 때문에 아픈 날엔 그녀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녀라면 어떤 말을 들려줬을까’ 자문할 것이다. 그녀의 조언은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왜 나의 사랑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건가요?’라고 물으면 ‘어쩌면 사랑은 힘든 것인지도 몰라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상대’와 ‘우리’ 안에서만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자, 그보다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먼저여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해 12월, 출판사 달은 사랑 고민을 공개 모집했다. “연애칼럼니스트 곽정은 작가에게 사랑과 관련된 고민을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사연을 채택하여 직접 해결해드립니다”라는 것이 그 내용. 수많은 사연들이 도착했고, 그 중 110여 편에 대한 응답이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안에 담겼다. 사랑을 시작하기 두려워서, 연인의 이성 친구 때문에 괴로워서, 권태기가 힘겨워서, 좋은 상대를 고르는 기준을 알 수 없어서, 현명하게 이별하는 방법이 궁금해서... ‘사랑에 대한 거의 모든 고민’이 실렸다. 마치 나의 이야기인 듯 익숙한 사연들. 그러나 뒤따르는 곽정은의 조언은 번번이 예상을 빗나간다.

 

“권태기가 찾아와서 함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매너가 없어진 자리에 권태감이 자리잡는다”고 명쾌하게 정리하는가 하면, 여자 친구를 다른 남자가 낚아챌까 봐 두렵다는 고민에는 “그녀는 다른 남자에게 낚아챔을 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예요”라는 말로 허를 찌른다. 당혹감은 이내 후련함으로 바뀐다. 애먼 곳에서 헤매다 제대로 돌파구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이 안겨주는 이 개운함은 곽정은과의 인터뷰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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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핵심은 힘듦과 고통이 아닐까요?

 

독자들의 사랑 고민을 모아 출간된 책입니다. 사연 채택에는 직접 참여하셨나요?

 

네, 당연히 제가 모든 사연들을 봤는데, 상황은 조금 달라도 결국 답은 비슷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에디터 분과 작업하는 부분은 필요했고요. 모든 사람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상담집이 아니라, 한 권의 주제가 있고 흐름이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완성된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차원에서 완결성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점도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으세요?

 

어떤 저자든 시간이 더 있었으면 ‘이것도 넣을 걸’하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죠. 그런데 이 책은 제가 사연을 만들어서 혼자 질문하고 답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사람들의 사연에 기대서 만들어진 거잖아요. 그 사연들을 통해서 제 말이 나올 수밖에 없고요. 그렇다 보니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이야기도 넣고 싶었는데 질문이 오지 않아서 못 썼구나’ 싶은 부분들이 생겨나기는 해요. 그런데 그건 또 다른 책을 통해서 들려드리겠죠. 서두에서 밝혔듯이 정말 많은 분들이 상담요청을 보내오세요. 아침부터 새벽까지 메일이 도착하는데, 그 시간까지 고민하시면서 곽정은에게 메일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부담이기도 하면서 감사하기도 해요. 그런데 상담 메일을 드리는 건 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책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답을 전하고 싶었던 거죠. 이건 일대일로 상담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완결된 콘텐츠를 갖춘 책을 통해서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니까, 사연을 보낸 분이 아니어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생각을 해볼 수 있죠. 저는 그런 가치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사연들을 읽으시면서 어떤 기분이 드셨어요?

 

글쎄요. 제가 했던 고민들도 있었고, 또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걸 보기도 했죠. 사랑이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지만, 선택한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운명적으로 다가와서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잖아요. ‘그렇다면 사랑이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의 핵심은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다들 시작하지만 결국 사랑의 핵심은 힘듦과 고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이라는 제목 뒤에 감춰진 의미가 궁금해집니다.

 

굳이 대답을 한다면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고통스러울까’,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힘들까’ 정도가 숨어 있을 거예요. 너무 힘들다고 생각해서 사연을 보내신 분들을 통해서 만들어진 책이니까요. 사연들을 쭉 읽어가다 보면 결국은 ‘사랑은 힘든 거구나’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사랑은 힘든 거구나’라고 생각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생의 다른 일들도 달콤할 수만은 없고 만만할 수만은 없잖아요. 그런데 유독 사랑은 분홍분홍 하고 뽀송뽀송하고 행복행복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사랑하는 건 힘들 거야, 행복한 만큼 힘들어질 수 있어’라고 각오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수월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도 이 책은 사랑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좋은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은, 너무 외롭거나 너무 힘들 때가 아니라 혼자서도 재미있게 잘 지낼 수 있을 때일 거예요”라고 쓰셨습니다. 전작들을 통해서도 ‘혼자 있을 때 충만해야 둘이 되어서도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죠. 그래서 『혼자의 발견』『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은 거의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지만, 약간 컬러감이 다른 책이기도 하고요. 메시지가 비슷한 걸 떠나서 애초에 저는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연애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풀든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인 거죠. 그런데 사연들을 봤을 때 다들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 하는 태도들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혼자 있는 것이 싫어’라고 느끼는 부분이 좋은 연애를 시작하게 해주는 동력이 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를 만나든 만나지 않든 자기 상태를 부정하려고 하고 벗어나려고만 한다면 그 안의 좋은 가치를 발견하지 못 하는 건데, 그러면 결국 어떤 식의 선택이든 도망치는 것일 수밖에 없거든요. 나로부터 도망치고, 지금 내가 감당해도 좋을 고독으로부터 도망치고, 자신을 직면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그 상태에서 누구를 만났을 때는 당연히 상대에게 ‘나의 외로움이나 상처를 해결해줘’라는 태도로 일관하게 돼요. 그 사람을 만나려고 한 건 외롭지 않으려고 했던 일이니까요.

