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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 문학 2023-01-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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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깊은 강

엔도 슈사쿠 저/유숙자 역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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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도 슈사쿠는 아들이 좋아하는 작가다. <깊은 강>을 비롯해 몇 권의 책을 읽고는 나에게 항상 감상평을 이야기해줬다. 가독성은 좋은듯한데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인상을 받아서 선뜻 읽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작가의 존재만 알고 있었는데, 블로그 이웃님이 함께 읽어보자고 하셔서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영업할 때는 읽지도 않았으면서라는 아들의 볼멘 소리를 들어야하긴 했지만, 책도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니까.  많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재미있게 읽혀지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이소베의 아내는 석달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할만큼 살갑지는 않았지만, 문제도 없는 평범한 부부였다. 아내는 죽기 전에 반드시 다시 태어날 거니까 자신을 찾으라고 말했다. 그 말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이소베는 아내의 환생을 찾기로 했다. 대학시절 가톨릭 신자였던 오쓰를 유혹하고 버렸던 미쓰코, 투병생활 힘이 되었던 구관조를 잊지 못하는 동화작가 누마다, 태평양 전쟁 당시 미얀마에서 인육을 먹어야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기구치.  별개의 인물로 보였던 이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가게된 인도 단체 여행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들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은 각각의 챕터로 나눠져있는데, 그들이 왜 인도로 가야했는지를 알 수 있다.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미쓰코의 유혹의 대상으로 보잘것없어 보였던 오쓰에게도 한 챕터가 할애되어 있는데, 책장을 덮을 때는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오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나는 작가라 작가 연보를 자세히 읽어보았는데, 등장인물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삶의 모습이 많이 투영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을 만주 다롄에서 보냈던 것, 힘든 투병 생활을 했던 것,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의 소설을 작품에 녹여내고 있는 것, 카톨릭 신자로서 신이나 종교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는 것 등,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나서 엔도 슈사쿠에 대해 친근감이 들었다. 책에서는 두 가지 키워드가 떠올랐다. 환생과 범신론. 


이소베는 환생이라는 것을 믿지는 않았지만, 조용하기만 했던 아내의 마지막 말이 너무나 강렬해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환생한 아내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끊임없이 아내를 생각하고,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는 과정에서 이소베 앞에 아내가 나타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구치는 생사를 함께 했던 친구 쓰카타의 죽음에서 가졌던 하나의 의문을 갠지스 강을 보면서 풀어낸듯했다. 누마다는 구관조 한 마리를 사서 자유롭게 놓아줌으로써 그에게 힘이 되어주고 죽었던 구관조에게 가졌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느낌을 가졌다. 오래 전 그 구관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미쓰코는 수녀들이 길가에 쓰러진 사람들을 찾아 임종때까지 보살펴주는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의문을 가졌지만, 곧바로 이렇게 생각했다. 

 

양파는 까마득한 옛날에 죽었지만, 그는 다른 인간 안에 환생했다. 20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에도 지금의 수녀들 안에 환생했고, 오쓰 안에 환생했다. -p324 (양파는 예수님을 말한다.)

 

미쓰코는 오쓰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 같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몰라서 방황했던 미쓰코는 주변 친구들의 장난에 동조해서 유혹하고 버렸던 오쓰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있었다. 오쓰가 인도에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고 그를 찾아나선 참이었다. 인도 갠지스강에서 시신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가 믿는 신에게서 떼어놓았다고 생각했지만, 오쓰는 자기가 믿는 바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던 인물로 범신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그로인해 신부가 되는 것도 힘들었지만 신부가 되어서도 기독교 세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제가 가장 비판을 받았던 것은 구두시험에서, "신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계십니다. 유럽의 교회나 채플뿐만 아니라. 유대교도에게도 불교도에게도 힌두교도에게도 신은 계신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발언했을 때였습니다. 이것은 유럽에 온 후로 조금씩 제 신념이 된 솔직한 고백이었습니다만 선생님께는 기독교회 전체의 부정인 것처럼 들렸나 봅니다. "그 생각이야말로 자네의 범신론적인 과오라네."-p 182

 

그런 오쓰를 이해할 수 없었던 미쓰코였지만, 그녀의 맘에도 변화가 느껴졌다. 비단, 그녀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이소베, 누마다, 기구치의 삶도 겹쳐졌다. 

 

"하지만 난 인간의 강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 강이 흐르는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모르긴 해도, 그치만 과거의 많은 과오를 통해, 자신이 무얼 원했는지 이제 겨우 아주 조금 알게 된 느낌이야." (중략) "믿을 수 있는 건, 저마다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아픔을 짊어지고 깊은 강에서 기도하는 이 광경입니다." (중략) " 그 사람들을 보듬으며 강이 흐른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깊은 강의 슬픔. 그 안에 저도 섞여 있습니다." -p 316~317

 

엔도 슈사쿠는 오쓰를 통해 자신의 종교에 대한 신념을 드러내고 있는듯 보였다. 엔도 슈사쿠의 숙제이기도 했던 종교에 대해서는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어떤 의견을 제시하기는 힘들지만, 오쓰가 말하는 것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기독교의 성모 마리아와는 다른 힌두교의 여신들과의 비교, 환생의 이미지도 있는 갠지스강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의식들. 엔도 슈사쿠가 인도를 배경으로 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싶었다. 환생이나 범신론을 키워드로 떠올릴만큼 종교적인 색채를 무시할 수는 없었지만, 등장인물들의 고민에 공감하며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가볍지 않는 주제에 물러나지 않고,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엔도 슈사쿠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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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 | 문학 2023-01-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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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킬리만자로의 눈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이정서 역
새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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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여 잘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노인과 바다 >.이 세 작품이 헤밍웨이하면 생각나는 작품이다. 그 중 읽은 책은 <노인과 바다>뿐인데, 솔직히 말하면 두 작품에 비해 두께가 얇았기 때문에 선택했던 거였다. 난해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읽혔고, 어느 정도는 작가가 던지는 메세지를 알겠다는 만족감도 있었다. 그후 많은 시간이 흐르고 두 번째로 만난 책이 이 책이다. 단편소설 모음집으로는 처음인데, 헤밍웨이는 70여 편의 단편을 남겼다고 한다. 책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나마 쉽게 읽혔다고 생각하는 소설이 표제작인 <킬리만자로의 눈>이었고, 다른 작품들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분명, 작가는 소설에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담지 않을까싶은데, 쉽지 않았다. 

