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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낳은 내 과거가 나를 어디로 끌고 갈것인가 | 문학 2021-11-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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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음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현암사 | 2016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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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려고 샀지만 몇 년동안 책장을 장식하는 역할만 하고 있는 책들은 너무 너무 많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중 하나를 읽게 될때면 드는 생각은 두 가지. '사두면 다 읽는다니까', '이렇게 재미있는데 왜 이제서야 읽었지?'. 이 책도 그랬다. '일본 근대 문학의 정수 20세기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 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준은 되지 않지만, 분명 인간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100년 전, 고리타분한 이야기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현암사의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본 국내 최초 소설 전집 중에서 두 번째로 읽게 된 책이다. 주인공 '나'와 선생님의 우연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되는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높낮이가 없는 길을 천천히 달리는 기분이었다. 물론 개인차는 있을테지만.

 

  특별한 이유가 아니어도 끌리는 사람이 있다. 나에게 선생님은 그런 존재였다. 도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던 나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가마쿠라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해수욕장에서 중년의 한 남자를 알게 되는데, 도쿄에 돌아온 이후에도 그 만남은 계속되었다. 사람과의 교류를 싫어하고, 일도 하지 않은채 아내와 단 둘이 살고있는 선생님을 자주 찾아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우연히 마주쳤을 뿐인데, 궁금하고, 알고 싶고, 가르침을 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나는 어렸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 대해 젊은 피가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돌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 선생님에게만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중략) 가엾은 선생님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에게 , 가까이 할 만한 사람이 아니니 그만두라는 경고를 보냈던 것이다. 남이 반가워하는 것에 응하지 않는 선생님은 남을 경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경멸한 것 같다.-p 25

 

  아내와의 관계가 나빠보이지도 않았는데, 사랑은 죄악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받을 것은 제대로 받아두는 것이 좋을거라는 충고도 했다. 과거의 일로 사람을 믿을 수 없지만,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고 싶다는 선생님은 나가 그런 존재가 되어주길 바랬다. 세상에 대해 무관심하고 고독에만 빠져있는 듯해 보이는 선생님.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았던 탓에 졸업 후에 본가에 돌아가 있게 되었다. 선생님으로부터 도쿄로 와줄 수 있겠느냐는 편지를 받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병세가 계속 나빠져서 도쿄로 가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장문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내가 알고 싶어하던 선생님의 과거를 담은 글이었는데, 그조차도 차분히 읽을 틈이 나지 않아서 페이지만 넘기다가 한 문장에 시선에 꽂혔다.

 

이 편지가 자네 손에 닿을 무렵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걸세. 진작 죽었겠지.-p 146

 

  나는 도코행 기차에 올라 선생님의 편지를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누구에게도, 아내에게조차도 알리지 못했던 과거가 쓰여있었다. 어쩌면 아무 일도 아닐 수 있었지만 자신에게 아주 강한 윤리적인 잣대를 가져다댄 것이 선생님의 외로움, 고독의 시작이었다. 일찍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 소설은 상,중,하로 나뉘어져있다. <상-선생님과 나>에는 선생님과의 첫만남으로부터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에서 선문답처럼 주고 받언 이야기들이, <중, 부모님과 나>에는 방학과 졸업 후에 집에 와 있는동안 가족들과의 이야기가 주였고, <하, 선생님과 유서> 는 선생님의 유서였다. 주인공인 나와 선생님이 주고받는 말 속에서 우린 인간이 가진 여러 속성을 보게 되지만, 아버지에게도 많은 관심이 갔다. 죽음으로써 자신을 얽매고 있던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선생님에 비해 아버지는 생에 끈을 꼭 쥐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아주 평범하고 일반적인 아버지.  '나'는 선생님을 아버지보다 위에 놓는 경우도 많았지만 말이다. 좀 부당한 느낌이 들었다. 속세에 살고 있는 아버지, 왠지 차원이 다른 곳에 살고 있는 듯한 선생님. 옳고 그름이 있다기보다는 삶의 방식, 생각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유독 부각시킨 것은 선생님 과거의 한 대목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이었던싶다.

 

  문득 한 사람의 과거를 모두 알게 되고, 죽음의 의미까지 알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까싶었다. 인간을 알게 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까? '나를 낳은 내 과거'라는 이 문장에 유독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었다. 나를 낳은 내 과거가 나를 어디로 끌고갈 것인가? 라는 질문 하나가 남았다. 나쓰메 소세키가 의도한 바는 다를지라도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읽은 '마음'은 나의 것이니까.

 

  나를 낳은 내 과거는 인간 경험의 한 부분으로서 나 이외에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니 그것을 거짓 없이 써서 남기는 내 노력은 자네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인간을 아는 일에 헛수고는 아닐거라고 생각하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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