 

책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나는 언제 행복해지는 사람이지?”, “내가 원하는 연애란 어떤 거지?”를 생각해 보라는 건데요. 작가님은 ‘내가 원하는 연애’가 무엇인지 찾으셨나요?

 

그 이야기는 『혼자의 발견』에서도 썼고, 이번 책에도 나와 있는 내용인데요. 예전에는 같이 있으면 나의 고통을 잊게 해주고, 같이 있으면 위로가 되고,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행복한 사람과 있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같이 있지 않은 시간에도 나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행복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굳이 같이 있지 않아도 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사람, 그 느낌에 대해서 나 스스로가 편해질 수 있는 관계, 그런 가치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곁에서 서로가 평온하게 지낼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제주도에 갔을 때 비자림에서 연리목을 본 적이 있어요. 저도 한 때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었고, 내 존재가 잊혀질 정도로 상대방에게 헌신하고 그만큼 상대도 나한테 헌신하는 걸 꿈꿨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연애를 꿈꾸세요?

 

제가 좋아하는 시 중에 칼릴 지브란의 「함께 있으되 거리를 두라」는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와요.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다고요. 예전의 저는 연리목 같이 지고지순하고, 얽히고설키고, 가장 극적인 형태로 결합하는 걸 꿈꿨다면,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두 사람이 똑같이 소중한 존재로 서로를 인정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사랑이 좋다고 생각해요. 사원의 기둥처럼, 떨어져 있어도 어쨌든 같은 사원을 이루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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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솔직하게 말을 못해?’ 내 애인의 이중언어

 

책에 실린 고민처럼 다툴 때마다 ‘헤어져’라는 말을 쉽게 하는 연인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 말은 반어법 적인 표현일 수도 있고, 충격요법으로 사용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어떤 사람은 정말 지긋지긋해서 헤어지자고 할 수도 있죠. 마지막 통보 식으로요. 어떤 상황에서는 손을 내민 채로 마음속으로는 ‘나 좀 잡아줘’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말하기도 해요. 마음의 경우의 수는 너무 많은 것이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답을 드렸던 거예요. 그렇게 헤어짐을 쉽게 이야기하는 태도는 잘못 되었지만 ‘네가 이러니까 정말 못 사귀겠다’라고 단칼에 끊어내는 것보다는, 그 말에 숨겨져 있는 메시지를 읽어보려고 노력할 필요는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해 드린 거예요.

 

“A라는 생각을 A라고 표현하지 못 하고 돌려서 A′로 표현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연인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까요?

 

그게 연애 관계 자체가 갖고 있는 극단성, 양면성이 아닐까요. 부모님한테도 못할 이야기를 연인한테는 하고, 부모님하고는 소원하게 지내는 경우라도 연인한테는 피와 살을 다 내어주고 대신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감정이 들기도 하잖아요. 혈연보다도 더 강렬하게 나를 매혹하지만 끊어지는 순간에는 그렇지 않죠. 책에도 썼듯이 사귀기 시작할 때는 두 사람의 마음이 필요하지만 헤어지자고 할 때는 ‘너랑 못 살겠다’ 말해버리면 끝이에요. 그런 관계라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걸 말하면 이 관계에 불편함이 오지 않을까’ 우려해서 조심스러운 것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B라고 말해도 사실은 A라고 말하는 거 알아채 줄 수 있지?’라고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것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배우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그렇다 보니 메시지를 조금 더 깊이 숨기거나 간결하지 않게 전달하는 상대를 만나고 있는 사람은 불편한 점들이 분명 있겠죠. 하지만 또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이해할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조차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게 연애 관계 아닐까 싶기도 해요.

 

연애 조언을 해주다 보면 때로 단호한 표현을 하게 될 때도 있으실 텐데요. 걱정이 되실 때는 없나요? 타인의 연애에 대해서 의견을 낸다는 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잖아요.

