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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_박완서(세계사.1995) | 국내문학 2013-03-2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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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목

박완서 저
세계사 | 199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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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나의 목표는 고전을 많이 읽는 것이었다. 요즘 나오는 소설을 주로 읽어온 내가 이전에 도전해본 몇몇 고전은 그 명성에 비해 깊은 울림을 주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것을 당시의 시대 탓이나 번역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나에게 고전이란 외국의 소설들을 주로 생각해왔던 것같다. 우리나라 문학 또한 고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요할 터인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고전을 읽을 요량으로 박완서 님의 작품을 골랐다. 사실 이것을 완벽히 고전작품이라고 칭할 수는 없지만 작금의 시대로부터 40년도 전에 나온 작품이니 나에겐 고전임이 다름없다. 게다가 지난 달 그녀의 소설전집이 예스24에서 반값판매를 하고 있어 이때다 싶어 구매해버린 게 바로 <나목>이다. 사실 우리는 그녀를 안다. 하지만 아무도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소설을 온전히 작품 전체로 읽어본 이는 많지 않으니 말이다. 나같은 경우도 고등학교 언어영역 문제집에 일부로 등장하던 그녀의 작품만 알고 있을 뿐이다. 


 <나목>은 그녀의 처녀작이라고 해서 고르게 된 작품이다. 나는 모든 작가의 첫 작품은 완성도나 평을 떠나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독자로서나 작가 본인으로서나 한 사람이 만든 첫 작품은 모두에게 어떤 기준이 되기 마련이다. 20대인 나에게는 책의 제목인 <나목>의 의미부터도 생소한 이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소설의 배경인 1950년대다. 1950년 한국전쟁이 벌어진 직후 미군부대 px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직원인 '경이'의 목소리로 소설은 진행된다. 여성작가가 여성주인공의 목소리로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이 방식이 나로서는 의외로 공감되었다. 그 당시는 남자나 여자나 할 것없이 모두가 자신의 존재와 환경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시절이라 그랬을까.


 혹자는 이 소설을 두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삶의 의미에 회의감을 느끼고 고독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칭했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이 소설에 주는 의미는 그렇게 크지 않아보인다. 경이의 처지가 전쟁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큰 전환점을 맞게 되었지만 그보다는 경이와 옥희도, 황태수의 미묘한 관계가 소설의 큰 축을 이룬다. 돈을 벌기위해 매일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미군들을 꾀는 경이는 하루하루 반복과 불안 속에 사는 여인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초상화부에 들어온 중년의 옥희도가 마음에 들어오게 되고 그와 교감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그가 유부남이라는 장벽과 진정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하는 그녀 내면의 불안은 이들의 결실을 어렵게만 한다.


 지금 시대에서 보면 통속적인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런 설정들은 경이가 처한 상황의 일부에 불과하다. 소설은 오히려 경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옥희도씨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그에 대한 연민, 폭격으로 두 오빠를 잃은 뒤 가해지던 죄책감과 어머니의 냉랭함에 대한 원망과 분노는 그녀의 삶을 떠받치는 원동력이자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다. 장난감 침팬지의 재롱을 보며 자신과 옥희도 씨를 이입시키는 부분과 어머니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부분들은 오늘날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굳이 전쟁으로 인한 상흔이 아니더라도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감정이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나목>은 차갑고 공허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공허한 아름다움'이라 부르고 싶다. 시대의 불안함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그 손에 잡히듯 말듯한 희망이 나는 좋다. 시간이 흘러 태수와 결혼한 경이 완벽히 행복에 도달하지 않은 것 같아서 좋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진짜 현실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공허한 아름다움의 절정은 바로 옥희도 씨가 그린 '나목'이다. 진짜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보겠다던 그가 그린 것은 앙상한 나목 한 그루다. 그것을 '삶의 기쁨에 대한 기갈'이라고 칭하는 경이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어쩌면 옥희도 씨와 경이에게 필요했던 건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불안한 시대를 온전히 살아내려는 의지에의 확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현재는 나목 한 그루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그 나목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꽃이 필 날이 올 것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게 아니었을까. 경이가 자신의 죄책감을 달래기 위해 은행잎 위에서 뒹굴었던 것처럼 나 또한 불투명한 지금을 이겨내기 위해서 어딘가에 뒹굴고만 싶다. 그러면 나에게도 나목이 아니라 잎이 풍성한 나무 한 그루가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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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4 | serious man 2013-03-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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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개설한지 한달이 조금 넘었다.

일주일에 책 한권 읽기는 나름대로 잘 실천되고 있는 것 같지만 역시 다 읽고 난 뒤에 쓰는 서평에 대한 압박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대략 일주일에 두번 정도 서점에 들러서 읽고 싶은 책들의 리스트는 쌓여만가는데 읽는 속도는 그를 따라가지 못하니 자꾸 조급해진다..

