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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 문학 2021-06-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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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저/박우주 역
달로와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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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표지에 약한 나로서는 봄날의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화사한 표지를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7종류 정도의 꽃이 보이고 꽃이 피지 않은 나무까지해서 정원이 가득했다. 봄의 정원에 빠져있는 나로서는 눈 앞에 있는 정원인듯 한참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저자가 '오가와 이토'라면 더더욱 읽어야하는 책이다.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으로 따뜻함을 선물 받았기때문이었다.

 

  주인공 토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눈이 멀게 된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일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로우타도리의 노래를 듣고 아침이 오는 것을 알았고, 독서가인 엄마가 읽어주는 책으로 세상으로의 여행을 했다. 엄마는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정원에 향기를 지닌 나무를 심어주고 '토와의 정원'이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토와는 집 밖에 나가는 일도 없었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도 없었다. 유일하게 '수요일 아빠' 라고 이름 붙인 남자가 생필품을 가져다 주는 것이 전부였다. 어느날 부터인가 평범한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다. 엄마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약'을 먹게하고, 기저귀를 채워둔채 일을 하러 나갔다. 토와는 열 살 생일에 엄마와 함께 사진을 찍기위해 특별한 외출을 한 이후 엄마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집안 일은 팽개쳐두고 하는 날들이 계속되더니  어느 날 엄마는 사라져 버렸다.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 지 못한채 어둠 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진이 일어났다.

 

 그 흔들림이 나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결정적인 사실이 내 앞에 고개를 내밀었다. 그야 만약 나와 엄마가 아직 '영원한 사랑'으로 맺어져 있다면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올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나를 끌어안아 줄 테니까. 하지만 엄마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이별하기로 했다. 엄마를, 잊는다. (중략)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자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었다. 나는 '엄마'를 봉인했다. -p 121

 

  토와는 경계를 허무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쓰레기로 뒤덮인 집에서 나와 토와의 정원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갔다. 엄마와의 끈으로만 묶여져 있던 세상에서 엄마를 봉인함으로써 토와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보호시설에서 하나씩 배워나가며 홀로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했다. 점자도 배우고, 세상에 적응하는 법을 배운 후 반려견 조이와 함께 엄마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에게는 충격적인 과거가 있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나는 아직 스스로도 엄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헤아리지 못하겠다. 내 볼에 차가운 손바닥을 대었던 것도 엄마라면,나에게 이야기라는 여행의 묘미를 맛보게 해준 것도 엄마였다. 엄마를 만나고 싶냐는 질문에도 금방은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원망하는지 사랑하는지, 엄마를 둘러싼 물음에는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p 151

 

 하지만, 토와가 엄마와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에서 어느 정도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같았다. 집에 돌아온 토와는 집안을 깨끗이 하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맨발로 걸으며 지구와 대화를 했고, 식물들의 가지며 잎사귀에 손바닥을 대어 소리를 포착하고, 꽃들의 향기로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에 있는 금은화의 존재를 확인하고 늘 금은화 향기가 났던 엄마를 떠올리고 소리내어 불렀다. 엄마에게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던 토와가 엄마에 대한 봉인을 해제하고, 진정으로 화해하는 순간이지 아닐까싶었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씩씩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그런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엄마' 라는 단어가 계속적으로 맴돌았다. 병든 엄마를 혼자 모시고 살고있는 마리씨, 한 아이의 엄마로서 토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스즈씨. 토와도 그들로 인해 엄마란 존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앞을 못 보는 나일지라도 세상이 아름답다는 건 느낄 수 있다. 이 세상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들이 잔뜩 숨어있다. 그리고 나는, 그 하나하나를 내 작은 손바닥으로 사랑해주고싶다. 그러려고 태어난 것이니까. 이 몸이 살아있는 한 밤하늘에는 나만의 별자리가 쉼 없이 생겨난다. -p283

 

  아름다움이 숨어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던 사람들을 만난 것도 토와의 말처럼 인복이 많은 거였지만, 그것을 전부 받아들이려고 마음을 열었던 토와였기에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었던 것 아닐까? 비록 많은 문제를 가진 엄마였지만 생명을 주었고, 토와에게 쏟았던 사랑이 거짓은 아니었다. 엄마가 보여주었던 세상, 엄마의 사랑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손끝에서 생명을 얻어가는 정원을 가꿔나가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것이다. 저자의 전작들과는 달리 어둠이 좀 깊어서 의외라고 생각되었다. 어떻게 따스함으로 나아갈까 궁금했는데 결코 식상하지 않은 곁가지들로 이야기는 풍부해졌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로 찾아올지, 그녀의 이야기는 기다림으로 이어진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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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토와의 정원 | 문학 2021-05-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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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삶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엄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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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단단하게 하는 문장들과의 즐거운 만남 | 문학 2021-05-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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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생의 문장들

데구치 하루아키 저/장민주 역
더퀘스트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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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문제는 '옛사람의 지혜'를 빌려 해결할 수 있다!

생애 한가운데서 쌓아온 내 인생의 문장들 역사의 풍설을 견딘 한 줄 명언이 나를 살렸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책 속 한 문장이, 영화대사 한 대목이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식을 쌓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사람의 정서적인 면을 건드려 삶을 좀 더 단단하게,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는 것같다. 저자는 55세에 다니던 회사에서 좌천당했다. 58세에 퇴사를 하고 60세일때 30대 동업자와 보험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를 성장시켜 놓은 후 70세가 되던 2018년부터 현재까지는 대학 학장으로서 살고있다. 저자는 좌천을 당한 후에도 침울해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동안 읽은 역사책과 고전, 특히 정권에서 밀려나고 추방당한 마키아벨리, 단테, 그들이 남긴 글이 그에게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힘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1만 권의 책에서 건진 보석 같은 명언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내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기대와 함께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처한 상황에 맞는 글들에 마음이 움직였다.