 

<킬리만자로의 눈>

아프리카에 사냥을 왔다가 가시에 긁힌 다리에 괴저가 생겨 죽어가고 있는 해리. 그의 아내는 비행기가 올 것이고,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하며 용기를 주고 사랑을 표현하는 반면, 해리는 거의 포기한 상태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죽음을 인식하며 회상하는 그의 과거는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고, 글감으로 생각했던 것들은 글이 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는 그는 짙은 허무감에 쌓일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해리는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인식했는데, 킬리만자로의 네모진 정상이 자신이 가고 있는 곳으로 그려졌다. 왜 킬리만자로여야 했을까? 

킬리만자로는 19,710피트 높이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의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의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신의 집을 뜻하는 '은가예 은가이'라 불린다. 서쪽 정상 부근에는 말라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 한 구가 있다. 표범이 그 고도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인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p12

이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되었고, 해리가 마지막으로 본 곳도 킬리만자로의 정상이었다. 해리는,헤밍웨이는 표범이 그곳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우리가 결코 얻을 수 없는 답인지도 모르겠다. 

 

<킬러들>

한 식당에 두 남자가 들어왔다. 그들의 목적은 식당에 밥을 먹으러 오는 한 남자 올레 안드레슨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세 명의 직원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레 안드레슨이 식당에 오지 않아 두 남자는 떠났다. 그들이 떠난 후 올레 안드레슨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한다는 의견과 이런 일에는 엮이지 말아야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그 중 닉은 안드레슨을 찾아가 그 사실을 알렸지만 고맙다는 말마 할 뿐 그 마을을 떠날 생각도 어떤 대처방법도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그 상황을 견딜 수 없는 닉은 마을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킬러와 대상이 된 안드레슨보다는 식당에 있던 세 사람의 행동에 눈이 갔다. 엮이지 말자고 하는 사람, 생각은 하지만 움직이지는 않는 사람,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행동으로 나서는 사람. 가장 힘든 사람은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타인의 삶에 관여한다는 것, 실이 많을까? 덕이 많을까? 

 

<흰코끼리 같은 산등성이>

여자는 지금 무언가를 앞두고 있다. 남자는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않아도 된다고 말하지만, 한다면 그들의 관계는 훨씬 더 좋아질거라고 말했다. 여자는 썩 내켜하지는 않는듯하지만 남자의 의견에 따르려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를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는 여자의 모습도, 이들의 관계는 정말 괜찮은 걸까? 남자의 행동은 폭력으로 보였다. 

 

<미시간 북부에서>

대장간을 하는 짐 길모어는 D.J스미스의 집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리즈 코츠는 스미스의 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리즈는 항상 짐 길모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지만, 짐은 그녀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짐이 이웃들과 사슴 사냥을 떠났다 돌아온 날 그들은 함께 있게 되었다. 리즈 코츠의 감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려워 했지만 싫지 않았고, 해야만 했지만 두려운 일이라고 했고, 잠들어 있는 짐을 챙기면서 정작 본인은 울고 있고. 복잡한 감정들 속에서 명확한 그녀의 감정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그러고는 선창을 가로질러 걸었고 잠자리로 가기 위해 모래 길 위로 올라왔다. 차가운 안개가 만으로부터 나무숲을 통과해 올라오고 있었다. '라는 그 장소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이 문장이 마음에 든다는 감상은 남았다. 

 

<혁명가>

헤밍웨이는 1918년 적십자 야전병원 수송차 운전병으로 이탈리아 전선에서 복무했다고 한다. 3페이지의 정말 짧은 소설은 1919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해서인지 소설은 헤밍웨이를 떠올리게 했다. 이 소설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힘들었고, 좋아하는 이탈리아 화가들의 작품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는 정도로 만족해야했다. 

 

<빗속의 고양이>

 

이탈리아의 한 호텔에 묵고 있는 미국인 부부가 있었다. 아내는 비 내리는 날 창밖을 내다보다가 녹색 테이블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데려오고싶어했다. 밖으로 나갔지만 그새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었다. 오고가는 중에  인사를 나눴던 호텔 운영자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그가 인사를 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매우 하찮으면서도 동시에 중요하다고 느꼈고, 최고로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가졌다.  남편은 아내에게 막 대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계속적으로 자기 얘기만을 하는 것에는 역정을 냈다. 고양이를 원한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그녀에게 하녀가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주인님이 이걸 부인께 가져다 드리라고 해서요."

 

메이드에게 영어로 말했을 때 메이드는 왜 긴장했지? 커다란 고양이를 가지고 오는 것으로 끝이 나는 이 소설에서 난 무엇을 느껴야하는 거지?  7페이지의 이 단편에서 헤밍웨이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역자 이정서는 주어와 동사, 수식어, 문장의 쉼표와 대명사 등을 최대한 원래대로 맞추는 번역, 작가가 쓴 서술구조 그대로의 번역, 직역을 강조하는 번역가다. 역자는 <빗속의 고양이>를 다른 번역가의 의역과 비교하면서 이 단편에 대한 해설도 곁들이고 있었다. 우리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듯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하나의 반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비로서 이해가 되었다. 사실, 작품 해설이 아니었다면 전혀 눈치 못챘겠지만. 헤밍웨이도 그것을 노렸던 걸까? 아니면 더 깊은 뜻이 있는 것일까? 

