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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드라마 ‘온에어’의 촬영지 지우펀 | 기본 카테고리 2010-09-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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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 오! 타이완
지우펀의 모든 거리는 계단으로 이루어졌다. 어찌 보면 뭐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길인데 단지 모든 길이 계단식 길이다. 계단 그러면 육교나 전철 갈아탈 때의 귀찮고 지루하고 피곤하다는 이미지 때문인지 나로서도 참 싫은 단어이다. 만약 집을 구하는데 아무리 싸고 좋아도 엘리베이터가 없고 아파트 5층 이상에서 살아야한다면 계단 때문에 포기하는 것을 1초도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미지로 나에게 입력된 계단의 존재가 지우펀에서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신기하게도 지우펀에서의 계단은 걸을수록 즐거움이 생겨난다.

수치로

계단으로 이루어진 길 좌우에 펼쳐진 작은 상점의 물건들, 신기한 간식 그리고 찻집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어 흥미진진해서일까? 지우펀의 계단은 누군가 마술을 걸어 놓은 듯 멈추고 싶지 않은 신기한 길이다. 과거 아홉 집밖에 없던 외진 산골 마을에는 항상 아홉 집 것을 함께 구입해 나눴다고 해서 지우펀이라는 마을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청나라 시대에 금광으로 유명해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살게 되었고, 화려하게 발전 되었지만 금광이 몰락하면서 이곳 또한 운명을 같이하게 되었다. 그 후 국제적으로 유명한 타이완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 1989>로 인해 영화 촬영지로 명성을 날리게 되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우리나라도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 지우펀이 소개되면서 드라마가 주었던 아름다운 풍경 이미지로 인해 한국인들이 최근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로 사랑을 받게 되었다.

아메이로우 찻집

타이완의 동북부에 위치한 지우펀은, 산비탈에 자리를 잡고 바다를 바라보며 지롱산基隆과 마주보고 있다. 건축물들은 타이완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여기를 다녀 온 사람들은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입버릇처럼 회상한다. 함께 온 안선생님 역시 지우펀의 매력에 감탄을 했다. 아메이로우 찻집으로 들어가면 3층에서 밖으로 나가는 곳이 있는데, 찻집에 차도 맛있고 멀리 보이는 바다도 지우펀 만의 멋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 길게 이어져 있는 돌계단과 어우러진 작은 홍등들이 켜지면 타이완의 야경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찾아온다. 이곳에 앉아 있는 이가 박용하, 김하늘 같은 연예인이 아니라도 이 자리에 있으면 그 모습 그대로 드라마고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나도 모르게 내가 만든 이야기 속으로 스르륵 빠지게 된다.

비정성시

나는 지우펀에 갈 때마다 아메이차로우 찻집에 앉아 창밖의 풍경들을 마음에 그리고 온다. 언제든 내가 보고 싶은 순간에 얼른 마음에서 꺼내 볼 수 있도록 오래 오래 천천히 마음에다 눈으로 그림을 그린다. 바다가 내려 보이고 이마를 대고 모여 있는 동네 지붕들도 보이고……. 그렇게 시간을 느리게 보내고 있으면 비가 지나가듯 살짝 내린다. 세트장에서 드라마 각본상 “이 쯤에서 비를 내려!” 라고 감독이 말한 것처럼 신기하게도 갈 때마다 큰비도 아니고 흩뿌리는 비, 지나가는 비를 한차례 만난다.

비는 여행할 때 참으로 반갑지 않은 손님인데도 나는 지우펀을 가려고 나설 때마다 ‘이번에도 비가 와 주려나?’ 오로지 나를 위해 흩뿌려주는 연출용 비를 기대하게 된다. 바로 이런 지우펀 만의 특이한 풍경들을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 2001>이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여행을 통해 얻은 이미지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멋진 작품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미아자키 하야오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래소년 코난>으로 데뷔) 감독의 능력이 놀랍고 존경스럽다. 나도 여행하면서 “좋다, 아! 정말 정말 좋다!” 감탄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엇으로 재생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여행은 ‘나중에 노년이 되어서 시간과 돈이 넉넉할 때 해야지’ 라고 뒤로 미뤄두는 것이 아니라 돈은 비록 빠듯하더라도 젊었을 때 부지런히 다니며 견문을 넓혀야 지적 재산으로 축척되어 세상에 다른 모습으로 재생산될 수 있음을 지우펀에서 배우고 간다. 하루라도 어렸을 때 여행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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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네 마음을 알고 싶어’ 노래하는 정신과 의사가 말해주마! - 『위험한 심리학』 송형석 | 기본 카테고리 2010-07-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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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 만나고 싶었어요!
이 남자, 송형석은 정신과 의사다. 천형처럼, 환자를 꼭 낫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천생 의사다. 환자를 보면서 곧 자신을 보고, 환자는 의사만큼 좋아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좋은 의사가 되고자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의사라고 의학 공부만 한다고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님을 알잖나. 더구나 그는 사람과의 교감이 최우선인 정신과 의사!

이 남자, 송형석은 뮤지션이다. 만나자마자, 음악 얘길 꺼냈더니,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표정도 화사해진다. 진료실에 드럼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 그는 ‘간지’ 나는 드럼을 친다. 오는 28일 예정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타루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 침 튀긴다. 불쏘클과 타루, 그 실력파 뮤지션들에 전혀 밀리지 않을 기세다. 의사밴드 ‘Aside’, 기대된다.

이 남자, 송형석은 만화 작가다. 블로그 ‘PAPA TROMM의 잡기’(http://blog.naver.com/drmad)에 심리 장애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카툰을 그렸고, 기어코 순정 만화가로 ‘데뷔’도 했다. <윙크> 신년호부터 ‘순정의(純情醫), Dr.mad!’라는 만화 연재를 감행한 것. 만화에 대한 끓어오르는 창작욕(!)인지는 모르겠으나, 만화가 좋다!

그렇다. 이 남자 송형석, 위험한 남자다. 지난 2월 <무한도전>에 출연(‘정신감정편’)해 무한도전 멤버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행동 패턴까지 예측하는 ‘족집게 의사’로 큰 호응을 얻더니, 우리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갈 기세다. 음악과 만화까지 동원해서. 정신과, 음악, 만화. 연결 고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분야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한 꺼풀만 뒤집어 보라. 다들 우리네 마음이나 정서와 관련된다. 그러니까, ‘문어발 확장’ 아닌, ‘핵심 역량 강화’가 되겠다.

그 와중에 책도 펴냈다. 『위험한 심리학』(송형석 지음/청림출판 펴냄). 부제를 보자니, ‘앗, 뜨거워’다. ‘천 가지 표정 뒤에 숨은 만 가지 본심 읽기’. 우리 표정 뒤에 숨은 본심이 읽힌다니. 물론 그는 말한다. “사람 마음을 아는 데 왕도는 없다.”(p.68)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사람을 만나 판단하고 있으며, 그 마음을 알고 싶다. 그 마음을 아는 것, 중요하다. 그것이 곧 나를 알기 위한 중요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타인은 자기 자신을 보기 위한 거울 같은 존재들이다.”(p.9)


혹시 당신, 사랑하는 연인의 속마음을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훑어봐도 좋겠다. 연애 기술을 알려주는 비법이 담긴 책은 물론 아니다. 그래도 아주 작고 사소한 단서를 통해 연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팁은 있다. 얼굴, 말투, 고갯짓, 손짓 등 겉에 드러난 모습만 세심하게 관찰해도, 거기에 묻은 마음 조각을 읽어낼 수 있다.

지난 18일,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하는 송형석 원장을 찾았다. 책이고 방송이고 정신과 병원이고 뭐고, 뇌 속에는 음악 한 번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그를, 나름 음악성 있는 인터뷰로 진행하고 싶었다만, 그것까지는 무리. 인터뷰의 목적은 저자로서의 그를 아는 것이지, 뮤지션으로서의 그가 아니니까.

상대의 마음 조각을 알 수 있는 한 가지 팁을 건네고 들어가자.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가 어떤 인간이든 간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에 호감을 표시하면서 그들과 함께 살욾간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인간적인 유대감은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늘게 되어 있다. 꾸준하게 감정을 학습시키고 의미를 설명하다 보면 결국 변화가 일어나게 되어 있다.”(pp.187~188)

아, 송 원장이 자신이 속한 밴드와 함께 28일, 홍대 부근에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타루와 함께 펼치는 북 콘서트, 아마 죽일 거다.

타인의 마음을 읽으면 내가 보인다

<무한도전>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출연 소감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우연이 겹쳐서 출연하게 됐다. 3년 전에 첫 제안이 왔다. 방송 나가길 원하지 않는 친구한테 제안이 왔는데, 나한테 넘겼다가 사정이 생겨서 취소됐다. 일산으로 이사 오면서 우연하게 또 연락이 왔다. 두 번이 겹치니까 출연해야겠다 싶더라. 평소에 준비를 많이 해서 먹혀들었다.(웃음) 촬영하면서 내내 재미있었다. 실제로 무한도전 멤버들이 라이브로 하는 것을 보니까, 정말 잘하더라. 반응 속도를 뛰어넘어서 애드립을 하는데……. 9시간 내내 황홀하게 지냈다.

책을 쓴 동기나 계기가 있다면. 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쌓인 한(恨),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글을 썼다고도 했는데.

