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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말, [토지]의 말 | 인문 2020-06-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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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박경리의 말

김연숙 저
천년의상상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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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리라 큰 다짐을 하고 구입을 했던 <토지>는 10년동안 책장 한 켠에 자리잡고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갑자기 어떤 맘이 들어서였을까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토지를 2017년 6월에 시작해서 10월까지 읽었다. 이후, 2018년에 저자의 <나, 참 쓸모있는 인간>을 만났다.  <토지>를 읽었다는 뿌듯함과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던 때에 만난 이 책은 다시금 <토지> 속으로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저자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고전 읽기:박경리 <토지>읽기' 를 2012년부터 현재까지 강의해오고 있다.  전작 <나, 참 쓸모있는 인간>에는 <토지> 안팎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897년 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 600여명이 만들어가는 <토지>에서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 있을까?  그리고, <박경리의 말> 로 다시 한번 저자를 만나게 되었다. <토지> 속 인물들의 대사로써 박경리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함께 그 느낌을 나누고자 했다. 독자와 함께 하고자 했던 것은 어떤 문장들일까? 오랜만에 만난 그들의 이야기들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내사 머어를 믿는 사람은 아니다마는 사는 재미는 사람의 맘 속에 있다 그 말이지. 두 활개 치고 훨훨 댕기는 기이 나는 젤 좋더라." - 1권 126쪽  

 

 목수 윤보의 말이다. 기술은 좋았지만 내킬때만 일했고, 혈혈단신이고 소작농이 아닌지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으며 정말 자유로운 인물이었다. 자유로웠기에 무책임하고 방종한 인물이었을까? 아니었다. 대한제국 군대해산으로 벌어진 항일 투쟁에 참여하고 의병 활동도 했으며, 동학당도 열심이었다. 최참판댁 재산을 가로챈 조준구에게도 당당히 맞서는 그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자유롭게 살지만, 인간의 도리는 하고 사는 사람. 마음이 가는대로 행하는 것으로 사는 재미를 아는 사람. 현실의 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지만 사는 재미라는 것이 우리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한번 더 되새겨 보았다.

 

 누구나 알고 있고, 알아야 하는 상식이나 사회적 잣대는 우리의 공통감각을 형성해주는 힘이기도 하지만, 때로 그것은 우리를 고정시키는 거푸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이렇다는 기준은 우리 삶을 이끄는 지침이기도 하지만, 때로 그것은 우리를 옭아매는 끈이 될 수도 있습니다.- p 74

 

"가는 시간의 슬픔보다 멈춰진 무의미한 시간이야말로 그것은 삶이 아닌 것이다." 18권 24쪽

 

 행동하지 않는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임명빈이란 지식인이 있었다. 저자는 그에 대해서 나름의 고민은 있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해결하려고 찾아나서지도 않은채 멈추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우리 모두에게 박경리 선생이 했던 말이 아닐까라고 했다. 일본어를 같이 배우고 있는 86세의 할아버지와 새 교재를 사기 위해 서점에를 갔었다. 일본어 능력시험 책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한 말씀 하셨다. " 이제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자격증 시험을 친다고해도 뭘 할 수도 없으니, 시간도 없고 ······". 현재를 열정적으로 살고 계시는 분도 나이에 발목 잡히고,뭔가를 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서 아차싶었다. 시간을 잡을 수는 없다. 어차피 흐르는 시간이라면 무의미하게 멈춰서 있지는 말아야지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책은 그에게 구원이었고 숨 쉴 통로였으며 외롭지 않았다. 동굴 속과도 같이 차단된 세계 속에서 유일한 벗이었다." 16권 99쪽

 

 송영광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인간적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백정의 손자라는 꼬리표때문에 결국 학업도 중단하고 유랑극단 연주자가 되었다. 정말 명민한 그가 그런 삶을 사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었다. 학창시절의 책과 시 습작 노트를 우연히 발견한 그가 책과 함께 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했던 말이었다. 저자는 아무런 효용가치도 없었던 책 읽기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인간임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같은 맥락으로 2차 세계대전중에 책을 읽었던 병사들이 책은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느끼게해주었으며, 살아있는 인간임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였다는 증언을 들려주었다.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분명 책을 읽는 그 순간,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소설을 왜 읽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소설 읽기를 멀리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백마디의 말보다 소설 속 한 구절이 마음을 울리는 경험을 하게 된 이후, 등장인물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그 상황에 있는 사람이 나라면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등 많은 고민을 하면서 읽게 되었다. 저자의 이 책을 읽는 동안 새삼 '문학의 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경리 선생이 전해주는 인간의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 지금 여기의 삶을 길어 올리고자 합니다- 책날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토지>.  지금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시대적 배경이지만 소설 속 사람들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 숨쉬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은 변했다고 하지만 인간으로서 지켜할 덕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토지>는, 박경리 작가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토지>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이 책을 통해 <토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껴보면 어떨까? 저자는 자기 삶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 '한복'을 이야기하며 영화 '그린 북'을 ,"사시장철 갠 날만 이따믄 그기이 어디 극락이겄나"라는 말과 함께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를 , 희망을 이야기할 때는 리베카 솔닛의 '어둠 속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며 읽는 재미를 더했다.

 

"쓰는 행위 이상의 절실한 무엇과의 대결 상태, 문학은 하나의 방패였었는지 모른다. 싸움의 방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래도 좋은가. 이래도 좋은가. 수없이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면서 낫질도 도끼질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내부, 자신을 둘러싼 외부와의 대결은, 그러나 언제 끝날지, 과연 끝날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10권 55쪽

 

 청백리 이부사댁의 후손이며 독립투사 '이동진'의 아들 '이상현'의 글쓰는 마음을 통해, 박경리 작가의 글쓰기를 보고, 저자는 앞으로 어떤 글쓰기를 해나갈지를 생각했다. 왜 쓰냐고, 왜 사냐는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자신의 글쓰기라고 하는 저자, 다음에는 어떤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ps  권, 쪽수는 마로니에북스 판본.

      나는 나남출판사 책을 가지고 있는데 찾아보니 페이지가 조금씩 차이가 났다.

 

yes 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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