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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초판본 프랑켄슈타인 | 문학 2022-08-1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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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열정은 상상하지 못했던 비극들로 이어졌다.책임이 따름을 알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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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모데라토 칸타빌레 | 문학 2022-08-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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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와의 첫만남. 한 여인의 욕망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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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ABC 살인 사건 | 문학 2022-08-0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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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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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장면들을 편지로 엿보는 시간 | 문학 2022-07-3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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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편함 속 세계사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저/최안나 역
시공사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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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메일, 카톡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편지는 아주 고루한 것으로 뒷전으로 밀려났다.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이 아주 특별한 것이 되어버린 요즘 편지라는 키워드만으로도 이 책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우편함 속 세계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세계사의 여러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저자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는 사랑, 가족, 창조, 용기등 18개의 키워드로 129통의 편지를 수록했다. 기원전 1370년경부터 2018년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편지들은 아주 공적인 내용으로부터 사적인 내용까지 두루 두루 담고 있었다. 한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편지, 전 세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편지,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편지등은 다양한 키워드만큼이나 여러감정을 오가게 했다. 

 

친구들을 만나면  다시 태어나도 남편이랑 다시 결혼하고 싶으냐는 주제로 얘기를 하곤 했었는데, 처칠은 제1차 세계대전  입대를 앞두고 아내에게 남긴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삶을 통틀어, 특히 내 사랑 당신을 만난 이후 나는 행복했고, 당신은 내게 여인의 마음이 얼마나 고귀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소, 만약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면 그곳에서도 당신을 찾아보겠소. 그때까지 앞날을 바라보고, 자유로워지고, 삶을 즐기고, 아이들을 아끼고, 나를 기억해주시오. 신께서 당신을 축복하시기를, 잘 있어요. W- 1915년 7월 17일

 

아내 클레먼타인의 답장은 없어서 아내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처칠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느껴졌다. 부부간의 사랑을 드러내는 편지도 있었지만, 불륜, 동성애를 담은 편지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1944년 7월 11일, 빌마 그륀발트가 남편 쿠르트 그륀발트에게 남긴 편지는 너무나 가슴 아팠다. 두 아들과 함께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발마는 다리를 저는 아들 존이 즉시 처형으로 분류되는 순간 아들과 함께 가기를 선택하며 메모를 써서 감독관에게 건넸다. 남아있는 다른 아들 잘 보살피고 멋진 인생을 살라는 편지를 받은 남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임을 당해야하는 끔찍한 상황은 왜 일어날 수 밖에 없었을까? 

 

 제 1차 세계대전의 학살에 불을 붙이는 편지,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등 권력을 가진 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이들을 죽이는 것을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는 것들을 담은 편지들은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보게 했다. 이것이 비단 과거의 일이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처럼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두려움을 더 크게 했다. 자식들은 아무리 권력자라도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일까? 마리아 테레지아는 딸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로렌초 데 메디치는 아들 조반니 데 메디치에게 지켜야할 도리에 대해서 말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왜 몰라주는 것인지.

 

(전략) 언젠가 너도 진실을 알아보겠지만 그때는 너무 늦을 게다. 나는 이제 네게 쓸모없는 사람이니 부다 불행이 너를 집어삼킬때까지 내가 살아 있지 않기를, 내 남은 날을 신께서 빨리 거둬들이시기를 기도한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거나 자식의 불행을 지켜봐야 한다면 견딜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죽는 날까지 널 다정하게 사랑할 게다. -1775년 7월 30일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삼촌 대플리니우스의 죽음에 대해  알려달라는 친구인 역사가 타키투스에게 보낸 플리니우스의 편지는 폼페이가 잿더미로 변했던 날에 대한 기록이기도 했다. 129통의 적지 않은 편지이기에 우리가 만나게 되는 상황도 상당했다. 편지만 읽어서는 어떤 상황인지를 알 수 없기에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알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을 하거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편지들을 읽을 때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반면, 처음 듣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그럴 경우에는 공감 능력은 좀 떨어졌다. 각자의 배경지식에 따라 흥미로운 부분도 있고, 따분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록된 편지들을 통하여 세계사의 다양한 장면들을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임에는 분명했고, 그 장면들만큼이나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을 엿볼 수 있어 충분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저자는 머리말을 편지 형식으로 쓰고 있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적이고 훌륭한 사례들을 보고 나면 당신도 영감을 받아 편지를 한 장 쓰게 될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끝을 맺었다. 스탠드 불빛 아래서 빼곡히 편지를 써내려가던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쓴 편지는 세계사의 멋진 한 장면을 장식하지는 못하겠지만 편지를 받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느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그 누군가에게 편지를 한 통 써봐야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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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 문학 2022-07-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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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

