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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츠가 부산에서 한 잔 [만화-술 한잔 인생 한입 18] | 만화 2022-12-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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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술 한잔 인생 한입 18

라즈웰 호소키 글,그림/박춘상 역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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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작가가 부산에 와서 술을 맛있게 마셨다는 내용이다. 특히 온갖 안주를 쌈으로 싸서 먹었다는 것. 회도 고기도 내장도 족발도. 요즘에야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음식을 먹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자주 봐서 우리로서도 그들이 우리의 음식 문화를 신기하게 여기는 모습을 도로 신기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 만화가 나온 시절 정도라면 달리 보이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작가가 취재한 부산의 자갈치 시장과 주변의 맛있는 음식점들. 외국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라도 가서 먹고 싶어 하는 장소일 테다. 활어를 바로 잡아서 회로 먹고 매운탕으로도 먹고 죽으로도 먹고. 술은 아니지만 입맛은 살짝 돈다. 활기찬 시장 분위기도 그윽하게 떠오르는 게 내가 지금 배가 고픈 상태인가? 살짝 확인을 해 본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나 보다. 안주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너무 좋아하는 것도 문제, 세상의 맛있는 것들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도 문제. 건강을 지키면서 맛있는 음식을 적절히 챙겨 먹을 줄 아는 경계란 어디란 말인지. 이 답만큼 사람마다 다를 분야가 없을 테니 살아 있는 내내 찾아야 하는 각자의 몫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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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의 정치는 가능한가 [인문-공정하다는 착각] | 인문 2022-12-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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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저/함규진 역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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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없다. 책을 읽고 나니 더더욱. 과연 작가가 제시하는 해결책에 우리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그러려는 사람이 있을까? 다들 나는 빼 달라고 말하지 않을까? 나는 빼고 너희들끼리 좀 해 보라고, 나는 눈 앞의 내 이익을 조금만 챙길 테니 너희들이 공동선에 따라는 공동체를 구성해 보라고. 나 한 사람 정도는 빠져도 괜찮지 않겠느냐며. 

 

이래서야 시작부터 공정해질 수가 없다.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공정하도록 해 보려는 의도가 중요할 뿐. 누구도 자신이 마땅히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심지어 남들이 보기에 지독히 우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조차도 스스로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와 종교와 인간의 본능까지 어울려 몹시도 답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다. 

 

책은 남의 나라 미국의 사례로 서술되어 있는데 어떻게 우리네 현실과 이토록 닮아 있다는 말인지. 사회의 부정을 저지르는 모습은 국가나 민족과는 관계없이 다들 비슷한 모양인가? 더 가지려고 더 누리려고 더 보호 받으려고 공정과 능력의 개념조차 비틀어 사용하고 있는 기득권자들, 나는 어느 위치에 얼마만큼 발을 들여 놓고 있는 것일까. 내가 갖고 있는 공정 의식도 편협하기 그지 없는데. 

 

내내 답답한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리라 짐작한 만큼 답답하고 서글펐다. 작가의 위대한 통찰력이 글의 흐름에 따라 빛이 날수록 우리네 보잘것없는 의식 수준이 민망해졌다. 작가의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을까? 잠깐 흔들렸다가 곧 제자리로 돌아가고 말지는 않았을까? 자신은 공정한 편이라는 착각만을 여전히 품고서.     

 

이제 적어도 개인의 행과 불행이 개인만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말은 당당히 할 수 있겠다. 그래 봤자 더 나은 실천력은 아직 갖추지도 못한 형편이지만. 

 

 

52-53

‘공정한 능력주의 제도를 마련하자’, ‘사회적 위치가 재능과 노력을 반영하게 하자’며 되풀이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성공(또는 패배)을 해석하는 방식에 잘못된 영향을 준다. 재능과 노력을 보상하는 체제라고 생각하는 건, 승자들이 승리를 오직 자기 노력의 결과라고, 다 내가 잘나서 성공한 것이라고 여기게끔 한다. 그리고 그보다 운이 나빴던 사람들을 깔보도록 한다.

