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세상의 재미를 찾아가는 길
http://blog.yes24.com/jes96
리스트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책읽는베토벤
알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들을 모아봅니다.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9월 스타지수 : 별18,439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200자 생각
200자 여행
200자 시골
200자 걷기
리뷰생략
시와 시조
그림연습
서평응모
옮겨모음
내 선물
나의 리뷰
건강
과학
교육
국어교육
동화
만화
사회
산문
시집
여행
역사
예술
외국어
인문
한국소설
외국소설
취미
희곡(시나리오)
노래
영화
공연
내선물
나의 메모
문학
마음이 머무는 글
태그
최영미시인을헐뜯는이승철시인한테 문단성추행 이승철시인 추리로배우는초성어휘 일의미래로가라 행복을풀다 최강의식사 풀프루프 만화 안나푸르나
2020 / 0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월별보기

전체보기
집이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외국소설-하워즈 엔드] | 외국소설 2020-09-27 15:37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8549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하워즈 엔드

E.M. 포스터 저/고정아 역
열린책들 | 2010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영화 때문이다. 오래 전에 상영했던 재개봉 영화인줄 모르고 극장에서 예고편을 봤다가 빠진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으리라. 책을 주문하고 영화를 다시 검색했더니 더 이상 상영하지 않는다. 이렇게 아쉬울 수가.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 영화를 찾아 볼 방법은 있겠지. 요즘 같은 시대에 못 볼 영화가 어디 있담? 일단 계획대로 책을 읽자.  


책장을 펼치기도 전에 소설 속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이번 책 읽기는 배우들과 함께 할 모양이다. 그렇다면 배경만큼은 내 상상으로 채워 보자. 시작부터 흥미진진해진다. 이렇게 하여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과 영화를 합한 독서 체험을 누렸다. 의외로 생생해서 좋은 경험이었다. 1+1>2 가 되는. 


내용은 요즘의 긴박한 영화들에 비한다면 단순하다 싶을 정도이다. 런던 외곽에 좀 크고 오래된 집이 있고, 이 집의 주인인 나이든 여자가 있고, 이 여자는 이 집을 자신의 가족이 아닌 젊은 친구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가족들은 유언을 모른 척하고 해당 주인공에게는 알려 주지도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 집은 결국 그 젊은 친구에게로 이어진다. 


집이라는 건 뭘까?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즐겨 읽는 터라 영국에서의 특히 런던 밖 시골에서의 성과 같은 집들이 영국인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유산 상속에서 중요한 대상, 백 년 정도는 오래된 것도 아닌 기간으로 여겨지고, 하인이 있고 집사도 있고 거대한 정원도 딸려 있는 그야말로 저택이라고 하는 공간. 한번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그만큼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집을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로부터 물려 받는다면?     


이 작가의 글을 처음 읽은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작품만큼 내 안으로 확 들어온 글은 없었다. 어쩌면 이제야 이 작가의 글을 제대로 읽게 된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앞에 읽은 글들을 다시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될 만큼 읽는 내내 좋았다. 인물들에 이입해서 드러내는 말도 인물들을 빙자해서 비틀고 있는 말도 사람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펼쳐 보이는 모든 글이 잘 읽혔고 좋았다.  


너무 가난한 사람도 또 너무 부유한 사람도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는 작가 나름의 경계가 돋보이는 세상이었다. 글쎄, 직접 일을 하지 않는데도 물려 받은 돈만으로 집을 구하고 먹고 살 수 있는 세 남매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니. 이들 세 명의 주인공은 자신들의 처지에 다행스러워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소설은 이 문제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저 생각하고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삶은 흔들리기도 하고 또 통째로 바꿔질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집은, 그리고 하워즈 엔드는 흔들리는 시간 사이에 시시때때로 등장해서 인물들의 일상과 이어진다. 


작가는 책 앞장에서 '단지 연결하라'고 했다. 백 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이 울림을 느낀다. 영화를 보고 싶다. 헨리 윌콕스를 연기한 안소니 홉킨스의 얼굴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듯하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1)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3        
부러운 시간 잠깐 [시집-오십 미터] | 시집 2020-09-24 18:55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7341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오십 미터

허연 저
문학과지성사 | 2016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한 권의 시집에서 온전한 시 한 편을 구해 내는 일은 잦지 않다. 기쁘게도 이 시집에서 얻는다. '외전2'(124~125쪽). 시인이 부르는 생의 이름에 내 목소리도 함께 얹고 싶다. 오래 더 살고 싶어질 만큼.  