 

여섯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의문만 남았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할까? 내 이해력을 탓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헤밍웨이는 평소 좋은 작품에 대해 '빙산 이론'을 펼쳤습니다.빙산의 일각처럼 작품 속에서  알고 있는 것의 8분의 1만 드러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이론입니다.'라는 작품해설을 읽으니 조금 위로가 되었다. 드러낸 8분의 1도 다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문제가 남아있기 하다. 헤밍웨이 작품 평론집을 읽어봐야하나 싶기도 하다.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들을 만났다는데 일단 의의를 두고, 다시금 읽어봐야할듯하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탁월한 감상이 떠오를지도 모르니까.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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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희곡 전집- 갈매기 | 문학 2023-01-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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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체호프 희곡 전집

안톤 체호프 저/김규종 역
시공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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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톤 체호프의 단편은 좋아하지만 희곡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안톤 체호프 탄생 150주년 희곡 전 작품 수록'이라는 글과 예쁜 표지의 유혹에 굴복해 데리고 오고 말았다. 14편의 희곡 중 반 정도 읽고 고이 모셔두었는데 드디어 다시 꺼냈다.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에서 19세기 러시아 풍경화가 이사크 레비탄의 작품을 만났다. 레비탄과 동시대인으로 가까운 친구였던 안톤 체호프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총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레비탄을 희곡 <갈매기>에 등장시켰다. 어떤 인물로 그려질지 궁금했다. 

 

주인공 트레플료프가 레비탄을 염두에 둔 인물이었는데, 트레플료프는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고 싶어했다. 유명한 배우인 엄마는 그의 작품, 연극을 인정하지 않았고, 갈등을 겪었다. 엄마의 떠들썩한 스캔들에 지치고, 엄마에 가려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모욕감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아들의 생각에 무신경했고, 사랑에 있어서도 자유분방했으며, 자신만이 돋보이면 되는 그런 성격이었다.

 

희곡에서 엄마와 트레플료프의 갈등이 한 축이라면 등장인물들간의 얽히고 설킨 사랑이 또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었다. 사랑의 화살표가 딱 맞아떨어지면 좋겠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 불행한 사람이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결혼을 했으면서도 트레플료프를 사랑하는 마샤, 트레플료프의 엄마랑 사귀고 있는 소설가 트리고린을 사랑해 아이까지 낳게되는 니나. 그런 니나를 사랑하는 트레플료프. 트레플료프는 작가로서 약간의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결국 4막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트레플료프가 사랑했던 니나가 사랑에 실패하고 황폐한 삶을 살게 되는데, 그녀와 만난 이후 자살을 택했다. 아직도 다른 이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문일까?  인과관계는 정확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사랑을 통해 다양한 사랑의 정의를 들어보고,  주인공 트레플료프와 소설가 트리고린을 통해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고통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사람은 트레플료프의 외삼촌 소린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에게로 집중될때는 왠지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연극 [갈매기] 가 현재 공연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순재씨가 소린의 역할을 맡고 있어, 이 연극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제목이 갈매기인데 실제로 트레플료프가 갈매기를 죽인후 그처럼 자살할거라고 니나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등장을 했다. 이 갈매기는 4막에서 박제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황폐해져 돌아온 니나가 자신은 갈매기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더니 2막에서 트리고린과 니나가 나눴던 대사가 떠올랐다. 갈매기가 니나라면, 한 사내는 트리고린이었다. 소설가로 성공한 트리고린을 부러워했고, 사랑했지만 버림받았다. 

 

한 호숫가 마을에 마치 당신같은 젊은 아가씨가 어릴 적부터 살고 있었어요, 갈매기처럼 호수를 사랑하고, 갈매기처럼 행복하고 자유롭죠. 그런데 우연히 한 사내가 와서 보고는 이유도 없이 그녀를 파멸시킵니다. 마치 이 갈매기처럼 말이죠.-p431

 

이사크 레비탄의 그림에서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까지 왔다. 약 100페이지의 짧은 희곡이고, 스토리가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들이 가볍지가 않았다. 사랑, 결혼, 예술에 대한 심오한 안톤 체호프의 생각들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문장들을 다시금 읽어봐야겠다.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 p 149> -이사크 레비탄,  6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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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일기 | 문학 2023-01-0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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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저/양미래 역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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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권의 일기장, 육아일기 3권이 있다, 가장 오래된 일기장에서는 11살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써왔다. 어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썼던 것은 아니었다. 2년 전쯤 문득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전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 저장, 추억보관이라는 의미를 두고 좀 더 꼼꼼하게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망각 일기>라는 제목에 의아했다. 일기란 기억을 잡아두기 위해 쓰는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가 가진 가장 큰 문제였다.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하지 않고 하루를 마감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p7

나는 내가 진심으로 삶에 열중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썼다. 경험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일기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뭔가를 놓쳤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을 막기 위해 동원한 방어기제였다.-p7

 

인간이 자기에게 일어난 모든 순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 기록으로 남긴다고 해도 상황은 기억날지 모르지만 그 순간의 감정까지 온전히 기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저자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책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지금 나는 일기가 내가 잊은 순간의 모음집이라고, 내가 끝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어가 끝낼 수도 있는 기록이라고, 말하자면 불완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p96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을 잊고 있다. 이제 내 목표는 모든 것을 잊고 말끔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저 사랑에 관한 아주 애매모호한 기억만, 내가 위대한 결속의 주체였던 순간에 대한 기억만 간직한 채로.-p96

 