책을 쓴 동기는, 제안이 와서다.(웃음) 출판사에서는 쉽게 쓰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무한도전>에서의 이미지도 있으니까. 정신과 의사들이 상대편 마음을 알아보는 것에 대해 책을 쓰지 않는 이유가 있다. (정신과 의사 사이에선) 일종의 금기가 있다. ‘상대편 마음을 알 수 있는 것처럼 하지 마라.’ 그런데, 내가 생각을 바꾼 이유가 있다. 어차피 사람 마음을 알 순 없는데도, 그것은 사람들이 바라는 거잖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과에 대해 무지를 넘어서 공포에 가까운 감각을 갖고 있다. 그것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든 거다. 그래서 좋은 책을 쓰고, TV에 나가서 얘기해주는 게 편할 것 같더라.

정신과’ 하면 거부감이 있고, ‘심리학’ 하면 거부감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실, 정신과는 이용만 할 수 있으면 다 이용해 먹으면 된다. 심리학은 심리 일반에 대한 이론이고, 정신과는 환자의 병리를 보는 것이다. 정신과는 필요하면 심리학, 약물학, 뇌 과학도 끌어들이고 무엇이든 한다.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다. ‘정신과 하다 보면 사람들이 다 이상하게 보인다면서요?’ 진짜 그렇다. 직업병이다. 지금은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는데, 그래도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예를 들어 보자. 소아과에 가서 세 살짜리한테 약을 준다고 해서, 약을 먹여도 되느냐는 말은 안 한다. 우리가 준다고 하면 얼굴색이 달라진다. 물론 세 살짜리에게는 안 주고, 대여섯 살에게 주지만. (정신과에서 약을 준다고 하면) 머리서 온갖 의심이 일어나는 것 같더라. 얼마 전에 찾아온 환자는 오기 전에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정신이 없다고 하더라. 보니까 80%는 헛소문이거나 과장된 정보였다. 그렇게 의심의 눈으로 본다. 약 먹고 적당하게 대처하면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포심을 갖고 있다.


책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팁을 제공하는 한편 성찰, 곧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파악할 수 있는 계기도 제공한다.

그런 목적도 있다. 다른 사람 마음을 파악하는 척하면서, ‘네가 보이지 않디?’ 그런 것. 책에 열네 가지 유형이 있는데, 대개는 두세 가지 정도에서 왔다 갔다 할 거다.

책은 관계, 인간을 대하는 일에 대한 가이드 노릇도 한다. 사람을 대할 때, 어떤 기본 원칙을 갖고 있나.

원칙이라면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들으려고 한다. 관계를 잘 맞추려면 상대방 말을 얼마나 긍정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하는 말에 ‘네, 네.’만 하면 줏대 없고 의견이 없는 거고. 부정하는 말도 긍정하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가령, 뚱뚱한 사람이, ‘나 진짜 날씬하지 않니?’라고 물을 때, ‘그렇지, 너만 한 사람 없어.’라고 말하는. 긍정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부정하는 거잖나. 직접적으로 부정하려면 ‘너 뚱뚱하잖아.’ 이렇게 말하는데, 이렇게 하면 재미없고 따분하다.

책에 나온 사례들은 실제 상담을 바탕으로 쓰인 건가?

상담하면서 느낀 것, 속에 품어둔 얘기가 많다. 처음엔 더 세게 쓸 생각이었다. 초고 때 너무 거칠게 나온 게 있어서 다듬고 순화했다. 제목에는 좀 불만이 있었다. 출판사에서 만든 제목인데, 그래야 팔린다니까.(웃음) 받아들인 이유는 첫째로 상대방 마음을 알려고 하는 자체가 위험하고, 둘째는 책을 읽어 보면 시니컬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을 신용하지 못하는 듯한 색채가 깔렸다. 출판사와 그 느낌을 얘기하면서 위험하다고 붙이는 게 낫겠다고 얘기했다. 후속작이 나오면, ‘덜 위험한 심리학’으로 하자고 얘기도 했다.(웃음)”

요즘 심리학 책이 일종의 유행 같은데…….

좋은 심리학 책도 많다. 다만 다른 책을 보고 느낀 게 있는데, 이 책은 무엇보다 얘기하는 분위기로 가자고 했다. 환자 앞에서 ‘썰’을 푸는 느낌이랄까. 다른 책들은 가르치려고 들거나 재미있는 상식 같은 느낌으로 배열이 됐더라. 그건 마음에 안 들었다. 심리학은 사람들한테 감정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자기모순을 느끼게 되면 성공했다고 본다. 어느 정도 그런 반응이 오는 것 같다.


정신과 의사로 산다는 것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것은, 다른 과 의사의 것과는 ‘다른’ 점이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같겠지만, 차이가 있다면.

음 뭐랄까, 직종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이 있다. 다른 과 의사들은 환자에 대해 병이 뭐고, 증세가 어떻다고 분석하는 지적 정신노동에 가까운데, 정신과는 감정 노동에 가깝다. 의사의 감정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에게 좋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속뜻도 숨겨야 한다. 머리를 써서 진단하거나, 우울증이니 강박증이니 따지는 게 중요하진 않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빨리 파악해서 거기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 감정 소모가 굉장히 크다. 끝나고 나면 기를 빨린 느낌도 있고. 그게 다른 과와 다르다. 좋은 것이라면, 환자에게 야단을 쳐도 괜찮다는 것, 인간적인 관계가 되니까 농담도 하면서 밀접해진다.(웃음)

정신과 의사는 기본적으로 잘 들어야 하는 직업일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겠지?

맞다. 그런데, 나는 그쪽에 재주가 없다. 예전에 남 말을 잘 안 들었다.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웃음) 내 주장만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환자 치료가 안 되잖나. 그러니 알아듣는 척도 해주는데, 기본적인 성격은 다르다. 내가 아마 다른 정신과 의사보다 말은 많을 거다. 그게 장점도 있다. 치료가 잘 안 되고, 사람에 따라서는 깊이 파고들어 가야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겐 (말 많은 것이) 맞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정신과 의사가 환자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마음을 넘겨주는 일도 있고, 가운을 입을 때와 벗을 때가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있더라. 타인의 정신질환을 마주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다. 정신과 의사로 산다는 것, 어떤가.

거의 도 닦는 느낌이다.(웃음) 선배가 한 말인데, 환자를 보면서 내 모습을 본다. 그러면 치료 자체의 의미가 생긴다. 내 모습을 보는데, 왜 치료를 한다고 앉아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를 치료하는 게, 곧 상대방을 치료하는 게 된다. 이런 말도 있다. 환자는 의사만큼 좋아진다. 내 자신을 냉혹하게 보면서, 내 인성을 깊게 하고 경험을 많이 할수록 환자를 보는 것도 점점 더 달라진다. 사실 의사도 꼼짝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 미모의 환자 같은 건 아니고.(웃음) 돈 안 내고, 시간 약속 안 지키고, 말 지지리도 안 듣는 환자는 (의사에게) 배신감을 안겨줘서 치료를 못 한다.

도 닦는 느낌이라고 얘기한 것은, 이런 거다. 더 깊게 들어가면 ‘도 정신의학’이라고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치료 체계가 있다. 인간관계 내에서 상념을 관찰하는 거다. 불교에서 명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불교의 명상은, 잡념을 제거하면 그다음 레벨로 가는데, 우리는 그 레벨까지는 안 간다. 숨어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데까지만.


온·오프라인 상에서 간극이 큰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내 속엔 내가 많으니까. 정신과 의사로서 온·오프의 간극, 어떻게 보나.

간극이 너무 크면 문제가 많은 사람이지. 여기서는 하이드인데 저기선 지킬인 사람도 많잖나. 난 오프라인에서도 느낌이 다르다. 진료실에서는 말도 많고 까불까불하고 독설도 잘 날리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수줍음 타고 조용하다. 내 머리에는 정신과와 음악에 대한 생각이 많아서 다른 친구들과 대화가 잘 안 된다. 자식 얘기 등 공통된 게 많지 않으니까. 그래서 주눅이 드는 거지. 내가 잘 알아야 탁 터뜨리는데, 모르면 위축되는 거지. 인터넷상에서는 아는 게 많고 정보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만만하다. 글도 화려하게 쓰고. 밖에서 사람들과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닌. 속에 내용 없는 사람들은 사진만 열심히 올리거나 잡다한 감상적인 얘기로 끝내고.(웃음)

별나고 독특한 괴짜이고 싶은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밴드와 카툰을 그리는 것?

내 꿈은 세 가지였다. 어릴 때는 음악가였고, 만화가는 잠깐 꿈꿨다. 세 번째가 정신과 의사였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물론 지금 다 하고는 있는데, 잘해야지.(웃음) 만약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면, 의대를 그만두고 가수의 길로 나섰을 거다. 내 성격이, 확실하지 않으면 돈을 안 거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나이 마흔이 다 돼서 동시에 다 터지고 있다. 운이 좋은 거지.(웃음) 밴드를 만든 건, 1년 반이 됐다. 혼자 음악을 하는데, 의욕도 안 생기던 차에 앨범을 낸 후배들과 공연 때 만나, 한번 해 보자고 불을 질렀더니 지금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6개월 만에 터지고 있다. 운 때가 이때가 아닌가 싶다. 잡아야지. 하하. 밴드는 다 의사들이고, 5명으로 구성됐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요소를 ‘나 잘난 맛’이라고 했다. ‘나 잘난 맛’이나 ‘나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말한다면.

나, 괜찮지.(웃음)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남자고. 이거 괜찮다는 감각 자체가 사실은 착각이다. 착각인데, 적어도 자기가 믿을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어릴 때, ‘넌 괜찮다’고 말해주는 엄마, 아빠가 있으면 그렇게 되고, 종교도 그렇게 움직인다. 나도 잡다한 기술이나 재주가 있는데, 예전에는 잘난 거로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희박해지고 있다. 뭔가 노력을 해서 결과물을 만들고 인정을 받으면 잘났다는 생각도 하겠지만, 사실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 사람이다. 물론 정신과 치료하면서 환자들이 남아 있고, 열심히 번 돈이 남아 있고, 책이 남아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 지금 1집으로 내놓은 책은 너무 상업적인 느낌이 있어서, 다음에는 음악성을 살린 책을 내고 싶다.