한 편 한 편 고스란히 읽힌다. 읽는 내 마음이 순하게 가 닿았다. 시 쪽으로 가 닿는 마음과 시가 내 쪽으로 와 닿는 순간이 각각 따로이기는 하지만 어느 한 편 놓침 없이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낀 적이 꽤 오랜만이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본다. 나이가 내 또래다. 이제까지 이 시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는 게 슬쩍 무안해진다. 시인들의 수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모양이다. 나의 시 읽기가 게으르다는 증거를 만난 것 같아 내가 나에게 급히 사과를 한다. 사과를 해야 할 일이다.  


읽는 중에 특별하게 와 닿는 구절들에 밑줄을 긋고 이를 다시 타이핑을 하면서 내 방식대로 시를 읊는 순간이 좋다. 어쩌면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나대로 부러웠으리라. 작가가 시를 떠올리는 마음, 시로 옮기는  마음, 시를 떠나 보내는 마음까지. 나는 내게로 건너온 구절들을 맞아 함빡 젖어 본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 비해 2부와 3부가 섭섭했던 게 마음에 걸린다. 더 읽을 마음에.

12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14

추억은 그렇게

아주 다른 곳에서

아주 다른 형식으로 영혼이 되는 것

 

17

밤에 생긴 상처는 오래 사라지지 않는다.

 

22

마음의 짐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이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 놀라운 강의 밀도.

 

33

태생적인 방관자들이 부러웠고 느티나무의 실어증이 부러웠다

 

44

세상에 떠나보내도 괜찮은 건 없었다. 세월도 사랑도.

 

51

강물에게 기록 같은 건 없습니다

 

60

필름은

슬픔의 한 유형으로 부족함이 없다

 

98

부질없는 건 여행이다. 강을 보고도 여행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갈 곳을 미리 알고 싶은가. 그곳이 정말 궁금한가. 그곳이 내 것인가

 

123

저 많은 바람이 다 바다로 가면 바다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지.

 

125

나는 아직도 생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상처에 대해서 알 뿐

안부를 물어줄 그 무엇도 만들어놓지 못했다

 

대폭발이 있었다던 오래전 그날 이후

적의로 가득 찬 광장에서

생이여, 넌 어떻게 견뎌왔는지

기찻길에서 풀풀 날리던 사랑들은

얼마나 많이 환생하고 있는지

 

생각이 아프면 내가 아프다

생이여!

오십 미터

<괴산의 숲속 작은책방에서 구한 책이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3        
어떻게 놀 수 있나 싶어서 [취미-나의 휴가책] | 취미 2020-09-23 11:02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6726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나의 휴가책

에디터스 저
니들북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지금 내게 휴가가 필요한 건 아니고, 또 집 밖으로 어딘가 떠나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특히나 집에서 혼자 놀 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정녕 책 자체가 궁금해서 구했다. 어떻게 놀라고 하는지, 집에서 노는 방법을 어떤 형태로 책에 담아 놓았는지, 책 한 권이 휴가를 얼마만큼 대신해 줄 수 있는지, 정말 책이 궁금하여. 


책장을 넘기면서, 책에서 시키는 일을 그대로 따라 해 보면서, 나는 나처럼 이 책을 즐길 사람보다 만들었을 사람들을 더 많이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같은 대단한 감탄은 아니었고, 여러 이유로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할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달래 줄 수 있는, 그러면서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돈도 벌 수 있도록 편집 기획을 한 사람들. 내가 샀으니, 나도 샀으니, 지난 여름 이 출판사는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었을까? 그랬기를. 


책의 내용은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배경으로 삼고는 찾아가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로 나누어 놓았다. 미로 찾기, 사다리 타기, 스티커 붙이기, 숨은 그림 찾기, 색칠하기, 틀린 그림 찾기. 책을 받고 놀이를 시작하자마자 색칠하는 것 말고는 한번에 다 끝내 버렸다. 종류별로 몇 대목씩 남겨 두고 다음에 해야지 같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끝나서야 휴가를 대신할 수는 없겠는데, 아직 색칠을 하지 못했으니 두고두고 색칠놀이를 하면 어느 정도 구색을 맞추게 되려나, 이런 중얼거림이 남았을 뿐이다.  