이렇게 커다란 변화의 중심에는 아이가 있었다. 엄마가 되면서 필멸과 결부된 삶을 인식했다. 필멸은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일까?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모성은 그런 강박적인 감정을 변화시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키워드들이 있다. '망각이 내가 삶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대가임을, 시간에 무심한 어떤 힘의 영향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라고 말할 수 있게 한 모성, 모성의 위대함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걸까? <300개의 단상>으로만 만났을 뿐이지만 단단한 글이라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그런 글의 바탕이 될 수도 있었겠구나싶은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기억. 어제 일도 생각나지 않아서 고민을 할 때가 있지만, 또렷이 떠오르는 6살의 기억이 있다. 세라 망구소는 그런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었다. <망각 일기>는 일기에 관한 글이지만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의 기억에 관한 글이 아닐까 싶었다. 어쩌다보니 두 권의 책으로 세라 망구소를 만났다. <300개의 단상>에서는  저자의 넓은 스펙트럼의 글을 만날 수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인간의 기억, 망각, 그에 따른 글쓰기까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PS  일기 쓰기는 무엇을 생략할지, 무엇을 잊을지를 솎아내는 선택의 연속이다.-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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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긴 여운 | 문학 2022-12-2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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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00개의 단상

세라 망구소 저/서제인 역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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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꺼운 책을 쓴다면 사람들이 어떤 구절을 인용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이 책을 오로지 그런 구절들로만 이루어진 얇은 책으로 여겨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p81

 

이 책의 특징, 가치를 이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같다. 읽는 이에 따라서 맘에 들어오는 문장, 기억하고 싶은 문장, 감동을 받는 문장은 차이가 있을테니,  300개의 단상들이 각각의 독자들에게 인용하고 싶은 문장으로 남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세라 망구소의 바람은 헛되지 않을듯했다. 당장 나부터도 공감하고, 새겨두고 싶은 글들이 많았으니까. 

 

세라 망구소는 소설가 줌파 라히리가 "오늘날 영미 문단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작가"라고 극찬한 작가로서 시와 소설, 그리고 장르와 경계를 허무는 산문을 쓴다고 한다. 마비성 질환으로 투병했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친구도 있어 그런 경험들로 작품을 쓰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경험에 대한 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둡기보다는 희망을 담은 글들이라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다. 사랑, 사람등 다양한 관심사에 대한 글들을 풀어놓았는데, 작가로서의 생각들이 많이 보였다. 그 중 내 맘에 쏙 들어왔던 문장들로 세라 망구소의 글들을 소개하고싶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어떤 부분인가를 누구의 삶에나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이라고 여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p35

 

나도 예외는 아니다. 분명 가치관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른데, 내 기준이 옳다고만 생각하고 내 잣대로 보기때문에 미움도 생기고, 불화도 생기는 것 아닐까? 다름을 인정하고, 역지사지 해본다면 세상은 조금은 따뜻해질지도 모르겠다. 

 

부모의 사랑은 마음을 온통 다 내어주는 일방적인 사랑이다. 마치 상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홀딱 반하는 상태처럼, 당신은 온전히 그 사랑 안에서 살 수 있고, 아무도 당신이 걸린 그 병을 치료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p40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다면, 내가 모든 것을 다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자식이지싶다.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부모의 보호 아래, 듬뿍 사랑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은 그 자체로서 행복한 삶일 것이다.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일을 성취할 수 있다. 다만 의지를 쏟을 만한 일이 어떤 일인지 알아내는 데 의지를 다 써버리게 된다. - p74

 

너무나 공감되었던 문장이었다. 많은 일을 해왔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나는 찾고있다. 진정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예전의 일기장 곳곳에서도 그런 문장들을 만날 수가 있어서 참 오랫동안 고민을 해왔구나싶어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다만, 의지를 다 써버리고 주저앉아있기 보다는 계속 움직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점수를 주고싶다. 세라 망구스는 찾았을까?  찾았을지도.

 

누군가에게 13달러를 내고 아기가 울 때 달래달라고 하는 일은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없으면 나는 그 한 시간 동안 글쓰기도, 다른 어떤 일도 하지 못하고 아기만 달래게 될 테니까. 하지만 내가 놓치는 그 시간에 아기가 처음으로 미소 짓고, 처음으로 손을 입에 넣어 깨물고, 처음으로 소리 내 웃게 된다면? 그 시간에 누군가에게 13달러를 내고, 언젠가는 13달러 이상의 가치가 나갈 어떤 글을 쓴다면, 그 일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처음'이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걸까? 아니면 아기가 미소 짓는 걸 내가 처음으로 보게 되는 순간이 실제로 아기가 처음으로 미소짓지만 나는 그 자리에 없는 순간보다 더 중요한 '처음'일까? 나는 매 순간 두 가지 삶의 가능성에 직면하고, 내가 그것을 원하는지, 그럴 가치가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p 86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에 긴 문장이었지만 꼭 인용해보고 싶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 순간의 선택은 많은 것을 바꾸어놓을지도 모르지만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에 그냥 받아들이면서 살아갈뿐이다. 가끔 이런 선택을 했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그럴 때는 이렇게 마음을 바꿔 먹는다. '그것을 선택했다면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만났을지도 몰라. 이것이 분명 최선이었을거야' 라고. 