 

 지나간 불행을 한탄하는 것은 새로운 불행을 불러들이는 지름길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엄마가 수술을 하고 병원에 계셔서 요즘 아빠랑 교대로 병원을 지키고 있다. 그날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저 고생을 하지 않으셔도 되었을텐데싶어 한숨이 난다. 사실, 살다보면 이런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자꾸 우울해지고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이 문장을 읽고 생각을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후회해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우물쭈물하면서 고민하는 사이에 소중한 시간은 점점 사라진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하나씩 해결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자! 힘을 내자 !!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 - 맹자, <진심·하>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것이 있을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요즘 소원해진 느낌이 들고있다. 많은 것을 공유했던 사이였기때문에 아쉬움이 있다. 그런 기분을 말하려고 하니 너무 예민한거라고 생각할까봐 말은 못하고 있었는데, 저 말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너무 성의없는 말이 아닐까?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그렇게 된데는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거야싶으니 억지로 관계를 돌리려는 노력보다는 지켜보자는 마음도 있다. 그 친구가 떠오르는 문장이었다.

 

 내 생각대로 안 되는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만남도 헤어짐도 우연의 요소가 매우 크게 작용하며 근본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자세로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지내려고 합니다.- p55

 

 지난 주 일본어 수업 시간에 10년 후, 20년 후 나의 모습에 대해 얘기했는데, 나는 지금처럼 무언가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을 간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열정이 살아있고,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싶었기 때문이었다.

 

 나처럼 교육받지 못하고 고아원에서 자란 사람도 아직 하루에 꽃 이름 하나 정도는 외울 수 있어요.- 코코 샤넬

 

 '알지 못할때는 무슨 일이든 뒤엉켜있고 복잡하지만, 알고나면 풀리고 단순해진다는 것이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운다는 것은 세계를 단순하게 보기 위한 수단이며, 배울수록 수월해지고 인생이 즐거워진다' 고 했다. 현대인들은 너무도 생각이 많고, 해야할 일도 많고 바쁘게 살아간다. 그런 중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노력해나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를 알 것같았다.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어제 꽃 이름 하나 외웠으니 오늘도 하나 더 외우고 즐겁게 살아야지.

 

 저자는 사람이 배울 수 있는 세가지 방법은 사람, 책, 여행이라고 말했다. 사람이나 여행에 비해 책은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20대부터 지금까지 자기 전에 1시간은 반드시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일주일에 10권 전후로 읽던 것이 지금은 4~5권이라고 말하는 대단한 독서력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더 더욱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주의깊게 읽을수 밖에 없었다. [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면 더 멀리 볼 수 있다.-베르나르 드 사르트르]  라는 문장으로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양서의 요약이라는 것은 전부 어리석은 짓이다. -미셸 드 몽테뉴, <수상록>]로 한 줄씩 읽기의 힘을 강조했다.

 

  저자로부터 배운다는 자세로 한 행, 한 구절 꼼꼼하게 읽어나갑니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한 번 앞으로 돌아가서 반복해서 읽어봅니다. 그렇게 자기 안에서 확실히 납득할 수 있을때까지 읽어 내려가는 것을 저는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p 130

 

 어렵게만 생각하던 고전에 대한 재미는 붙였지만 한 줄씩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는 것은 아직 부족하다. 얼마 전에 작가 조성연이 단테의 <신곡>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책은 저렇게 읽어야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많은 독서력이 뒷받침 되었기때문일 것이다. '한 줄씩 읽기의 힘' 알았으니 나도 조금씩이라도 실천해봐야겠다.

 

 인생에 대한 새로운 태도, 관계의 지혜, 현명한 판단과 결정, 배움과 성장의 방식, 일 잘하는 법, 나를 지키는 힘, 이렇게 6개의 장으로 나눠 총 38개의 명언을 소개하고 있다. 본문 속에서 더 많은 명언들도 만날 수 있었다. 책에서 만난 문장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현재 상황에 접목시켜 이해하고 삶을 살찌우는 방편으로 삼았다. 앞서 소개했듯 저자는 에너지가 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데, 그 바탕에는 책의 힘이 아주 강하게 작용했음을 실제 경험담을 통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명언을 소개하기 전에 한마디 해두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눈이 번쩍 뜨일 많안 명언을 기대하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살다가 역경에 부딪혔을 때 '그래, 그런 말이 있었지'하고 문득 떠올라서 상황을 타개하는 데 약간의 힌트가 될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지요. 명언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은 그 정도가 딱 알맞다고 생각합니다.-p 8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없다. 그래서, 같은 책을 읽어도,같은 문장을 만나도 느끼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소개된 글 중에서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장 하나만을 만났다고 해도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 것같다. 교양을 한마디로 정리한 것으로 인생을 즐겁고 유쾌하게, 두근두근 신나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가 응축되어있다는 명언을 대하는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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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 한 권 만들어볼까? | 문학 2021-05-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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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저/노진선 역
인플루엔셜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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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삶이란 선택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취업, 결혼등 아주 중요한 문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부터 매순간 선택을 해야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만약이란 말로 상상해본 적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물음표를 붙여보는 것은 내 경우에는 뭔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런 의문 또한 들었다. 다른 길을 갔더라면 난 정말 만족한 삶을 살고 있을까?

 

 서른 다섯살의 노라는 죽기로 결심했다. 죽기로 결심하기 스물일곱 시간 전에 기르던 고양이 볼츠가 죽었다. 죽은 고양이를 보고 동정과 절망을 느끼면서도 평화로운 모습이라 여기며 고양이를 질투했다. 어린 시절 수영 유망주였지만 그만두었고, 밴드 활동도 그만두었으며 결혼식을 이틀 앞두고 결혼식도 취소해버린 노라는 고양이가 죽은 다음 날 해고를 당했다. 피아노를 가르치던 리오의 어머니로부터 레슨을 그만 받겠다는 말도 들었다.