 

아뇨, 저는 일대일로 상담을 한 것이 아니니까 걱정되지 않아요. 이건 책이잖아요. 책은 결국 담고 있는 콘텐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데 겁이 났다면 저는 <마녀사냥> 때부터, 아니 그 이전에 <코스모폴리탄> 때부터 조언하는 역할을 하면 안 됐겠죠. 저는 제 조언이 정답이라거나 ‘이거대로 하세요’라고 명령하거나 어떤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 역시 숱한 연애를 경험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서 13년 동안 취재를 했던 사람으로서 ‘지금 저의 결론은 이런 것인데, 당신이 나를 신뢰하고 질문을 한다면 이 정도의 답이 맞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최종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라고 말하는 거죠. 아시다시피 제 생각을 털어놓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어요.

 

현재 한국에서 연애에 대해 가장 잘 알고 많이 조언해 주는 사람 중 한 명이신데요. 그런 작가님께서는 연애 문제를 누구에게 상담하실지 궁금합니다.

 

저에게도 신뢰할 수 있고 마음을 털어놨을 때 따뜻하게 혹은 냉정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죠. 제가 방송이나 책을 통해서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모든 정답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사랑 때문에 예상외의 행복과 예상외의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렇지만 누군가의 조언에 기대는 경우는 사실 많지는 않죠.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정말 친한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때는 분명히 있지만, 조언대로 실행을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찾죠. 책을 많이 찾아보거나, 열심히 운동을 하거나,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요가나 명상을 하죠. 행복한 일이 있을 때는 그걸 만끽하려고 노력하고, 불행하다는 느낌이 들 때는 그대로 또 나 자신을 마주하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혼자일 때와 연애할 때, 발견하게 되는 나의 모습도 다르겠죠?

 

연애를 하지 않을 때는 자기 자신과 조금 더 내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연애를 하면 혼자 있을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단점을 깨닫기도 하니까요. 그런 부분들이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요. 대학교 강연을 가면 많은 친구들이 저한테 물어봐요. 솔직히 자기는 연애 생각도 없고 결혼 생각도 없는데, 다들 연애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로 만들어서 자기가 루저 같이 느껴진다고요. 연애를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할 필요는 전혀 없죠. 그렇지만 연애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는 굳이 밀어내지 않고 둘이 시간을 보내본다면, 그 안에서 분명히 나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나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해줘요. 그러다 보면 새로운 방향으로 성장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요. 혼자 여행을 다니고 영화를 보는 것도 너무 좋죠. 그런데 둘이 있을 때만 비로소 알게 되는 자신의 영역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서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빈번한 것 같습니다. 친구의 애인과 자신의 애인을 비교하면서 불만이 쌓이기도 하고요.

 

그냥 어린 시절에는 충분히 그런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이 사람과 보내는 시간의 가치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면 달라지는 거죠. 그런데 사실은 내 남자친구를 친구의 남자친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자기를 이루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다 저주하고 부정해야 되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어차피 나는 누군가 보다는 돈이 없고, 누군가 보다는 집이 작고, 누군가 보다는 학벌이 낮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옆에 있는 사람을 자신의 트로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를 만나든 불행한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 때야 말로 옆에 좋은 사람을 허락할 수 있는 때가 아닐까 싶네요.

 

기자로 일하시면서 수많은 연애 실용서를 읽으셨잖아요.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거나 가장 많은 영향을 받으신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별히 어떤 책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을 것 같아요. 사랑 때문에 힘들어한 모든 사람들이 저한테 가르침을 준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연애 기사를 많이 썼기 때문에 실제로 서른 살 쯤부터는 연애 상담을 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많았고요. 그런 과정들 속에서 아픔의 사연들을 모으고 많은 분야의 전문가 분들과 만나서 취재를 해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랑 때문에 생겨난 아픔을 저에게 이야기해주고, 제가 그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 전문 분야의 답을 해준 사람들이 잊지 못할 한 권 한 권의 책들이나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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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연애에도 권태기는 옵니다

 

많은 연인들이 권태기를 겪으며 괴로워합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사랑이 식었다는 신호인 건지 의심하기도 하는데요. 어떤 조언을 들려주고 싶으세요?

 

강연 때마다 권태기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하는 편이에요. 거의 모든 커플들이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통계에도 나와 있어요. 1년 반에서 3년 사이에는 별로 안 만나고 싶다거나 이제는 별로 섹스를 하고 싶지 않다거나, 혹은 다른 이성이 눈에 들어오는 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거예요. 그랬을 때 (관계를) 끝내도 돼요. 끝낼 수밖에 없는 사람은 그냥 그 만큼의 사랑을 했던 거죠. 그런데 끝내지 않아야겠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해줘요. 열정이 식은 자리에 서로의 신뢰나 ‘열정이 끝났지만 우리는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마음이 자리한다고요. 바로 그 마음이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힘이 되는 거죠. 권태기가 왔을 때 끝내고 싶다고 생각되면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억지로 버틸 수는 없으니까요. 단, 그런 식으로 해도 다음 사람과 연애를 할 때 다시 권태기가 올 거라는 거예요. 그러면 그때 또 끝낼 건가요? 문제를 이번 연애에서 해결하지 못 하면 더 나이가 들었을 때 그 부분을 괴로워하다가 ‘서른쯤 됐으니까 결혼을 해야겠어’ 해서 결혼해도 분명히 또 권태기가 올 거거든요. 그때는 어떻게 하겠냐는 거죠. 그러면 또 이혼하나요?