 

능력주의적 오만은 승자들이 자기 성공을 지나치게 뻐기는 한편 그 버팀목이 된 우연과 타고난 행운은 잊어버리는 경향을 반영한다. 정상에 오른 사람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자격이 있는 것이고, 바닥에 있는 사람 역시 그 운명을 겪을 만하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기술관료적 정치의 도덕적 자세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몫이 운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보다 겸손해지게 된다. “신의 은총 또는 행운 덕분에 나는 성공할 수 있었어.” 그러나 완벽한 능력주의는 그런 감사의 마음을 제거한다. 또한 우리를 공동 운명체로 받아들이는 능력도 경감시킨다. 우리의 재능과 행운이 우연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할 때 생기는 연대감을 약화시킨다. 그리하여 능력은 일종의 폭정 혹은 부정의한 통치를 조장하게 된다. 

 

76

프로테스탄트의 직업윤리는 자본주의 정신을 생겨나게 할 뿐만이 아니다. 자기 구제와 자기 운명에 대한 책임의 윤리, 즉 능력주의적 사고방식에 적합한 윤리를 장려한다. 이런 윤리의식은 큰 부를 축적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책임과 함께, 자수성가의 어두운 면이라 볼 수 있는 ‘불안하면서도 치열한 경쟁’을 초래한다. 은총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이 주었던 겸손함. 그것은 이제 자기 자신의 능력을 믿는 데서 나오는 오만으로 대체된다. 

 

128

만약 가장 잘나가는 사회구성원이 자기 이외의 요인, 가령 행운이나 신의 은총이나 공동체의 지원 덕분에 그 자리에 섰다면 그런 사람이 다른 이들의 운명에 힘을 보태줘야 한다는 도덕적 주장은 힘을 얻는다. 우리 모두가 공동 운명체라는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151

학력주의 편견은 능력주의적 오만의 한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능력주의에 더욱 물들게 되면서, 엘리트들은 출세하지 못한 사람들을 깔보는 버릇마저 들었다. 대학에 가서 자신의 조건을 향상시키라고 노동자들에게 골백번 되풀이하는 말은 아무리 의도가 좋을지라도 결국 학력주의를 조장하고 학력 떨어지는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과 명망을 훼손한다.

 

161

연구자들은  능력주의적 사회에서 대학 진학이 계속 강조됨으로써 비대졸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화된다고 본다. “교육이야말로 사회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이라는 식의 권고는,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지위의 집단이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되면서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강화될 위험성을 키운다.” 이는 사람들이 불평등을 더 선뜻 받아들이게 하며, 성공은 능력 나름이라고 믿기 쉽도록 한다. “교육을 개인 책임이라 여기게 되면 교육 격차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 줄어들 것이다. 교육 성과는 대체로 개인 하기 나름이라 여겨지게 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 성공 및 실패 또한 그렇게 된다.” 

 

172-173

민주사회를 통치하려면 반대 의견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반대에 직면하며 통치하면 어떻게 그런 반대가 나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고, 그것을 극복하려면 어떤 공적 목표를 달성해야 할지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179

정치 이전에 ‘우리 모두는 어떤 기본 사실에 전원 동의해야 하며, 그 이후에 우리 각자의 의견과 신념을 가지고 토론하면 된다’는 생각은 기술관료적 기만이다. 정치 토론은 종종 의제와 연관된 사실을 어떻게 잡아내고 정의할지에 대해 벌어진다. 어느 쪽이든 사실을 프레임화하는 데 일단 성공하면, 그는 장기적으로 그 논쟁에서 이긴 셈이다. 모이니한의 말과는 정반대로 우리의 의견은 우리의 인식을 사로잡는다. 의견이란 것은 사실이 명확히 규명되고 정립된 뒤에 비로소 생겨나는 게 아니다. 

 

300

능력주의는 지성과 교육을 고등교육의 상아탑에 온통 몰아넣어 두고서, 누구에게나 그 상아탑에 들어올 공평한 경쟁이 보장되리라고만 약속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접근권 배분은 노동의 존엄을 떨어뜨리며 공동선을 오염시킨다. 시민교육은 담쟁이가 넝쿨진 캠퍼스 못지않게 지역사회 대학, 직업훈련소, 노조에서 잘될 수 있다. 향상심 있는 간호사와 배관공들이 야심적인 경영 컨설턴트보다 민주적 논쟁에서 뒤떨어질 까닭은 없다. 