권남희 저
이봄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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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마당에 산책을 나가면 참 많은 개를 만난다. 개를 키우지는 않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산책하는 다양한 개를 만나는 시간이 즐겁다. 주인의 스케줄 때문인지,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하면 개에게 좋다는 이론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후 3~4시 정도에 나가면 대부분 만나게 되는 개가 있다. 하루라는 이름의 시바견이다. 자주 만나게 되다보니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이름도 알게 되었고, 만져봐도 좋다는 주인의 허락하에 만져보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와 킁킁 내 냄새를 맡고는 내가 만져도 조용히 있어주었다.  털에 윤기가 흐르고 정말 사랑으로 키워지는 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는  좋은 주인을 만나서 참 행복하겠구나 싶었는데, 주인의 표정을 보면 하루로 인해 이 분들도 참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책은 좋아하는 <츠바키 문구점>의 번역가시면서, <혼자여서 좋은 직업>이라는 에세이로 많은 즐거움을 주신 권남희 작가님이 쓰셨다. <혼자여서 좋은 직업>을 읽으면서 '나무'라는 이름의 반려견 시추에 대한 글이 있어서 '나무'를 알게 되었다. 나무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로 계약했다는 글이 있었는데, 펫로스로 힘든 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맘을 담아 <어느 날 마음 속에 나무를 심었다>는 세상에 나왔다.

 

개를 너무 너무 무서워해서 개를 키우고 싶다는 5학년 딸 정하에게 전교 1등하면 키우자는 미션을 걸어놓고 시간을 벌고 있었는데, 일하는 엄마 때문에 외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바로 입양을 결정했다. 딸에 대한 사랑, 그것이 나무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생후 45일생 시추, 부르기도 쉽고 무엇보다 푸르른 나무처럼 오래 오래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무와의 다사다난했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밥 먹다가도 퍼억 엎어져 자는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좋아했지만, 배변훈련이 되기까지는 무차별적인 폭격에 고생했다. 반려견과의 생활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님, 배변판은 왜 모르세요. 귀엽긴 엄청 귀엽지만, 안정이 안 된다. 번역하기도 바쁜데 종일 천방지축 강아지한테 신경 써야 한다. 나도 모르게 자꾸 투덜거리니 정하는 행여 내가 나무를 구박할까봐 노심초사. 아, 내 생명 간수하기도 버거운데 또 하나의 생명을 키우다니. 내 인생은 늘 이렇게 충동적인 판단의 연속이었지. -p 34 

 

자신의 인생에 대한 약간의 후회까지 곁들일 정도로 쉽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믿고 다닐 수 있는 동물병원을 만나서 정기적으로 케어도 하고, 4개월 만에 집 보물이 되었다.  저자는 나무에게 서서히 빠져들었다고 했는데, 난 나무와 함께하는 가족의 생활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개를 키워본 적이 없기에 이렇게 많은 정성을 들여야하는지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 나무가 앞을 못보게 되고, 간에 종양이 생기고 서서히 생의 끝으로 향해간다는 것을 알았을 때 ,결국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때의 감정을 책에 담는것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같다. 그 모든 과정에서 사랑으로 키우고, 나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행복한 날들로 추억하는 것으로 펫로스의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모습들까지, 책을 읽는 동안 참 따뜻했다.<혼자여서 좋은 직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글이 참 유쾌했다. 완전 초보 집사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그러한 글솜씨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아픈 나무와의 시간들을 슬퍼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에서 긍정적인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했다. '나무를 마음 속에 심었다'는 제목은 또 얼마나 따뜻한지. 