 

 120여 페이지의 얇은 책이라 빠른 속도로 한 번 읽고, 마음이 가는대로 펼쳐가며 다시 읽었다. 직관적으로 와닿는 문장들도 있었지만, 의미를 곱씹어 읽어본 후에야 저자가 이런 의미로 썼을거야라고 생각되어지는 문장도 있었다. 또 처음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문장들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짧은 글들이 주는 긴 여운을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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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따라해봐도 될까요? | 문학 2022-12-2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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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건축가의 습관

김선동 저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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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시절 건축과 친구가 설계를 하고 있는 강의실에 들른적이 있었다. 도면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건축가가 되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자신의 생활에 맞게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서 볼때면 나도 멋진 집을 지어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이한 건물들을 만나면 어떻게 저런 건물들이 인간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을까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건축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내 소양으로는 무리고, 아름다운 건축물 찾아보는 정도로 건축에 대한 관심은 머물러있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어보려고 마음 먹었던 것은 건축가에 대한 궁금증과 '습관'이란 단어가 주는 긍정적인 느낌 때문이었다. 이 책은 좋은습관연구소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 '좋은 습관'시리즈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말하는 좋은 습관 ) 24번째 책이다. 시리즈중 읽은 책은 조혜경 작가의 <책만 읽어도 된다>일 뿐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책들의 제목을 보면 전문 분야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의 좋은 습관들에 대한 글일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뭔가를 이루는 사람들은 목표 설정이 뚜렷하고, 목표를 위해 좋은 습관들을 가지고 꾸준히 해나가는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는 것같다. 그 외에 수많은 조건들이 있겠지만.

 

저자는 만화가가 되고싶다는 꿈을 포기하고, 그래도 그림을 그리는 직업을 갖고싶다는 생각에 건축을 전공하게 되었다. 대형 설계 사무소, 소형 설계 사무소를 거쳐 현재는 개인 설계 사무소를 열고 1년여 정도를 운영한 건축가이다. 건물을 설계할 때 건축가가 하는 생각, 개념들을 종합해서 '건축 철학'이라고 한다는데, 저자의 건축 철학은 '단순함 속의 단단함'이라고 한다. 알바로 시자와 요시오 다니구치라는 두 건축가의 건축을 비롯해 종묘, 달항아리, 김정희의 추사체의 특징이 높은 경지에 이른 단순함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여기며, 이것이 바로 그가 이루고 싶은 경지라고 한다. 건축철학이 있는 만큼,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습관을 제시하고 있었다. 어떤 습관들이 있을까? 

 

건축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스케치를 꼽았는데, 일주일에 두세 장 정도는 스케치하려고 노력하고 완성한 스케치는 블로그에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주기적인 스케치를 위해 '스케치 모임'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다. 건축가의 또 다른 표현의 도구로 생각하는 글쓰기를 위해서도 블로그에 인상적인 건물에 대한 감상, 건축과 관련한 책의 서평 쓰기를 하고 있었다.일반인을 상대로 건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알기 쉬운 집짓기 안내서'라는 카테고리도 운영하고 있었다. 여기서 저자의 솔직한 마음을 알 수 있었는데,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표가 글쓰기를 통한 건축 철학 만들기와 글쓰기를 통한 이름 알리기라고 하니 왠지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부제 '예술과 실용 사이'라는 것이 왜 여기서 떠오르는 것인지······ 그리고 한가지 더, 글쓰기를 함으로써 '집짓기 책'이란 목표도 하나 가지게 되는 것을 보면서 글쓰기의 효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은 건축의 자양분이 되기에 독서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는데, 책 읽기에만 그치지 않고 '실천해야 할 것'을 따로 적어두고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다고 했다.  거기다 '아침일기'.'감사일기','건축일기' 등 세 가지 일기를 쓴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 건물 디자인에 숨어있는 디테일, 재료들간의 궁합등 건축가로서의 시선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습관들이 있었는데, 그냥 보아넘겼던 건물들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포인트들을 배울 수 있었다. 건축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기게 신뢰, 조율, 경청, 겸손등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건축의 중요한 요소임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뚝딱하고 건물 하나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건축가로서의 고뇌, 책임, 자부심등 다양한 모습들이 숨어있음을 배우는 계기도 되었다. 건축가로서 뭔가 아쉬움이 남았던지 '못다한 건축 이야기'를 담았다.  땅을 사고 건축 설계를 맡기고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하면서도 또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이 건축가이구나싶어 존경스러운 맘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살 집을 짓게 된다면 건축가가 어떤 건축 철학을 가지고 있고, 정말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를 가장 먼저 따지게 될것같다. 책을 다 읽고 저자의 인스타그램을 찾아가봤다. 저자가 말했던 스케치, 건축일기등이 빼곡히 쌓여있었고, 노력하는 건축가구나싶었다. 

 

건축가가 어떤 건축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건축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테다.  저자의 건축철학은 확고했고, 자신의 건축철학을 이루기위한 습관들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그의 손에서 세상에 드러나게 될 건축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저자도 말했듯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에는 공통점이라는 것이 있으니, 건축가가 아니지만 따라해보고 싶은 습관들이 있었다. 책 읽기로만 그치지 않는 실천하는 내 모습을 스스로에게 보여줌으로써 이 책을 만난 것이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기억되게 하고싶다. 

 


 

 

출판사 좋은습관연구소로부터 책을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은 책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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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가져주세요 | 문학 2022-12-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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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76세 기리코의 범죄일기

하라다 히카 저/김영주 역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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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길이 막막해져 차라리 범죄라도 저지르고 교도소 신세를 지는 것이 낫겠다고 하는 기리코의 삶은 어떤 상황일까?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닐까? 고령화 사회를 꼬집는 책일듯해서 궁금했다. 저자의 이름은 낯설었다. 방송과 문학을 아우르는 감각으로 일상적 소재를 섬세하고도 속도감 있게 그려냄으로써 폭넓은 세대의 호응을 받으며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하라다 히카'와의 첫 만남이었다.