온라인 아이디가 ‘Doctor MAD’라고 했다. 괴짜이고 싶다, 위악적이다, 어딘가 삐뚤어진 천재와 동일시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괴짜이고 싶은가.

지금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심이 있는 것은 다 건드려 보고 결과물도 내놓고.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브람스를 좋아해서 브람스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고, 전혀 이어질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을 섞어서 만드는. 이질적인 요소의 뒤에 있는 공통점을 찾아 연결하는 걸 좋아하는 거지.

영화를 봐도 그렇다. 심각한 영화를 분석해서 작가의 의도를 알려는 건 재미없다. 별생각 없이 찍은 액션영화를 보면서, ‘내가 왜 저 액션을 좋아할까?’ ‘내가 왜 이상하게 생긴 저 여자를 좋아할까?’ ‘괜찮은 등장인물인데 나는 왜 싫을까?’와 같은. 한마디로 별나고 독특하고 사고방식이 개성적이라는 얘기를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성실하고 할 도리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정신과를 하면서 후천적으로 든 생각이다. 원래 성격대로라면 집이고 뭐고 다 버리고 만날 기타치고 놀러 다녀야 하는 건데, 그런 사람의 말로를 많이 봤더니.(웃음)


상대방의 마음 조각을 알아내는 팁

상대의 특성을 잡아내는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로 어딘가 모순이 된다고 느끼는 점을 공략하라고 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책에도 선입견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적었듯이, 선입견을 많이 알면 알수록 풍부해진다. 얄팍한 선입견으로 보면 얄팍해지는 거고. 다른 심리학 책을 많이 읽어도 선입견이 많이 생긴다. 즉, 이미지가 떠오른 것을 조립하라는 거다. 예를 들어 보자. 머리가 큰 사람을 딱 봤다. 머리가 크면, 이런 생각들이 들겠지. 공부를 잘 할까, 이성에게 인기가 없겠지, 대두라고 놀림을 많이 받았겠지. 거기서 붙는 또 다른 이미지들도 있다. 상처가 많을 거야, 인생 외롭게 살았을 거야.

거기다 반론을 다는 과정이 있다. 얼굴 표정을 봤는데 자신만만한 거다. 그러면 가설이 틀린 거잖나. 핸디캡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만만하다면, 좋을 만한 걸 찾아내야지. 이럴 때 기초상식이 많아야 한다. 공부를 잘하나, 부모님이 안정적으로 키웠나, 잘은 모르지만 클래식 기타 선수인가, 집에 돈이 많나, 인성이 좋아서 핸디캡을 딛고 일어섰나. 하나하나 그런 가설들을 다시 확인해 본다. 그렇게 이미지를 하나씩 조립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에 대해서도 다시 통합을 시킨다. 20~30개를 조립하면 그림이 그려진다. 연결시킬 수 있게 되는 거지.



상대를 파악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본능에 휘말리지 말고, 경험과 이성을 중요시하라고 했다. 그만큼 사람을 파악하는 것도 훈련을 쌓아야 한다는 얘긴데.

사람을 자꾸 만나고 책을 읽어야 한다. 많이 안다고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을 대하면서 생각을 해야지. 이 책은 그러니까, 내가 저런 식으로 사람을 파악하고 있구나 하면서 정의해본 것이다. 아쉬운 건, 좀 더 길게 썼다면 좋았을 텐데, 책 쓰면서 너무 힘들어서…….(웃음)

『슬램덩크』의 강백호는 자기애성 인격 장애를 갖고 있지만, 운 좋게도 애정이 넘치고 부드럽지만 강한 사람들을 만나, 괜찮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바뀐다. 『슬램덩크』 예찬 혹은 또 다른 좋은 심리학 콘텐츠를 추천한다면.

『슬램덩크』는 예찬이 따로 필요 없다. 워낙 괜찮은 책이니까. 다른 만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컷을 나누는 데 있다. 동작 하나하나를 잡는다. 이게 아름다움인데, 다른 작가들은 힘들어서 안 하지만, 『슬램덩크』 작가는 집착을 한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강백호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데, 읽고 보니, 강백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생각을 많이 해서 짠 것 같더라. 병적으로 클 가능성이 많은 친구가 스포츠맨으로 변신하는데, 정말 잘 만들었다 싶다.

최고의 콘텐츠라면, 3년 내 읽은 것 중에는 『호문쿨루스』가 있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만화는 아니고(웃음), 정신과와 관련이 돼 있다. 내용을 보면, 주인공이 실험으로 머리에 구멍을 뚫는데, 인간들이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보면, 개 머리를 한 사람, 허리에서 칼이 돌아가는 사람 등등 기기묘묘한 상태로 보인다. 대화를 하고 얽히다 보니, 이 사람이 가진 갈등 같은 게 형상화된다. 주인공이 이를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그 사람이 가진 증상이 옮는다. 내가 왜 감동을 받았냐면, 다른 사람의 문제를 분석하는 게, 결국은 자기 문제를 분석하는 건데, 그걸 제대로 상징화했다. 심리 상담과도 비슷한데, 이를 판타지로 풀었다. 최근에 본 것 중에 사람의 심리적 풍경과 비슷하다고 봤다. 그런데 기괴하고 성적인 문제도 있어서 청소년한테 권하고 싶진 않다.(웃음)


책에서 지목했듯,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최고인 나라다. 항우울제 복용이 지금 자살률을 반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는데.

국가적인 문제다. 과장하자면, 지금 우리는 가족끼리 앉으면 엄마, 아빠, 애들 다 힘들고 지쳐서 싸우고, 옆집, 주위에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라 구조가 정말 그렇게 심각하다. 모든 사람들이 적대적으로 변해가는 단계랄까. 그러다 보니 뇌가 오버 부팅되는데, 항우울제는 그럴 때 먹으면, 짜증이 덜 난다. 뇌에 쿨링을 해 주거나 세로토닌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약만 먹으면 된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위험한 수준에 와 있는 나라에서 약(항우울제) 사용을 견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장담하건대, 아무 얘기도 않고 항우울제만 줘도,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10명 중 3~4명은 살릴 거다. 그러면 그 집 가족이 좋아지고 파급효과로 다른 힘든 가족을 도와줄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곧잘 던지는 나만의 질문이라고 했던, ‘당신에게 꼭 이뤄졌으면 하는 꿈’을 말해달라.

빌보드 진입이다. 그런데 원더걸스가 이미 했고.(웃음)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생뚱맞지만 좋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 앨범을 내서 소수의 사람들이 괜찮다고 해주는. 약간 매니악하면서도 대중들이 음악성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을만한 사람. 가사를 쓰면서 느끼는 건데,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쓴다면 (형식은) 댄스든 뽕짝이든, 상관이 없다.

정신과 의사는 꿈이라기보다 주어진 형벌 같은 거다. 건방진 말 같지만, 내겐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하는 일이다. ‘돈도 벌면서, 웬 싸가지 없는 소리냐?’라면 할 말 없지만, 나는 환자를 볼 때, ‘꼭 구원해야 돼.’ 하면서 집착한다. 정신과 의사가 감정에 빠지는 거라 안 좋은 건데, 그냥 잘 이용하기로 했다. 남들이 잘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를 문제없도록 만들겠다는 의무감이 있다. 그래서 꿈은 아니지만, 이루지 못하면 괴로워할 거다. 일종의 콤플렉스지.

그런 면에서, 책을 쓰는 것은 두 번째에 종속돼 있다. 내 음악을 보면, 가사는 침울하고 잔인하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 세지 않냐고 얘기할 정도다. 그러니까 내게 음악은 사람을 도와주는 게 아니고, 속에 있는 걸 표현하고 각성시키는 존재다. 의무감은 나를 희생해서라도 해야 한다는 거고. 만화나 책에 미학적인 욕심은 없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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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향긋한 북살롱]언제나 고민 끝에 셔터를 누른다. 찰칵! - 『조세현의 얼굴』 조세현 | 기본 카테고리 2009-12-1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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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 현장 취재
사진 한 장이 주는 의미는 굉장히 특별하다. 어릴 때 찍은 사진이라면 그 시절의 모습에서 그 순간의 기억을 되살릴 테고, 헤어진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면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는지 모르는 한 사람을 기억하게 만들 것이며, 이국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라면 그곳에서의 새로웠던 경험들을 추억하게 될 것이다. 특히 사람을 담은 사진이라면 찍히는 사람과 찍는 사람 사이의 작은 교감마저 느낄 수 있다. 그런 교감은 사진을 찍는다고 누구나 찍어낼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담기 때문이다. 여기 사람의 ‘얼’을 담은 사진작가가 있다. 그는 ‘사람의 표정을 담는 건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 했다. 그의 말처럼 ‘찍히는’ 사람의 감정을 ‘찍는’ 사람이 찍어낼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감정 표현보다 진솔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작가 조세현의 포토 에세이집 『조세현의 얼굴』엔 그런 마음과 마음을 나눈 사람의 표정들이 들어 있다.

