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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할 미술책은 너무나 많다 | 인문 2020-09-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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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술책을 읽다

정민영 저
아트북스 | 2018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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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미술은 정말 괴로운 것이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니 실기 수업이 든 날은 배가 아팠고, 이론은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미술에는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은 채 아주 편안한 (?)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내가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책 한 권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을 빌리기 위해 갔던 도서관에서 <미술과의 첫만남>이 눈에 들어와 넘겨보다가 대출을 했다. 고대 미술로 시작해서 현대미술까지의 미술사를 대표적인 그림들을 중심으로 설명한 책이었는데 신세계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미술이 이렇게 재미있는 영역이었나? 그 다음으로 읽게 된 책이 이주헌의 <화가와 모델>이었다. ( 이 책은 2015년 '그리다, 너를'이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그 이후 많은 미술책을 읽었고, 떠다 밀어도 가지않았을 전시회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아트페어도 다니면서 작품의 동향을 살펴보게도 되었다. 책 한 권이 내 삶을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면 이 책 또한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미술책 애독자다. 계명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정신세계사와 문학동네, 세계사에서 편집 일을 했고, 월간 [미술 세계] 편집장과 단행본 스타일의 미술교양지 계간 [이모션] 편집인을 지냈다. 지금은 미술 출판을 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 '채널 예스' 인터뷰 내용을 통해 아트북스 대표임을 알게 되었다.)

 

 미술출판을 한 지 17년이 되었다고 한 저자는 단행본 출판을 중심으로 강의, 글쓰기 등을 하면서 미술의 대중화, 미술의 생활화를 계속적으로 생각해왔다고 한다.  이 책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토대가 된 원고는 출판 관계자를 위한 격주간지 [기획 회의]에 연재했던 리뷰들이었다. 총 56편의 리뷰들에는 저자의 화가, 편집자, 출판가, 그리고 독자로서의 시선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이 책의 목적지는 나아가 모든 미술책의 목적지는 미술이 함께 하는 삶이다. 나의 미술출판 행위가 그렇듯이 , 미술책 리뷰도 결국 '미술이 동행하는 삶'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자 미술로 삶의 경험을 바꿔주고 싶은 마음의 실천이다. -p 14

 

 미술이라는 것이 미술가, 비평가등 소수의 전문가들이 즐기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일반 대중들도 미술을 가까이에 두고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책. 책에 대한 가이드이면서 책과 관련없이 글 자체로 즐길 수 있게 신경 썼다고 했는데, 리뷰를 하는 책 내용과 함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저자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56권의 책들에는 어떤 책들이 있을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를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십대 중반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그림 그리는 인생을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 <서촌 오후 4시>, 40대 평범한 직장인이면서 불혹의 나이에 그림을 시작해 일상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 <철들고 그림 그리다>, 그리고, 드로잉 하는 법, 드로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그림, 어떻게 시작할까? > 까지.  "내가 주위의 만물을 그리는 이유는 진정으로 보기 위해서다. 더 깊이. 더 강렬하게 봄으로써 완전히 살아있기 위해서다. 그리기는 내가 세상을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수련이다." 라는 글이 실려있는 <연필 명상> 이란 책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절판상태였다 .)

 

 요즘은 영화, 음악, 옷, 음식, 경제등 다양한 주제들을 통해 그림을 소개하는 대중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나도 그런 책들을 많이 읽었다. 많이 어렵지 않고 감성적인 책들이라 정서적으로도 안정이 되면서 미술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장점이 많았다.  반 고흐가 사랑한 책, 음식,  경제, 불교, 옛 문학등을 주제로 했던 책에 대한 리뷰를 만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명옥의 <욕망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욕망의 힘'보다는 미술작품 감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독서의 힘'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독서의 즐거움은 미술작품 읽기의 즐거움으로 통한다. 독서가 인생에 깊이를 대해주듯이 작품 감상에도 깊이를 부여한다. 이 책은 책의 인용이라는 색다른 감상 레시피로, 미술작품을 머리로 이해시키지 않고 가슴으로 품게 한다. 가슴 뛰는 작품 감상, 독서력에도 길이 있다.-p 130

 

 리뷰들을 읽으면서 특별하게 다가왔던 부분들이 있다면 편집자로서의 시선으로 책의 구성, 표지,본문등 북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 점이었다. 나야 전문가가 아니니까 보기에 조금 불편했다, 편했다 정도지만 편집자는 더 자세한 것을 보고 있었다. 리뷰 하단에 따로 면을 할애해서 추가적인 설명을 하곤했는데,  <나를 세우는 옛 그림> 의 책의 구성에 대한 글이다.