 

열정이 식었다고 해서 사랑이 끝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하는 거군요.

 

결국 핵심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열정이 전부가 아니라 열정 뒤에 찾아오는 친밀함이 결국 관계를 지속하게 해주는 힘이라는 거예요. 친밀함이라는 건 서로에 대해서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을 때, 그리고 많은 일들을 경험했지만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둘 다 느낄 때 생겨나게 되는데요. 그걸 인정 못 하겠다거나 나는 그게 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들은 헤어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어린 날에는 열정만이 사랑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떨리는 마음이 사라지면 마음이 식었다고 판단하고 끝내기 쉽죠. 저는 20대 친구들이 ‘권태기인 것 같은데 어떡하죠?’라고 물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요. 그런데 지금 못 배우는 건 괜찮지만, 친밀감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알지 못한 채로 중요한 시기에 맞닥뜨렸을 때는 정말 좋은 사람을 또 떠나 보내게 된다고 말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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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우는 방법’도 있을까요?

 

싸우기 시작하면 존댓말을 한다거나, 책에도 썼듯이 한 시간 정도 나갔다 오면서 시간을 갖는다거나,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죠. 제가 썼던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고요. 그런데 한 시간 나갔다 오는 것에 대해서 상대방은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답은 없는 거죠. 다만 왜 싸웠는지를 보면 분명히 커플마다 패턴이 있을 거예요. 상대의 말에 빈정거리거나 화살을 다시 상대방한테 돌리다가 싸우게 되는 식으로요. 매번 다른 주제를 가지고 싸우더라도 사실은 고유한 패턴이 있다는 걸 발견을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때 싸우는지’를 조금 더 넓은 시각에서 지켜볼 줄 알아야 되는 것 같아요. 싸움의 고유한 패턴을 찾아서 깰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거죠.

 

많은 경우 대화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커지는데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 때문에 싸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죠. 다른 것 때문에 싸우는 경우는 흔치 않거든요. 편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항의해도 되겠지’ 혹은 ‘이 정도까지 삐쳐도 되겠지’라는 느낌으로 조심하지 않는다면, 일단 자신을 먼저 지켜보세요. 그에 대한 리액션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보고 ‘우리는 항상 이럴 때 싸우는구나’라고 생각되면 그걸 끊어낼 수 있도록 해야 돼요. 문제의식을 가진 입장 쪽에서 먼저 그렇게 말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거예요. 저는 어느 누구한테나 필요한 대화법 중에 하나가 비폭력 대화라고 생각해요. 상대를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비난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고 명령하는 식으로 대화를 하다 보니까 감정이 격해지고 서로 상처 주게 되는 거잖아요. 그러지 말고 ‘내가 이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같은 현상이 나타나서 정말 속상해, 앞으로 안 그래 줬으면 좋겠어’라고 너무 무섭지 않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단호하게, 또 동시에 진지하게 말하는 거죠.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게 중요해요.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나의 감정을 전달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대화법을 배우고 사용하는데, 가까운 사람한테도 친절하게 내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거죠. 그게 쉽지 않은 이유는 ‘네가 알아서 나를 만족시켜 주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불만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거야’라고 매 순간 자신의 기대치를 높이 올려놨기 때문이에요. 나도 내 마음 같지 않잖아요.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 있겠어요. 기대를 조금 느슨하게 해주는 순간 둘 사이는 오히려 더 타이트해지는 것 같아요.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죠. ‘네가 믿게끔 해야 믿지’라는 입장과 ‘나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까 의심을 하는 거잖아’라는 입장이 맞서고, 이야기가 그 안에서 뱅뱅 돌아요. 일단 믿어주는 게 답일까요?