 

 그녀가 둔 모든 수는 실수였고, 모든 결정은 재앙이었으며, 매일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에서 한 걸음씩 멀어졌다. 수영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여행가, 빙하학자,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 그 중 어느 것도 되지 못했다.-p 39

 

 노라는 11시 22분, 죽기에 딱 좋은 시간이라며 내일을 맞이하지 않기로했다. 노라의 손목 시계는 자정에 멈춰있었고, 노라는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건물로 들어갔다. 죽기 전에만 열리는 도서관으로 과거의 선택에 따라 살았을 수도 있는 다양한 삶을 경험하게 해 주는 도서관이었다. 자정의 도서관 사서인 엘름부인은 새로이 살게된 삶에서 실망하게 되면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올테고, 실망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면 계속 그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했다.  댄과의 결혼이 순조롭게 된 이후의 삶, 친구 이지와의 오스트레일리아행을 결정했을 때의 삶, 빙하학자, 수영선수, 뮤지션등 자신이 살았을 수도 있는 삶 속으로 들어가 살아보게 된 노라는 과연 만족했을까? 행복했을까? 그 삶에서도 결핍은 있었고, 커다란 슬픔이 있었다. 노라는 계속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단 한 번 돌아오고싶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났는데 그 곳에 머물수는 없었다. 왜였을까?

 

 내 삶이 아니라는 느낌은 있었죠. 그건 내가 만든 삶이 아니었어요. 난 그냥 그 삶을 사는 내 안으로 들어간 거예요. 완벽한 삶 속에 복제되었죠. 하지만, 그게 나는 아니었어요. -p 377

 

 간절히 원한 삶이지만, 만족스러운 모습의 삶이었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만든 삶이 아니었기에 지킬 수가 없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어야했다. 자신이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책을 써야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가득한 책 말고.

 

 그녀에게 가능한 모든 인생의 씨앗이자 시작인 진실. 예전에는 저주였으나 이제는 축복이 된 진실. 다중 우주의 잠재력과 힘을 간직한 간단한 문장이었다. 나는 살아 있다. -p 385

 

 살아있어야만 가능했다. 노라는 살아 있음의 소중함을, 살아 있는 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게 된거였다.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을 둘 필요가 있을까? 아쉬워할 필요가 있을까? 그 시간에 앞으로의 삶을 위한  매 순간 선택의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싶다.

 

 저자 매트 헤이그는 20대 초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순간, 자신의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깨닫고 파트너와 가족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그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2015년에는 우울증을 극복한 과정을 담은 에세이 <살아야할 이유>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한다. 저자의 그런 경험이 이 소설 속 노라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게 되지 않았을까?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된 노라의 삶은 자정의 도서관에서 만났던 <후회의 책> 두께를 조금씩 줄여갈 것이다. 아주 뻔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시금 삶의 소중함을, 이 세상에 발딛고 서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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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문학 2021-05-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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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발을 대고 있는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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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읽기에 좋은 책, 웃음이 터져나오니까 | 문학 2021-05-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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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혼자여서 좋은 직업

권남희 저
마음산책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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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이 책 선물을 해준다기에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어볼까하던 중에 딱 들어온 책이었다. 일본 문학을 읽으면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 중에는 익숙한 이름이 많아졌다. 특히, 저자가 번역한 <츠바키 문구점>을 읽고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기에 권남희라는 작가는 나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나만의 친근함과 번역가로만 알고 있던 작가의 에세이라는 점이 이 책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번역에 살고 죽고>,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라는 두 권의 에세이에 이어 이번 책이 세 번째였다. <혼자여서 좋은 직업>이라는 제목을 보니 번역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지분을 차지할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 외 가족들과의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유쾌함을 더했다.

 

 어릴때부터 글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카피라이터를 꿈꾸기도 했지만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돈을 많이 벌긴 어렵지만, 경력이 책이 되어 쌓이는 좋은 직업이라고 말한다. 80대까지 점점 무르익은 번역을 하고, 나이 먹어가며 달라 보일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쭉쭉 쓸것이라는 말에 괜히 내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자기 직업을 사랑하고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까지 ....이런 것은 배워야돼.


  자신이 번역했던 작품들의 작가를 만나면 얼마나 뿌듯할까?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와의 만남을 보면서 번역가는 정말 멋진 직업이구나 동경했다. 익숙한 일본 작가들의 이야기을 재미있게 들었고, 현실과 너무나 다른 번역가의 삶으로 다뤄지는 TV 의 한 장면을 가슴 속에 꾹 담아두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귀여웠다. 교정지를 보다가 오역을 발견하고 오싹했던 경험도 있었다한다. 음식 이름인데 전혀 다른 의미로 번역한 이후에는 늘 먹던 것만 먹던 습관을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으로 바꿨다는데, 많은 음식을 먹는 것도 번역공부라 깨달았다하니 번역이 만만한 일은 아닌듯했다.

 

 번역본의 제목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제목을 붙이는 과정이 항상 궁금했었는데, 역자의 의견보다는 편집자와 마케팅부의 영향력이 커다는 것은 의외였다. 요즘 읽고 있는 소설의 원제는 <火山のふもとで> (화산의 기슭에서) 이다. 번역본의 제목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였는데 공간적 배경을 정서적인 이미지로 바꾼 제목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이처럼 원제보다 괜찮은 경우도 있지만 원제와 너무 동떨어진 제목을 봤을 경우에는 당연히 역자의 역량을 탓해왔던 나로서는 좀 미안해지는 부분이었다.