아무튼, 어떤 방식으로든, 이제는 저마다의 시간적 여유를 누릴 방법을 이전과는 다르게 바꿔야만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지난 봄까지만 해도 여름이 되면 상황이 나아지겠지 막연한 기대를 했는데, 코로나 19로 인한 위험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타날 독감까지 함께 걱정해야 할 때가 되고 만 것이다. 우리들 각자에게 유목민의 본성이 얼마나 잠재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찾아내고 파악해서 어떤 식으로든 다스려야만 할 때이다. 


고양이를 이용하여 변형시킨 명화로 틀린그림찾기 놀이를 만들어 놓은 페이지가 제일 흥미로웠다고 적는다. 원 그림은 아니었어도 주의 깊게 그림들을 들여다 보게 해 주었으니까. 고양이에도 그림에도 내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그래도, 책값은, ...... 흠......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4        
거북이를 거꾸로 말하면 [외국어-Esio Trot] | 외국어 2020-09-22 17:14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6400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외서]Esio Trot


Puffin Books | 2009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영어로 된 책을 읽어 본다는 게 중요하니까. 동화책이라고 해도. 그런데 이 책이 동화책인 건 맞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졌다고 해서 어린이들이 받아들이기에 적절한가, 뭐 이런 생각을 좀 했다.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여자가 키우는 거북이를 이용한 거짓말을 한다는 남자, 그 거짓말을 이어 가기 위해 또 그 다음 수준의 일을 꾀하는 남자의 이야기. 어른인 입장에서 읽으면 오히려 코믹하고 유쾌해 보일 수도 있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흠, 어린이들이 읽으면 질문을 좀 하게 될 것 같다.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고, 그 거짓말이 어떻게 들키지 않는 것이냐고, 어떻게 그런 거짓말에 속을 수 있는 것이냐고. 


영어 동화책 한 권 읽는 데에 마음 준비하는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려서야 영어 소설책을 읽어 낼 수 있는 날이 올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끊어 버리는 지경은 아니니까 또 시도해 봐야지. 이제는 더 이상 외국의 어느 서점에서 책을 고를 수 있을 날이 와 줄 것 같지는 않지만.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3        
평범과 비범의 경계 [한국소설-시선으로부터,] | 한국소설 2020-09-20 14:51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5393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저
문학동네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작가가 가족의 비극 하나와 농담 하나를 이용해 만든 소설이라고 한다. 시작은 비극 하나, 농담 하나였겠지만 읽는 나는 작가가 확장시켜 놓은 세계에 반하고 말았다. 비극은 처절했어도 무섭지 않았고 농담은 경쾌했지만 진중했다. 내가 기대하고 응원하는 작가의 솜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여 퍽 흐뭇한 마음으로 읽었다.


우리 땅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 하와이에 사진 신부로 간 젊은 여성이 있다. 그녀가 도착하기도 전에 남편이 될 남자는 이미 죽어버렸고 고난의 생은 계속된다. 소설은 이 여성의 생을 간접적으로 띄엄띄엄 보여 준다. 소설 속 각 장의 첫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의 자신이 쓴 책이나 인터뷰로, 남은 자녀들의 대화로. 읽는 입장에서는 좀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넘기는 책장은 책장대로, 소설 속 시간은 또 시간대로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과정을 몇 차례 되풀이하고, 제시해 놓은 가계도가 외워질 때까지 부지런히 확인해야 했으니까. 물론 나는 번거로움보다 호감이 점점 더 커졌으므로 읽는 즐거움이 더욱 늘어나고 있었고.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이 아닌 직접적인 방식, 즉 주인공인 심시선의 생을 시간 순서로 펼쳐 보였더라면, 그래서 그녀가 겪은 무수한 고난의 삶을 충실하고 적나라하게 그려 놓았더라면, 그녀가 살았던 시대의 끔찍하고도 지긋지긋한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더라면, 아마도 나는 이 소설을 대충 읽고 말았을 것이다. 그때는 그러했으려니 하면서. 작가는 이 대목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는 구성 쪽을 택했다. 대놓고 말로 전하는 것도 중요하고 의미있겠지만 말 너머 또는 말 뒤에 있을 의도와 진실과 바람의 힘과 가치를 체험해 보라는 듯이. 그리하여 작가의 의도에 뜻을 맞춘 나는 충분히 넘치도록 체험하고 읽어낼 수 있었다. 고단했던 평생의 삶, 살아남기 위해 갖고 있어야 했던 치열한 의지와 어떤 사람도 함부로 다루지 못하도록 자유로운 영혼을 지키고자 한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 주인공 심시선의 삶을 끌어모아 읽는 동안 나는 세상의 어떤 개인도 역사와 사회와 정치와 국가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슴 아리는 체험이었다.     