 

나를 아끼고 나를 조금 더 대우해 준다고 생각하면 ‘네가 믿게 해줘 봐, 그럼 내가 믿지’라는 말이 나오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내가 나를 대우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상대의 행동이나 태도에 따라 나의 행복 여부가 정해진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거기에 기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마음속에 깊은 불안감이 있으면, 혹은 상대에게 좌우되지 않는 고유한 나만의 평안이 없으면, 믿는 척은 할 수 있지만 계속 믿는 관계가 될 수는 없는 거죠. ‘믿게끔 행동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은 ‘나는 네가 언제라도 도망갈까 봐 불안하고,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가장 가까운 자리를 허락해놓고 그 사람을 믿지 못 하면 결국 자기가 상처 받는 거예요. 그런 패턴은 충분히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거죠. 계속 ‘네가 잘못했기 때문에 내가 못 믿는 거고, 네가 잘하면 믿을 거야’라고 이야기하지만 믿음의 문제는 자기 내면에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믿어주겠다’가 아니라 ‘그냥 믿는다, 저 사람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내 시간과 내가 따로 맺는 관계들이 매우 소중하다’라고 생각해야죠.

 

어쩌면 불신은 ‘배신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믿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가 믿음을 저버렸다면, 그냥 놓아준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러면 ‘믿게끔 해’라고 말할 필요도 없는 거죠. ‘믿음을 깨버리는 너라면 나는 너를 곁에 두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매일 떠올리고 중심을 자신에게 두는 사람이 관계에서도 조금 더 건강하게 지켜볼 수 있어요. 믿지 못 하겠다면 가장 가까운 자리를 허락하지 말든가, 가장 가까운 자리를 허락했다면 믿든가, 아니면 아무도 안 사귀든가,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죠. 연애의 어려운 점일 거예요. 제가 몇 년 전에 책에 이런 비유를 썼었어요.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 사람 머리에 헬멧을 씌우고 카메라를 장착하는 거라고요. 그러면 24시간 뭘 하는지 알 수 있죠.

 

24시간 감시하는 방법이 있었군요(웃음).

 

그런데 그걸 계속 보려면 나의 24시간은 온전히 버려져야 돼요. 굉장히 역설적이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만큼 다 확인하고 싶으면 나의 삶이 없어지면 되는 것이고, 놓아버리는 순간 오히려 내 마음의 평안을 찾는 거죠. ‘나의 믿음에 대해서 네가 책임져, 나의 감정을 네가 다 알아서 해줘’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진짜 행복은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아요. 결국은 결정해야 되는 거죠. 불신이 문제가 된다면 둘 중에 하나예요. 마음속에서 믿고 그걸 계속 되새김질하든지, 아니면 카메라를 달든지. 그런데 카메라를 달면 또 그 안의 영상 때문에 매일 전쟁이 벌어지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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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왜 이토록 힘들까?

 

“지금 당장 잠자리가 부담스럽고 시도조차 하고 싶지 않다면 억지로는 절대 하지 마세요”라고 조언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소위 ‘의무 방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든 스킨십과 섹스는 두 사람의 동의가 완벽히 필요한 거잖아요. 원치 않으면 내가 왜 원치 않는지 설명할 필요는 있는 거죠. 나는 상대와 똑같은 인격체이고 똑같은 욕구가 있는 사람이니까요. 섹스가 하고 싶지 않다면 뭔가 문제의 포인트가 있는 건데, 그걸 놔둔 채로 그냥 물리적인 결합만 한다면 그게 뭘까요? 저는 사람과 사람의 결합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그냥 해버리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기 싫다는 내 의견을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가볍게 여기는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같이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어떻게 같이 길을 걸어갈 수 있겠어요?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귀한 것처럼 하기 싫은 마음도 귀하다는 걸 스스로 인식하지 못 하면 자기는 그냥 소비되어 버리고 마는 거예요. 침대 위에서 소비 되어 버리고 마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이에요. 내 몸과 마음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면서, 이 관계를 위해 가장 큰 노력을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는 침대 위에서 침묵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섹스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여성답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곤 하잖아요. 혹은 ‘많이 아니까 취향이 있는 거 아니냐’라고 하면서 지식이 곧 경험으로, 취향이 곧 경험의 많음으로 오해되고요. 이런 문화권에서는 자신에 대해서 설명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특히 여성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나는 이게 싫어’라고 이야기하는 과정 중에서 내 옆에 있는 남자가 계속 옆에 둘 만한 남자인지 아닌지를 아주 명쾌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테크닉 적인 부분에서 부족하거나 둘 다 어색해서 잘 못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자신의 욕구만 채운다든지, 그래서 나는 이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그것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못 하게 한다든지, 설명해도 들어주지 않는 관계가 지속된다면 ‘내가 여기에서 왜 이러고 있나’ 하고 생각해 봐야 될 적절한 타이밍이겠죠.

 

아직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세요?