 

352-353

공동선이 오직 우리 동료 시민들이 우리 정치공동체에는 어떤 목적과 수단이 필요한지 숙려하는 데서 비롯된다면, 민주주의는 공동의 삶의 성격에 무관심해질 수 없다. 그것은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 다른 삶의 영역에서 온 시민들이 서로 공동의 공간과 공공장소에서 만날 것을 요구한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다른 의견에 관해 타협하며 우리의 다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공동선을 기르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시장이  각자의 재능에 따라 뭐든 주는 대로 받을 자격이 있다’는 능력주의적 신념은, 연대를 거의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든다. 대체 왜 성공한 사람들이 보다 덜 성공한 사회구성원들에게 뭔가를 해 줘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설령 죽도록 노력한다고 해도 우리는 결코 자수성가적 존재나 자기충족적 존재가 아님을 깨닫느냐에 달려 있다. 사회 속의 우리 자신을, 그리고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운명의 우연성을 제대로 인지하면 일정한 겸손이 비롯된다. “신의 은총인지, 어쩌다 이렇게 태어난 때문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몰라도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 서 있다.” 그런 겸손함은 우리를 갈라 놓고 있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돌아설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능력주의의 폭정을 넘어, 보다 덜 악의적이고 보다 더 관대한 공적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공정하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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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가르치는 길 [동화-겨울 봄 여름 가을, 생명] | 동화(그림책) 2022-12-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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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겨울 봄 여름 가을, 생명

마시 콜린 글/에런 베커 그림/정회성 역
웅진주니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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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또는 후손에게 삶을 제대로 가르치는 길은 현재 사는 사람들이 제대로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만큼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못하면서, 할 줄 모르거나 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후손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이기적인 태도도 없을 것만 같은데. 이 그림책을 보고 있으니 이런 서글픈 반성이 많이 된다. 우리가 과연 말할 자격은 있나 싶고.

 

2001년 10월, 911 테러 때 세계 무역 센터의 근방에서 다친 채 발견된 나무를 구해서 끝내 살려냈나 보다. 이 그림책은 이 사건을 소재로 삼는다. 주제는 당연히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일 테고. 그저 무심하게 생명만 지키고 선 나무에게 이런 슬픔이 닥치다니, 인간들의 그릇된 행동 때문에 생기는 안타까운 일이 비단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 사는 곳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 사고 치는 사람 따로 있고 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고. 교육을 하거나 계몽을 하거나 이와 관계되는 모든 일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한 것일 텐데, 이 동화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도 같은 바람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더 이상 테러나 파괴나 전쟁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동화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제 욕심을 다스릴 줄 아는 어른이 되기를. 아이와 같이 읽으면서 마음이 따끔따끔해지는 어른들이 조금 더 많아지기를. 그래 봤자 얼마나 싶겠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하는 간절함이 살아 남는 세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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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생각해 보게 하는 [외국소설-발코니에 선 남자] | 외국소설 2022-11-3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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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발코니에 선 남자

마이 셰발,페르 발뢰 공저/김명남 역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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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쉽게 감탄하고 의심하게 되는 것이 수사관의 능력이다. 감각도 신체도, 관찰력이나 판단력까지 한 사람의 능력으로 이들을 모두 갖춘다는 게 이치에 맞나 싶을 정도라서. 소설이니까(때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다 받아주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또 범인을 잡고 마는 데에서 독자로서의 희열을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수사관이나 탐정이 있을 수 있을까 절망도 하면서. 

 

그런데 이 작가들이 그리는 경찰들은 전지전능하기만 한 경찰과 조금 다르다. 물론 수사 능력은 뛰어난 사람들이다. 범인도 끝내 잡는다. 하지만 읽는 마음을 통쾌한 쪽으로 이끌어 가지는 않는다. 아마도 의도한 것일 테지. 경찰이라고 해서, 소설이라고 해서, 늘 신나고 화끈하게 범인을 잡는 내용만 보여 주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이 소설 속의 경찰들, 참 고단하게 일하고 힘겹게 살고 있다 싶었으니 작가의 의도 하나쯤을 나는 바로 받아들인 셈일까? 

 

1960년대의 스웨덴. 나쁜 쪽으로 신기하게도 지금 우리네 현실 사정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범죄 형태나 범인의 유형이나 수사하는 경찰들의 고단함이나 일선에 있는 경찰 윗선에 있다는 이들이 보여 주는 불쾌한 모습이나. 어쩌면 이런 모든 것들은 세상이 아무리 넓어지고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본질인 것일까. 낯설다는 느낌 하나도 없이 읽게 된다.       