 

 엄마랑 점을 보러 간 이야기는 내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친구의 추천으로 엄마와 함께 점집에 가서  백수였던 그녀는 기자가 딱 안성맞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다니는 걸 싫어하고, 부끄럼도 많이 타는 성격이었는데 몇 달 뒤 번역을 시작하면서 평생 나다니지 않는 직업을 택했다. 남편하고의 문제도 날짜까지 찝어주면서 그때까지만 참으면 잘 산다고 했는데, 결국 다음 해에 이혼을 했다. 참 웃지못할 일이다. 나도 대학 4학년때 딱 한 번 친구랑 점을 본 적이 있다. 부적을 쓰지 않으면 남친이랑 헤어질거라는 말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10만원이라는 부적 값에 놀라서 포기했는데 지금도 잘 살고있다. 나는 미래를 점치는 그 어떤 것도 쳐다보지 않고 있지만, 저자는 여전히 사주에 관심이 많아 지금도 인터넷 무료 사주를 즐겨 보고있었다.  

 

 싱글맘으로 살고 있는 그녀는 이제 갓 취업한 딸이 폰의 배달앱에 자기 카드를 저장해주고 먹고 싶은 것 언제든지 시켜 먹으라고 하는 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자식이 상팔자임라고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며  '육아 끝, 너도 나도 수고했다.'라고 했다. 나도 '육아 끝~~'을 외쳐보고 싶다. 그러한 딸과의 투닥거림과 87세인 엄마와 만들어가는 일상이 참 따뜻하고 예뻤다. 87세의 엄마의 눈에 비친 젊다는 기준은 어떨까? "여든 살밖에 안 먹었어.","나이가 뭐가 많아, 나보다 한 살밖에 안 많은데." 이런 할머니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다리 들어올리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어쩌면 아주 평범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식구가 더 있었다. '나무'라는 이름의 시츄였는데 14년간 함께 살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했다. <츠바키 문구점>의 후기를 다시 읽어봤는데 거기에 '멍멍이 웰컴이라는 간판을 보고 집에 두고 온 우리 나무 (시추) 생각이 났다.'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 나무였다. 나무와 두 모녀의 삶은 작가의 손끝에서 또 다른 탄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무의 이야기를 책을 쓰기로 계약했다고 하니 작가의 솔직하고, 허당기 있고, 재미있는 글을 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른 재주는 없어 30년째 번역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좋아하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저자의 성향을 보면 혼자여서 좋은 직업, 번역가에 맞춤인듯하다. 그런 사람이 흔하지 않을테니 저자의 말처럼 운이 좋았던 것인지도. 하지만, 그것이 겸손의 말임을 안다. 운으로만 전문적인 자신의 영역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 전문적인 이야기 약간, 밥벌이 번역가의 삶도 조금, 힘이 되는 가족들과의 에피소드가 적절히 버무려진 정말 유쾌한 이야기였다. 번역가와 작가 사이에는 벽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벽은 무너진지 오래인듯하다. 새로운 창작과도 같은 번역의 힘이 글쓰기를 더 풍성하게 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많이 웃었다. 나무에 관한 책, 놓쳤던 전작들도 꼭 만나보려고 한다.

 

 권남희 작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책에 실을 자기소개를 보내달라고 했을때 썼던 자기소개를 옮겨본다.

 

 이력서에 쓸게 없어서 20대에는 이력서 쓰기를 가장 싫어했다. 50대인 지금도 이력서에 쓸 게 별로 없다. 운전도 못하고 자전거도 못 탄다. 수영도 못하고 말싸움도 못한다. 특기도 취미도 없다. 그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게 전부다. 그러나 별 애로사항 없이 30년째 번역을 하며 살고 있다.-P159

 

하지만, 딸로부터 '너무 겸손하고 너무 부정적'이라는 퇴짜를 맞고 다시 쓴 자기소개.

 

 10대에는 문학소녀였다. 20대 중반에 번역을 시작했다. 30대 후반에 번역계에 자리를 잡았다. 40대 중반에 번역 이야기를 쓴 산문집 [번역에 살고 죽고]를 발표했다. 50대 중반에 싱글맘으로 먹고살며 느낀 이야기를 쓴 산문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를 발표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80대까지 꾸준히 번역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P162

 

이 글은 딸에게 보여주지않고 편집자에게 바로 보냈지만, 돌아온 대답은 "책 날개에 쓸 작가 소개는 인터넷 서점에 올라 있는 대로 쓰면 되나요? " 였다 하니, 작가님 마음 좀 아프셨을듯하다. 현재의 내가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면 어떤 말들로 표현할 수 있을까? 뜬금없는 생각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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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문학 2021-04-2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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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려면,뭐라도 해야 한다고,그리고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그래,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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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호숫가에서 소로를 만났다 | 문학 2021-03-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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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판본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전행선 역
더스토리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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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읽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월든'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고, 읽으려는 시도도 해보았던 책인데 1854년에 쓰여진 책이었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은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공통점이 있어 오래 전 책이어도 현재를 이야기하는듯하다. 그러니 오랜 시간동안 살아남았겠지. 제목 <월든>은 소로의 고향 콩코드에 있는 호수의 이름이다. 하버드 재학 4년과 뉴욕 7개월 체류 기간을 빼면 45년 생활 대부분을 콩코드 근방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갔던 소로는 평화로워 보였던 농촌이 대출과 임대료와 가계 빚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그는 1845년 3월 말에 도끼 한 자루 빌려서 들어가 집을 짓기 시작해 그해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2년 2개월 2일동안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에서 지냈다. 가장 가까운 마을과 무려1,6km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2년동안의 생활은 그에게는 하나의 실험과도 같았다. 어떤 것을 실험해보고 싶었던걸까?