조세현 사진작가는 국내 최정상의 패션 포토그래퍼로 일하며 따뜻한 감수성으로 카메라 앞에서라면 속내를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가이다.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유명인뿐만 아니라 장애 체육인과 소수민족, 다문화 가정 등으로 확대되고 <천사들의 편지>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입양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2009년 이해선 사진문화상을 수여하고, 며칠 전엔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향긋한 북살롱> 11월의 초대 손님인 조세현 사진작가는 ‘사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그만의 재능을 『조세현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조세현 작가의 사진첩

그동안 작업한 사진들을 정리하여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진행된 이번 강연은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사진과 장애 체육인의 사진을 보여주며 시작되었다. 조세현 사진작가는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이 끝난 후 그의 사진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 기간 동안 밖으로 나가지 않고 선수들과 합숙을 하며 친해지려고 노력을 했는데 비장애인이 아니었기에 합숙을 하면서도 처음 3일은 굉장히 힘이 들었단다. 하지만 6일째 되는 날엔 조금 친해졌고, 9일째 되는 날엔 그들 속에 그도 들어가게 되었으며 12일째엔 헤어지기 싫을 정도로 친해지고 말았다. 그만큼 합숙을 하는 동안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느꼈던 거다.


그들 중엔 올림픽 3관왕을 한 유명한 선수들도 있다. 그들이 비장애인이었다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겠지만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조세현 사진작가는 그런 점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my dream sport’라는 제목으로 4년째 장애 체육인들의 사진을 찍어오고 있는데 그가 그런 작업을 계속해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집안에 두 명의 중도 장애를 입은 가족이 있기 때문이란다. 대부분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는 경우 장애인을 밖으로 내보이길 꺼려한다. 그런 가족들에게 조세현 사진작가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감 넘치는 장애 체육인의 모습에서 그 가족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용기를 내어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사진 속의 그들은 장애를 입었다지만 너무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그 어떤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필시 가족들이 보면 큰 용기를 가질만한 사진들이었다.

조세현 사진작가가 사진을 시작한 것은 ‘사진’ 하면 동네 사진관을 연상하던 시절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진 공부를 시작한 그는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 대학을 졸업하고 잡지사에 들어가면서부터라고 했다. 지나고 보니 그 순간은 그의 삶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의 목표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것이었는데 여성 잡지에서 그 바람을 실현할 수 있었단다. 고정 지면을 얻게 되면서 탄광촌이나 수용소를 취재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 칼럼을 썼다. 그때부터 사람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지 찍는 사진마다 ‘인물’ 사진이었다고 했다. 그 바람에 데스크의 생각과 맞지 않아 혼이 나기도 했지만 사람만 찍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단다. 몇 년이 지난 후 우연한 기회에 잡지 표지 사진을 찍은 것이 계기가 되어 스타들의 사진을 찍게 되었다. 지금도 그는 유명한 사진작가이지만 잡지사에 있을 때인 1980년대 말엔 그야말로 유명한 사진작가였다. 그 당시 이신우, 진태옥, 앙드레 김 같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과 작업을 하면서 그의 이름은 해외까지 알려졌고, 1990년 중반에 접어들어 스타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조세현만의 스타일이 인기를 얻었다. 그는 빠른 시간에 쉽게 사진을 찍어냈기에 스타들이 그의 사진에 중독된 것 같다고 했다. 조세현 사진작가는 사진을 굉장히 빨리 찍는단다. 매니저들이 정해준 시간보다 훨씬 빨리 끝을 내기 때문에 스케줄 바쁜 스타의 매니저들은 굉장히 좋아한다. 또 해외 출장을 나가 사진을 찍을 때도 일주일의 기간 중에 준비하는 과정이 이틀이라면 그는 보통 사나흘이 걸린다. 그런 준비만 철저하면 많은 스태프와 모델이 모이는 촬영 날을 길게 잡을 필요도 없다. 단 하루 만에 모든 일을 끝낼 수 있다. 그만큼 경비 절약이 되는 거다. 그는 완벽한 준비만 되어 있다면 하루 만에 찍는 일은 가능하다 했다.


조세현 작가는 2003년부터 7년째 입양 전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왔다. 입양 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부탁으로 백일 사진이 없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처음엔 아이들만 찍다가 홍보대사가 된 배우 김정은을 비롯하여 2004년부터 가수 인순이, 배우 이정길 등이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이 내부적으로 좋은 반응을 보여 전시를 하자고 한 것이 생각지도 못하게 사회적으로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매년 <천사들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당대의 최고 스타들이 조세현의 카메라 앞에서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순수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으며, 촬영한 아이들 90%가 입양되기도 했다.

장애 체육인들의 사진 다음에 스타와 함께 찍은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대부분 스타와 아이들이 정면을 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정면이 아닌 옆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전시에선 대부분 정면을 선호하기 때문에 정면 사진을 전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옆에서 찍은 사진이야말로 그들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단다. 조세현 사진작가는 『조세현의 얼굴』에서 옆모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프로필이라는 단어는 원래 ‘옆모습’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더불어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주는 ‘약력’을 뜻하는 말이기도 한다. 옆모습은 사람의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의도를 담아 눈, 코, 입으로 표정을 만들어내고 타인과 눈을 맞출 수 있는 앞 얼굴은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타인에게 마음을 내비추고 싶을 때 사람들은 돌아서듯 옆모습을 슬쩍 흘린다. 내 진심이 이쪽 편에 있을지도 모르니 찾아보라고. 어쩌면 옆모습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얼굴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사진을 들여다보는 독자들의 표정 또한 정면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보다는 아이를 바라보는 스타들의 옆모습이 담긴 사진이 나올 때 더욱, 그들처럼 너무나 사랑스러운 표정들이었다.

<천사들의 편지 2009>는 12월 16일부터 전시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미 사진은 완성했고 운이 좋은 그날 참석자들은 미공개된 <천사들의 편지 2009>의 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역시 올해도 놀랄 만한 스타들이 많이 참여를 했다. 스케줄이 바쁜 스타들은 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처음이든 두 번째든 대부분의 스타들은 촬영이 끝나도 나갈 생각을 안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촬영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푹 빠져버리기 때문인데 그런 스타들의 진실된 표정을 조세현 작가는 너무나 멋지게 포착해냈다.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타인과의 공감을 이루는 그만의 스타일

20여 분간 그가 찍은 사진의 역사를 들여다본 후 사진을 찍는 작업 현장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조세현 사진작가는 그동안 소외 계층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 시작은 친척인 신부님의 권유로 아무런 제안 없이 받아들이며 시작했다. 그중 하나인 <바울 학교> 아이들.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사진 찍기가 매우 힘들다. 큰 운동장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사진을 찍어도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중 한 에피소드.


“6년 전, 자폐 아이를 가진 가족들을 촬영할 일이 있었는데 큰 운동장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통제가 되지 않았고, 마음대로 운동장에 돌아다녔다. 사진은 찍어야겠는데, 아이들이 모두 제멋대로 행동하니 무척 난감했다. 특히 한 아이가 자꾸 자기가 직접 사진을 찍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더욱 곤란해졌다. 하는 수 없이 아이에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게 하고, 방금 찍은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자기가 찍은 부모의 얼굴을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닫혔던 아이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며칠 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아이의 엄마였다. 아이가 그날 이후로 카메라를 너무 좋아해서 결국 하나 사줬는데 그것으로 소통이 시작되었다며 감사하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가 사진을 통해서 장애를 치료할 가능성을 얻게 됐다는 뜻이다.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구나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찾기 시작했다.”

사진 속에서 그는 아이들을 모으고 아이들과 대화를 한다. 사진으로만 봐도 그 아이들을 데리고 사진을 찍기란 힘이 들 거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가 사진을 찍을 때는 아이들이 말을 잘 들었다고 한다.

그 외 아프리카 기아 현장에 가서 찍은 사진들도 있었다. 아이를 안고 있거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조세현 작가의 사진, 아이들을 찍고, 찍은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사진. 그리고 장애 체육인들의 스튜디오 촬영 모습을 담은 사진에는 사진을 찍을 때의 자세를 설명해주는 모습이나 어떻게 찍을 건지 고도의 연출을 하며 그들과 공감을 나누는 장면을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또 스타들과 아이들을 찍는 과정을 담은 사진에는 아이를 정말 좋아하는 스타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그 중 홍보대사인 김정은의 촬영 과정을 담은 사진이 있었는데 처음 아이를 만나는 장면부터 아이의 시선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김정은의 표정 연기가 찍힌 사진과 아이에게 머리카락을 잡히는 사진까지 담고 있었다. 조세현 작가는 김정은은 정말 아이를 사랑하는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런 자리가 아니었으면 결코 볼 수 없었던 사진들이었다. 그 사진 속의 조세현 사진작가는 진지하고 전문가다운 모습보다는 아이를 사랑하는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었다.


다음으로 본 사진은 유명인들의 흑백 인물 사진이었다. 스튜디오 사진이었는데 굉장히 심플했다. 장식이 없고 미니멀했다. 그동안 조세현 사진기자를 떠올리면 제일 많이 떠오르던 사진들이다. 시인이신 고은 선생과 황석영 선생의 사진을 비롯하여 이해인 수녀, 연기자인 김혜자는 물론이고, 이효리, 전지현, 김혜수, 안성기, 최민식, 한석규 등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모두 그에게 사진을 찍었다. 심플하면서도 멋진 그 사진은 누구나 한 번쯤은 그에게 사진을 찍혀보고 싶을 만큼 멋진 사진들이었다.

조세현 사진작가는 인물 사진은 스타이든 아니든, 장애를 가진 체육인이든 정상인이든 그의 카메라 앞에선 모두 평등한 사람들이라 했다. 사실 그래서 힘든 점도 있지만 그게 그의 스타일이며 그의 사진이란다. 이런 고집이 상업적으론 그를 굉장히 힘들게 했지만 그런 과정을 4~5년 보내고 나니 안정이 되어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이젠 유명인들도 그의 스타일을 원하게 되었고, 자신의 스튜디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게 되었다. 다들 그에게 고집이 세고 못됐다고 하는데 고흐나 고갱도 같은 고집이 있었다며 피사체가 다르지만 똑같은 그들의 그림처럼, 그 역시 그만의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 했다.