 

14년동안 꾸준히 기록한 나무 이야기와 나무를 보낸 이후 우리 모녀의 이야기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는 혹은 보내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이 반려견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 유기견이나 동물 학대에 관한 기사를 접할 때면 마음이 아팠다. 반려동물을 키우고자 마음먹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다. 어떤 마음으로 함께해야하는 지를 알 수 있을테니까. 산책하는 시간이 맞지 않아 하루를 보지 못한지 오래 되었는데, 오후에 마실이라도 나가봐야겠다. 혹시 만나게 되면 하루 한 번 쓰다듬어줘야지. 

 

 

PS 나무의 시선으로 쓰여진 글이 있었다. 무지개다리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나무의 말이 저자에겐 많은 위로가 되었을 것같다. <동거인은 무릎, 때때로 머리 위>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생각났다. 길냥이와 동거하게 된 작가의 생활을 담은 애니메이션인데 , 한 에피소드에 집사 스바루의 시선과 길냥이 하루의 시선이 담겨있다. (그러고보니, 자주 만나는 시바견 하루랑 이름이 같구나.) 권남희 작가님께 추천하고픈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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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 정원에서 노는 즐거움 | 문학 2022-07-1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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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빨강 머리 앤의 정원

박미나 글그림/김잔디 역/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저
지금이책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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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가 문학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집중하게 되고, 흥미를 끄는 책을 만나면 당장 그 책을 찾아 읽어보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미술 작품이나 꽃을 비롯한 식물 얘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꼭 확인을 해보는데, 그 재미도 쏠쏠하다. <빨강 머리 앤의 정원>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빨강 머리 앤'이라는 캐릭터로 집필한 총 8편의 작품에서 자주 언급되거나 인상 깊은 식물들을 찾아 일러스트를 그리고 관련 문장을 발췌하여 번역해서 실은 책이다. <빨강머리 앤>은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고, 작품 속 식물들에 관한 글과 그림이라고 하니 꼭 만나고 싶었다. 책을 펼치니 예쁜 일러스트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림만 먼저 보면서 퀴즈를 풀듯 꽃 이름을 생각해봤는데 모르는 것들이 훨씬 많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어떤 문장에서 어떤 꽃들이 등장하는걸까 차근 차근 읽어나갔다.  

 

제라늄

 

"아, 저는 사물에 이름 붙이는 걸 좋아해요. 그저 제라늄일뿐이라고 해도요. 이름이 있으면 좀 더 사람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냥 제라늄이라고 부르면 제라늄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빨강머리 앤 중에서> - p 18~19

앤의 다정함, 사물에 대한 감정 이입과 상상력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장이었다. 반려 식물이라부르며 식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요즘 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 않을까? 우리 집 인형들에게 이름이 붙여져 있는 것처럼.

 

 

미나리 아재비

 

앤이 큰 길에 다다르기 전에 밋밋한 모자에 해결책이 나왔다. 오솔길을 반쯤 내려가자 바람에 어지러이 흔들리는 황금빛 미나리아재비와 아름다운 들장미가 앤의 눈 앞에 만발해있었기 때문이다. <빨강머리 앤> 중에서 - p52~53

 

눈에 장난기가 돌고 대단한 발견을 한 기쁨에 눈이 반짝반짝해졌을 앤의 모습이 떠오르는듯하다. 이 장면이 애니메이션에 반영이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빨간 장미

 

"이 정원은 만들어진 지 60년이 넘었고, 정원에 만발한 꽃에는 수많은 희망과 기쁨의 역사가 담겨 있어. 한 교사의 신부가 심은 꽃도 있는데, 그 여자는 30년도 전에 죽었지만 해마다 여름이 되면 그 꽃은 피지. 이 빨간 장미 좀 봐. 레슬리. 이것보다 더 아름다운 게 어디 있겠어?"

