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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처럼 한 세기를 살다간 허운 스님의 삶 | 도서일기 2011-02-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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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허운

정운 저
클리어마인드 | 201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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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운 스님은 청나라 말기, 국민당과 공산당으로 세대가 바뀌는 불운한 시대에 사셨던 분이다. 암울한 중국 땅, 개혁세력이든 반란세력이든 공산당이든 불교를 미신이라고 치부했던 시대에 생존했던 그는 중생들의 아픔을 달래고, 중국불교 재건을 위해 힘 쓴 분이었다. 불교와 스님에 관해 그리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불교와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불교의 맥을 이은 스님의 업적만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널리 읽힐 만한 가치가 있다. 

 

허운 스님에 대한 일화나 전기는 거의 신화적인 내용에 가까운 것들이 많아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은 신기하고 기이한 일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내용보다 몇 배는 더 놀라운 일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120살이라는 생존기간도 놀랍고 열반하기 직전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였다고 하니 스님이 내뿜는 기운은 정말 남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43세의 7월 보타산 법화암에서 출발해 45세의 5월 오대산 현통사까지 여러 사찰들을 3보1배하였다는데, 4000km를 3년 정도의 시간동안 고행한 스님의 예배는 정말이지 대단하다. 중국을 잠깐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그 고통을 스님은 나쁜 습관 하나를 버리는 것쯤으로 여기고, 열 개의 번뇌를 참아 내면 곧 정각에 오를 수 있다는 기쁨으로 고통을 감내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5번 정도 왕복 거리를 배행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쓰여 있다.

 

어디 그뿐인가. 112세에 공산당 병사들에 의해 신체적 가해를 당했다고 하는데, 가부좌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병사가 화가 나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때리다가 떠나자 그때부터 무려 9일동안 스님은 입정에 들어섰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사람이 돌처럼 되는 것이다. 몇 분 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리 오래 있었냐는 말까지 도통 믿기지가 않는다. 대학교 교양과목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승려들의 장시간 입정삼매를 말하면 믿지 않는다는 저자의 얘기에서 그에 대한 존경심도 엿볼 수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정말 잠시 5분도 못 앉아 있으니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 밖에.

 

허운의 사진이나 위패가 모셔져 있지 않은 곳이 없으며, 중국본토를 비롯해 대만과 홍콩 등 수십여 사찰에 허운기념당이 있고, 사리탑만 해도 여러 곳에 모셔져 있을 정도로 중국 승려들이 그를 대하는 존경심은 실로 대단하다. 이 책은 성심사로 출가하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정운 교수가 가장 존경하는 허운 스님의 행적을 따라 중국사찰을 다녀온 여행기가 주를 이룬다. 전반부는 신문에 연재한 원고이고, 후반부는 허운에 관한 평전이다. 아무래도 전문서적의 느낌이 들지만 전설처럼 들리는 허운 스님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법정 스님이 펴낸 책의 경우처럼 훌륭한 선인의 좋은 말씀을 듣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님으로 한 세기를 살다간 사람의 뒤를 활자로나마 밟아보고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적잖은 재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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