 

주인공 형사인 마르틴 베크. 이 소설에서도 감각적 능력을 발휘한다. 수사관이라면 갖고 있어야 할 능력. 지나가는 말 한 마디, 종이 한 장 허투루 넘기지 않는 예민한 감각 따위들. 서술된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진다. 이런 사람 앞에서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겠구나. 범죄 내용이 꽤나 지저분해서 이 시리즈를 더 봐야 하나 어쩌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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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정도 되려면 [크레이지 가드너 2] | 만화 2022-11-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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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크레이지 가드너 2

마일로 글그림
북폴리오 | 202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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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원예를 소재로 그린 만화 두 번째 책. 나는 세 번째로 읽었다.(이제 한 권 남아 있는데 벌써 아쉬운 느낌) 

 

책 제목에 있는 '크레이지'라는 말의 뜻에 대해 생각해 본다. 보통은 이 말이 부정적으로 쓰일 텐데 가끔 좋은 쪽으로 쓰이기도 한다는 게 말의 신비함이 아닐까. 정반대의 두 가지 의미를 품고 있는 말들. 나도 어느 한편으로 미치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어떤 대상을 향해 미친다는 것, 그것도 나쁜 쪽 말고 좋은 쪽으로. (깊이 따져 보면 아주 좋은 것만 생기는 것은 또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돈이 좀 많이 들 수 있으니까.) 덕질이라는 게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이렷다. 나도 덕질 비슷한 걸 이것저것 하고는 있는데, 아무리 더듬어 봐도 내가 미칠 정도로 나아가지는 않는다는 거다. 절제할 줄 안다? 글쎄, 이 말보다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한다는 정도로? 2권에 나오는 에피소드 20. 식물 쇼핑과 비교해 보면 금방 확인이 된다. 갖고 싶어도 사고 싶어도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내 성격과 태도.

 

한편 일단 식물이 시들어가는 걸 보고, 죽은 식물을 치우는 일이 너무너무 싫고 힘들다. 이래서야 계속 키울 수 있겠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불편하다. 그럼 그렇게 안 되도록 관리를 잘 하면 될 텐데, 그건 또 잘 못한다. 게으르기도 하고 부주의하기도 하고 섬세하지 못하기도 하고. 한마디로 게으르고 이기적인 식물 집사인 셈으로 예쁜 꽃과 잎을 보는 것만 좋아라 하는 거다. 식물을 들이는 일도 아주아주 깊이 있게 고려하고, 마침내 들이고 나서는 할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이려고 하고는 있는데, 이게 마음과 실제 상황은 아주 다르더란 말이지. 만화를 보는 내내 내가 하고 있는 처사를 돌이켜 보면서 작가의 상황과 비료를 해 보니 '크레이지'까지는 도무지 안 될 것 같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더라도.          

 

작가가 좋아하는 식물들과 내가 좋아해서 키우는 것들과는 거리가 좀 있다. 그래도 비료나 분갈이나 흙과 관련되는 정보들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얻는다. 알고 있던 것들도 있고 새로 알게 된 바도 있고. 

 

식물을 구입한 지 꽤나 된 것 같은데 오늘은 베고니아 화분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 계절에 구해서 겨울을 어떻게 넘기겠다는 건지 모르겠으나. 아주 조금만 '크레이지' 해 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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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외국소설-미국 총 미스트리] | 외국소설 2022-11-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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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국 총 미스터리

엘러리 퀸 저/김예진 역
검은숲 | 201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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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추리소설에 담아 놓은 여러 가지 흥미 요소는 독자별 취향에 따라 다르게 와 닿을 것이다. 나는 인물들의 심리나 행동의 내적 동기에 유독 관심을 둔다. 그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읽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인물은, 탐정이든 경찰이든 희생자든 범인이든 관계없다. 모두 다에게 해당되니까. 그(그녀)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하는 점. 

 

2만 명이 들어찬 로데오 경기장에서 한 사람이 총을 맞고 살해된다. 누가 죽였는지, 범죄에 사용된 총은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내용이 글의 대부분이다. 신기하게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다 읽고 나면 지루할 만한 묘사였다 싶은데 읽는 동안에는 무비 카메라를 움직이는 사람이라도 된 마냥 긴장감이 든다. 어느 한 줄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혹 이것을 놓치기라도 하면 사건 해결에 필요한 중요 단서를 놓치고 말 것만 같기도 하고. 그랬음에도 결국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말았지만. 