 

  각 페이지의 본문 옆구리에 배치된 간단명료한 용어설명은 그 위치가 독설르 편하게 한다. '각주'나 '미주'가 아닌 탓에 시선을 멀리 이동할 필요없이 해당 용어가 나오는 문장 바로 곁에서 곧장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두개의 팁 ( '옛 그림과 친해지기') 으로 마련한 동양화 감상의 기본인 '준법 峻法'과 '육법화론 六法畵論'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문의 그림을 깊이 감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문이 그림 한 점을 자세히 읽는 것인 만큼 이는 적절한 팁이 아닐 수 없다. 적재적소에서 이해와 감상의 폭을 넓혀준다.- p 94

 

 가지고 있는 책  <다, 그림이다> 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서 확인을 해보았는데,  책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편집을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는지 알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책

 <르코르뷔지에>에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이 빠져 있어서 저작권 문제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 저작권에 관한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이중섭, 박수근, 최순우, 김환기에 대한 전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문제는 <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서 다시 만나랴> 에 있었다. 김환기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정말 탄탄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컬러풀한 주요 도판이 실려있지 않다고 했다. 그것은 저작권자인 (재) 환기 재단, 환기미술관과의 문제때문이었는데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자가 이런 부분까지 상세하게 알려주어서 읽는 재미를 더했다.

 

  옛 그림을 이야기한 책이라고 하면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간송미술 36 회화>이 대표적으로 생각이 난다. 오주석의 책을 통해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은 시작되었고, <간송 미술 36 회화>를 통해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 되었다. 몇 년 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렸던 간송 미술 작품 전시회를 보고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었는데, 우리 그림에 대한 책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아직도 미술 컬렉터라고 하면 장벽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컬렉터에 대해서 생각을 조금 달리할 수 있는 책 7권을 만난 것도 이 책을 읽은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술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56권 중에서 몇 권이 되지 않았다. 카트에 담길 책들이 늘어나겠지만 새로운 책을 알아간다는 것은 역시 즐거운 일이다. 미술책 리뷰만을 모아둔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었다. 미술책 리뷰에 대해서 많은 공부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미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쓰여졌지만, 미술에 관한 책을 쓰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손쉽게 소셜미디어로 자기 생각을 표출하고, 상대방 생각을 접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콘텐츠다. 어느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체험과 사유로 담금질된 이야기가 최고의 경쟁력이다. 그래서 힐링, 자기계발, 창의력 등 트렌드와 결합한 미술 대중서도 단순하고 정보 위주로 미술을 공급하기보다 저자의 소소한 일상과 교감하는 방식으로 미술을 가까이하게 이끈다. 이에 따라 저자의 사생활을 엿보는 부가적인 재미가 있다.-p 96

 

 저자는 리뷰를 통해서 각 책의 저자들에 대한 평도 하고 있었다. 그런 평들을 읽다보니 그 책의 좋은 점, 미흡한 점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는데, 그런 글들은 작가의 자세라든지 책의 내용면에서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읽는 이에 따라서 책에 대한 평가, 저자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오주석>을 읽은 저자의 글은 오주석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했다. 실제로 읽고 검증을 하는 일이 남았지만.

 

  오주석은 빼어난 '그림 통역사'다. 옛 그림과 현재의 독자 사이에서, 옛 그림의 맛과 멋을 통역해 주었다. 그의 통역은 고루하거나 진부하지 않고 현대적이면서도 기품이 있다. 그림 읽기는 해박한 독해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글솜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림 읽기는 독백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저자는 뛰어난 독해력에 유려한 글빨까지 갖추었다. 그림을 그린 화가보다 그림을 더 잘 알 것 같다. 그래서 당시 연재를 담당했던 이광표 기자의 말마따나 "오주석 선생이 있어서 참으로 즐겁고 행복"하다. - p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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