<꿈의 집의 앤> 중에서  -p 72~73

 

문득 타샤튜더 할머니가 정성껏 가꾸었던 아름다운 정원은 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가고 없어도 정원의 꽃들은 피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예전의 시간들을 추억하게 하고, 현재를 아름답게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것같다. 

 

사과꽃

 

"다이애나의 영혼은 붉디붉은 장미야. 제인의 영혼은 생생하고 달콤한 분홍색 사과꽃이지."

<에이번리의 앤> 중에서 -P106~107

 

요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친구 최수연 변호사에게 봄날의 햇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 문장에서도 그랬다. 주변 이들을 보고  예쁜 꽃을 떠올리는 앤은 정말 따뜻하고 멋지다. 이런 앤에게는 어떤 꽃이 어울릴까? 

 

 

식물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식물에 대한 작가의 지식이 있어야할 것이다. 배경은 10월인데 봄꽃을 얘기할 수는 없을테니까.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식물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지 않았을까싶다. 다음에 <빨강머리 앤>을 다시 읽게 된다면, 애니메이션을 다시 시청하게 된다면,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도 쉽게 넘기지는 못할 것같다.  소설의 등장인물의 성격, 장면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식물들을 배치하지 않았을까? 그 문장의 의미와 식물의 성격을 연결시켜 보는 것도 의미있는 책읽기가 될듯하다. 

 

저자는 마음 속에 어린 소녀로 기억되어 있던 앤의 성장과정과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들에 흠뻑 빠져,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한동안 그저 독자가 되어 앤과 함께 울고 웃었다고 한다. 나는 예쁜 일러스트와 멋진 문장들을 발췌해주신 저자님 덕분에 '앤'을 읽는 새로운 키워드 하나를 얻었고, 읽는 내내 눈이 너무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저자님도 부러웠다. 게다가, 빨강머리 앤을 읽으면서 좋아서 메모해두었던 문장을 만나서 더더욱 좋았다. 이 문장을 발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넌 매사에 지나치게 열정을 쏟는구나, 앤 . 그렇게 살다보면 앞으로 실망할 일이 얼마나 많겠니." 마릴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아, 마릴라. 앞으로 있을 일을 기대하면 그 기쁨의 절반을 미리 누릴 수 있는걸요.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요, 기다리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아무도 막을 수 없어요."앤이 대답했다.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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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아가기 위해서 | 문학 2022-07-1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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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히가시야마 아키라 저/민경욱 역
해피북스투유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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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야마 아키라. 분명 일본사람 이름인데 주요 등장인물 소개란에 적힌 이름들이 중국어라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알고보니 작가가 대만 태생으로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 후 아홉 살때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이었다.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으로 제법 유명한 작가인듯했는데,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 석권한 전대미문의 걸작이라는 소개글과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미유키, 아사다 지로와 같은 쟁쟁한 작가들의 추천사는 책에 대한 흥미를 극대화시켰다.  무엇보다 '류流'라는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다. 

 

 소설은 1970~1980년대의 대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주인공 예치우성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소설은 전개되었다. 1975년 예치우성은 열일곱 살 소년이었다. 그 해,  대만 총통 장제스가 서거했고, 할아버지가 살해당했다. 할아버지에게 유독 사랑을 받았던터라 충격이 컸고, 범인을 잡아야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학살한 적이 있었다. 그런 원한에 의한 죽음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실마리를 찾을 수는 없었다. 선입견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라는 미스터리 작가의 추천사를 보고 당연히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는 추리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예치우성이 범인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파고 들어가는 것이 큰 흐름을 이루고 결국 범인을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대만의 가슴 아픈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큰 흐름 속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이후의 삶을 규정하면서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만의 역사를 접할 기회는 없었다. 전쟁의 비극은 어느 나라마다 다르지 않음을, 그 속에서 개인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또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예치우성의 학교생활, 친구 관계, 군생활까지 어느 것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어떻게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지만 예치우성은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추리소설, 역사소설, 성장소설로 읽혀졌다. 