 

죽는다는 것, 어떻게 죽는가 하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과 같은 답을 요구하는 표현이라는 바를 모르지 않지만 이 소설에서 또 확인한다. 이렇게 살고 이렇게 죽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단 말인가. 이건 합당한가. 이래도 되는 건가. 내가 된다고 혹은 안 된다고 해서 세상 이치가 내 방식대로 돌아갈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삶의 기준을 위해서는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기는 한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건이었다. 

 

소설 제목이 미국 총이다. 총을 찾는 이야기. 우리로서는 아주 낯선 소재. 로데오 경기장도 내가 머릿속그림으로 그려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엘러리의 활약은 흥미로웠다. 범인을 내 손으로 잡아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읽었으므로 궁리 자체를 하지 않았기도 하고 알려 준 바를 바탕으로 추리할 능력이 없기도 하니. 그런가 보다 하면서 읽고 있어도 이것대로 또 재미있었으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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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푸드 사피엔스』 | 서평응모 2022-11-2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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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사피엔스

가이 크로스비 저/오윤성 역
북트리거 | 2022년 11월

 

모집인원 : 10명
신청기간 : 11월 25일 까지
발표일자 :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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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 좋은 것임을 모르지 않으면서 [과학-자연은 협력한다] | 과학 2022-11-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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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저/강민경 역
알레 | 2022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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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막연히 예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복잡계 과학이라는 개념. 용어도 모르고 정확한 의미도 설명할 수 없었지만 세상만사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그런데도 또 한편으로는 단순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는, ‘그런그런’ 게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내가 ‘그런그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원리와 현상을 다루고 있다. 그런 것 같다.

 

몰랐던 게 아니지 않나. 막연하기는 하지만 협력한다는 것, 협력의 중요성과 협력의 가치와 협력의 필수 등등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듯. 자연의 무수한 생명체들이, 아니 비생명체 요소들까지도 협력이라는 원리에 따라 살아가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혼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정성들여 읽으려고 했으나 기울이는 정성의 정도와 따로 굳이 이해하고 싶지 않은 대목은 설렁설렁 넘겼다. 작가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내놓은 각종 과학적 수학적 사례들-공식과 계산법을 설명한 내용-은 대충 넘기고 결론 부분에 집중했다. 내가 다른 누구에게 과학적 근거를 설명할 것도 아니고 그럴 처지도 아니니 이렇게 넘겨도 괜찮지 않겠는가 스스로를 변명하면서. 내 수준에서는 이것만 해도 충분했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시한 삽화들이 좋았다. 그 중에 프롤로그에 나와 있는 마인드맵이 퍽 인상적이었다. 이런 그림은 읽는 이가 읽어가면서 혹은 다 읽고 자신이 읽은 바를 정리할 때 그려 보면 아주 효과적인 작업인데 작가가 미리 제시해 놓았다. 다 읽고 내 기억 상태와 비교하며 돌아보니 이것대로 또 고마웠다. 


  

세상만사가 다 연결되어 있고, 이들의 연결을 협력의 개념으로 이해할 줄 알며, 우리 인간들이 겪는 온갖 갈등 요소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자연의 협력 시스템에서 찾아낼 수 있다면.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쓴 글이라는 것을 알겠다. 이 당부를 위해 작가는 또 얼마나 많은 이력을 쌓아 왔던 것인지. 이 작가처럼 복잡계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고 있는 것인지. 세상의 누군가는 이렇게 앞서 지구와 우주와 생명체를 염려하고 구원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데 세상의 어떤 이는 온통 멸망으로 향하고만 있는 것도 같으니.  

 

내가 살고 있는 2차원의 단순한 삶에서 일어나 3차원 공간에 의식적으로 서 본다. 넓게넓게 퍼지는 세상, 그 속에 깃들어 함께 살고 있는 무수한 생물들과 미생물들, 이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각각의 영향들. 어떤 것은 한 종의 죽음으로 어떤 것은 또 다른 종의 삶으로 이어지며 시간과 공간을 엮는다. 영원할 수도 영원하지 못할 수도, 아무도 모를 일. 우리는 그저 우리 각자 몫의 삶만큼만 살다가 사라지는 것일 테니. 

