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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 기본 카테고리 2022-08-1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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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

강원택 저
북멘토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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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들었을 때 '어? 생각보다 작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금방 읽겠네!' 하는 한결 가벼운 마음이 생겼다.

'정치'라는 말은 그 단어가 주는 압박감이 있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을 것이다. 나 역시 정치에 대해 조금 더 제대로 알아보고 싶기는 하지만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는 책의 크기도 그렇지만 내용도 어렵지 않아 언제든 가볍게 뽑아들 수 있는 책이다.

 

목차를 봤을 때, 그동안 내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치, 정치, 말은 많이 하지만 막상 질문을 들었을 때 대답은 할 수 없는 나의 짧은 지식에 통탄했다.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의 열 가지 질문에 대해서만이라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내가 되어보고자 열심히 책을 읽었다.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는 우선 정치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표현으로 국가가 생기기 이전의 자연 상태를 설명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세상의 한정된 자원을 두고 욕망과 이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불화하고 싸우게 되는데, 다툼을 막을 강력한 힘이 없어 전쟁상태가 되고,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과 대립하고 싸우게 된다. 모두를 강제하는 권력이 없어서 비롯된 무질서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유와 권리 가운데 일부를 포기하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복종시킬 수 있는 힘을 권력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정치권력이 출현했고 국가가 생겨났다고 이야기 한다. 권력자와 사람들 간에 '사회 계약'을 맺는다고 본 것이다. 홉스는 이러한 국가를 인공의 신(mortal god)으로 간주하여 '리바이어던(Leviathan)' 이라고 불렀다.

존 로크(John Locke) 역시 사람들 간 계약으로 권력이 생겨났다고 보았으나, 자연 상태가 전쟁의 상태만큼 공포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람들 간의 권리 다툼을 조정해 줄 권위가 필요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재판관을 두긴 하지만, 리바이어던처럼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군주에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양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홉스와 로크 모두 정치의 탄생을 질서, 안전, 평화를 위한 합의의 결과로 보았다. 여기서 우리는 정치의 중요한 역할을 알게 된다. 바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정치인들은 도대체 뭐하는 건지, 왜 매일 서로 싸우기나 하는 건지, 답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태이고,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다툼이 일어나는 그 자체가 건강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싸움은 서로 힘이 엇비슷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애초에 싸움은 성립되지 않는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할 뿐이다. 힘이 한 쪽으로 몰려서 다른 한 쪽이 무너져서 없어진 것보다는 견제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이 건강한 상태 아닐까?

소말리아의 비극은 정치가 무너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정치가 사라지면 질서도, 평화도, 안정도 사라지게 된다. 단 한번도 정치가 내 삶을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정치의 탄생과 소말리아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나니 내가 지금 얼마나 발전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작년에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두 편을 봤었는데, 정치가 무너진 사회는 얼마나 참혹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민주 사회의 일원으로서 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막연한 개념을 가지고 살아왔다. 내가 가진 권리와 의무를 다 해야한다는 생각은 했으나, 그 권리와 의무가 사라진 상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1992년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폭동 때 코리아타운이 폭동의 중심지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다. 예전에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러게? 흑인 폭동인데 왜 코리아타운 중심으로 피해가 컸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경찰이 베벌리 힐스나 할리우드 같은 지역은 보호했지만 코리아타운은 폭동으로 파괴되어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기에 '인종차별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한인 교민 대부분이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다.

그 당시 교민들은 단순히 거주할 자격만을 허가받은 영주권(permanent resident)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투표를 할 수 있고 선거에 출마도 할 수 있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권(citizenship)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코리아타운 한인 교민들은 선거 때 영향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코리아타운을 보호하지 않아도 당국의 대처에 대해서 정치적 책임도 크게 받지 않을 상황이었던 것이다.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람들은 보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생각인가?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었다.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세상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투표권이 나를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것을 이런 슬픈 역사를 통해 깨닫게 되어 마음이 무거웠다.

 



 

세금을 내고 군대를 가는 것은 국가 유지를 위해서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강제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는 우리가 그런 사항들에 대해 합의를 했다고 이야기한다. '법'으로 제정되었다는 것은 국민의 동의에 기반한 결정이라는 의미인데, 우리가 선거로 뽑은 대표자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동의한 일이라는 것이다.