 

 도깨비불, 죽은이의 혼령, 분신사바도 등장을 했다. 그런 요소들이 강한 반감을 가지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느낌이 없었다. 그건 소설의 흐름을 위해 적절하게 버무려낸 작가 역량의 뛰어남으로 보여졌다. 혼란의 역사 속에서 수없이 헛되고 가슴 아픈 죽음들이 있다. 그런 배경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마음은 늘 과거 어딘가에 붙잡혀 있지. 억지로 그걸 떼어내려 해봤자 좋을 게 없단다.-p278

 

 억지로 묻어버리거나 떼어버린다면 그것은 어느 순간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과거를 똑바로 마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것 아닐까? 예치우성이 할아버지의 죽음에 끊임없이 매달리면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진실에 다가가고 이해해나가는 모습들이 좋았다. 가슴 아픈 현실을 만나기도 했지만 거리낌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었다. 

 

물고기가 말했다. 나는 물 속에 살아서 당신은 내 눈물을 볼 수 없어요. 내가 시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어. 그런데 아아, 그런 일도 있더라. 고등학교때 내가 왜 그렇게 거칠었는지 알 것같더라. 우리는 자기 고통에만 민감해서 다른 사람도 같은 고통을 안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어. (후략)-p 320 

 

 자신의 고통만큼 타인의 고통도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은 목숨을 건 일이니만큼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시 한 편으로 시인이 되기로 마음 먹은 친구 레이웨이. 그의 입을 빌어 저자는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문학도 싸움처럼, 실컷 허풍을 치며 앞으로 나설때는 나서면서도 뒤로 빠질 때를 빈틈없이 계산하는 게 관건이다. ' 문학은 개인의 감성을 건드리고 변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소한 대만의 역사와 풍경, 가슴 아픈 가족사, 개인의 녹녹치 않은 인생등 흥미로운 소재도 많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들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위대한 소설" 이라는 문구에 동의할 정도의 역량이 안되는 것은 인정해야할 것같다.  '류(流)' 라는 제목 때문일까? 책장을 덮고나서 개인은 역사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나약한 인간일지도 모르지만, 나 개인의 인생을 제대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 그 흐름에 때론 맞서기도 하고, 함께 흘러가기도 하는 유연함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오랫동안 남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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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고삐 | 문학 2022-07-1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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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저/김인환 역
페이퍼로드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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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수아즈 사강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에 왠지 어려울 것같다는 근거없는 두려움까지 더해져 읽지 않았던 사강이었다. 하지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소설로 처음 만난 이후에 사강의 작품을 한 권씩 만나기 시작했다. 사강의 소설은 인간의 심리를 깊숙한 곳까지 파헤쳐나가고 섬세한 필력으로 그려내서인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현실 속 어디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같은 .소설가 신유진은 추천사에서 '사강은 그가 가장 잘하는 질문, 사랑에 대해 묻는다. 정확히는 사랑이라 뭉뚱그린 감정 안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밝힌다.' 라고 말했다. 이 소설에서는 사랑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여기에 한 부부가 있다. 부유한 로랑스는 무일푼의 남자 뱅상과 결혼했다. 7년의 결혼생활 동안 경제적으로 무능했던 그는 아내의 지원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수입이 없었기에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은 물론 친구를 만나는등 사적인 영역에서도 제약을 받았다. 그렇게 살아야만 했을까싶지만 어쩌면 그 생활에 익숙해져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항상 그녀가 소유자이고 나는 그 소유물이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고 오로지 소유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내가 창피하게 여기는 이러한 실패에 대해 말하면, 그녀는 오직 그 실패가 자기를 만족시켜 주기 때문에 그 실패를 가지고 마음을 달래려 했다. 그녀는 내가 음악의 거장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내게는 그럴 재능도 없었지만, 그렇게 되려고 해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게끔 그녀가 별짓을 다했을 것이다. -p 158

 