 

 76세의 기리코는 언니가 결혼해 집을 떠나고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부모를 돌보았다. 부모님을 간병하게 되면서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고, 재취업도 못하고 시간제 노동자로 청소일을 하고 있다. 언니랑도 사이가 틀어졌고, 조카들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고등학교 친구였던 도모가 함께 살자고 제안을 했다. 함께 하이쿠도 배우고 한 달에 한 번 호텔 디저트 부페나 런치 뷔페에 가는 것을 취미로 하면서 즐겁게 보냈다. 나이 들어 함께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모는 병으로 죽었고 기리코는 또 혼자 남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느껴야하는 외로움은 절절했는데, 청소일을 하면서 받는 돈이 유일한 수입이라 저렴한 공동주택으로 이사하는등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우연히 TV에서 고령자들이 식사도 제공받고, 목욕도 할 수 있고, 의사들이 상주하고, 간병도 해주는 교도소에 들어가려고 하는 사례가 많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교도소에 들어갈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교도소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것을 보면 범죄자와는 거리가 먼 기리코였다. 그런 기리코가 살기 위해서 범죄를 계획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마트에서 딸기 찹살떡을 훔치는 절도를 저질러도 봤지만 실패, 편의점에서 위조지폐를 만들려던 시도는 착한 아르바이트생 덕분에 (?) 미수에 그쳤다. 파친코에서 청소일을 하다가 불법 사채가 범죄가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도 도움이 되지 못했고, 유괴를 모의하기도 했는데 일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죽여주면 돈을 주겠다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지만 결국 교도소에는 가지 못했다. 기리코는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으니 혼자 외롭게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죽을 운명인걸까? 

 

 사람의 타고난 천성은 어쩔 수 없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줄 줄 모르고,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도움이 되려하는 기리코였다.  범죄를 저지르려고 할때마다 오히려 좋은 이들을 만났고, 서로 의지가 되었으며 그녀의 진심이 통했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가 좋았다. 결과적으로 원하는 교도소에는 가지 못했지만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자신의 남은 인생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결말은 해피엔딩이어서 다행이다 했지만, 책을 읽는내내 마음은 불편했다. 부모님도 연세가 들고,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상황이라 그런지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부모의 간병을 하느라 자신의 삶은 거의 포기해야하는 상황, 혼자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 건강이 허락되지 않아 자식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노인, 일을 해야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라면 건강이 허락되어야하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듯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문제야라고 무시할 수만은 없을듯했다. 노년의 어려움은 경제적인 부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외로움이 가장 힘들듯하다. 기리코도 그랬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지만 친구 도모가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란 말을 들었을때 감동하는 기리코도 보았다. 심적으로 힘이 되는 사람들이 옆에 있어 기리코는 더이상 교도소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것을 막았던 것은 따뜻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고령자가 아니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는 것은 어떨까? 다른 사람도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테니까. 

 

인간의 죽음 ······ 특히 노인의 죽음이란 결국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 점수를 매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기리코도 어떤 죽음을 맞을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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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야, 조제 | 문학 2022-12-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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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잃어버린 옆모습

프랑수아즈 사강 저/최정수 역
북포레스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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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본 적도 없는 책에 대해 '난해할거야'라는 선입견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작가에게서 비롯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에게는 사강이 그랬다. 단편적으로 알게된 사강은 굉장히 파괴적이고, 자유분방하고 나랑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 그런 작가였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사강의 책은 한번쯤은 만나봐야하지 않을까하는 치기어린 마음도 있어 읽게 된 책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였다. 담백한 문체로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일상은 제목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잔잔한 음악을 듣고있는듯 읽혀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아서 자서전 <중독>을 비롯해 <슬픔이여 안녕>, <황금의 고삐>를 읽었다. 이후 사강은 관심작가가 되었기때문에 이 책 또한 지나칠 수 없었다. <한 달 후, 일 년 후>, <신기한 구름>과 함께 '조제'라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라고 했는데, 두 권의 책은 다음에 만나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주인공 조제의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앨런은 조제를 감금해둘정도로 집착과 질투가 강했다. 병적인 그에게서 조제를 구원해주었던 사람은 부유한 사업가 줄리우스 A.크람이었다.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잡지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었고 누가 봐도 지나친 호의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조제를 줄리우스의 정부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였지만 조제는 그렇게 느끼지 않고 있었다. 조제가 그런 인식을 하고 있었다면 사람들 앞에서 덜 당당했을테고, 줄리우스에게 속한 삶을 사는 뻔한 전개가 되었을 것이다. 

 

 언젠가 내가 한 화가를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혹은 더 좋게는 내 힘으로 위대한 재능을 지닌 화가를 발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기다리며 하찮은 짧은 기사들을 썼다. 아니, 화가들을 찬미하는 하찮지만 호의적인 기사들을 썼다. 때때로 누군가가 나에게 그 기사들에 대해 언급했고, 나는 그것에 자부심 같은 것을 느꼈다. 과장하자면 희미한 쾌락 같은 것이었다. 열정이 차오르는 느낌 말고도, 늘 완벽하게 쓸모없는 인생을 살아온 내가 마침내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P75

 

 이 문장을 읽으면서 조제는 남자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어리석은 여자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서 벗어난 해방감에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만 한탓인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알지못했다. 줄리우스는 조제를 소유하고픈 맘이 강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에게 그 마음을 드러내기도했다. 하지만, 조제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 루이를 만나게 되었다. 첫 만남은 오해로 인해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사랑의 화살표가  맞아떨어지는 행운을 거머쥐었지만 불안함이 없지 않았다. 남편 앨런, 줄리우스라는 두 남자때문이었는데 과연 이 둘의 사랑은 해피엔딩이 될까? 해피엔딩이 되면 그렇고 그런 결말이구나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틀에 박힌 소설로 기억되었을 것같다. 