 

조금 더 괜찮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점차 강해진 바람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33

결정론적 혼돈Deterministic chaos

 

35

자연 상태에서 결정론적 혼돈은 법칙이지 예외가 아니다.  

 

36

자연에는 우리가 움직임의 법칙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시스템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 실망스럽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일이다. 

 

41

복잡한 현상이 어떻게 성립하고 그것이 어떤 숨겨진 법칙을 따르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과학의 숙명이다. 생물학이든 물리학이든 공동체든 정치든 생태학이든 경제학이든, 분야를 막론하고 그 안의 복잡한 시스템 사이에서는 연관성이 관찰되며 그것이 대부분 비슷한 근본 원칙에 따라 발생했다는 사실이 특히 놀랍다. 이런 ‘수평적’ 연결을 깨닫고 그로부터 새로운 견해와 지식을 도출하는 것이 복잡계 과학이라는 존재의 핵심이다. 



 

53

만유인력의 법칙의 가치는 떨어지는 물체나 행성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 두 가지 현상 사이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다리를 놓았다는 데 있다. 

 

56

물리학 이론은 무엇보다도 변화, 동력,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을 포괄한다. 움직임이란 아주 난해한 것이다. 어쩔 때는 ‘이런’ 움직임이 발생하고 어쩔 때는 ‘저런’ 움직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58

수학을 사용할 때의 근본적인 의의는 생각을 정리하고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간략화하고 불필요한 것과 추상적인 것을 처리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만드는 데 있다. 

 

61

사람은 배우기보다 가르치는 걸 더 좋아한다. 한편으로는 지식만이 아니라 관점과 사고방식을 나누기 위해 의사소통을 한다. 

 

62

우리는 저마다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상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이런 왜곡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른 분야에서도 연구를 해보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93

동기화란 혼란스럽고 복잡한 것에서부터 총체적이고 격동적인 질서가 저절로 발생하는 근본적인 자연현상이라는 점이다. 동기화는 그것을 조절하려고 개입하는 존재 없이 저절로 발생한다. 

 

167-169

산불이나 팬데믹, 테러, 지진 등 대규모 재난에서 멱법칙이 발견된다는 것은 우리가 여태까지 겪었던 사건보다 훨씬 규모가 큰 대재앙이 언젠가 일어날 테니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방어 대책을 세울지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우리 사회의 구조 때문에 자기조직화 임계성을 보이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올바른 조치를 취하고 미리 계획한 대로 행동에 나서 해당 현상이 임계점에서 멀어지도록 만들어 임계성을 해소해야 한다. 이것은 팬데믹이나 테러, 혹은 통제되지 않은 금융시장처럼 단독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우리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모든 시스템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많은 자연현상에서 자기조직화 임계성이 나타나는 걸까? 이런 특성이 있으면 자연에 어떤 장점이 있는 걸까? 자연계의 변화가 멱법칙을 따른다는 건 자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변화가 작은 변화이며, 복잡하게 연결된 생태계가 작은 변화를 통해 늘 견고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 아주 드물지만 강력한 혼란이 발생하면 당황한 시스템은 작은 변화를 통해서는 절대 도달하지 못했을, 새롭고 잠재적으로는 견고한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 자기조직화 임계성이란 단순히 견고함만이 아니라 극단적인 변화를 거쳐 새로운 발전 상태로 나아갈 가능성을 뜻한다. 

 

183

복잡성의 비밀과 유기체의 다양성은 결국 유전자가 아니라 그 안에 속한 것들에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189

생태학적 연결망은 전체 시스템으로서 동적 균형을 이루는데, 이것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움직이면서도 균형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206

생태학적 연결망은 오로지 성장만을 지향하지 않고 계속해서 균형을 추구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을 영속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수억 년 동안 성공적으로 구조를 유지해 온 생태계를 모방해야 한다. 그러면 심각한 위기를 막고 막대한 비용을 아끼고 경제적 그리고 개인적인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213

무리를 이룬다는 것은 곧 안전하다는 뜻이다.

 

223

집단은 전체로서 외부의 영향에 빠르고 올바르게 대처한다. 이때 반응을 지휘하거나 다른 개체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전보 알고 있는 우두머리는 없다. 