돈은 결혼생활에서 커다란 무기가 되는 것같다. 부부의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집에만 있던 아내가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게 된 순간 불화가 시작된다거나 무능한 남자가 능력있는 아내에게 휘둘린다거나 하는 내용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경우 경제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부부 관계에 있어서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로랑스는 성공하고 능력있는 남편보다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내 옆에 가만히 붙어있는 남편을 원했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무기는 자신이 가진 부였다. 물론, 로랑스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작곡한 곡이 성공하면서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되었다. 속박에서 벗어나고픈 것은 당연했고 일탈도 시도하며 행복감을 느꼈던 것도 잠시뿐, 다시금 발목을 잡히는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일단 변화를 경험한 이상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로랑스를 떠나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용기를 냈다. 인생사는 왜이리 맘대로 안되는 걸까? 로랑스가 그를 붙잡으며 쏟아내는 감정에 마음을 돌린 그는 로랑스 곁에 남기로 했다. 속박이라고만 생각했던 감정 뒤에 숨어 있었던 로랑스의 괴로움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갈등도 약간  가라앉고 부부 관계의 색깔도 조금은 달라진 모습으로 결혼 생활은 지속 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구나 생각했는데, 사강은 그리 쉽게 소설을 끝내지 않았다. 너무 현실적인 것은 또 재미가 없지. 뱅상이 이야기할 기회도 주지 않은채 오해를 했던 로랑스로 인해 마지막은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로 끝이났다. 그러한 결말로 인해  오히려 이 소설은 오래 기억에 남아있게 될것같다.

 

로랑스가 결혼생활 동안 꿋꿋이 쥐고 있던 그 고삐를 좀 더 빨리 놓았더라면, 뱅상이 과감히 그 고삐를 잘라내고 벗어날 용기를 가졌더라면 각자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동등한 위치에 있을때 가장 균형잡힌 결혼 생활이 이루어지지 않을까싶은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그래서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일테다. 결혼 초기에 주도권을 잡아야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러려는 순간 오히려 균열이 생긴다. 서로의 기울어진 부분을 채워주려는 마음이 아닌 그것을 이용해 우위에 서려고 한다면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까? 고삐를 단단히 쥐고, 족쇄를 채워 내 옆에 두는 것이 사랑일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진심일지 모르지만 방식이 잘못되었다면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강의 작품들을 검색해봤다. 가지각색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하는 소설들이 많았다. '자신이 모르는 것, 느끼지 못한 것, 체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결코 쓰지 않는다고 한 그녀에게 삶은 문학이고, 문학 역시 삶 그 자체였다.' 책소개에 있는 말이 허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사강의 글은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사랑이라는 감정때문에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사강의 소설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지라도 이 마음이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에는 조금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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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어땠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 문학 2022-05-28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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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 한 잔

캐서린 맨스필드 저/구원 역
코호북스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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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스필드(1888~1923)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태어났고, 부유하게 자랐지만 삶이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 충동적인 결혼과 파탄, 집안에서 반대하는 이와의 사랑, 임신과 유산, 동성애. 그리고 새로운 연인을 만나 가정을 꾸렸지만 결핵에 걸려 서른 네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작가들의 삶이 작품에 어느정도는 녹아들어가기 마련일텐데, 그래서인지 밝게 느껴지는 작품이 없었다. 뭔가 결핍되어있고, 뭔가를 지속적으로 갈구하고 있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들이 편하게만은 다가오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걸까 이해조차 되지않는 작품들도 있었다. 

 