깊고 진득하게 읽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하는데 질보다 양에 더 신경쓰이는 건 지금의 내 상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느리지만 천천히 읽다보면 내 것이 되어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

서평도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쓰는게 가장 진짜 우러나오는 서평같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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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패밀리_고종석(문학동네.2013) | 국내문학 2013-03-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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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해피 패밀리

고종석 저
문학동네 | 2013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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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산업화와 물질문명의 발달로 개인은 파편화되고 마침내 이것은 개인주의라는 이름으로 현대인들을 외롭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을 비단 사회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어쩌면 개인주의는 모든 현대인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선택한 것에 불과하며 우리는 개인주의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고치려들지 않는다. 고독하지만 그것을 그냥 체념하며 받아들인다고나 할까. 그래서 현대인은 더 괴롭다. 


 고종석의 <해피 패밀리>는 개인주의로 점철된 현대인, 그 중에서도 가족을 중심으로 한 개인들을 차례차례 보여준다. 반어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현대를 살아가는 가족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피상적인 관계를 맺는지 까발리는 소설이다. 오늘날 우리를 외롭게하는 비혈연적 인간관계, 즉 친구나 연인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리라 믿고 있는 가족에 대해 말한다는 것만으로 이 소설은 충분히 흥미를 끈다.


 소설은 30대의 출판사 편집장인 한민형부터 시작하여 그의 부모, 아내, 남매 등이 화자가 되어 각각의 상황을 들려준다. 같은 한 사건을 가지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이 구성은 독자가 소설을 읽는다는 행위 면에서는 아주 재미있다. 특히 이 세상을 떠난 한민형의 누나, 한민희에 대한 비밀이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지만 책이 끝날 때까지 그 비밀이 공개되지 않아 독자로부터 큰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족 구성원 각각의 목소리는 아주 차갑고 건조하다. 한민희에 대한 사건을 계기로 틀어진 한민형 가족 분위기는 화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리도록 냉랭하다는 것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증명된다. 거기에 한민형 집에 입양된 한영미를 대하는 가족들의 상반된 태도로 인한 갈등 등이 덧붙여져 소설은 현대사회에서 가족이란 진정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되묻는다. 


 그러나 <해피 패밀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속한 현대인들의 심리가 섬뜩하리만치 잘 표현되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우선 각 화자가 내는 심리상태의 표현 방식이 지나치게 일관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독자가 소설을 읽는 도중 한 명의 작가가 썼기 때문에 그렇다는 느낌을 문득 들게 만들 정도로 설명적이고 각 파트의 분위기가 비슷하다. 


 또한 이 소설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독자를 끝까지 몰입할 수 있게 하는 한민희와 한민형의 관계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는 마지막 부분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눈치빠른 독자라면 어느 정도 예상가능했을만한 사실같기도 하다. 그리고 현대 가족 속에 파묻힌 개인의 위선을 드러낸 이 소설에서 그 사실은 오히려 소설의 주제를 묵직하게 마무리짓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것이  지금의 한민형 가족을 파멸로 이끈 원인이라기보다는 한민형 한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더 가까운 것같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가족에 대한 냉소주의가 오늘날 모든 가족을 대표하는 문제의식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다소 자극적인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되어 나타난 것이 아쉽다.


 읽기 전엔 고종석이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트위터상에서 과격적 발언을 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것을 알고나니 오히려 이 소설이 심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해피 패밀리>는 소설로서의 몰입감은 대단했지만 다소 허약한 결말로 소설의 묵직한 전반적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가지는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표지디자인은 이 소설의 가장 큰 문제다. 책을 전적으로 표지를 보고 구매하지는 않지만 저건 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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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 인문 2013-02-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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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로파간다