 

 내가 숲으로 들어간 건 의도한대로 삶의 정수만을 직면하며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그랬을 때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을 다 배울 수 있을지 알고 싶었고, 죽음이 닥쳤을 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었다. 삶이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삶이 아니라면 살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면, 체념한 채 살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깊이 있게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고 싶었다. 삶이 아닌 것은 모두 파괴해 버리고 강인하게 스파르타인처럼 살아가길 바랐다. 낫을 크게 휘둘러서 풀을 바싹 베어 내듯 삶을 구석으로 몰아가 가장 기본 조건까지 끌어내린 다음, 삶이 천박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그 천박함을 속속들이 알아내어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반대로 삶이 숭고한 것이라면 직접 경험해서 그 참모습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랐다.-p 134~135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은 소로의 실험이 긍정적인 결과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소로는 2년동안의 경험을 1년으로 압축해 이 책에 담았다. '제 집을 제 손으로 짓고,자신과 가족을 한 점 부끄럼없이 소박하고 정직하게 먹여살린다면, 새가 부지런히 일하며 상시 노래하듯 인간도 누구랄 것 없이 시적 재능을 꽃피우지 않겠는가.' 라는 마음을 담아 차곡 차곡 필요에 맞게 집을 지어나갔다. 방 한 칸뿐이었지만 부족한 것 없는, 숲이 앞 마당이고 동물들이 놀러오는, 자연을 품은 집이었다. 콩이나 옥수수를 키워 빵을 만들거나 호수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서 먹거리를 해결했다. 소로는 새벽에 횃대에 올라앉아 위세도 당당하게 울어대는 수탉처럼 힘껏 자랑해서 이웃의 잠을 깨우고 싶다고 했다. 다른 이의 눈을 의식하고, 부를 축적하기 위해 많은 노동력과 시간을 반납하고 있는 많은 이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가장 중요한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며 그곳에서 끌어올리는 생각들을 적은 글들로 하여금 나는 어떤 삶을 원하고, 현재의 내 모습은 어떠한지를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뛰어난 상상력, 시원시원한 문체로 쓰여진 유쾌한 글들은 나에게는 힐링 그 자체였다.

 

  '문명인이 그저 하찮은 생필품과 육체적인 안락을 얻는 데 생의 대부분을 바친다면, 그가 굳이 야만인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살아야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소로의 말은 눈에 보이는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를 우선으로 해야한다는 말일 것이다. 집에 대한 속박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세태를 꼬집고 있었다. 소비 중심의 의식주 문화 때문에 힘든 삶을 살게 되는 것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간소화한 삶을 살며 의식적인 노력으로 삶을 향상시키라고 말했다. 그의 오두막이 만들어져가는 과정과 그 곳에서 소로의 삶을 보면서 집에 대한 생각과 함께 욕심을 조금 내려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여러가지 소주제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글로 쓰인 문헌은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 인간에게 더 친근하고 보편적이며, 삶 자체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예술이다. 그것은 모든 언어로 옮길 수 있고, 단순히 읽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모든 인간의 입술에서 숨결처럼 내뱉어진다. (중략) 책은 세상의 소중한 재산이고 모든 세대와 민족에 속하는 유산이다. 가장 오래되고 뛰어난 책은 어느 오두막 선반에 놓이든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인다. 그런 책은 스스로 내세우는 대의 없이 독자를 계몽하고 지탱해준다.- p152

 

 법정 스님은 <월든>을 수시로 읽으셨다 한다.  무소유 사상을 심화해 준 책이라고 하셨다는데, 책의 가치를 이렇듯 알고 있었던 소로는 자신의 책이 후대의 누군가에게 큰 울림을 주고,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을까? 독서에 대한 그의 글에서 독서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고전의 소중함을.

 

 손으로 하든 머리로 하든, 그 어떤 일로도 활짝 피어나는 현재라는 시간을 희생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삶에 넓은 여백을 두고 싶다. 따라서 가끔은 여름 아침의 일상이 된 목욕을 하고, 햇살이 잘 드는 문간에 앉아 해 뜰 녘부터 정오까지 몽상에 빠져들었다. 소나무와 호두나무와 옻나무 사이에서 방해하는 이 없는 고독과 정적 속에 앉아 있었다.- p165

 

   <소리들>이라는 주제로 쓰여진 글이다. 이런 여유를 누리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아침 일찍 일어난 날 창을 열어두면 유독 새 지저귀는 소리들이 크게 들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자리를 뜨지 않고 한참동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절로 평화로운 마음이 된다. 그 외에 들려오는 소리는 학교가느라 재잘거리는 아이들 목소리, 간간히 들려오는 차 소리가 전부다. 소로는 많은 소리들을 만났다. 집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지점에서 호수를 끼고 달리는 기차의 기적소리는 수많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정말 이야기꾼이구나싶을 만큼 기차를 타고 움직이는 많은 것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요일이면 들려오는 종소리,거의 비슷한 시간에 찾아와 노래를 하고가는 쏙독새의 울음 소리, 다른 새들이 조용해진 틈을 타 노래를 부르는 부엉이,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수많은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상상의 향연은 정말 경쾌했다.  월든 호숫가가 아니라도 좋으니 숲이 우거진 어떤 곳으로 떠나고픈 마음이 들었다.

 

 

 오두막에 드나드는 생쥐, 목숨걸고 전쟁을 하는 개미 군단, 새끼를 거느리고 찾아오는 누른도요, 헛간에 둥지를 트는 딱새, 오두막 옆 소나무에 은신처를 마련하는 울새등 다양한 동물 이웃들의 이야기는 예쁜 그림과 함께 동화책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같았다. 6월에 찾아온 자고새를 관찰하는 글을 읽으며 내 눈 앞에 자고새가 있는듯했다. 친환경 무소유 삶의 가능성을 실험한 (띠지의 내용) 기록이지만 뭐랄까?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월든> 이기도 했다.