사람의 표정을 사진에 담는 건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2004년부터 그는 중국 소수민족의 사진을 찍어왔다. 『조세현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데 이 작업을 상의할 때부터 소수민족을 찍을 생각이었단다. 이번에 찍은 후이족을 합치면 모두 27개 소수민족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은 에피소드는 엄청나게 많은데 사진 한 장으로 한 시간씩은 이야기할 수 있는 사진들이란다. 그동안 찍은 소수민족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는 소수민족을 찾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7시간에서 14시간씩이며 해발 3,500미터에 살고 있는 민족도 있고, 모계사회인 민족도 있다고 했다. 사진들 중에는 카메라를 쳐다보는 인물 사진들이 있는데 이는 묵시적으로 ‘찍히는’ 것을 동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카메라를 쳐다보면 그 사람의 눈을 볼 수 있으므로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는 인물 사진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카메라를 보도록 허락받기까지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단다.


마지막으로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여주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이 있다고 말한 것은 131쪽의 사진이었다. 버스 안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다.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버스 안에 카메라를 들이밀자 그를 외면하는 사람, 무시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의 여러 가지 표정이 찍혔다. 그런 것들이 그는 좋다고 한다. 또 인물 사진이 아닌 사진들도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사진들을 모았단다. 사실 이 사진들을 보고 인물 사진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그대로 이 사진들을 통해서도 그 흐름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과 부담이 된다고 했다.

공감을 얻어내는 사진이 가장 좋은 사진이다

40분 남짓 동안 그의 사진들을 들여다보았다. 꽤 많은 것 같지만 겨우 320장 정도이다. 언젠가 TV 방송에서 그동안 몇 사람이나 찍었냐고 묻기에 무심코 계산을 해봤더니 2만 명 정도 찍은 것 같았다고 했다. 선배인 김중만 사진작가는 죽을 때까지 10만 컷을 남기겠다고 했는데 김중만 사진작가만큼 찍진 못하겠지만 열심히 찍을 생각이란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들, 조세현 작가는 사람을 찍을 때면 모델에게 돈을 건네준다고 한다. 언젠가 백두산에 갔을 때 군인을 찍은 후 돈을 주니 안내원이 버릇 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의 사진을 찍었으니 그 값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줌으로 해서 그 사진이 더 귀해지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때는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을 익힌 후에는 표현력이 나와야 하며 그다음엔 공감을 얻는 단계라고 한다. 사진 한 장을 찍어도 의지와 철학이 있어야 하며 그런 상황에서 공감하는 사진을 얻게 되는데 그러려면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한다. 또 많이 보고 비평받아야 표현력을 얻어 자기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내 맘에도 들고 남의 맘에도 들기 위한 사진이라면 공감이 제일 중요하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그야말로 성공한 사진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을 담은 책들은 그동안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직접 사진을 이야기해 주는 강연은 처음이었다. 사진을 모르는 사람이든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든 이번 강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을 거로 생각했다. 조세현 사진작가의 고집, 사진에 대한 사랑, 그리고 감동을 전해주는 그만의 스타일과 다양한 활동들. 조세현 사진작가야말로 진정한 사람의 표정을 담아 마음을 나누는 천사임이 틀림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주는 것. 사진의 힘이 거기까지 미친다면 앞으로 내가 한 장의 사진 속에 담아내야 할 것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벅찬 마음에 가슴 한구석이 뻐근했다. 사진가로서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어떻게 찍어야 피사체 안에서 울리는 이야기들을 한 장의 사진에 잘 담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셔터를 누르기 전에 내가 하는 일이다. 피사체가 품고 있는 가장 은밀한 이야기를 한 장의 사진에 모두 담아내고 싶다는 열망과 욕심.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그 욕심은 커져만 간다. 언제나 고민 끝에 셔터를 누른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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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뉴 밀레니엄, 영화 속 삽입곡 베스트 15 | 기본 카테고리 2009-11-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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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 뮤직 스페셜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영화와 음악이 산업적으로 밀착되면서 영화음악은 영화를 위해 작곡된 스코어의 순수한 역할보다 주제가나 장면에 삽입 또는 개입된 노래의 인기가 영화의 흥행에 동반, 음반 판매 호조로까지 연계되는 현상을 배태했다. 서부영화 <하이 눈 (High Noon, 1952)>의 주제가 성공을 기반으로 사운드트랙의 상품화에 기폭제가 된 영화 속 노래들의 대중적 소구력은 이제 영화를 기억하게 하는 사운드트랙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대개는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나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아니면 한스 짐머(Hans Zimmer)나 대니 앨프먼(Danny Elfman) 정도를 연상되는 영화음악가로 떠올리지 않을까. 그만큼 현대의 영화 관객들은 영화의 장면을 머릿속에서 재생해 내는 데 그 장면에 삽입되어 나온 노래를 맨 먼저 검색하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그렇다면 장면과 함께 기억소자에 저장된 삽입곡은 뭐가 있을까. 수없이 극장에 걸리는 국내외 영화들 중에서 속속들이 다 골라낸다면 실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고전(classic)’이라 칭할 아주 오래전 영화음악부터 고르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뉴 밀레니엄, 2000년 이후 스크린에 투영된 영화로 시점을 한정하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세대가 좋아한 영화음악으로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대략 좁힐 수 있을 것이다. 하고 많은 삽입 음악 중 왜 내가 좋아하는 이 노래는 열외 취급되었나 싶은 이도 부지기수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넓은 아량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더도 덜도 말고 딱 15개만 골랐다. 이 선정이 음악을 통해 영화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비열한 거리 (A Dirty Carnival, 2006)>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Alan Parsons Project) - 「Old and wise」

‘나이 들고 교활한’으로 봐도(물론 영화적 해석이다) 무방할 「Old and wise」는 황 회장(천호진 분)의 주제가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팝송인데 김 감독 뜻이 근사해.”라는 말과 함께 이어지는 이 곡은 비열함의 원천인 황 회장이 친구에게 보내는 반어적 노래. 노래 의미를 아는 친구는 가장 비열한 황 회장이 이 노래를 부르자 넋이 나간 듯 완전 풀려 멍한 표정이다. 병두의 식구 동생은 내용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고. 세 캐릭터와 노래의 교묘한 조화가 이목을 사로잡는다.

“건달 짓 오래할 거 못 된다”던 황 회장의 말처럼 거리의 비루하고 처절한 삶의 비애감을 다의적으로 전해준다. 말로는 너하고 평생 간다고 하지만 아무도 황 회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이는 없을 거다. 순간 저런 비열한 놈이란 말이 절로 튀어나올 만큼 우정, 친구 그런 거 다 현실에서 기대하기 힘들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는, 그래서 ‘인생무상’처럼 다가오는 노랫말과 곡조가 더 쓸쓸하고 처연하게 들린다. 시각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복합적 감성을 전달하는 피날레 영화음악 「Old and wise」는 고전음악의 품격이 내재된 감성 팝이다. 유려한 피아노 선율과 목관악기, 현악, 재즈적인 느낌의 색소폰이 가미된 1980년대 산 체임버 팝(chamber pop).

2. <코러스 (Les Choristes, 2004)>

크리스토프 바라티에(Christopher Barratier) & 브루노 쿨레(Bruno Coulais) - 「Look to your path (Vois sur ton Chemin)」

감동과 전율의 하모니는 영화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전 프랑스 공연장을 쫓아다니며 캐스팅에 열의를 보인 영화감독과 작곡가의 합작품. 크리스토프 바라티에와 브루노 쿨레가 공작한 주제가 「Look to your path (Vois sur ton Chemin)」는 그렇게 탄생했고 실존 소년합창단 쁘띠 샹떼르 드 쌩 마크 합창단(Petits Chanteur de Saint Marc Choir)에 의해 완성되었다. 13세 소프라노 장 밥띠스뜨 모니에르(어린 모항쥬 역)의 경이로운 음색은 가히 압권이다. 메인 테마를 핵심으로 불가리안 교향악단의 풍부한 관현악협주를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는 사운드 스코어는 17세기 기악과 성악의 양면에서 발전한 바로크 음악과 라틴 성가 합창이 기술적이고 매혹적으로 융합된 음악으로 현악과 부드러운 목관악기 그리고 베이스, 퍼커션, 하프, 피아노, 첼레스타 등이 어우러진 선율과 리듬의 서정미와 동화적 기괴함이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아우른다. 발표회장 기둥 뒤에서 선생님의 지목을 받고 환상적인 독창을 선사하는 모항쥬와 창 밖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려 선생님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을 전하는 장면을 울리는 메인 테마는 영화의 백미다.

3. <더 레슬러 (The Wrestler, 2008)>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 「The wrestler」

일찍이 전성기를 누리고 인생의 황혼기에 홀로 남은 슬픈 인물을 관조하는 카메라 시선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미키 루크 그 자신이자 랜디의 인생역정이 구구절절 진솔하게 담긴,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주제가 「The wrestler」와 함께 기억의 잔상에 기록될 영화 그리고 음악이다. ‘보스’는 <필라델피아 (Philadelphia, 1993)>로 남우주연 톰 행크스와 함께 오스카상을 수상한 데 이어 주제가 「The wrestler」로 미키 루크와 나란히 글든 글로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4.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My Blueberry Nights, 2007)>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 「Try a little tenderness」

화자로서 자기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낸 노라 존스의 「The story」와 캣 파워의 「The greatest」도 사색적이고 감미롭게 영상을 물들이지만, 오티스 레딩의 노래는 그중에서도 스토리의 일부로 흘러나오면서 쓰라린 애욕의 로맨스와 함께 가장 이목을 끈다. 남부 소울의 중심 스택스 레코드사를 대표하는 소울 싱어의 노래 「Try a little tenderness (조금만 더 다정하게 대해줄 순 없나요)」를 계속 흐르게 함으로써 시골 멤피스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찢어지게 마음 아픈 연인들, 레이첼 와이즈와 데이비드 스트라탄, 둘의 눈물겹도록 어긋난 사랑에 관객들이 동화되게 만든다. 감정적 울분과 격노로 터질 듯한 남과 여의 가슴 시린 심정을 대변하는 이 곡은 낮은 템포와 영혼을 울리는 멜로디로 시작해 분노가 치밀어 올라 절정에 도달하기 전 수차례의 선율적 변화를 보이며 극도로 격렬한 변조음의 코러스로 마무리된다. 관록이 묻어나는 가창을 통해 ‘소울의 왕’ 오티스는 관객들에게 매우 황홀한 주문을 건다.