 

세금과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부에서 수립한 예산안을 국회에서 비준 하는데,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은 국민이 동의했다는 뜻과 같다고 한다.

 


 

정치는 나와는 별로 상관 없는 일이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좌지우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법 제정이나 예산안 비준 등 여러 정치적 결정들이 결국 국민인 나의 동의를 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니, 내가 투표를 함으로써 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하고 있고 여러 정치적인 결정들은 나의 투표로 인한 결과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거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 더 경건해졌다. 선거를 통해 역량 있고 성실한 대표자를 선출해야 하는 것이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해야할 책임인 것이다.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를 통해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가 조금은 결이 다른 단어라는 걸 알았다.

좌파 우파 용어는 1789년 프랑스 혁명 직후 생겨났다. 군주제 유지 여부에 대해 찬반 의견을 논의할 때 국왕 지지자들은 의회 의장석의 오른쪽에, 국왕을 반대하고 혁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의장 왼쪽에 앉았는데, 이때부터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 많은 공장이 생겼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치적 권리를 갖게 되면서 좌파와 우파는 경제 정책과 관련한 입장차이를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다. 좌파는 경제적 분배와 평등을 중시하고 우파는 개인의 재산을 중시하고 시장에서의 경쟁을 강조한다.


 

우리가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를 가장 많이 다루게 되는 것은 정당과 관련해서이다. 정당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그 집단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단어를 붙이게 되는 것이다.

지금보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고 하실 때면 '사람을 봐야지 당만 보고 찍으면 되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서 정치를 바라보니,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의 정책들이 모두 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가지는 많아지고 생각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최근에 내가 가지게 된 생각은 모든 정책이 마음에 드는 정치인은 있을 수 없고 다만 나와 방향성이 같은 사람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큰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고, 나는 결국 나와 방향성이 같은 정당을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세부적인 내용들을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각 정당의 이념을 알면 적어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와 같은지 다른지는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 행태를 보면서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견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많이 깨닫고 있다. 옳다고 생각한 어느 한 쪽으로 권력을 몰아준다고 해서 그 이후의 결과까지 항상 옳은 것은 아닌 듯 하다. 한쪽으로 편향된 권력은 결국 그 권력을 쥐어준 국민을 잊게 만든다.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우리는 하나의 생각만을 강요받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 제9장 '대통령도 시험으로 뽑을 수 없을까?'는 사실 굉장히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정말 저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 정치도 똑바로 못하는데, 시험 보고 뽑아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 말이다.

공무원에는 임용직 공무원(appointed officials)과 선출직 공무원(elected officials)이 있고, 임용직 공무원은 행정관료,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의 역할에 대해서는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행정'은 정해진 국가 목표를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더 요구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는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와 동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

정치인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올바른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능력은 시험으로는 검증할 수 없는 능력이다.

정치와 행정은 모두 국가의 일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성과나 효율성만 추구하는 형태로 국가 정책이 집행될 수는 없다. 행정관료는 효율적 집행과 성과를 목표로 일하고, 정치인은 그 정책의 결과를 실제로 받아들이는 주민의 의견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므로 둘의 역할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국가 정책이 올바르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일의 모습을 이야기 할 때 연방제 형태를 언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나의 지식이 부족하여 이해를 못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를 통해 스위스와 미국의 사례를 들어보니 연방제가 어떤 개념인지 이해가 되었다.

스위스는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모인 국가이다. 미국은 언어는 같을지라도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어가던 당시에 이미 각 주마다 처한 환경이 다른 상태였다. 정책 결정에 있어서 소수가 소외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국가를 이룰 수 있는 방식이 연방제 국가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분단된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100년을 바라보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과 북한은 같은 민족이긴 하나 이미 다른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연방제에 대한 설명과 그렇게 이루어진 나라들을 살펴보니, 우리나라도 통일의 그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한국과 북한이 독자적인 방식을 유지하고 각자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내면서 한 민족으로 하나의 나라를 이루는 그 날이 올 수 있을까?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를 통해 정치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대한민국 속에서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정치는 어려우니까,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거니까, 라며 외면했던 시간들이 부끄러웠다. 정치인들에게 맡겨둔 나의 권리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나의 의무를 다 하는 국민이 되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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