에드워드 버네이스 저/강미경 역
공존 | 200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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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상하게 '광고'라는 말보다 '선전'이라는 말이 더 입에 붙는다. 현대에 들어 수많은 광고가 생기고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광고지만 아직까지도 무의식 중에 선전이라는 말이 훨씬 더 먼저 입에서 튀어나온다. tv를 볼 때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 나오는 광고들을 보며 '선전 좀 그만 할 수 없을까'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엄밀히 말하면 '선전'이라는 말은 광고라는 말보다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일 것이다. 우리는 사실 선전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광고가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팔기 위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제작된 것이라면 선전은 정치적이나 사회적으로 눈속임을 하기 위해 펼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테다. 또한 이 책의 제목인 '프로파간다'라는 말도 선전과 마찬가지로 좀 더 정치적이고 계략적인 말로 들리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의 저자이자 '선전(PR)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바로 선전이라는 말의 긍정적인 측면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다. 미국 청년들에게 1차세계대전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 애국심을 조장하는 선전을 펼쳤던 것도 바로 이 사람이다. 그는 미국의 연방공보위원회에 발탁되어 독일 등에 맞선 선전 전략을 펼치고 이후에는 최초로 'PR고문'이라는 직함을 달고 PR전문 사무실을 연 그야말로 PR을 전문적이고 산업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낸 이 <프로파간다>라는 책은 선전의 긍정적이고 사회기여적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쓴 책이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도 선전의 뉘앙스는 부정적이였나보다. 1차 세계대전 참전을 유도하는 선전전략 이후에 음험한 이미지로 남게 된 선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그가 이 책에서 펼치는 각종 사례들은 제법 흥미가 있다. 그는 선전가답게 은연중에 선전을 선전하는 내용으로 책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나도 모르게 그의 노력에 내 기존의 인식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전가로서 그가 말하는 선전의 순기능들은 여러가지다. 불완전하고 복잡한 사회를 정리해주는 것이 선전이며 선전은 대중들이 각 분야에 맞게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것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선전은 기업가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성공수단이 되었으며 정치가, 여성, 사회사업, 예술, 과학 등의 분야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전은 대중, 즉 여론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으며 대중의 동의와 호응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성공적인 선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선전의 이러한 기능을 설명하면서도 각 장마다 선전의 윤리적 역할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곁들이는 그의 솜씨도 기특하다. 우리는 선전하면 무조건 대중을 속이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의 이러한 언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전에 대한 불신감은 지울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는 기업가와 정치가들의 윤리를 강조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개인의 윤리관을 신뢰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고 대중을 속여 자신의 뱃속을 채우려는 이들로 가득하다. 대중은 이성적인 인간의 무리라기보다는 오합지졸의 무리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린다. 다수의 무지한 대중을 합리적이고 올바른 행동으로 이끄는 게 소수 엘리트들이 해야하는 일이라고 믿는 그의 기본 사상도 오늘날에 와서는 다소 의문이다. 과연 소수의 엘리트들이 이 사회를 이끈다고 해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갈수록 심해지는 신자유주의 속에서 한낱 대중은 휘둘리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그가 책에서 설파하는 이러한 노력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선전은 여전히 우리에게 어딘가 음침한 것이며 찝찝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윤리적인 잣대로 바라보려고 해도 그것이 목표로 하는 것은 기업가든 정치가든 누군가의 사적인 이익이다. 그러한 면에서 선전이 빛도 좋고 속도 좋은 살구가 되기 위한 과정은 험난해보인다.


 

 어찌됐든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노력이 담긴 이 책은 PR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어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다. 생각보다 간결한 문체로 이 방면에 전혀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사례와 1920년대의 다양한 사진과 기사도 보는 재미가 있다. 오늘날 각종 선전이 난무하는 시대와 그 당시의 시대가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프로이트의 조카이기도 해 선전을 심리학과 결합한 사람이라는 점 또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여전히 선전은 긍정적인 느낌보다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의 부록 부분에 수록되어있는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약력을 보면 그는 제대로 된 윤리관에 입각하여 활동을 한 PR고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돌프 히틀러가 독재자로 군림하기 전 그의 PR고문직 자리를 거절했다는 그의 약력이 바로 이를 대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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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해외문학 2013-02-1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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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저/김화영 역
문학동네 | 201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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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씨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었다. 하나의 책에서 다른 책을 발견하여 읽는다는 것. 그 매력적인 행위에 동참한 것같아서 기분좋게 읽을 수 있었다.

 

 

 제목만 들으면 프랑스의 거리를 배경으로 한 몽환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소설은 탐정소설이다. 물론 주인공인 '기 롤랑'의 직업이 탐정이란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탐정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탐정소설이라는 말 앞에 이 말을 붙여야겠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한' 탐정소설.

 

 

 주인공 '기 롤랑'은 10년 전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조차 모르는 그는 주변인물들을 통해 점차 자신이 누구인지 밝혀나간다. 그 과정에서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듣게 되고 자신의 기억을 회복시키게 된다. 각 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새로이 나타나는 증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주인공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프랑스의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에는 수많은 프랑스의 지명들과 이름이 등장한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주인공의 과거를 추적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독자들에게는 이 이름들이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나도 좀 헷갈리기도 했다. 읽는 도중 맥이 끊기면 잘 기억하기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거리를 헤매는 주인공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점차 돌아오는 기억의 전말이 드러날 때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책을 바라보기도 했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문체는 참 아련하다. 주인공 자신이 살았을지도 모를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과거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보는 장면에서는 어떤 영화 속의 이미지가 머리 속에 그려졌다. 다소 짧은 호흡의 문체는 마치 주인공 자신이 고백하는 듯 담담했고 읽는 데에 속도감과 깊이감을 더해주었다.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면서 곱씹어보는 주인공의 말은 이를 읽는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되기도 했고 자아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만들었다.

 

 

 지금의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나는 진짜 내가 맞는지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그런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비록 주인공처럼 그 여정의 끝에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해줄 주위 사람들은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이미 나도 모르는 나와 조우했을 수도 있다. 나에 대해 다 알기는 죽는 순간까지도 어렵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실히 가르쳐주지 않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선택이 참으로 명민하게 느껴진다. 나 자신을 완벽히 찾는 순간 책 읽기도 소용없어질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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