5. <맘마 미아! (Mamma Mia!, 2008)>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 「Winner takes it all」

2008년은 그야말로 <맘마 미아!>의 해였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팝의 전설 아바(ABBA)의 절대적 위업을 출연배우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음역에 맞게 편곡해 엮어낸 사운드트랙 앨범은 세기의 벽을 넘어 빌보드 차트 정상을 정복, 아바의 노래에 잠재한 불멸의 마력을 다시금 발휘했다. 굳이 어느 곡이 좋았다고 손꼽기 어려운, 아니 불가능한 게 무리수를 둔다 싶지만 영화에서 장면과 함께 가장 빛난 순간은 메릴 스트립이 숨겨둔 가창력을 제대로 발휘한 「The winner takes it all (승자가 모든 걸 가지죠)」이지 않을까.

앨범 수록곡. 당시 아그네타가 남편이었던 남편 비요른과 한창 갈등을 빚던 시기에 발표된 작품으로 아그네타가 아바 시절에 불렀던 곡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있는 이 곡은 특히 뮤지컬 제작자 주디 크레이머에게 아바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영감을 준 곡이기도 하다. 영화에선 도나와 샘의 주고받는 합창으로 불려졌다. 샘에게 그동안 마음 아프고 슬펐던 자신의 과거를 토로하면서 떠나버린 샘을 원망하고 질타하는 노래.

6. <클로저 (Closer, 2004)>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 - 「The blower's daughter」

도심 속의 건조한 분위기 속에서 낯선 서로를 향해서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남(댄)과 여(앨리스)의 표정과 움직임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오프닝과 앨리스가 댄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고’ 뉴욕으로 돌아와 홀로 당찬 발걸음을 내딛는 엔딩 신에 수미쌍관 구조로 삽입된, 데미안 라이스의 서정적이고 관조적인 감몼 포크송을 통해 감독은 영상미를 적확히 표현함과 동시에 운명적 만남의 설렘 그리고 궁극적인 사랑의 무상함을 가장 함축적이고도 쉬이 잊히지 않는 인상으로 전한다.




7. <킬 빌-1부 (Kill Bill: Vol. 1, 2003)>

산타 에스메랄다(Santa Esmeralda) -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사운트랙에 삽입된 곡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다채로운 음악의 편린들이 흩뿌려져 있지만 전혀 산만하거나 영화의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팝 음악이 등장할 때는 그 자체로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내러티브에의 몰입이 그만큼 느슨해질 수 있지만 타란티노는 이를 잘 다룰 줄 아는 감독이다. 특히 청엽정의 결투장면에 박진감을 불어넣은 산타 에스메랄다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1978년 15위, 영국 록 그룹 애니멀스의 빅 히트곡을 디스코 버전으로 리메이크)의 삽입은 가장 활력 넘치고 역동적인 장면 속 노래로 꼽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8. <스쿨 오브 록 (School Of Rock, 2003)>

후(The Who) - 「Substitute」

후의 「Substitute」, 도어스의 「Touch me」,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 모던 러버스의 「Roadrunner」, 라몬스의 「My brain is hanging upside down」과 같은 록 역사를 수놓은 보석들이 줄지어 스크린을 잠식하며 흐른다. 아는 가수라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퍼프 대디, 라이자 미넬리일 수밖에 없는 한 엘리트 초등학교 학생 교실에 ‘가짜 보결 교사’ 잭 블랙이 주도하는 유쾌한 ‘록의 반란’을 그린 영화인만큼 ‘보결 교사’의 대리 출석을 공포하는 후의 「Substitute」에 대한 기억은 각별하지 않을까.

9. <러브 액추얼리 (Love Actually, 2003)>

비치 보이스(Beach Boys) - 「God only knows」

상품성과 작품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워킹 타이틀 필름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작심하고 내놓은 야심작인 만큼, 영화의 사운드트랙 역시 상업성과 음악성을 적절히 안배한 수려한 구성력과, 이전 영화에서의 음악이 그랬듯 캐릭터와 상황에 맞춰 폐부를 찌르는 내러티브적 대중음악의 삽입이 돋보인다. 사랑과 인생의 양면성을 관조와 성찰로 노래하는 「Both sides now」(여류작가 조니 미첼 작곡)이 엠마 왓슨의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기억에 남을 장면에 음악은 애끓는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비치 보이스의 히트 싱글 「God only knows」일 것이다. 인종의 벽을 넘어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헤어지기도 하지만 재회의 감격을 맛보는 공항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는 실로 벅찬 감동의 순간을 제공한다.

10. <시카고 (Chicago, 2002)>

캐서린 제타 존스(Catherine Zeta-Jones) & 르네 젤위거(Renee Zellweger) - 「Nowadays / Hot honey rag」

미국의 대표적인 오락이자 쇼 비즈니스의 중추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영화 <시카고>는 1975년 초연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명작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는 토종 1920년대의 시카고 뮤지컬 재즈를 들려준다. 주연배우들인 르네 젤위거, 캐서린 제타 존스 그리고 리처드 기어가 직접 노래했다는 사실이 화제를 넘어 사람들의 귀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 스토리를 따라 음악을 즐기는 통에 관객들은 뮤지컬 재즈라는 친근하지 않은 음악임에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뮤지컬 영화로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굉장한 박동과 이완을 동시에 살아있다. 캐서린 제타 존스의 노래와 춤으로 시작되는 「All all that jazz」가 라디오를 통해 애청되긴 했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두 요부 벨마와 렉시가 합창한 「Nowadays / Hot honey rag」은 뮤지컬의 감동과 흥분을 가장 멋지게 표출한 압권이자 기억에 남을 만하다.

11. <물랑 루즈 (Moulin Rouge, 2001)>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릴 킴(Lil Kim), 마야(Mya), 핑크(Pink) - 「Lady marmalade」

앨범이 미국에서 10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갈 정도로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여기에 삽입된 곡 「Lady marmalade」가 빌보드 팝 차트 정상에 오르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덕이다. 이 노래는 원래 1975년 여가수 패티 라벨이 히트시켰던 올드 팝으로 오리지널을 그대로 삽입한 것이 아니라 지금 한창 잘 나가는 여가수들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릴 킴, 마야, 핑크 등 4명이 합창해 불렀다.



12. <빌리 엘리엇 (Billy Elliot, 2000)>

폴 웰러(Paul Weller) - 「Town called Malice」

<빌리 엘리엇>은 영국 영화로서 영국이 낳은 두 명의 걸출한 뮤지션의 음악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테마곡 「Cosmic dancer」를 쾌척한 티렉스의 마크 볼란이 그 첫 번째. 영화음악을 만끽한 관객이라면 그러나 원초적 춤 본능을 어찌하지 못해 발을 바삐 놀리며 신나게 뛰고 달리고 점프하는 주인공 빌리의 액션과 배경이 멋지게 펼쳐지는 가운데 더욱 강렬하게 장면을 뒤받친 폴 웰러의 「Town called Malice」의 흥분된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13. <8 마일 (8 Mile, 2002)>

에미넴(Eminem) - 「Lose yourself」

자전적 영화에서 주연까지 소화해낸 래퍼 에미넴. 그 자신의 내면과 경험에서 절로 나오는 소리를 담은 <8 마일>의 사운드트랙 또한 빌보드 앨범 차트를 호령하며 삽입곡인 「Lose yourself」를 싱글 차트 1위에 올려놨다. 내친김에 아카데미 주제가상까지 거머쥐는 영예까지 누렸으니 한마디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친 격. 랩 스타 ‘에미넴의 에미넴에 의한 에미넴을 위한’ 쇼였다. 영화의 마지막 완성된 곡이 흘러나오기까지 그의 삶의 궤적이 모두 가사에 구구절절 담겨있어 감동은 배가된다.




14. <주노 (Juno, 2007)>

모트 더 후플(Mott The Hopple) - 「All the young dudes」

마크는 카펜터스(Carpenters)의 명곡 「Superstar」를 리메이크한 소닉 유스(Sonic Youth)의 안개 낀 몽환적 버전을 들려주고 주노는 그들의 다른 음악을 소음이라고 치부하면서도 그가 구워준 CD를 듣고, “이건 좀 느리지만, 완전 짱이고 강해요.”라며 1970년대 활동한 비운의 록 그룹 모트 더 후플의 「All the young Dudes (모든 청춘사내들, 1972년 싱글 37위)」를 마크에게 소개한다. 둘은 그렇게 음악으로 가까워지고 정감을 나눈다. 철부지 소녀지만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음악인 펑크 록의 순수성을 좋아하는 주노, 이제는 기성인이지만 젊은 시절엔 그런지와 인디 록의 폭발 속에서 열정을 불태운 마크, 대리모와 양부의 관계에서 만난 남과 여의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명장면, 명음악이 아닐 수 없다.

