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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없는 사람을 떠올리는 어둠의 나날 | 도서일기 2011-11-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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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눈앞에 없는 사람

심보선 저
문학과지성사 | 201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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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집을 읽었다. 그는 아름다운 표현을 쓰는 게 아니라 표현을 아름답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보기에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발문을 쓴 진은영은 도구적 방식으로 눈앞에서 사라진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예술의 일이라 생각한 블랑쇼를 언급하면서 이 시가 갖는 존재의 증명에 관해 말하고 있다. 나 또한 그 속에 등장하는 하이데거를 떠올렸다. 마침 교양철학서를 읽고 있던 터라 시집에 실린 시들과 책에 등장하는 철학이 운명처럼 만난 것이다.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시 하나를 알량한 수준이나마 내 식으로 짧게 풀어보면서 이제 책상맡에 시집을 놓으려 한다.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며칠 전 여행을 하다가 빈 방에서 느낀 감정을 시인이 꼭 대신 표현한 것만 같다. 집을 떠나 홀로 하룻밤을 보낼 때면 오늘의 어둠이 어제의 어둠 같지 않아 쓸쓸하다. 불을 끄고 책을 덮는 순간 심홍의 그림자가 천천히 등을 덮친다. 급기야 뜨거운 물을 숨긴 주전자 같은 내 영혼이 과거와 미래를 낯설어 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 그러한 어둠의 나날을 산다.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심보선 

 

 

구름의 그림자가 화인(火印)처럼 찍힌 저녁 바다를 바라본다

나의 파탄이 누군가의 파탄으로 파도쳐 간다

어떻게 그댈 잊을 수 있겠는가

그토록 사소한 기억들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그대를

 

수 개의 등불을 끄고 한 권의 책을 덮으면

이 방의 어둠은 완성된다

행간에 머물던 내 시선이 곁눈질로 더듬었던 달빛이

방 안에 순식간에 스며든다

 

나는 나를 간절히 안아주고 싶기도 하고

이 세계를 두 발자국 만에 짓눌러버릴

거대한 눈사람을 저 모래사장에 우뚝 세우고 싶기도 하다

간혹 내 머릿속에선

옷을 입고 있는 사람과 벗고 있는 사람이

나를 버린 이들의 목록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간간이 동시에 떠오르는 다른 죽음들

 

회한과 자조로 가득한 겨울밤

과거를 향하여 이를 가는 짐승

파도를 가지 치며 수평선 위로

쑥쑥 자라 오르는 미래의 날카로운 환상

그때 뜨거운 물을 숨긴 주전자 같은 영혼은

내가 셋을 세기도 전에 태어나는 것이다

완벽한 혼란이 아니라 혼란스런 완벽으로부터

 

여관방 구석의 냉장고에선

실금 같은 빛이 새어나와 세계를 야금야금 톱질하기 시작한다

 

결국 극단을 택할 것인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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