소설은 심시선의 삶만 그리는 게 아니다. 심시선의 딸과 아들과 그들의 자손인 손자손녀까지 3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또 그들대로 자신만의 세상을 펼쳐 보인다. 이로움을 주는 면과 해를 끼치는 면까지, 저마다 처한 상황에서 맞는 세상의 정면과 뒷면과 때로는 납득할 수 없는 옆면과 숨겨져 있는 어둠의 저편까지. 나는 작가가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이어 놓은 세상의 여러 고리들에 감탄하며 읽었다. 이렇게 치밀하고도 밀도 높은 구성이라니. 우리 사회의 갖가지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들을 어떤 것은 돋보이도록 어떤 것은 슬쩍 지나가도록 또 어떤 것은 겹쳐 놓으면서 더욱 긴장하도록 각각의 인물들에게 배경으로 깔아 놓은 것이다. 어떤 사람도 소홀하게 읽지 말라며, 어떤 사람의 생도 그냥 넘기지 말라며. 우리는 누구나 이들 중의 한 사람으로 살고 있는 셈이라는 듯이. 나오는 인물들을 모조리 좋아하는 마음으로 읽기는 이 소설이 처음인 듯 싶다.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삶, 평범한 이야기가 얼마나 비범한 것인지 이제는 안다. 내 남은 생의 목표는 평범한 인생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심시선의 가족 중 누군가는 항상 내 옆에 있어 줄 것만은 믿을 수 있어 괜찮겠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3)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4        
[스크랩] 정세랑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 | 옮겨모음 2020-09-20 11:40
http://blog.yes24.com/document/1305330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http://ch.yes24.com/article/view/42486

사진_ 민영주

지금 대한민국 젊은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정세랑 작가와 신작 『시선으로부터,』를 두고 짧은 이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구상과 집필까지 5년이 걸린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는 올해 3월에 오픈한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서 연재 당시 가장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심시선’은 살아생전 대한민국을 대표한 미술가이자 작가. 심시선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가족들은 단 한번뿐인 심시선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마음이 사라지면 고생일 뿐”이라고 제사를 강경하게 반대했던 심시선의 제사를 왜 굳이 하와이에서? 가족들은 심시선을 어떻게 추억하려는 걸까? 『시선으로부터,』는 심시선의 가계도를 파악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두 번의 결혼으로 독특한 가계의 구성원을 만들어낸 심시선. 그가 남긴 많은 작품과 말, 그리고 흔적들을 통해 독자들은 대한민국의 여성사, 현대사의 비극, 따뜻한 개인주의를 발견한다. 

영화 <벌새>를 연출한 김보라 감독은 “이 책은 가부장제에 포섭되지 않은 여성이 가장이 될 때, 가족들이 어떠한 결을 갖고 살아갈지에 대한 기분 좋은 전망을 준다. 내게 위로와 계보를 선사한 이 근사한 작품이 페미니즘 영화의 고전 <안토니아스 라인>처럼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추천사를 썼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코로나19를 대하는 소설가의 요즘이 궁금합니다.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 라이브 행사를 해보았는데, 공간적 제약 없이 독자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앞으로도 온라인 위주로 하고 싶어졌어요. 코로나 사태가 확실하게 잡힐 때까지 오프라인 행사는 하지 않으려고요. 전염병에 관한 소설도 썼기에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시선으로부터,』를 퇴고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한동안 장편소설을 쓰지 못하다가 쓴 거라, 힘든 것보다 반가운 마음이 컸어요.  