15. <원스 (Once, 2006)>

글렌 한사드(Glen Hansard) & 마르게타 이글로바(Marketa Irglova) - 「Falling slowly」

영화 예고편에 사용되며 개봉되기 전부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주제가 「Falling slowly」. 글렌 한사드의 따뜻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담백한 보컬,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의 정감 있는 피아노 연주와 가녀린 보컬이 교감하는 주제가는 영화 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음악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후 악기점을 찾아 들어가서 기타와 피아노를 정답게 치며 함께 부른 노래이다. 혹자는 영화의 도입부에서 강력한 호소력을 발하는 「Say it to me now」에 공감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 <원스>의 감동은 오스카주제가상까지 거머쥔 이 노래 「Falling slowly」로 회자될 것이다.



2009/08 김진성 (jinsung@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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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프라하에서의 마법 같은 하루 - 이지혜 | 기본 카테고리 2009-06-1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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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침

프라하의 새벽

전날 밤 커피를 마신 탓일까. 깊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다가 잠에서 깼다. 새벽 4시. 창문은 골목의 가로등 불빛으로 주홍색이다. 빗소리가 들린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조용한 민박집의 새벽을 울리는 유일한 소리다. 조용히 일어나 창문을 열고 얼굴을 창밖으로 내민다. 빗물을 머금은 촉촉한 새벽바람이 귓불에 속삭인다. 안녕.

보통, 한국에서 출발하는 프라하행 비행기는 프라하 시간으로 저녁 이후에 도착한다. 짐을 찾아 숙소에 도착해서 씻고 나면 지쳐 잠이 들기 마련. 하지만 시차 때문인지 깊이 잠들지 못하다 새벽이면 눈이 떠진다. 그러고 나면, 제일 먼저 말을 걸어오는 건 언제나 프라하의 새벽 공기다. 그리고 숙소 창 밖으로 보이는 동네 골목길. 이럴 때 비라도 온다면 더 없이 낭만적이다.

여행인데 하필 비가 내린다고 인상 찌푸릴 필요는 없다. 변덕스럽고 비가 잦기로 명성이 자자한 유럽 아니던가. 여행은 비행기에 있는 순간에만 해당되는 단어고, 내리는 순간 모두가 현지인이 되는 거다. 지금이라는 순간에 숨쉬는 곳이 사는 곳이니까. 우리는 어차피 오늘을 살고 지금 존재하는 거니까. 나는 프라하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여행은 더없이 여유로워진다. 인생 자체가 여행이고 여행은 또 다른 일상이다. 일상에는 비가 오는 날도 있고 화창한 날도 있다. 찰칵. 창 밖으로 보이는 비 오는 프라하의 골목을 카메라에 담는다.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을 따라 이런 저런 기억들이 지나간다. 잠옷 바람으로 시작한 프라하의 첫 관광은, 민박집 창 밖. 어느새 새벽 5시다.

비 오는 골목과 야간 트램

어차피 다시 잠들기는 글렀다. 옷을 갈아입고, 카메라를 메고 새벽 거리로 나간다. 손에 쥐고 있는 지도 위에 표시한 민박집 위치를 확인하며 좌우로 두리번거린다. 골목 끝에서 큰 길이 이어진다. 아직 캄캄한 새벽, 비에 젖은 돌바닥 길 위로 트램이 지나간다. 프라하에는 24시간 트램이 다닌다. 조금 전에 트램이 멈춰 섰던 정거장으로 가서 운행 시간표를 확인한다. 카를교로 가는 다음 트램이 올 때까지 15분 더 기다려야 한다.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이 마치 시 한 편 같아 감격해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 본다. 건너편 정거장에 멈춘 트램도 찍고, 비에 젖은 돌바닥도 찍고, 간판도 찍고…….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비 내리는 새벽 냄새는 마음에 고이 담아둔다. 가이드북의 사진에서 본 트램 승차권 기기가 보이지 않는다. 이 새벽에 검표원이 있을까. 용기를 내어 무임승차하기로 마음먹는데 트램이 온다. 목적지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새벽 무임승차와 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 그리고 차창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

새벽의 카를교

프라하의 주요 관광지는 프라하 성과 구시가 광장, 그리고 카를교다. 프라하 중심을 가르는 블타바 강의 여러 다리 중에 가장 오래된 다리가 바로 카를교다. 예로부터 중심 상업 지구였던 구시가지와 프라하 성 아래에 위치한 말라스트라나 지구를 연결했던 다리로, 보행자 전용 구간이다. 옛날에는 통행세를 받는 곳이었다는 카를교 양 끝의 탑문을 통과하면 마술처럼 갑자기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주황색 지붕들로 연이어진 말라스트라나 언덕과 그 위의 프라하 성이 블타바 강과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놓여있다.

프라하 성

디즈니의 트레이드마크인 성이 바로 이 카를교에서 보이는 프라하 성을 모델로 만든 것이란다. 꿈과 상상의 세계를 상징하는 마크가 실제 사물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니. 프라하 성은 그 안에 들어가서 직접 보는 것보다 카를교에서 볼 때가 가장 아름답다. 프라하 성이 아름다운 것은 그 주변에 블타바 강과 말라스트라나 언덕과 맑은 하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새 새벽 6시가 다 되어간다. 여러 장비로 무장한 두세 사람이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다. 동트는 새벽. 카를교 사진이 가장 멋지게 나오는 타이밍이다. 무엇보다 뜨는 해와 함께 드러나는 갖가지 색상의 건물들과 언덕의 숲이 그야말로 마법 같다. 다리 위의 여러 동상 중에 성 네포무크 동상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한다. 정말 여긴 마법의 공간일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동상에 손을 대고는 막상 한참을 그대로다. 바랄 것도 참 많은 욕심쟁이처럼.

배는 고픈데, 카페와 식당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그대로 민박집으로 돌아와 차려진 아침을 먹고 나니 잠이 쏟아진다. 억지로 현지 시차에 맞추느라 피곤해하지 않기로 한다. 서둘러 관광을 떠나는 민박집 동기들을 배웅하고 천천히 침대로 돌아와 아침잠에 빠져든다.

어떤 오후

꾸물거리며 일어나니 어느새 정오. 새벽 내내 비가 내리더니 햇살이 화창하다. 자외선차단제를 두텁게 바르고 나와 점심부터 먹기로 한다. 지도는 접어두고 발길 닿는 대로. 프라하 시민처럼 내 멋대로 걸어간다. 마치 길을 아는 것처럼 그렇게 걷다보니 관광객으로 붐비는 신시가지의 시작점인 국립 박물관과 바츨라프 동상이 나타난다. 숙소가 시내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프라하라는 도시가 이렇듯 자그마하다. 웬만한 관광지역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위해 차는 통제된다. 유난히 많이 걸어야 하는 까닭에 편안한 신발은 필수다. 신시가지 관광의 중심지인 바츨라프 광장의 대로에는 눈에 쏙 들어오는 식당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왠지 관광객이 많은 그곳은 지금 나의 현지인 기분과는 맞지 않을 것 같아 중심에서 갈라지는 길가로 들어간다.

식당 입구

루체르나는 프라하 최초의 다목적 멀티플렉스 건물이다.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영화관이며 여러 카페와 가게, 댄스홀과 전시관까지 모두 훌륭한 품격을 갖추었다. 건물 내부 홀에는 바츨라프 광장의 바츨라프 동상을 거꾸로 본 따 만들어 천장에 달아놓은 동상이 많은 서양 관광객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는다. 이 건물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중심지에서 몇 걸음 벗어나 있을 뿐인데도 관광객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 건물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을 발견. 호스뽀다 루체르나. 식사로는 체코 전통요리인 끄네들로-젤로-베프로를, 물 대신 맥주를 주문한다.

식당에서의 점심 식사

체코는 맥주 원조 국가라더니, 모든 테이블 위에는 짙은 황금색 맥주가 담겨진 두꺼운 유리잔이 놓여 있다. 맥주는 금방 나오고 식사는 늦게 나오다 보니 맥주 500CC 한잔을 거의 다 비울 무렵에야 식사가 나온다. 거품 가득 진짜 생맥주가 여행의 긴장을 설렘 100퍼센트로 바꿨나 보다. 프라하에서는 낮술, 마실 만하다. 요리에서 끄네들로는 팥 없는 찐빵 같은 체코 전통 빵이고, 젤로는 절인 양배추, 베프로는 구운 돼지고기다. 왠지 식사가 맛있고 푸짐한 맥주 안주 같다. 사람들이 물 대신 맥주를 마시는 이유를 알겠다.

성비타 성당

새벽에 멀리서 본 프라하 성을 다음 목적지로 잡는다. 트램 22번을 타고 프라즈스키 흐라드 역에서 하차. 프라즈스키는 프라하의 형용사형. 흐라드는 성이라는 뜻이다. 프라하 성 일대를 가리키는 이름인 흐라드차니는 말 그대로 성 주변이라는 뜻이다. 카를교에서 바라볼 때 보이는 성이 흐라드차니. 그 아래로 이어지는 언덕이 중세부터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던 말라스트라나다. 성을 둘러본 이후 말라스트라나 언덕 위에 있는 페트르진 공원으로 산책을 가야겠다. 일단은 프라하 성으로 고고씽. 성으로 가는 길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벨베데르 여름 궁전. 마침 개방을 하고 있어서 옛 왕실의 여름 정원을 둘러본다. 나무들이 인위적으로 손질되어 있지 않은 점이 흥미롭다. 일일이 깔끔하게 손질하여 가꾸는 프랑스의 정원과 확실히 구별된다. 프라하를 ‘중유럽의 파리’라고 하지만, 그 둘은 확실히 다르다. 프랑스와 체코의 정원은 어쩌면 일본과 한국의 정원과 비교될 수 있지 않을까.