 

책의 띠지에 보면 ‘내 사랑은 왜 이토록 힘들까’라는 메시지가 써져 있잖아요. 이건 제 마음 속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 연애 전문 칼럼니스트라고 하는 저에게도 쉽지 않은 주제예요. 이 주제는 단지 결혼 전까지의 고민거리 혹은 썸남썸녀만의 것이 아니에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문제는 나와 관계를 맺는 문제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인생을 두고 고민해야 되는 큰 주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에는 그 큰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자잘한 고민들이 거의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요. 나와 다르지 않은 고민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걸 보면서 ‘애초에 사랑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구나’라고 깨닫고 결국에는 ‘나의 생각들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책을 보면서 ‘맞아, 나도 이런 고민이 있었는데,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문제집이나 Q&A처럼 읽을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보셔도 무방하다고 생각해요. 

 

말씀을 들으며 띠지를 바라보다 보니 책 표지에도 눈길이 갑니다.

 

보시면 핑크랑 블루가 예쁘게 섞이잖아요. 중간에는 굉장히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이 있고요.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만나서, 서로의 영역이 유지되면서도, 중간에 있는 영역이 아름답게 다른 컬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관계의 양상을 보여준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이 고민 정도는 뛰어넘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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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째서 이토록곽정은 저 | 달
“연애칼럼니스트 곽정은 작가에게 사랑과 관련된 고민을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사연을 채택하여 직접 해결해드립니다”라는 공모를 진행하였다. 그중 110여 편을 추려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에 모았다. 물론, 곽정은 작가의 다정하면서도 명쾌한 조언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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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가 노래로 이야기하는 법 | SH's 하나 - 리뷰 2016-04-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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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김이나의 작사법

김이나 저
문학동네 | 2015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작사법을 작문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꽤 많은 깨달음을 줄 것이다. 말이 아닌 이야기, 이야기를 위한 사람, 그리고 가수의 삶까지 연결되면 모든 노래가 달리 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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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었고 빅스와 엑소부터 성시경과 케이윌, 아이유와 이효리, 임재범, 이선희와 조용필까지 모두 다 좋았다. 그녀는 노래의 벌스와 디브릿지 사비에 들어갈 적절한 가사를 쓰듯 책의 기승전결도 기가 막히게 짜냈다. 

 

  꿈만 꾸고 접어버린 꿈 가운데 라디오 방송작가와 작사가가 있다.


 

  좋은 노래 가사와 라디오 오프닝, 클로징 멘트들을 좋아했다. 사연에 맞는 노래를 선곡하는 것은 더더욱 사랑했다.  글이 좋았고, 그걸로 밥을 벌어 먹고 싶었고, 터지고 싶은 감성이 있었지만 앞에 나서 표현하는 끼는 없었다. 무대 밑이나 부스 밖에서 대리만족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봤다. 그리고 그것이 화려한 삶 곁에 있으면서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 꽤 편리한 삶이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팔자가 그리로 흐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어릴 때 길에서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를 우연히 만나는 꿈을 꾸는 것처럼 저 꿈들은 내 몽상 속에 지금도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솔직히 "그녀의 작사법"보다 "그녀의 작사가 되는 법"이 더 궁금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그녀는 프롤로그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간절함은 현실인식과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 간절할수록 오래 버텨야 하는데. 현실에 발붙이지 않은 무모함은 금방 지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중략) 모든 직업은 현실이다. P.15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작사법>을 읽고 나니 분명해졌다. 내가 넘볼 영역이 아니었다는 것이. 조금은 후련했다. 그리고 그녀가 작사한 노래를 몽땅 모아 들으며 좀 자주 울컥해 울었다. 이게 다 김이나의 노래 때문이라고 푸념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녀가 끄집어낸 내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의도된 기획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아빠에게 보내는 딸의 편지는 노래를 듣고 있지도 않은데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에 대해 내가 말못할 사연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어느새 나는 노래가사가 아닌 그녀의 글 자체가 좋았고, 진심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김훈 작가는 책 속에 글을 쓰는 길이 없다고 했다. 다만 글은 삶에 대한 구체성 속에서 나온다고 했다. 물론 김이나는 책의 제목대로 멜로디의 음가에 따른 글자수를 파악하거나, 라임을 고려한 단어 선택, 전체적인 스토리를 극적으로 구성하는 법 등 기술적인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무게중심은 오히려 그녀가 바라보는 사람들과 세상에 있다.


서른을 맞이할 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아무리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 숫자값은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중략) 작사가라는 직업이 이럴 때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의 말을 가사로 쓰면, 남의 진심을 통해 내가 쓴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P.208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조용필의 <걷고싶다>, 최백호 아이유 <나랑 걷자>, 옥주현 <아빠 베개>

