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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고, 또 좋은 소설과 영화가 얼마든지 있어 세상은 살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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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와 에릭 바나, 두 배우의 매력 | 만화와 영화 2011-12-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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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되는 소설이나 희곡에 충실하다는 것이 좋은 영화의 기본은 아닐 것이다. 원작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걸작이 탄생할 수도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는 필립 K. 딕의 단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를 바탕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어떤 입장인가 하면 일단 원작을 잘 살려낸 작품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그런 점에서 ‘트로이’는 호머의 ‘일리아드’를 영화화했으되, 원작의 틀을 상당히 바꾸어버렸다. 문학과 영화라는 장르적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점이 내게는 아쉬운 점으로 생각되었다.
‘일리아드’와 ‘트로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쟁의 기간에 있다.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영화 속에서는 기껏해야 한 달여 정도로 바꿔 놓는다. 물론 10년이라는 긴 시간과 수많은(‘일리아드’를 보면 어느 곳 누구의 아들 누가 어느 곳 누구의 아들 누구에게 죽었다는 이야기가 수없이 나온다.) 인물들의 명멸을 다 그려낼 수 없다는 것이 영화의 숙명적 한계이기도 하지만….
또 이 영화에서는 중요 인물들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메넬라오스와 아이작스(아마도 아이아스로 생각됨), 아가멤논의 죽음이 그것이다. 아내를 빼앗긴 분노에 사로잡힌 메넬라오스의 죽음으로 시작된 전쟁은, 탐욕스럽고 야심이 가득한 군주의 모습으로 그려진 아가멤논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영화의 극적인 재미는 더욱 살아날지 몰라도 이 정도라면 원작을 훼손한 정도가 심한 편이다. ‘일리아드’를 보면 메넬라오스는 헬레네와 귀환하여 행복하게 살아가고, 큰 아이아스는 헥토르의 죽음 이후 전리품을 두고 다투다가 죽고, 작은 아이아스는 아테네 여신을 모독한 죄로 귀국하다가 죽음을 맞게 된다. 한편 아가멤논은 귀국하여 아내 클리템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情夫) 아이기스토스에 의하여 살해되는데, 여기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대비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유래된다. 동생의 아내를 찾기 위한 전쟁 끝에 자신의 아내에게 죽는 아가멤논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데, 영화대로라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 버린다. 그리스 신화 특히 ‘일리아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화 ‘트로이’가 불만스러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영화 ‘트로이’를 신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으로 이끌어간 것은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는데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실제 ‘일리아드’ 자체가 신화와 전설 그리고 역사의 경계 정도에 위치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영화는 트로이 전쟁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갈등과 고뇌를 잘 드러내고 있다. 아마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면, 한편으로는 영웅의 활약을 웅장하게 잡아내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 등을 잡아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호머의 ‘일리아드’가 사과를 둘러싼 세 여신의 다툼에서 비롯되었고, 두 편으로 나뉜 신들에 의해 전쟁의 양상이 좌우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영화 ‘트로이’는 인간의 온갖 욕망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아킬레스 역의 브래드 피트와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의 연기 대결이다. 브래드 피트는 자신의 생명 대신에 영웅으로서의 영광을 선택하는, 자유분방하고 재기 넘치며 권위를 조롱하는 영웅 아킬레스의 매력을 보여준다. 그는 평범하게 살기보다는 영웅으로서 죽기를 원한다. 그러나 타고난 천재성 때문일까? 그는 경박하고 오만한 면모를 보이는데, 브래트 피트는 아킬레스의 반짝임의 이면에 감추어진 인간적 고뇌를 잘 연기해 내었다.
이러한 아킬레스와 대립되는 위치에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가 있다. 헥토르는 아킬레스 못지않은 영웅이지만 영웅으로서의 오만함보다는 자상함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부인뿐 아니라 트로이 국민 전체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 속의 아킬레스가 타고난 영웅으로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는데 비해, 헥토르는 소박하나 믿음직하게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주변 사람들을 돌본다. 동생 파리스를 위해 헬레네를 돌려보내지 않을 때의 결심과 흔들리는 트로이의 국민들을 이끌어가는 헥토르의 모습은 아킬레스와 대비되는 또 다른 인간형을 보여준다. 아마도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 특히 여성들은 에릭 바나에게서 따뜻하고 믿음직한 영웅의 모습을 보았으리라.
그러나 어쩌랴! 헥토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킬레스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높은 산임을…. 어쩌면 이 화제는 해묵은 논쟁거리인 열심히 노력하는 보통 사람이 게으르며 천박스럽기도 한 천재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도 닿아 있다. 영화 ‘아마데우스(Peter Shaffer''s Amadeus, 1984)’의 차르트와 살리에르처럼…. 그러나 그러한 아킬레스도 결국 불사의 삶을 누리지 못하고 파리스의 화살에 죽을 운명임을…. 이 부분에서 원작과 영화가 또 달라지는데, 헥토르가 죽은 뒤 아킬레스도 파리스에 의해 죽고 오디세우스는 목마를 이용해 난공불락이었던 트로이를 함락하게 되는 원작이, 영화에서는 트로이의 함락 이후 아가멤논을 죽인 아킬레스가 파리스에 의해 죽는 것으로 바뀐다. 그리고 두 영웅의 죽음과 트로이의 함락으로 영화의 막은 내리고….
아쉬운 점은 전쟁의 단초를 제공했고 영화의 삼두마차라 할 수 있는 파리스 역의 올란도 볼룸이 두 선배 배우의 선 굵은 연기 앞에서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의 금발 요정 레골라스 그 자체를 연기했던 올란도 볼룸은 영화 ‘아킬레스’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그를 사랑하는 팬에게는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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