소설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구상과 집필까지 5년이 걸렸다고요. 

엄마가 자주 하시는 농담에서 출발한 소설이라 오래전부터 계속 쓰고 싶어하다가 2016년에 조사를 위해 하와이에 갔었고, 그 이후로도 하와이에 대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실마리만 있는 상태에서 자료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씁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름을 한 글자 바꾼 것이 이 책의 주인공 ‘심시선’입니다. ‘시선’이라는 이름을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관용구를 살짝 비트는 것을 좋아해요. 자주, 여러 의미로 쓰이는 단어라서 제목을 떠올리고 나니 딱 들어맞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소설을 쓰면서, 막혔던 순간이 있었나요? 

화산 지형을 직접 못 가보고 써서, 조사는 열심히 했지만 힘들었습니다. 2018년에 화산 활동이 활발해졌는데 이후 가볼 기회가 없었어요. 

심시선의 인터뷰, 강연록 등을 쓸 때는 왠지 즐거우셨을 것 같아요. (웃음)

처음에는 20세기 말투를 흉내 내는 게 어색했는데 하다보니까 무척 즐거워졌습니다. 마음껏 능청스러울 수 있었어요. (심시선의 옛 자료를 소설에 넣은 건)  20세기와 21세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형식이었어요. 그리고 세상을 뜬 작가,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애정이기도 했고요. 

가계도가 나올 만큼, 다양한 인물이 나옵니다. 특별히 애정을 가진 인물이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화수, 지수, 우윤, 해림에게 가장 애정이 갑니다. 

125쪽의 문장이 잊히지 않습니다. “나는 단단히 마음 먹고선, 어찌 살아 남았나 싶을 정도로 공격성이 없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웠다.” 참 어려운 일인데, 현실에서 가능할까요?

해치는 사람들로부터 있는 힘껏 벗어나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가끔 세계 전체가 우리를 해치려 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서로의 지지대가 될 수 있으면 합니다.  

208쪽에 “무신경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문장이 나와요. 심시선은 무신경한듯 보이지만, 가족들을 각각의 고유한 인물로 사랑해줬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심시선의 가장 큰 장점, 그리고 약점은 무엇일까요?

원하고 욕망하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고, 살아남으려고 말을 많이 했다보니 모순을 끌어안게 되었다는 게 약점이지 않을까 해요.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야기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님께 ‘심시선’은 어떤 존재인가요? 

가지지 못한 과거, 가지고 말 미래였으면 합니다.  

191쪽에 “웬만한 헛디딤에는 눈 깜짝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세속적인 기준으로 딸들을 비난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라는 말이 나와요. 심시선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20세기 중반 사람들은 분단 이후에 태어난 이들보다 한결 더 코스모폴리탄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차를 타고 유럽에 가고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던 데에서 호방함이 비롯되지 않았을까 추측해요. 현대사의 참혹함을 정면으로 헤치고 나간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심시선이 중요하지 않은 것에 연연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책을 인쇄할 때 재생 용지를 사용해달라고 요청하셨다고요. 1쇄본은 양장본으로 제작되었는데, 양장본은 선호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계속 재생용지를 쓰고 싶은데, 사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콩기름 인쇄도 꿈꾸고 있습니다. 종이가 재생될 때 중금속이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독자 분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콩기름이 낫지 않나 하는데 제작비가 역시 많이 들겠죠? 양장본은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 책이 도서관에서 자주 읽힌다고 해서 기쁜데, 가끔 사진을 보면 너무 심하게 망가져 있더라고요. 격한 사랑을 받은 나머지 너덜너덜해진 모습이라, 양장본이라면 더 버텨주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소설 집필을 위해 참고로 읽은 책들이 많습니다. 가장 크게 도움을 받은 책은 무엇인가요? 

『하와이 원주민의 딸』입니다. 내용은 물론 시각에도 큰 영향을 받았어요.  

후속작의 힌트를 조금 주신다면요?

잡지 <미스테리아>에 발표했던 단편을 연작 장편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통일신라 시대의 탐정 이야기입니다. 

독자들이 어떤 시선으로 문학을 읽으면 좋을까요? 그리고 작가의 말에 “죽는 날까지 쓰겠다”는 심오한 글을 남긴 이유가 있나요?

