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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번뇌의 해방 | 도서일기 2011-01-1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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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 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저/유윤한 역
21세기북스 | 201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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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잠시라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동물이라고 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꿈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펼치니까 말이다. “나는 꿈을 꾸지 않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뿐, 엄청난 생각을 무의식 속에서 진행시킨다.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뇌는 그래서 쉴 틈이 없다. 쉬지 못하고 늘 일만 하면 피곤해지는 육체와 마찬가지로 끓어넘치는 생각을 조절할 수 없다면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과부하가 그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정도로만 끝난다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는 동시에 일을 해야하고 타인을 상대해야만 탓에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게 문제다.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을 때,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서(심지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내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오해를 사고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서 생각이란 ‘내가 꼭 어떤 생각을 해야지’ 하고 시작하는 것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굳어진 생각, 즉 하나의 고정된 관념도 해당된다.

 

비교적 젊은 일본의 주지스님, 코이케 류스노케는 이런 생각들의 원인을 불교의 사상에 뿌리를 놓고 판단할 수가 있으며 불교의 가르침과 자신이 터특한 노하우를 통해서 생각을 버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파한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현재 국내에서도 책의 이름 덕분인지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 그 가르침이라는 것이 특별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허나 오래도록 머릿 속에 자리잡은 번뇌를 그저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극복하려는 자세는 참 본받을만 하다.

 

특히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내용 두가지가 나의 뇌를 쉬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나는, 우리가 왜 생각을 많이 하는지 그리고 생각에 집착하는 것인지 그 원인을 분석한 대목에 있다. 그는 우리가 우리의 감각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거리를 걸어가면서 그것들이 주는 오감의 느낌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어제 무슨 일을 어떻게 했다, 누가 내게 어떤 이야기를 했다, 와 같은 생각을 계속 만들어낸다는 것. 어떤 일이 벌어졌을 당시에 그것에 관한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될 사건들을 생각하는 버릇은 오감에 무던한 결과라는 말이 무척 와닿았다.

 

다른 하나는, 만(慢)의 번뇌 때문에 쓸데없는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충고한 부분이다. 만(慢)이란 자신이 좋게 평가받고 싶다고 걱정하며 조바심 내는, 프라이드에 집착하는 탐욕으로써 불교의 한 개념이다. 예를 들면, 아직 시일이 남은 어떤 일을 여유있게 하려는 참인데 어느날 갑자기 상사가 “그 프로젝트, 다 해결했어?” 라고 물었다 치자. 그때 우리는 “기일이 앞당겨졌나요? 그렇다면 지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지 않고 “아직 여유가 있어서 안한건데”, “회의 결과에 따라 내용이 조금 달라질 것 같아서 하지 않았는데”, “안 그래도 할참이었는데”, “말씀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텐데” 와 같은 불필요한 말을 앞에 붙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가 어떤 의미로 말을 했든, ‘일부러 시켜야만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어쩌나’, ‘나 참 열심히 하는데’ 라고 생각을 하면서 ‘급하게 일을 처리해서 결과가 나쁘면 다 당신 탓이야’ 라는 부정적인 늬앙스를 순식간에 떠올린다면 그것이 만의 번뇌에 의한 결과이다. 우리가 그렇게 만의 번뇌에 조종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진정한 감사와 사죄를 하기가 어렵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욕구, 자신의 주가를 깎아내리고 싶지 않은 자기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만 원만한 인간관계도 형성할 수 있고 불필요한 생각에 의한 고통도 줄일 수 있다는 말에 나는 무릎을 쳤다.

 

생각이 많아지는 날에는 무의미한 번뇌의 해방을 꿈꾸며 스님의 말씀을 따라서 의도적으로 마음이 아니라 오감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요며칠 부단히 애를 써봤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또 하나의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부끄러운 낯빛으로 여기 이렇게 고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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