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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를 만나러 떠난 여행 | 미술 2021-02-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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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가 사랑한 고흐

최상운 저
샘터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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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책을 펼치면 고흐를 만나지 않을 수 없고, 자꾸 만나다보니 궁금해지고,궁금해지니 또 찾아 읽게되고 그렇게 고흐와 친해졌다. 하지만, 왜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내가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예술성을 논할 수는 없고, 그가 가진 엄청난 열정에 비해 살아있는동안 인정받지 못하고 고통받았던 것에 대한 애잔함이 크기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다. 테오의 형에 대한 사랑도 큰 몫을 하고 있고, 주고 받았던 편지들을 소중히 간직했고, 그의 작품들을 소중히 여겼던 테오의 아내와 조카 빈센트로 인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기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드문 드문 고흐의 삶에 대한 글을 만났기에정리가 되어있지 않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고흐의 발자취를 찾아떠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제대로 정리를 해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읽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여행을 시작한 저자는 고흐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 고흐가 살았던 도시들을 찾았다.  이 책은 2012년에 <고흐 그림여행>으로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으로 프랑스와 네덜란드 외에도 초판에서 다루지 않았던 영국과 벨기에를 추가했다고 한다. 고흐의 삶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여정이라 독자의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몇 개의 키워드로 나눠보았다.

 

1. 여행 

  <고흐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 떠나는 그림 여행>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네덜란드 ( 암스테르담, 헤이그, 드렌터, 뉘넨, 에텐, 스헤베닝언), 프랑스 (파리, 아를, 생 레미, 오베르 쉬르 우아즈), 영국 (런던), 벨기에 ( 브뤼셀, 보리나주) 를 넘나들었다. 37년이라는 생을 살면서 대략 28곳에서 머물렀다한다. 왜 그렇게 많은 도시들로 옮겨다닐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도시에서 발견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열 여섯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시작한 일은 헤이그 구필 화랑에서 그림 매매를 중개하는 일이었다. 런던 지점, 파리 지점을 거치면서 일이 맞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려했지만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겨우 전도사가 되는 자격을 얻어 보리나주 탄광촌에 전도사로 갔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 충격을 받고 그들을 도우려했는데, 신도들은 그를 조롱했고, 기독교 위원회에서도 그를 종교에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다. 결국 전도사일도 할 수 없게 된 그는 종교에 대한 관심을 끊고 브뤼셀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가로의 한 걸음을 내딛은 고흐의 여정은 파리, 아를, 생 레미, 오베르 쉬르 우아즈로 향했다.

 

 현재의 자유분방한 암스테르담의 모습을 보고, 브뤼셀의 가장 유명한 광장인 그랑 플라스 이야기도 듣고, 아를의 국제 사진 페스티벌, 소를 잡는 행사등 흥미진진한 부활절 축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생 레미 요양원 시절, 마지막을 보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갔을 때는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고흐의 흔적을 지금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도시들을 실제로 여행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2. 미술관 

  고흐를 찾아가는데 미술관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먼저 들른 [반 고흐 미술관]에는 고흐의 작품들이 주제와 시기별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1883년부터 고흐의 행적에 따라 작품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정말 좋았다. 완전 몰입해서 숨도 쉬지 않고 읽었다. [레이크스 미술관]은 고흐가 많은 영향을 받았던 렘브란트,페르메이르등 네덜란드 화가들의 작품이 모여있다.  반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고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서는 또 다시 고흐의 작품의 향연에 빠질 수 있었고, 다양한 조각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런던에 있는 동안 자주 들렀던 [런던 내셔널 갤러리], [월리스 컬렉션]에서 고흐가 좋아했던 작품들을 만났다. 그 외에 벨기에의 [ 브뤼셀 왕립 미술관] 과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에서 만나는 그림들로 정말 멋진 그림여행을 할 수 있었다.