 

 

 자고새의 새끼도 다른 새의 새끼들과 달리 깃털이 다 났고, 발육면에서는 거의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뒤어나서 병아리보다 발달이 빨랐다. 녀석들의 크고 고요한 눈동자에 서린 대단히 어른스러우면서도 순수한 표정은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가 않는다. 모든 지혜가 그 속에서 빛을 발하는 듯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뿐만 아니라, 경험으로 뚜렷해진 지혜까지도 담겨 있는 듯했다. 그런 눈은 새가 태어날 때 함께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비친 하늘과 더불어 생긴 것이다. 숲도 이런 보석을 다시 만들어내지는 못할 테고, 나그네도 그처럼 맑은 샘을 들여다볼 기회를 자주 얻지는 못하리라. - p 338~ 339

 

 소로는 '어째서 인간은 정확히 눈에 보이는 대상만으로 세상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할까?' 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눈 앞에 보이는 대상도 제대로 바라볼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삶이 더 많은 것은 아닐까싶다. 오롯이 자연을 벗할 수 있는 곳에 있으면서, 무언가를 만나려고 하는 소망이 있을 때 우리는 평소 만나지 못했던 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소로는 2년간의 실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인간이 자신의 꿈을 좇아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가며, 상상 속에 그려온 삶을 살아가고자 열심히 애쓴다면, 평소 예기치도 못했던 성공을 이룰 수 있다. 그는 과거를 뒤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어설 것이다. 그리하면 새롭고 보편적인 보다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변과 내면에 확립되기 시작할 터다. 혹은 낡은 법칙이 확장되어 좀 더 자유로운 위미에서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더욱 높은 질서를 따르는 삶을 허가받을 것이다. 그가 소박한 삶을 살아갈수록 복잡한 우주의 법칙도 간결해 질 테니, 이제 고독은 더는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더는 가난이 아니며, 약점도 더는 약점이 아닌 것이 된다. 만약 공중에 누각을 지었더라고, 그것이 반드시 무너져야 할 필요는 없다. 그 아래로 기초를 쌓자. 그러면 누각은 지금 있는 곳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p 484

 

 

 소로는 자유를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생각한다고 했고, 또한 생계가 빠듯해도 잘 견뎌나갈 수 있기 때문에,비싼 가구 , 맛있는 요리, 저택을 손에 넣겠다는 일념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했다. 무언가 욕심을 내기때문에 우리는 얽매일 수밖에 없다.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싶고,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싶고. 그런 욕심만 내려놓는다면 훨씬 편해질 것이다. 그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 '월든' 에서의 삶이 아니었을까? 정신적인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지만 막상 나에게 소로와 같은 삶을 살라고 하면 실행할 용기는 없다. 하지만, 물질적인 욕심을 최대한 내려놓고 정신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고민은 해보게 되었다. 월든 호수에 돌 하나를 던져 넣어 조용한 파문이 이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조용한 흔들림이 전해져온다.

 

  좋았지만 아쉽게 여겨지는 지점이 있었다. 삶을 영위해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힘들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소로는 달랐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던 철도 노동자들을 보면서 '이렇게 땅만 파기보다는 좀 더 값진 뭔가를 하며 여생을 보내면 좋지 않을까'하며 애석해 하는 부분에서는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노동아니면 뭐가 있을까싶어서.

 


 

YES24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할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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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 문학 2021-02-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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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시자와 요 저/김은모 역
arte(아르테)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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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꼭 악몽을 꾸기에 귀신 영화나 괴담집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이젠 귀신보다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나이가 되어서인지 무서운 영화도 잘 보고 괴담집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을 덮은 후 '아 무서웠다'하며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책을 덮어도 기억에 남아 독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작품을 선사하고 싶었다." 는 저자의 바램은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고 미리 말해야할 것같다. 그보다도 , 책 띠지에 있는 이 말이 강하게 머릿 속에 남았다.

  "절대 그녀를 찾지 마십시오. 만나게 된다면, 결코 의심하지 마십시오."

 

 특히,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의심하지 말라!' 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싶다. 보이스피싱이다 스미싱이다 해서 광고 문자만 와도 겁이 덜컥나고, 낯선 누군가와 우연히 말 한마디 나누는 것도 신경 쓰이는 경우도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봐야하고, 꺼진 불도 다시 봐야한다는 것이 더 와닿는 요즘, 의심하지 말라는 것은 참 어려운 주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괴이한 이야기는 모두 의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 왠지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소설의 화자는 소설가다. 쓰고 있던 작품의 재교 교정지를 보낸 날 <소설 신초>로부터 괴담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을 청탁하는 메일을 받았다. 기이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그녀로서는 이 제안이 달갑지 않아서 거절하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자신의 체험담이 일어난 지역을 배경으로 한 괴담 특집이라는 기획서를 읽고는 묻어두기만 했던 사건을 제대로 마주하고 해결하고픈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쓰게된 작품이 <얼룩>이다.

 

  <얼룩>은 '이 작품을 읽는 독자 중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거나 이 인물에 대한 관련 정보가 있는 분은 <소설 신초> 편집부로 연락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문장으로 끝이 난다. 이 소설 발표 후에 여러 경로로 듣게 된 괴담을 주제로 쓴 소설이 <저주>, <망언>, <악몽>, <인연>, <금기> 라는 작품이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는 >이란 이 작품은 소설 속 화자가 쓴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저자 '아시자와 요'는 자신이 받은 청탁 메일을 그대로 소설에 씀으로써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괴담이라고 하면 원인과 결과를 따지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의심스러운 부분들은 증폭되고 해결을 하려는 마음도 강하기에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띨 수 밖에 없다. 원래 미스터리 작가인 '아시자와 요'는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얼룩>에서 쓰노다는 사귀던 남자친구와 궁합을 보기 위해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갔다. 결혼하면 불행해진다라는 말을 들은 남자친구는 심하게 화를 냈고, 헤어지자고 하면 죽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결국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죽음을 맞았다. 쓰노다씨도, 그녀에게 점쟁이를 소개해줬던 화자의 친구 사키코도 교통사고로 죽어버렸다.