가인과 아이유의 <누구나 비밀은 있다> , 윤상 성규 <Re: 나에게>


  작사법을 작문법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은 꽤 많은 메시지를 던져 줄 것이다. 말이 아닌 이야기, 이야기를 위한 사람, 노래를 부르는 가수, 노래를 듣는 대중의 삶을 연결해 보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곡씩 쏟아져 나오는 노래가 결코 '노래 한 곡' 쯤으로 여겨지지 않게 된다.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가수 아이유의 인성을 이야기하고, 아티스트로서 가인과 존재로서 가인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사가이다. 솔로와 듀엣,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많은 가수가 함께하는 프로젝트 송까지 다양한 형식의 노래를 다루면서 그 노래를 만든 작곡가와 부르는 가수 각각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아낸다. 이름만으로도 함께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 임재범, 이선희, 최백호, 조용필의 인생도 조심스럽게, 그러나 명료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작사가가 되고 싶은, 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글에 대한 욕심보다는 음악을 듣는 귀, 가수의 히스토리와 그에 대한 애정, 팬덤 문화에 대한 이해와 대중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 음악산업 종사자로서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 바라봐 온 삶에 대한 냉철하고도 따뜻한 마음이 자신에게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것을 감각있는 노랫말로 풀어내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

  

곡은 읽는 게 아닌 들리게 , 좀더 나가면 느끼게 쓰는 것. 


현실과 창작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는 것이야말로 작사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말이다. P. 249

  작사 과정에 담긴 사연을 읽고 나니 들리는 노래마다 왜 이렇게 아프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그 바닥"의 일부만 들여다봤을 뿐인데  인기 이상의 것들을 감수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업, 허지웅의 평에 따라 '산업의 톱니바퀴이기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의 작업들이 떠올라서 그랬던 것 같다. A&R이라는 생소한 직업군이 음반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관한 이야기는 굉장히 새로우면서 '현실 직업'으로서 작곡가든, 작사가든, 기획자든, 혹은 가수나 연주자들의 치열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 부분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처럼 작사가가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면, 노래를 감상하는 데 좀 다른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작사 과정이 책이 아닌 그저 악보 위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창작자와 팬들도 많으리라 본다. 

  

  업계 젊은 축에 속하는 작사가로서 선배 작사가들에 대한 존경과 찬사도 잊지 않으면서,  슈가맨이나 해피투게더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궁극적으로 대중 앞에 이런 책을 낼 수 있는 것도 김이나만 가진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녀의 첫 번째 책이었다. 그래서 못다한 이야기와 해버린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많았을 것 같다.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면 책에 대한 애정은 금방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앨범이 발매됐을 때와 책이 출간된 순간의 느낌이 어떻게 달랐는지 묻고 싶다.

  

  그녀의 노래를 부른 가수들 역시 자신의 몸에 걸맞은 옷을 입는 듯, 자신의 히스토리에 꼭 맞는 노래를 부르는 동안 행복했을 것이고, 소속사의 소속 가수로서 비즈니스적 성과, 아티스트로서의 예술적 욕심, 개별 존재로서의 표현 욕구 이상으로 큰 치유를 느꼈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 어려운 걸, 번번이, 김이나가 해 내고 있고. ^__________^

 

*덧붙임: 추천사 읽다가 감동받는 책도 드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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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라이터(writer)를 위한 서민적 치유법 | SH's 하나 - 리뷰 2016-03-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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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민적 글쓰기

서민 저
생각정원 | 2015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그의 책을 읽으며 초등학교 백일장부터 시작된 20여년의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영광과 찬란했던 순간, 그 이후 최근의 처절한 패배와 좌절, 수치심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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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지 못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내 주변에서 글을 잘 쓰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내가 하루 종일 책을 끼고 산다고 믿는 사람도 꽤 있다. 온라인 서점의 파워블로그도 해봤고 이달의 리뷰에도 선정돼 봤다. 학창시절 문예부장에 각종 공모전과 백일장에서 수상한 경력은 셀 수도 없다.
  그것이 지금의 사태를 촉발한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나조차 은연중에 내가 글을 잘 쓴다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한 달이면 한 글자도 기록하지 않는 시간이 이어졌지만 그저 바빠서, 내 의지대로 쓰지 않는 것일 뿐 소재 고갈, 경험의 일천함, 습작의 부재로 인한 ‘작문의 파산’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글을 못 쓰는, 적어도 못 쓰게 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 정말 길고 깊은 고통이 따라붙었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악기를 잘 연주하거나 운동을 잘 하거나 말을 빛나게 잘 하는 것도 아닌 내게 글마저 아니라는 것은 안 그래도 벼랑 끝에 매달린 자존감에 남은 마지막 줄을 내 손으로 놓아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글 좀 못 쓴다고 과장이 심하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 나름의 상흔이 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정말 결정적으로 내가 글쓰기에 겁을 먹게 된 계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작년 어느 여름, 스타터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치러진 인터뷰의 한 장면에 멈췄다. 빠른 시간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시의에 맞고 가치도 높은 자료를 선별해 서비스하는 퍼블리(http://publy.co)의 박소령 대표와의 면접 때였다.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는 친구의 소개로 –그녀도 내가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쓴다고 믿고 있었기에– 갖게 된 면접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에요?”
“최근에 제일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이에요? 이유는요?”
“책을 고를 때에는 어떤 기준을 참고하세요?”
“자주 가는 블로그나 카페는요?”
“세상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에서 얻으세요?”