 

3. 영향을 받은 화가들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는 고흐가 가장 사랑했던 그림으로 유명한데, 저자는 그 그림에서 찬란한 황금색을 보고 매혹을 느꼈던 고흐와 그의  노란색에 대한 집착을 떠올렸고, 고흐는 한 가지 주제로 여려 장의 그림을 그렸는데 모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고흐가 특히 좋아했던 프란스 할스의 작품은 <웃는 아이>로 서민적인 화풍과 빠른 붓터치로 그려졌는데 빠른 속도로 그린 고흐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고도 했다. 고흐는 페르메이르의 <델프트 풍경>의 빛과 색채에 반했고, 가까이 가서 보았을 때와 떨어져서 보았을때 색이 다르게 나타나는 데 감탄을  금치못했고, 이런 수준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다한다. 고흐는 쇠라와 폴 시냐크등 점묘파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고흐의 주관적인 색채의 사용은 야수파와 독일 표현주의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예술 세계는 분명 독자적인 부분이 크겠지만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저자는 고흐의 작품 외에도 고흐가 사랑하고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많은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고흐를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4. 고흐가 만났던 사람들

  고흐는 여러 번의 사랑을 했지만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변의 반대에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면, 무모해 보이는 사랑일지라도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평범한 가장으로서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매춘부였던 시엔은 <슬픔>이라는 그림으로도 남아있다. 시엔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스헤베닝언에서의 그림은 그들의 사연때문인지 왠지 황량하게만 보였다. 병원에서 그를 돌보아 주었던 지누부인, 어머니를 생각하게 했던 룰랭부인과 남편 우체부 룰랭, 탕기 영감, 고갱. 그리고 테오. 테오라는 동생이 없었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고흐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같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중요한 인물을 만났다. 최근에 읽었던 [빈센트가 사랑한 책]에서 자주 등장하던 친구 라파르트였다. 귀족 출신으로 다른 환경에 놓여있었다고는 할 수 있지만 5년정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감자를 먹는 사람들>을 본 라파르트는 혹평을 했고, 이 사건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나버렸다고 한다. 그와 주고받은 편지를 담은 책 [반고흐 영혼의 편지2]가 출간되어 있는 것을 보면 라파르트와의 우정이 고흐에게 미친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같다. 라파르트가 궁금해졌다.

 

5. 작품 세계

 <해바라기><별이 빛나는 밤>과 같은 강렬한 노란색과 소용돌이 치는 그림들을 보노라면 고흐의 생각들이 단순하지 않고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신 착란으로 귀를 자르고, 발작이 일어나 요양원에서 보내야했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살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흐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게 되는 부분도 있다.  최근에 [빈센트가 사랑한 책]을 읽으면서 그는 독서를 많이 했고, 지적인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저자도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고흐는 대단히 지적인 인물이었다. 우선 어학에 탁월한 재능이 있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등에 능통했다. 셰익스피어, 쥘 미슐레 같은 이들의 책을 원서로 읽을 정도였다. 그 외에도 많은 번역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의 편지에서 나타나는 깊은 사색의 흔적들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이처럼 수많은 책을 통한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다.-p 23

 

  <유모 룰랭 부인의 초상화>는 쥘 미슐레의 [여성]이라는 책의 영향을 받아서 그려졌다고 한다. 이렇듯 고흐에 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알고 있는 고흐의 그림은 빙산의 일각이었고, 고흐의 아주 일부분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흐를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것을 모르고 봤다면 그의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그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에 더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변해가고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렘브란트와 페르메이르의 그림에 영향을 받았던 부분을 생각해보면 고흐는 색채에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저자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충실하게 모사하는 대신에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려고 했고, 그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은 주로 늙고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생 레미의 요양원에 있을 때 고흐는 농부가 밀을 수확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농부와 해가 있는 밀밭>을 그렸다. 여동생 윌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밀이 아닌가.....우리가 밀같이 죽어 수확이 될...."이라고 썼다 한다. 아무런 정보 없이 본다면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떠올리는 그림일텐데, 고흐의 마음을 알고나니 편하게 보아지지는 않았다. 고흐의 마음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

 


 

 

 여행을 끝내고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고흐와 테오의 무덤을 보는데 코끝이 찡했다.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찼던 한 사람, 이상은 높았지만 이룰 수 없어 좌절했던 사람, 그런 형을 위해 끊임없이 헌신했던 동생 테오. 그들이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저자도 말했듯 고흐에 대한 책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놓고 바라보는 시각은 동일한 것도 있을테지만, 분명 다른 지점들이 있다. 저자를 따라 '고흐를 찾아서 떠난 여행'을 하는동안 너무너무 즐거웠다. 가장 좋았던 점은 그의 삶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고흐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지만 고흐를 찾아서 떠나는 나의 여행은 이 책으로 인해 이제서야 시작되었다고 말 할 수 있을것같다.

 

 * 고흐하면 강렬한 노란색의 색조를 떠올리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가 그린 녹색,파랑에 많이 끌렸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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