 

<저주>는 고마이누 (신사나 절 입구에 놓은 사자 비슷한 짐승의 상)를 밟은 이후로 가위에 눌리고, 남편은 교통사고를 냈으며, 아들은 환청을 듣기도 하는 등 저주를 받고있다는 히라타씨의 이야기다. 정날 고마이누를 밟아서 저주를 받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올해들어 잇달아 돌아가신 아버지와 할머니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일까? 히라타씨는 화재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망언>은 다카후미 부부가 이사한 집의 이웃에 사는 히사코씨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바람을 피우지 않았는데도 바로 앞에서 본 것처럼 상세한 목격담을 아내에게 전해서 싸움이 일어나게 했다. 도대체 히사코씨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이웃에세 왜 저런 짓을 하는걸까? 다카후미씨는 살인을 하지도 않았는데 살인을 했다고 하는 히사코를 미는 바람에 실제로 살인자가 되어버렸다.

 

 <악몽> 에서는 사별하고 다리도 불편한 시어머니 시즈코가 안쓰러워 본가에 들어가서 살게된 후 악몽을 꾸게되는 도모요의 이야기다. 알고보니 시즈코도 악몽을 꾸었었고, 그로 인해 다리도 불편해진거였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막이를 할 사람을 부르기도 했지만, 결국 도모요는 죽고 말았다.

 

 <인연>이 가장 무서웠다. 대학에 가면서 자취를 하게된 이와나가의 집에서 이상한 일이 바발생했다. 텔레비젼 채널이 마음대로 돌아가고, 수채 구멍은 여자의 긴 머리카락으로 막히기도 하고, 어느 날은 욕실 거울에 비친 여고생을 보기도 했다. 이 집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금기>는 앞선 다섯 작품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방식으로 쓰여졌는데, 개별적인 괴담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하나의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각각의 괴담을 읽을 때는 전혀 눈치챌 수 없었던 사실이 수면으로 떠오를때 이 소설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괴담은 우리의 괴담과는 다른 지점을 종종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한'이었다. 우리 귀신들은 대부분 한을 가지고 있고, 복수의 대상은 대부분 원한을 가지게 했던 사람으로 향한다. 그렇기에 한이 풀리면 좋은 모습으로 승천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권선징악.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괴담도 공포를 위한 공포물의 등장으로 변화되고 있기도 하다. 그에 비에 일본은 개인적인 한과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풀이를 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소설에서는 결을 달리하고 있었지만. 여섯 편의 이야기는 괴담이지만 무서워서가 아니라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강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읽기를 마쳤을 때,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책의 중심 키워드는 '의심'이라고 생각되었다. 의심 받는 것을 견딜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화자의 말처럼 한 번이라도 품은 의혹을 스스로 완전히 불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같은 사건이라도 허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니까. 그리고, 또 한 단어 ''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악몽>에서 액막이를 위해 온 진나이씨는 이런 말을 했다.

 

"예를 들어 교차로에 공양된 꽃을 보고 명복을 비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죠. 남을 위해 기원하는  건 훌륭한 마음가짐입니다만, 아무 관계도 없는 고인에게 기도를 올리면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연을 스스로 만드는 셈입니다." - p 170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연을 맺고 끊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함부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절대로 '그녀'를 찾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가볍게 재미있는 괴담 이야기 읽어볼까 생각하고 들었던 책이었는데, 꽤나 무거운 질문들이 남았다. 옮긴이가 그런 말을 했다. 아직, 소개할 작가가 남아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싶다. 읽고 싶은 작가가 추가 되는 기쁜 독서가 되었다고.

 


 

YES24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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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 문학 2021-02-1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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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든 파티

캐서린 맨스필드 저/정주연 역
궁리출판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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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든 파티>는 궁리 출판사의 에디션F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에디션F 시리즈라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지는데, 출판사는 이런 설명으로 이 시리즈가 지향하는 바를 밝히고 있었다.

 

 조용히 세상을 움직여온 여성 작가들의 품격 있고 당당한 행진, 에디션F 시리즈! 주제와 작가들을 좀더 세심하게 나누어 궁리출판만의 색깔 있는 문학선집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에디션F의 'F'는 'feminism, female friendship'을 상징합니다. 이 시리즈는 여성 작가가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작품들을 골라 여성 번역가가 작업을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1권부터 4권까지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3부작, 페미니즘 이론가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샬럿 퍼킨스 길먼의 작품이고, 5권은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디스 워튼의 단편선이었다. 세 번째 작가인 캐서린 맨스필드(1888~1923)는 어떤 작가일까? 폐결핵으로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이혼,유산, 동성애등 짧은 삶동안 그다지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단편작가라는 평을 들었다.

 

  캐서린 맨스필드는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T.S. 엘리엇과 함께 탁월한 모더니스트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의식의 흐름 기법, 다중 시점, 자유간접화법 도입과 같은 혁신적인 기법으로 관습적 감수성에서 벗어나 사건과 플롯에 갇히지 않고 개인의 감정을 중시하여 내면을 탐구하고 독창성을 확보한 것으로 영미문학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P 255 (옮긴이의 말 중에서)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었다. 사실, 이 글을 어떻게 읽어나가야하는지 고민이 되는 글들이 있어 옮긴이의 글을 먼저 읽었다. 인용한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아! 이런거였구나. 그 이후 마음이 편해졌다.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였어. 제임스 조이스,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쟎아.'

 

<차 한 잔>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로즈메리는 부유했고, 남편의 사랑을 받았고,젊고 똑똑했다. 하지만,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차 한 잔 값을 빌려달라는 여자를 만났다. 부담스러워하는 여자의 입장은 생각 않고,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이것 저것 챙겨주려했다. 막 집에 들어온 남편은 그 여자에 대해 아름답다고했고, 그 말을 들은 로즈메리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뭐든 다 해줄것처럼 했던 그녀에게 돈 몇 푼을 쥐어서 보내고는 남편에게 자신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려했다.

