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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살펴보면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나한텐 밤 9시의 커피가 그 중 하난거 같아. 이 어메이징한 커피, 밤 9시의 커피야! 난 이렇게 멋진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어. 이게 내 대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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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저
북라이프 | 2015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내 일상이 아주 조금 더 풍성해지고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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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관일 것이다. 

한 중년의 남자가 버스 안에서 책 보다가 눈물을 흘린다면?!

누군가는 측은하게, 또 누군가는 신기하게, 다른 누군가는 별꼴이라는 듯.

혹시 감동적인 휴머니즘 가득하거나 지적 결핍을 채우는 책인가보다 생각해주는 사람도 드물게 있겠지만.


뜬금없지만, 

선글라스는 단순히 태양을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눈물이 그렁거릴 때 이를 숨기기에도 제격이다.


간혹, 어떤 책은 눈물을 그렁거리게 만든다.

이 책도 그랬다. 그날따라 빡빡한 일정과 험난한 동선을 거쳐 사무실로 돌아가던 버스 안. 아직은 따가운 햇살이 남아 있던 여름날의 오후. 나는 느닷없이 울컥했다.

뭐 감동 충만하거나 극적이거나 이야기를 만나서가 아니었다. 

그냥 일상의 덤덤한 기록인데, 감정샘이 흘러넘쳤다. 


저자의 리스본의 단골집, 마르셀리노의 음악과 공연이 내 눈앞에도 펼쳐졌고, 

음악으로 충만하고 위로를 받는 순간의 감정이, 

때론 세상을 제멋대로 변주하는 음악의 힘이 내 몸을 휘감았다.


그런 풍경이 나의 어떤 추억속에도 있었기에, 

나는 그만 책이 그려낸 (내 안의) 풍경에 풍덩 빠지고야 말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눈물샘이 물장구를 쳤다. 휘발된 줄 알았던 그때의 감정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일 것이다. 참 별스럽지도 않은 일상의 세세한 풍경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 좋았다. 눈물이 나쁜 건 아니지만, 선글라스가 새삼 고마웠다. 나의 눈은 마음 놓고 선글라스 뒤에서 우물샘을 만들었다. 


저자가 벽 이야기를 건넬 때는, 내가 벽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음에도,

그 여자의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고 했던 저자처럼 나도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웠졌다. 지금도 모르겠다. 벽 이야기와 사진이 뭐라고!!!!! 

 

8월 15일의 전과 후는 확연히 다르다. 15일 이후의 저녁이면, 앞선 날들의 밤의 열기와는 사뭇 다른 바람이 볼을 스친다. 그 바람은 마음까지 파고든다. 그게 자연의 이치라는 것을 확인시키듯. 그리고 이 책도 다르다. 더 좋다 나쁘다 이런 것이 아니라, 다르다. 그래서 다른 책을 읽을 때 느끼는 바람과 달랐다.


차곡차곡 쌓인 일상을 자신만의 삶의 태도로 가져간 기록. 

세상에 남을 대단한 업적도 아니고, 세상을 밝게 만든 훌륭한 선행도 아니다. 그저 일상.

자신의 형편 없는 기억력을 커밍아웃하면서 시작했던 저자의 이야기는 읽고 듣고 찍고 배우고 쓰는 모든 '기록저장소'를 열람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 모든 기록이 카피라이터인 저자의 커리어나 직업적 성과를 위해 착출되거나 희생된 것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삶에 스며든 것. 


나는 그게 좋았다. 선글라스 뒤로 숨은 눈물도 그런 것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프랑스와 지중해를 꿈꾸던 김민철이 정신의 지중해에 도착했다는 것.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의 태양을 기대하지 않는 것. 지금의 이 태양을 남김없이 사는 것. 

내가 사는 이곳이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곳이라고 오죽하랴. 

나도 헬조선을 떠나고 싶다고 부르짖지만 실은 안다. 짧은 찰나의 행복이라도 그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면,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여기가 무조건 아니라고 떠난다손, 다른 곳에서라고 행복의 급행열차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 나는 내가 일상이라는 계절을 살아가고 있음을 안다.

저자가 말했듯, 좋아하는 사람과의 친밀한 소통보다 의무적으로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보고 싶은 책보다는 봐야만 하는 서류에 더 많은 시간이 할당된다는 것을. 그것이 또한 일상임을. 


언제부터인가, 그 일상을 쳇바퀴니 뭐니 폄하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매일매일 엇비슷한 것 같아도 나는 그것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버렸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 일상이 모이고 쌓여 내 삶을 만든다는 것을 눈치챘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러면서 잘 되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조금씩 잘 되고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인데, 

나는 잘 늙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가 말하듯 내 토양을 잘 가꿔야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이 내 삶에 도움이 되리라는 보장 따위는 없다. 좋은 토양이 되는데 비료가 됐는지, 그럴 가능성이라도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가 없다. 나는 이 책에 대해 쓰고 있고, 그것은 나에 대해 내 삶에 대해 쓰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막연하게, 듬성듬성, 띄엄띄엄 나의 토양은 계속 움틀거리고 꼼지락거릴 것이다. 씨앗이 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필요의 씨앗이 뿌려지면 그 토양에서 건강한 새싹이 자라길 빌 뿐이다. 


책을 보고 나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쓰는 사람' 그리고 '써야만 하는 사람'임을 새삼 알았다.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커피도,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하는 모든 활동들도, 그밖에 내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시시콜콜 만나고 접하는 모든 것들도, 나는 써야만 정리가 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보고 듣고 읽고 만나고 배우고 맡고 느끼고 경험하는 그 모든 것을 나는 씀으로써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들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나쁘면 나쁜 대로 그게 내 삶이고 토양이니까.  


이 책에는 저자 김민철이 살아온 시간과 만남과 선택과 마음이 새겨져 있다. 모든 것은 아닐지라도 김민철의 어떤 얼굴이자, 김민철의 지금까지의 어떤 인생을 담고 있다. 나는 김민철을 알지 못하지만, 책을 통해서 그의 어떤 일상과 기록을 만나서 참 좋았다. 내 일상이 좀 더 반짝반짝 빛나게 해줬다고나 할까. 그래서 고맙다.  


그의 단골집, 마르셀리노. 

가본 적도 없고, 가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도 못하지만, 

문득 그곳에 인사를 하고 싶어 졌다. 

 

안녕, 내일 또 봐! 오브리가도.


그건 어쩌면 내 일상에게 건네는 인사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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