열린 대화로 여겨 주시면 좋겠어요. 작가의 말에 “죽는 날까지 쓰겠다”고 말한 이유는요. 작가들이 활동을 멈추거나 사라지는 게 속상하더라고요. 사라지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그렇게 썼습니다. 




시선으로부터,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저
문학동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1        
신비한 사나이 [외국소설-신비의 사나이 할리퀸] | 외국소설 2020-09-18 07:29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4411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신비의 사나이 할리퀸

애거서 크리스티 저/나중길 역
황금가지 | 2013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새터스웨이트라는 노신사가 화자다. 외모 면에서 대단하게 그려져 있지 않은 이 노신사,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에 집중을 해야 하나 어쩌나 할 때 이 신사 앞에 신비한 사나이가 나타난다. 신출귀몰, 정말 어느 순간에 나타났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만다. 그러면서 새터스웨이트에게 자극을 준다. 당신은 이 일에 주목을 해야 할 것이라고, 그러면 당신이 뭔가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직접적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새터스웨이트는 할리퀸의 말만 듣고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상황을 마주한다. 영감을 얻고 추리도 하면서 누군가의 얽힌 고리를 풀어 주곤 한다. 때로는 살아 있는 사람의, 때로는 이미 죽은 사람이 억울하게 남겨 둔 수수께끼 같은 고리들을. 


이번 책은 급박한 사건이나 흥미진진한 사건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1920년대 영국 상류층에서 있었을 이런저런 사건사고들을 영국 너머 다른 지방까지 배경으로 삼고서 이야기로 펼쳐 내고 있다. 그때도 그런 일이, 그때는 그런 일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앞서 읽은 이 작가의 책에서 새터스웨이트라는 인물을 만난 기억이 없다. 푸아로 경감의 친구라고도 하는데, 봤던가? 돈 많은 채로 나이 들면, 그 돈을 달리 쓸 데가 없이 홀로 여유로우면, 새터스웨이트라는 이 사람처럼 다른 사람의 생을 구경하는 데에 자신의 시간을 쏟게 되는 걸까? 살짝 부러워지는 시절이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        
[스크랩] [서평단 모집]『페트로글리프 : 과학스토리텔러 1기 당선작』 | 서평응모 2020-09-17 10:41
http://blog.yes24.com/document/1303965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리뷰어클럽

페트로글리프

이시도 등저
동아엠앤비 | 2020년 07월

신청 기간 : 921일 까지

모집 인원 : 5

발표 : 922

신청 방법 :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 신청 전 도서를 받아 보실  기본주소를 꼭 확인해주세요.


장르와 영역을 넘나드는 SF작가,

과학스토리텔러의 문을 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2019년도 과학스토리텔러 1기 양성 과정’ 당선작 모음


과학스토리텔러 1기 당선작 모음집 『페트로글리프』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을 선도할 SF작가 지망생 교육프로그램인 ‘과학스토리텔러 양성과정’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진정한 과학 이야기꾼의 탄생을 고대하며 2019년 처음 실시된 과학스토리텔러 양성과정은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 만화, 웹소설, 게임 등을 포함한 작가 교육과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육생은 작법 교육부터 등단까지 종합적으로 지원받는다. 과학스토리텔러 1기 당선작 『페트로글리프』는 SF작가들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시스템과, 깊이 있는 아이디어와 창작력을 겸비한 작가들이 이루어낸 미래 지향적인 결과물이다.


과학스토리텔러 1기 당선작 『페트로글리프』는 이 과정에 참여했던 수강생 가운데 8인의 우수작 「노인과 지맥」(전윤호), 「확산하는 꿈」(김성진), 「라움의 꽃다발」(우정하), 「손맛」(정윤선), 「로봇과 개」(구본진), 「내안에 물고기」(반야), 「무아가 내리는 밤」(황인선), 「페트로글리프」(이시도)를 모은 작품집이다. 우리 일상과 보다 가까워진, 인간의 얼굴을 지닌 SF 세계를 각인하는 동시에, 여전히 깊은 철학적 질문과 미지의 세계인 미래에 대한 성찰을 충실히 반영한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 서평단 여러분께

* 리뷰를 쓰신 뒤 함께 쓰는 블로그 ‘리뷰 썼어요!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세요.  