 

 우리는 지독히도 평행이고 지독히도 낯선 서로의 인생 속을 지나갔다. 우리는 오직 옆모습으로만 서로를 보았고, 결코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소유하기만을 꿈꾸었고, 나는 그에게서 달아나기만을 꿈꾸었다. 그게 전부였다.-P233

 

 줄리우스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조제는 이렇듯 줄리우스를 떠올렸다. 조제에게 있어 줄리우스는 나에게 있어 타인, 타인에게 있어 나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조제의 모습에 사강의 얼굴이 자꾸 겹쳐졌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던 사강이었기 때문일까? 조제는 남편 앨런과의 힘든 결혼 생활 속에서도 나약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줄리우스의 그늘에 있으면서도 당당해보였으며, 루이와의 사랑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고 말하는 조제가 보였다. 누군가에게 끌려다니는 삶만큼 힘든 것이 있을까?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사슬들을 과감하게 끊어내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발걸음을 내딛는 조제의 모습이 아름답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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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 미술 2022-11-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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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나카노 교코 저/이유라 역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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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나 미술사 책을 읽을때면 불쑥 불쑥 등장하는 '합스부르크가'. 그만큼 세계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다른 나라들과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있기도 하고, 도대체 이 집안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는 어려움이 느껴져서 제대로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조차 갖지못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고나 해야할까? 그런데, 좋아하는 명화와 함께 합스부르크 역사를 알 수 있다고 하니 흥미가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회를 좀 더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욕심이 컸다. 합스부르크가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흥망성쇠를 대략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책이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합스부르크 가계가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된다는 것이었는데,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100배 즐기기> 리뷰에서도 그렇게 쓴 걸 보면, 내가 가장 답답해했던 부분이 합스부르크가의 복잡한 가계였나보다. 가계도를 알고나니 그들의 역사도 더 쉽게 다가왔다. (전시회를 관람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었다.)

 

10세기말쯤 스위스 북동부의 시골구석에서 등장한 약소 호족으로 11세기 초 '합스부르크성 하비히츠 부르크'를 세웠다. 12세기 이 성을 본거지로 삼은 후손이 합스부르크 백작를 칭했는데, 이를 합스부르크가의 시작으로 본다고 했다. 13세기 초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선제후들이 그들의 꼭두각시로 삼을 사람을 골랐다. 합스부르크 백작 루돌프가 신성로마 황제 루돌프 1세가 되면서 합스부르크왕조는 시작되었고, 선제후들의 예상과는 달리 루돌프 1세는 신성로마 황제의 자리를 합스부르크가가 세습할 수 있도록 확고한 기틀을 마련했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왜 지금까지 알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비로소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뺏기고 되찾기를 계속하다가 15세기 말 막시밀리안 1세가 독일왕겸 신성로마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노련한 정치가였던 막시밀리안 1세는 예술을 프로파간다로 이용할 줄 알았고, 알브레이트 뒤러에게 <막시밀리안 1세>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막시밀리안 1세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찬란한 시작을 알린 인물 (합스부루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100배 즐기기) 이라고 했는데, 알브레히트 뒤러의 초상화로 만날 수 있어서 확실히 기억할 수 있을것같다. 막시밀리안 1세는 혼인 외교를 통해 막대한 부와 영토를 차지했다고 한다.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는 유명한 가훈이 이를 계기로 탄생했다고 한다. 합스부르크 왕조가 지속되는 650여년의 기간동안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근친혼인은 예상을 뛰어넘었는데, 주걱턱등 유전병은 그 부산물이었다. 

 


 

 

프란시스코 프라디야의 <광녀 후아나>는 막스밀리안 1세의 아들 펠리페의 아내 후아나를 그린 그림이다. 후아나가 왜 그림 속에 저런 모습으로 남게 되었는지 알게되면서 합스부르크 역사에도 한 발 가까워졌다. 여러 황제들 중에 카를 5세를 기억해두고 싶었다. 카를 5세가 아들 펠리페 2세에게 에스파냐 관련 지위와 영토를, 신성로마제국을 포함한 오스트리아 관련지위와 영토는 남동생인 페르디난트 1세에게 물려줌으로써  합스부르크가가 에스파냐계와 오스트리아계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펠리페 2세는 네 번의 결혼등 그다지 호감가는 인물은 아니었는데, 치세동안 에스파냐는 '해가지지 않는 나라'였다고 한다. 그런 펠리페를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군복 모습의 펠리페 황태자>로 만날 수 있었다. 

 


 


 

 

10월에 봤던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은 프란츠 요제프의 아내 시시였는데 책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시시는 그림에서 보듯 아름다운 외모가 큰 힘이 되기도 했지만, 고부갈등의 피해자이기도 했으며 행복한 인생을 살지는 못했다. 마리 앙트와네트를 정치적인 이유로 프랑스에 시집보냈던 마리아 테레지아. 제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그녀의 고뇌도 느껴졌다. 

 


 

 

에두아르 마네의 <막시밀리안의 처형>으로 남아있는 막시밀리안은 마지막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동생으로 합스부크가의 사람이었다. 합스부르크가의 사람이 왜 머나먼 멕시코의 황제로 갔어야만 했는지, 왜 처형당해야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알게 되었다. 비슷한 구도의 고야의 그림과의 비교등 마네의 그림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렇듯 명화를 통해 당시 시대상, 역사를 이야기하고, 화가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합스부르크 왕조는 중세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650년에 걸쳐 유례없이 긴 명맥을 유지했습니다.그 시간동안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유럽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서 주변 국가들과 적극적인 혼인 관계를 맺으면서 그물 모양으로 양토를 확장해나갔습니다. 합스부르크왕조야말로 유럽사의 핵심이자 기반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토록 폭넓은 역사를 지닌 만큼, 인물과 사건이 웬만한 장편소설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것이 당연합니다. -들어가며

 