  아직도 이 간단한 질문에 화끈거리던 얼굴과 등줄기를 흐르던 식은땀의 촉각이 선명하다. 그땐 더운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때 주로 각종 정치 팟캐스트를 듣고 jtbc 뉴스룸을 즐겨보았고, 인터넷 신문과 잡지(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시사인, 아이즈, 씨네21)을 읽으며 온라인서점 예스24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좀처럼 말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웬만한 것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라는 형편없는 대답과 함께 누구나 아는 기자, 블로거의 이름을 들먹이거나 매일 듣는 팟캐스트 방송 몇 개를 줄줄이 읊어댔고 그 다음은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물론 위에 나열한 것들도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한 플랫폼으로는 빈약하고 치우친 것이었지만 그보다 내가 읽고, 쓰는 모든 일상과 습관이 적어도 한두가지 맥락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잡식’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혼돈의 상태라는 것을 꽤나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이 면접 실황을 약간의 포장을 보태 피드백해주었는데 이 자리를 만들어준 친구가 그 하루를 한마디로 정리해주었다


"너...망쳤구나? 완전히...“

 

  서민 교수의 표현을 빌어, ‘지옥훈련’을 위해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 시점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글쓰기 특강에 제 발로 찾아가게 된 건 상처를 조금 걷어내자고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그 늪에서 한 발짝이나마 빠져나온 것은 힘들었던 만큼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글쓰기 특강을 듣고 나오는 길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서민 교수의 책을 들고 나왔다. 글쓰기 책을 돈을 주고 사 본 일이 없는 내게 굉장히 낯선 선택이었다. 이미 경향신문 칼럼에서, 그리고 각종 방송과 팟캐스트에서 익숙하고 보고 읽고 들었기 때문에 책이 굉장히 빨리 읽혔다. 쉽고 재미가 있으니 메시지가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글을 잘 쓸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다. - p.11

  그의 책을 읽으며 초등학교 백일장부터 시작된 20여년의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영광과 찬란했던 순간, 그 이후 최근의 처절한 패배와 좌절, 수치심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단편적인 플랫폼을 통한 단선적 정보만을 가지고 쉽게 확신하고 퍼뜨리기까지 하는 중간 정보원으로서 나는 심히 가볍고 진실하지 못한 데 대해 부끄러워졌다. 예전에 블로그에 잔뜩 뱉어 놓은 리뷰들을 읽으며 혼자 만족하고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순간들은 자다가도 눈이 뜨이게 창피했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는 기술이 아닌, ‘나’를 쓰기 위한 ‘나’라는 존재를 파악하는 데 얼마나 소홀했는가 깨달았다. 솔직함보다는 늘 포장하기 바빴던 글들에서 허세를 지우는 작업 역시 내 민낯을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수행자 누구나 그렇듯 하산 시점은 기약할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소설 <마태우스>로부터 시작된 그의 숱한 등산과 하산의 반복에 있다. 그는 10년을 수행했고 몇 번의 ‘잘못된 하산’을 거쳐 더 힘든 산을 올랐다. 많이 읽었고, 많이 내 보내 봤으며 심히 부끄러웠었고 자주 좌절했다.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는 데는 그의 지극히 일상적이고 재미있는 삶의 이력들이 기본 받침이 되어 있고 글쓰기에 대한 절실함은 지옥같은 훈련을 견디게 해 주었다.

 

  '서민적인 글'처럼 쉽고 재미있는 글은 어쩌면 끝까지 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조금 솔직한 글을 쓰려는 노력은 시작되었다. 나를 내 안에서 꺼내 정의하기 위한 작업은 <Q&A, 5년 후 나에게>의 도움을 받고 있다. 매일 하나의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늘 지나쳐버리기 일쑤인 감정과 생각들을 짧게나마 정리하게 되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던 주제에서 글감이 생겨나기도 했다.

 

<동물농장>의 저자인 영구작가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사람들이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째는 순전한 이기심, 둘째는 미학적 열정이며, 셋째는 역사적 충동이고, 넷째는 정치성을 꼽았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 내가 본 것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 진실을 파헤쳐 후세에 알리기 위해 기록하는 것, 그리고 타인과 공감하면서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람들은 글을 쓴다는 것이다. -p.19

  아직은 글에 대한 이기심이 크다. 포장된 자기애도 다 버리지 못했다. 대체 둘째, 셋째, 넷째 동기는 어디서 생겨나는지, 동기가 생겨나면 그런 글은 또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갈 길이 멀다. 지금은 그저 자꾸만 하산하고 싶어지는, 하산해도 될 것 같다는 건방진 생각만 끼어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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