 이 여자에게 인생에서 멋진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부자들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여성들은 모두 자매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싶었다. - p 13

 그녀를 데리고 올때부터 선한 마음으로 데리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한 마디에 돌변한 로즈메리를 보면서 단지 자신이 가진 부를 과시하고 싶었던 대상으로 그녀를 선택했던 것이었고, 자존감보다는 남편에게 의존하는 여자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체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로즈메리의 앞으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가든 파티>

 가든 파티를 하기에 완벽한 날. 로라는 엄마를 도와 파티를  준비하던 중에 사고 소식을 들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오두막집에 사는 젊은 짐마차꾼이 말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던 것이다. 로라는 그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파티를 취소해야한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오히려 로라를 설득하면서 모자를 씌어주었고, 로라는 모자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

 그렇게 예뻐 보일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머니 말이 맞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어머니 말이 맞기를 바라고 있었다. 내가 과장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과장일지도 몰랐다. 아주 잠깐 동안 그 가난한 여자와 어린아이들과, 집으로 옮겨지는 시신을 떠올려보았다. 하지만 그 모습은 모두 신문에 실린 사진처럼 흐릿하고 현실감이 없어 보였다. 파티가 끝나고 꼭 다시 생각해볼 거야. 하고 결심했다. 왠지 그것이 최선인 것 같았다.-p 93

 

 이 상황은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이성과 감성의 싸움이 일어났고, 감성의 승리라고 해야하나? 모자 하나로 인해 로라의 고민은 일단 뒤로 물러나버렸다. 어쨌든 파티는 치뤄졌고, 엄마는 로라에게 그 집에 음식을 가져다주게했다. 음식을 들고 그 집으로 향하는 로라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로라의 혼란스러움을 짐작하게 했다.  젊은 남자의 시신을 보고 돌아온 로라에게 오빠는 끔찍했냐고 물었지만, 로라는 말을 맺을 수가 없었다. 단지, "아주 경이로웠어, 그런데 오빠...""인생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걸까? 그 말의 의미는 차차 생각해보려한다.

  그보다 나는 남자의 집에서 나오면서 "제 모자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마음에 남았다. 모자를 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칭찬일색이었던 많은 사람들과 자기도 반해버려 파티를 그만두어야한다는 생각도 멈추어버린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는지, 단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듯한 모자를 쓰고 간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브레헨마허 부인, 결혼식에 가다>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브레헨마허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한숨이 났다. 남편의 옷 준비해두고, 아이들 단속해두고, 몸이 서너개라고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준비가 늦었다고 툴툴대고, 좁으니 복도에 가서 옷 갈아입으라고 밀어내고, 빙판이 된 길을 걸으며 같이 가자는 아내에게 자기 발 젖는다고 짜증내고. 뒷통수를 쳐주고 싶었다.

 

  결혼식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결혼 첫날 밤 남편과 함께 집에 돌아왔던 모습을 떠올렸고, 이제 아이가 다섯이 되었고, 돈은 두 배가 되어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웅얼거렸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어?" 하고. 무슨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에게 고기와 빵을 차려주고, 빈정거리는 남편의 말을 들어주고, 아이들의 잠자리를 살펴보았다. "늘 똑같지.", "온 세상이 다 똑같아. 그래도, 젠장,정말 너무 바보 같잖아."라고 되뇌는 그녀에게서 체념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상황을 인식은 하지만 바꾸고자 하는 열의가 없다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결혼 식장에서 " 휴, 아내들은 다 자기 십자가가 있는 거야, 안 그래요, 부인?" 이라고 말했던 다른 여인의 삶도 브레헨마허 부인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억측일까?

 

<어린 가정교사>

 "그리고 나는 항상 여자들에게 누군가를 믿기보다는 처음에는 의심하는 게 더 낫다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악의를 품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게 선의를 품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말해주곤 해요...좀 너무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우린 영악하게 세상물정을 아는 여자가 되어야 하쟎아요. 그렇죠? " - p56

 

 가정교사 자리를 얻어 처음 외국에 가게 된 어린 여자에게 소개소의 여자가 주의를 주었다. 결과적으로 어린 가정교사는 영악하게 생각하지 못했고 난처한 일을 겪었다. 혼자 여행을 하게된 여자의 불안은 내가 그 상황인듯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선의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아주 무서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그러한 현실은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이 단편은 조금 어렵게 느껴져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시 읽어봐야할듯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생각해 볼만한 문장을 만났다.

 나는 인간이란 커다란 여행가방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로 채워지고 움직이기 시작하고 내동댕이쳐지고 덜컹거리며 보내지고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아지고 갑자기 반쯤 비워지거나 아니면 더 꽉꽉 채워지다가 마침내 궁극의 짐꾼이 궁극의 기차에 홱 올려놓으면 덜그럭거리며 사라져버린다......p 141

 이 외에도 <죽은 대령의 딸들>, <항해>, <뜻밖의 사실>, <서곡>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서곡>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에 베릴이라는 여인을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 때로는 진짜 자아와 다른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각하게는 아니지만 가끔 나는 진짜로 어떤 사람일까? 나라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에 베릴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9가지 다른 이야기이기에  장편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옮긴이의 말에도 있었지만 다양한 소설 기법을 쓰고 있어서 한 작가의 소설인데도 다른 사람이 쓴 작품인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것이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이기도 했다. 캐서린 맨스필드는 짧은 생애동안 기구한 일들을 많이 겪었기 때문일까? 다양한 상황에서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었기에 그들의 감정과 함께 내 마음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때론 주인공에게 공감하고, 때론 반발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에디션F 시리즈에 있는 <허랜드>를 다른 출판사의 작품으로 읽은 적이 있다. 여자들만이 사는 세상에 남자 셋이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는데, 진취적인 여성들의 모습, 그리고, 다른 세상을 받으들이려는 적극적 자세등을 보면서 뭔가 시원함이 느껴졌었다.  두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 시리즈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조금은 알 것같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천천히 만나봐야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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