프라하 전경

프라하 성 왕궁에는 지금도 체코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다. 첩첩이 경호원을 세우고 수비하는 대통령 집무실만 생각하던 나는, 관광지 한복판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광고에도 등장하는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 비타 성당. 그 높은 꼭대기에 오르는 계단에서는 국적을 초월해서 사람들 모두가 같은 소리를 낸다. 헉헉. 땀에 온몸이 흠뻑 젖고 더 이상은 못 오르겠다 싶을 때 시원한 바람이 어디선가 들어온다. 다 올라왔다. 그러고는 말없이 나만의 황홀한 자유에 빠진다. 높은 성당 탑 아래로 보이는 프라하 전경이 마음에 있던 모든 굴레를 밀어내고 들어온다. 눈이 머무는 곳마다 그 위를 날 듯 내 맘은 자유롭다.

중고 서점

프라하 성을 다 둘러보고 페트르진 공원을 가기 위해 말라스트라나 언덕을 오른다.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 그리고 눈에 들어 온 중고서점. 들어가자마자, 오래된 책 냄새가 몸과 맘을 짜릿하게 한다. 오래된 옆서 뭉치들도 있어서 살펴보니, 예전에 실제 누군가가 보내고 받았던 엽서들이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글씨지만, 가만히 손을 대고 느껴보면 전해져온다. 전쟁터에서 애인에게 보낸 엽서, 출장 중에 가족에게 보낸 엽서…….

서점 아저씨

정성스레 붙인 우표와 그 위에 남아있는 우체국 도장이 타임머신이 된다. 무섭게 생긴 서점 아저씨는 막상 말을 거니, 웃는 모습이 무척 순수하시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수줍게 웃어주신다. 체코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무뚝뚝하다. 하지만 그들에겐 이런 꾸밈없는 순수함이 내재되어 있다. 겉으로 잘 다듬어진 예의로서의 친절이 아니다. 강대국 틈에 당하기만 한 역사 속에 더 깊이 숨어들어간 원초적인 순수함이, 그들 속에 있다. 그 점이 우리 한국 사람들과 참 많이 닮아서, 우리는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점을 나오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카페로 들어간다. 전형적인 체코 건물은 외관보다 내부가 더 화려하고 복잡하다. 겨울이 길고 추운 나라들은 대개 실내 생활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왔기 때문이다. 정원도 앞뜰이 아닌 뒤뜰 중심이다. 카페의 딱딱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찾다가 미로처럼 꾸불꾸불 길게 한참을 들어가 카페 뒤뜰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창문이 열려 빗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커피 한 잔을 다 비우고 나니, 비가 그친다.

페트르진 공원

언덕 정상에 있는 정원

다시 페트르진 공원으로 가는 길. 숲 속의 나무들이 비 때문에 그 녹색 향기를 더 짙게 풍긴다. 가벼운 등산을 하듯이 그렇게 페트르진 공원을 산책하며 정상에 있는 그 정원에 들어간다. 모든 아름다운 장면들이 예고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프라하 관광의 묘미다. 서로 다른 두 모습이 연결 개체 없이 붙어 있다. 원초적인 숲, 그 자체와 잘 가꾼 정상의 정원. 벌써 오후 5시. 소나기로 흐려졌던 하늘에 다시 저물어가는 해가 비취면서 페트르진 정원 정면에 무지개가 생긴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지만 무지갯빛이 잘 담기지 않는다. 사진으로 남기길 포기하고 무지개를 정면으로 하는 계단에 앉아서 온 몸에 그 장면을 담아둔다. 무지개가 사라지기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기로 한다. 무지개에 취해 있는데, 커다란 강아지가 옆자리로 와서 장난을 건다. 강아지 주인이 웃으며 걸어오고, 영어를 할 줄 아는 그 체코인과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 오는 날이면, 페트르진 정원에서 이렇게 무지개를 볼 수 있단다. 혼자 오르던 언덕을 셋이서 내려간다. 방금 사귄 체코 친구와 강아지, 그리고 나.

좋은 저녁

친구와 강아지

끄네들리키

말라스트라나를 함께 내려오며 체코 친구와 나는 어느새 꽤 친해진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온 친구처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하고, 친구는 국립극장 옆에 있는 카페 슬라비아로 데려간다. 블타바 강변을 향해 전면 유리로 되어있는 널찍한 카페는 예로부터 명소란다. 중앙에는 피아노 연주가 울리고 있다. 체코 전통요리인 스비치코바를 시키고 또 맥주를 주문한다. 거품 가득 모든 갈증을 씻어내는 쌉싸름하게 톡 쏘는 넘김이 일품이다. 아마도 한국에 돌아가면, 이 맛이 너무도 그리울 것이다. 스비치코바는 얇은 소고기 스테이크에 특유의 갈색 소스가 덮여져 나온다. 그 위에 레몬과 생크림과 산딸기가 놓여있고, 소스를 찍어 먹을 빵이 함께 나온다. 이 빵이 점심에 먹은 요리에도 나왔던 끄네들리키로, 영어로는 덤플링이라고 하는 하얀 찐빵 맛이다. 우리네 밥이나 김치처럼, 그렇게 식사마다 등장한다.

프라하의 밤거리

구시가와 바츨라프 광장

골목

식사를 하고 또 맥주를 마시며, 새로운 친구와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2차를 가기로 한다. 재즈클럽 매트로폴리탄. 프라하에는 구글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몇 유명한 재즈바가 있다. 매트로폴리탄은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지하의 작은 재즈카페다. 빨간색 의자와 테이블은 앙증맞게 작아서 꼭 난쟁이 집에 온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의 연주자 할아버지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더 시니어스 윙거스. 할아버지 재즈 연주자들의 그룹 이름이다. 할아버지들의 평균 나이는 70세로, 각자의 악기들이 그분들 신체의 일부인 듯 그렇게 보인다. 연주하시는 곡마다 평생을 거쳐 연주한 사람들만이 낼 수 있는 그런 소리가 난다. 지금까지 그렇게 편안한 재즈는 처음 들어본다. 피아노를 연주하시는 할아버지는 무의식적으로도 손가락이 절로 움직이는 사람처럼, 표정은 마치 졸고 계신 것만 같다. 그들에게 반해버린 나는 연주가 쉬는 시간에 다가가 말을 건다. 피아노 치는 할아버지는 다행히 영어를 하실 수 있었다. 아기를 늦게 낳아서 나와 동갑인 어린 딸이 있다며 반가워하신다. 전쟁 통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미군 재즈 음악에 매료되어 그대로 흉내 낸 것이 할아버지 재즈 레슨의 전부였단다. 그러고 보니, 더 시니어스 윙거스의 연주는 옛 영화에서 흐르는 음악을 닮았다.

할아버지 재즈 연주가들

그들에게 매료된 나

연주에 맞춰 모라비안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나니, 나는 어느새 프라하라는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 체코는 크게 보헤미안 지방과 모라비안 지방으로 나뉘는데, 모라비안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마실수록 매력적이다. 친구와 나와 강아지는 밖으로 나와 한참을 걷는다. 구시가지 골목골목과 광장. 그리고 또 골목을 지나 카를교로. 프라하는 원래도 밤이 아름다운 도시라지만, 술에 살짝 취하고 나니 그야말로 내 마음을 다 가져가 버리는 듯하다. 천 년간 그대로 머물고 있는 구시가의 골목들에서 나는 모든 현실감각을 놓고 맘껏 환상에 잠긴다. 중세의 집시처럼 자유를 만끽하며.

밤에 다쎽 찾은 까를교

프라하 성의 야경

새벽에 왔던 카를교를 밤에 다시 찾는다. 대체 이 녀석은 몇 가지의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너무 벅차게 감동받을 때는 담담히 좋다, 라는 한마디를 내뱉게 된다. 다리 위의 은은한 가로등 조명과 저 멀리 빛나는 프라하 성은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데 내가 알아온 현실과 너무나 다르다. 이곳에서는 누구라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우리 앞에서 어떤 연인이 키스를 나눈다. 새벽에 소원을 빌던 동상에 가서 다시 소원을 빌어본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곳에서 키스를 나누기를. 사랑하고 싶다면 프라하에 와 볼 일이다. 사람이 아닌 한 도시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나를 채워주고 뜨겁게 만드는 같은 사랑이 된다.

산다는 건 어디서나 같은 굴레로 돌아간다. 낮에는 하루 세끼를 먹고 밤에는 잠에 들면서. 하지만 어떤 하루는 여러 다른 하루들이 이어질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어쩌면 프라하에서의 하루가 그런 마법을 지니는지도 모르겠다.


이지혜
『프라하 홀릭』
한양대학교에서 프랑스의 언어와 문화를 전공했다. 여행을 떠나면 그곳에 눌러앉는 습성을 타고난 그녀는, 가끔 떠난 여행에서 쉽게 돌아오지 못해 졸업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졸업을 했다. 이후 현실적인 이유로 공기업에 취직했으나, 2년 만에 처음 떠난 프라하 여행에서 지난 습성이 되살아나 사표를 제출하고 프라하로 날아갔다. 이후 프라하에서 1년 동안 행복한 장기 체류를 감행했다. 너무 아름다워 잔인한 프라하에서 첼로를 배우고 체코어를 배우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친구를 만들었다. 항상 느리고 엉성한 스스로를 걱정했지만, 80년에 태어난 또래의 평균 수명이 120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 자신의 인생이 90년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희망을 얻었다. 프라하의 기운을 받아 묻어두었던 글쟁이의 꿈이 되살아났고 다시금 행복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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