 

254

우리는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256

우리에게 사회적 동질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 즉 같은 의견을 선호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인간에게는 조화를 원하는 깊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기를 바라며 항상 확인받고 싶어 한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사회적 연결이 유연해야 시스템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257

어쩌면 우리는 다른 의견에 노출될 때 그것이 극단적이기보다는 온건해야만 내 의견을 바꿀 의지가 생기는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의견이 극단적이면 나 또한 극단적으로 대응하고 만다. 

 

268

‘적자’, 즉 적응한 자라는 표현은 진화론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이것은 강하고 빠르고 튼튼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말이 아니라 외부의 조건에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308

가망 없는 인류, 턱 끝까지 닥친 여러 위협 요소, 정치적 무관심, 점점 기괴하게 일그러져 가는 인간관계, 대규모 정신 이상, 독재자, 그리고 이런 위기에서 우리가 천만다행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주 작은 희망을 품고 있다.

 

309

머릿속에서 어떤 사건을 이리저리 굴리며 측면도 봤다가 거꾸로도 봐야 한다.

자연은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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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을 읽다 [시집-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 시집 2022-11-2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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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정현종 저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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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시인의 시는 담백하면서도 깊고 무겁다. 살짝만 보아도 마음 끝이 떨린다. 나는 시를 통해 이런 마음을 얻어서 오래오래 지니고 사는 독자가 되고 싶다. 나의 남은 날들을 위해 내가 바라는 거의 전부다.  

 

며칠 동안 붙잡고 지냈다. 시집을 보내 주신 이웃님의 정성도 고마웠고, 보내주고 싶은 의욕을 갖도록 시집을 펴 내 주신 작가님께도 고마움을 느꼈다. 나이 드신 어른의 글, 어른의 말씀이라고 해서 늘 얻고 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게 되면 더 극진해진다. 잘 보았고 잘 궁리하고 있다. 시의 구절들이 계속 내 머리 안에서 구르고 있다. 동글동글해지면서 나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리라. 

 

시는 우리 삶에 어떤 쓸모가 있을까. 시집 뒤쪽에 실려 있는 작가의 산문 '시를 찾아서'를 읽는다. 아예 몰랐던 바는 아니었고 정확히 표현을 못하겠다 싶었어도 막연하게 시의 쓸모를 느끼고 있었던 덕분인지 끄덕이고 끄덕였다. 아무렴, 시를 쓰면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읽는 마음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삶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일 테니. 예술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니었던가. 누리지 못해도 살 수는 있겠으나 누리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은 같은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노골적이 아닌데도, 아주 은근하게 전하는데도 충분히 알아듣게 말씀하시는 표현들에 감탄했다. '매일같이 보고 듣는(54쪽)' 온갖 비참과 불행에 한탄하시고, '혼미한 나라(45쪽)'를 걱정하시는 모습이 고스란히 읽힌다. 이런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들어야 할 텐데. 그래야 애쓰며 살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한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할 텐데. 잘못한 게 참 많은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라...   

 

11 

시간은 가는 것이기도 하고

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니……

 

14

세상의 모든 구석은 

아름다워야

 

17

개인의 무게를 잘 알면서

또한 더 큰 테두리를 생각하느니.

 

25

비에 젖고, 눈 덮이고

바람 부는 흔적들……

 

27

나를 찾는 길은

남을 녹여내는 일

 

37

글쓰기가 적어도

제 한 몸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제일 높은 척도

 

43

목 메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46

샘과 꽃과 하늘에 기대어

노래하는 수밖에는

 

48

아무것도 없는 고요로 붐비는 회복,

고요로 광활하여 회복되는 마음……

 

55

우리는 실은

스스로에 대해서 다소간 광신도이기 쉽다

 

99

정신적 삶은 커지려고 하고 위로 오르고 싶어 한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높은 곳을 추구한다. 다시 말해서 시적 이미지들이란 우리를 가볍게 하고 우리를 들어 올리고 우리를 상승시킨다는 점에 있어서 인간 정신의 활동이다. 그 시적 이미지들은 수직적 축이라는 오직 하나의 참조 축만을 가진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공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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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200자 영화 2022-11-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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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죽음이 있다. 세상에 어떤 생명도 귀하지 않은 게 없고 죽음도 태어남과 같아서 본인의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라 더 안타깝고. 블랙 팬서라는 작품보다 연기자 채드윅 보스만의 흔적이 더 크게 자리한 영화였다. 내겐 이게 또 충분히 좋았고.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을 위한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 그렇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영화를 본 마음이 더 섭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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