* 리뷰에 아래 문구를 꼭 넣어주세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2        
[스크랩] [서평단 모집]★완결 기념★『지리쌤과 함께하는 우리나라 도시 여행』 | 서평응모 2020-09-17 10:40
http://blog.yes24.com/document/1303964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리뷰어클럽


지리쌤과 함께하는 우리나라 도시 여행 3

전국지리교사모임 저
폭스코너 | 2020년 09월


신청 기간 : 922일 까지

모집 인원 : 5

발표 : 923

신청 방법 :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 신청 전 도서를 받아 보실  기본주소를 꼭 확인해주세요.



 

* 서평단 여러분께

* 리뷰를 쓰신 뒤 함께 쓰는 블로그 ‘리뷰 썼어요!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세요.  

* 리뷰에 아래 문구를 꼭 넣어주세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2        
무엇을 할 수 있을까(28쪽에서) [산문-이 세상에 나온 것들의 고향을 생각했다] | 산문 2020-09-15 19:44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3012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이 세상에 나온 것들의 고향을 생각했다

고명철 등저
소명출판 | 202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내가 아는 신동엽은 곧 '금강'이다. 오래 전(1990년 즈음이었을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금강' 시가 좋아서 전체를 옮겨 써 본 적이 있다. 그때의 뭉클했던 감동은 지금도 살아서 그 시집의 무게만큼이나 나를 기분좋게 울려 준다. 이 책을 보면서 갖고 있는 금강(창작과비평사, 1989)의 시집도 다시 살펴보았다. 책장들이 많이 바래서 애틋하기도 하고 그 덕에 판화 그림은 더욱 생생하게 돋보이는 듯도 했다.


몰랐거나 그때는 알았어도 이후 잊었을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길지 않은 생애를. 나 혼자 착각하고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이 책으로 깔끔하게 시인에 대한 정보를 바꿔 놓았다. 앞으로 기억이 안 나거나 헷갈릴 때면 이 책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는 믿음도 얻었다. 시인의 가족들이 시인과 관련된 자료를 잘 보존하고 있었다는 게 독자로서는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또한 그 모든 자료를 찾아다니고 다시 모아서 새로운 자료집으로 만들어 내기까지 한 분들의 노고가 짐작되어 흐뭇한 마음이 절로 일었다. 


예술가의 생애를 따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예술가와 어떤 운명으로 이어져 있는 것일까. 얼마나 사모하고 존경하면 그 일로 자신의 삶을 짓게 되기도 하는 걸까. 그가 태어났던 집, 그가 다녔던 학교와 거리들, 그가 몰두했던 공부와 일들, 그의 성장과 연애와 결혼과 직장과 마침내 운명을 다하는 날까지의 궤적, 그리고도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추모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낱낱의 작품과 생을 이어 가며 글을 쓰는 일. 때로 고단했을지라도 그보다 더 많은 날들이 벅차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행복한 기분을 평온한 상태에서의 독서로 나누어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이 다음 말을 적어야 한다는 게 나로서는 많이 조심스럽고 또 부담스러웠다. 서평단으로 신청해서 받은 책이라 고민이 된 탓이다.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책의 모든 게 기대만큼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신동엽의 시와 자취를 따르면서 그의 생애를 취재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료를 수집하여 글로 모은 모음집이다. 모두 11분의 작가. 다들 신동엽 전문가쯤 될 것이다. 신동엽의 시, 산문, 평론 등 그의 글이라면 읽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정통했을 분들. 그래서 나는 더욱 아쉬웠다. 이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글을 쓰게 해 놓고, 담아 놓은 책의 편집 형태가 이럴 수밖에 없었나 싶어서. 시인의 작품과 시인에 얽힌 일화들이 작가에 따라 겹치기도 하고 섞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저마다 따로 울리는 듯한 조화롭지 못한 느낌마저 받으면서 신동엽 시인을 그리는 행복한 기분을 못내 덜어낼 수밖에 없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6        
1 2 3 4 5 6 7 8 9 10
진행중인 이벤트
최근 댓글
작가의 다른 책을 읽.. 
이 작가의 '모리스'를.. 
책읽는베토벤님~ 좋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 
어머어머~~ 저도 가져.. 
오늘 155 | 전체 2638740
2003-12-02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