저자도 말했듯, 1916년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죽음으로 합스부르크가 사실상 붕괴되기까지 만난 모든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이 흥미로웠는데 그 중 몇몇 인물들을 정리해두고싶었다. 나카노 교코는 합스부르크 제국를 배경으로 한 12점의 명화를 해설하면서 역사를 들여다보고자했다. 평소 명화를 매개로 하는 책은 명화에 시선이 강하게 머물렀는데, 이 책은 달랐다. 명화와 화가에 대해서는 익숙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몰입해서 읽었다. 합스부르크가 여행 정말 잘했다. 저자의 책은 <무서운 그림> 시리즈를 포함하여 국내에 많이 출간되었고,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명화를 통해 유럽 왕조의 역사를 들려주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시리즈 중 첫 권으로 총 5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부르봉, 로마노프, 잉글랜드, 프로이센. 앞서 말했듯 합스부르크가의 가계가 정리가 되는 것이 좋았던 부분이었는데, 한 가지 더 꼽자면 합스부르크가가 유럽사에서 얼마나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거였다. 합스부르크왕조 역사를 읽고 있는데 프랑스, 독일, 영국등 다른 나라들의 역사가 함께 정리가 되고 있었다. 유럽의 역사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5권의 책을 읽는다면 유럽 역사의 큰 그림은 그릴 수 있을 것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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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100배 즐기기 | 미술 2022-11-1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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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경아르떼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100배 즐기기

한경arte 특별취재팀 저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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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스부르크 600년,매혹의 걸작들>이라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대표 소장품들을 전시한다고 한다. 1892년 6월 23일 조선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조오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수교 13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 현지에서는 케이팝· 전통연희 공연이 펼쳐지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열리는 등 교류를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만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합스부르크가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듯해 기대가 되는 전시다. 전시를 보러 가기전에 미리 알고간다면 더 많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했는데 충실한 길잡이를 만났다. 

 

 

 이 책은 국립중앙박물관,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전시회의 주최자인 한국경제신문에서 출간한 책이다. 두꺼울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110여페이지의 얇은 책이었지만, 판형이 커서 도록을 보는듯했다. 빈미술사박물관의 역사는 마리아 테레지아 황제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컬렉션을 대중에게 공개하라고 명령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빈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을 만난다는 것은 중세 신성로마 제국 통치의 시작부터 제1차 세계대전 중 군주제의 붕괴까지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만났던 합스부르크가는 너무도 방대해서 솔직히 정리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합스부르크 가문의 계보를 보며 뭔가 깨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예술서로 자주 만났던 전원경 교수는 '어찌보면 빈은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자서전 제목처럼 <어제의 세계>에 살고 있는 도시다. 빈미술사박물관의 의의는 이 미술관이 제국의 영광을 오롯이 담고 있는 타임머신 같은 장소라는 데에 있다. ' 라고 말하며 이 전시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인 양승미님은 전시 관람포인트와 전시회 관람이유 세가지를 말씀하셨는데, 그냥 무작정 만나는 것보다는 많은 도움이 될듯했다. 

 

합스부르크의 숨은 이야기 대공개 - 합스부르크 왕가에는 주걱턱이 왜 많은지, 사냥 그림에 왜 새가 많은지, 바로크는 합스부르크가에 어떤 의미였는지 등 깨알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MusT See - 이번 전시에서 꼭 봐야할 작품 20점을 소개했다. 눈으로 익히고 전시장엘 간다면 친숙한 느낌과 함께 제대로 알고 오게 되지 않을까?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의 주인공인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꼭 봐야할 작품에서는 빠져있었지만 1894년에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보냈던 '갑옷'이 궁금하다. 고종과 프란츠 요제프 1세 모두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에 왠지 그 갑옷에는 그런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을 것같다. 

 


 


 

Collector -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의 명가로서 이름을 날린데는 그들이 수집한 그림과 보물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루돌프 2세는 정치에는 능하지 못했지만 예술에 조예가 싶어 컬렉터로서는 빛을 발했다한다.  '갑옷 오타쿠' 라고 할 수 있는 막스밀리안 1세, 갑옷과 이국 공예풍에 매료된 수집광이었던 페르디난트 2세 대공, 빈미술사박물관 회화관을 명화로 채웠던 펠리페4세와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들의 수집품도 짧은 설명들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이에 덧붙여, 오스트리아 문화 상식,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 예술의 나라인만큼 오스트리아가 낳은 클래식 거장들, 작품에 등장하는 신화 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등 읽을거리가 가득했다. 

 


 

Guide- 마니아를 위한 전시 관람포인트 : 어쩔 수 없이 짧은 시간에 관람을 마치고 나오지만 깊게 들여다봐야만 보이는 것들도 있다. 가까이 있다면 며칠 동안 봐도 좋지 않을까? 빈미술사 박물관에서 공수한 굿즈들,  전시 맞이 이벤트 또한 소개되어 있으니 잘 활용해보면 좋을듯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 박진일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가 갖는 특별한 점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합스부르크가의 소장품을 통해 그 가문의 역사, 유럽의 역사까지 둘러볼 수 있어 박진일 연구관의 말이 와닿았다. 

아무래도 어렵게 느껴지던 신성로마제국, 종교전쟁,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 등 유럽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합스부르크 가문을 중심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아닐까요. 빈미술사박물관에서 엄선한 96점의 작품을 통해 유럽 근대미술은 물론, 유럽사도 함께 알아보며 인문학적 소양을 넓힐 수 있습니다. -p97

 

박물관의 소장품은 박제된 물건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만든 사람이 부여한 의미, 그 작품을 소장하려고 했던 컬렉터의 마음등을 통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전하는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역사를 알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도 하니까.  단순히 전시에 대한 정보만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합스부르크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회에 가서 직접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면, 아는만큼 보인다고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지않을까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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