맨스필드의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데 윌라 캐더의 '마법'이라는 단어보다 적절한 것은 없을 듯하다. 그의 작품에는 복잡한 인물의 발달이나 손에 땀을 쥐게하는 플롯은 없지만, 독자는 무언가에 홀린듯이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모호한 결말과 함께 이야기가 끝나면 꿈에서 깨어난 듯이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이상하다'라고 (맨스필드의 작품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형용사다)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옮긴이의 글을 읽고 나니 읽었던 작품들을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1909년작인  <피곤한 아이>로부터 1922년까지 집필한 순서대로 총 15편의 단편과 미완인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다. <피곤한 아이>,<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차 한 잔> 세 작품은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맨스필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가든 파티>가 떠오르는데 그 작품은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작품은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남자의 시선으로 글은 진행되는데, 쓸쓸하고, 냉정하고,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가을까지는 그들도 행복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차가운걸까? 미완으로 끝이 났기에 이유는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남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늦은 밤에>에는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고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여자가 등장했다. 내 감정 나도 몰라 어쩔줄 몰라하는 여자의 모습에 공감도 되면서, 독립적이기 보다는 누군가에 의해서 변화될 수 있을거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에 화가 나기도 하는 얄미운 여자가.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느껴지는 소설도 있었다. <영원한 사랑>에는 아픈 아내를 따라 여행중인 남편이 있는데, 맨스필드는 자신이 아파서 요양중일때 함께 하지 않았던 남편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 한다. 이 소설에서 그녀는 자신이 원하던 남편의 모습을 투영한 것은 아닐까싶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맨스필드는 울고싶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파커 아주머니의 인생>에서 문학가의 집에서 일을 해주고 있는 파커부인은 불행한 삶을 살았다. 너무나도 고달파서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싶어 찾아나서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고통을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어떠할까? 그런 누군가가 있기는 있는걸까? 

 

오 홀로 숨어서, 누구를 방해하거나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이제라도 실컷 울 수 있는 곳이 이 세상에 한 군데도 없나? -p176

 

표제작인 <차 한 잔>에서 로즈메리는 차 한 잔 값을 빌려달라는 여자를 만났고, 집으로 데려왔다. 여자에게 차 한 잔은 삶의 소중한 부분으로 비춰졌지만, 로즈메리에게 차 한 잔은 허영, 그 자체로 보여졌다. 

 

살다보면 멋진 일이 생긴다는 것을, 요정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또한 부자들도 인정이 있으며 모든 여성은 자매라는 사실을 이 여자에게 보여주리라-p 246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고, 꽤 괜찮은 사람임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이 그 여자를 예쁘다고 하자 그 마음조차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서둘러 여자를 내보내고, 화장을 고치고, "나 예뻐"라고 남편에게 물었다. '모든 여성은 자매라는 마음은 어느새 멀리 보내버리고, 자존감은 없고, 남편의 부에 편승해 살아나가는 그녀의 미래는 과연 안녕할지 모르겠다. 나는 순수하게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일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미스 브릴>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을 즐겼다. 많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평가하며 연극 무대를 보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미스 브릴은 어떤 대화를 듣게 될지 늘 기대하며 왔기 때문이다. 미스 브릴은 남들 이야기를 안 듣는 척 하면서 듣는 것에, 타인의 삶에 아주 잠시 머무르는 것에 본인이 생각해도 꽤 노련해졌다. -p160

 

어느 날, 미스 브릴은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듣지 못했다면 좋았을텐데.  누군가가 타인인 내 삶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 커다란 타격이 될 수 있음을 미스 브릴은 알았을까?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게 되기도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만에서>라는 작품도 자전적인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보다도 풍경 묘사, 감정 묘사 부분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장면이 그대로 떠오를듯 섬세한 표현들은 소리내어 읽고싶은 맘이 들게 했다. 16편의 소설은 다양한 색깔들을 지니고 있었다. 이해가 안되는 소설도 있긴했지만, 그런 소설조차도 문장 하나 하나 곱씹어면서 다시 읽어보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른 책에서 맨스필드의 글에 대해 의식의 흐름 기법, 다중 시점, 자유간접화법 도입과 같은 혁신적인 기법으로 관습적 감수성에서 벗어나 사건과 플롯에 갇히지 않고 개인의 감정을 중시했다고 했다. ( 궁리 줄판사 가든 파티 옮긴이의 글 중에서 ) 이 문장을 생각하면서 읽었더니 맨스필드의 글이 가깝게 느껴졌다.  버지니아 울프가 질투한 글솜씨의 매력을 내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또 만나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그의 매력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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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징구 | 문학 2022-05-1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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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고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현대적인, 그래서 더 유쾌하고 공감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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