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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살펴보면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나한텐 밤 9시의 커피가 그 중 하난거 같아. 이 어메이징한 커피, 밤 9시의 커피야! 난 이렇게 멋진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어. 이게 내 대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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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잘가요 | 바람구두 이야기 2015-09-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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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에 그녀를 처음 마음에 담았다. 내게 찾아온 첫 번째 사랑의 계절이었다. 여름부터 아주 서서히 차곡차곡 차오른 마음은 어느 가을햇살 좋은 날, 풍선처럼 터지고 말았다. 나는 그녀를 위해 가끔 노래를 불렀고, 그리고 나를 위해 노래를 흥얼거렸다. 


다시. 

그녀와 만났던 그 무렵, 이 노래가 울려퍼졌고, 종종 우리는 이 노래를 함께했다. 가사를 음미하기보다 주로 흥얼거렸고, 깜짝 놀래키듯 후렴구의 '다시~'를 꺼내면서 그녀에게 장난을 쳤었다. 우리는 그렇게 좋았다. 노래방에서도 참 많이 불렀다. 



그리고 여느 대중가요가 그러하듯,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횟수가 줄었다. 내 입가에는 다른 노래들로 채워졌다. 덩달아 나는 다른 노래를 그녀에게 불러줬다. 우리는 한국과 미국,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국제전화라고 할라치면 나는 다른 노래를 불렀다. 다시는 다시 잘 불리지 못했다. 


다시가, 다시 내게 온 것은 3년 후였다. 

슬픈 가사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내가 이 가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 그랬는데 그녀가 아팠다. 먼 곳에서 유학하고 있던 그녀의 몸이 갑자기 악화됐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더 나쁜 소식은 말기 암이라는 것이었다. 


손 쓸 도리도 없이 그녀의 몸은 죽음을 향했다.  

최장 6개월을 선고받았던 그녀는 3개월 만에 세상을 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울음 그리고 편히 쉬라는 말밖에는. 그리고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올랐다. 다시. 이 노래를 들었다. 그녀를 지키지 못한 채 후회하는 내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내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었다.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노래가 어느 순간 내게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Why me?'라고 원망만 하고 있던 내게 노래는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삶의 한 단면이라고 속삭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다시, 였다. 

삶도 사랑도 이것이 끝이 아니고, 다시 해야한다며. 죽음이 삶의 대극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살아야 했다. 이 노래가 나를 점점 더 살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다시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가사 어디에도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나의 해석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진짜 그곳에서 항상 나를 기다릴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그녀가 나를 기억할 수 있도록 그녀가 내게 준 계시처럼 살아야한다는 다짐을 했다. 이 노래, 주야장천 들었다. 틀고 또 틀고 듣고 또 들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또렷해졌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깨달았다. 그녀가 내게 건네주고 사랑해준 덕분에 형성할 수 있었던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그녀가 만들어 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은 그녀를 계속 사랑하고 존경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 옆에 없어도 그렇게 그녀는 내 마음에서 살아숨쉬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나는 체념하고 포기할 줄 아는 것도 배웠다. 

아무리 애를 쓰고 간절하게 바라도 인간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나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술로 지샌 밤이 아니었다. 그 슬픔을 술로 지샜다면 나는 어떤 깨달음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위로를 받고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술보다 노래의 힘을 더 믿게 됐다. 

다시 그런 경우가 찾아왔다. 다시 일어서게 된 나는 다른 누군가와 사랑을 하게 됐다. 먼저 내게 다가와주고 이전 사랑의 슬픔과 아픔을 다독여준 그녀 덕분에 나는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세상은 온전하게 나의 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랑을 쌓아가고 있던 우리였지만 갑자기 그녀가 내 곁을 떠났다. 

여전히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내게 이별을 통보했다. 괴로웠다. 그 이별의 아픔은 내게 끊임없는 갈증을 유발했다. 나는 한 달여동안 계속 갈증을 느꼈다. 물을 계속 들이켜야 했다.  



그 무렵, 나를 갈증에서 건져낸 것이 <잘가요>였다. 

왜 보내야하는지에 대해 납득할 수 없었던 내게 이 노래는 나를 울렸다. 그럼에도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은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하고 마음이 떠난 사람은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혹시나 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음을.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자괴감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잘가요>는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으니, 잘가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라고. 사랑의 계절이 가지는 순환성이었다. 사랑도 계절처럼 빛깔과 흐름을 달리하며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함으로써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내 사랑은 충분했고 좋았다. 

 

<다시>, <잘가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나는 그렇게 사랑을 한다. 사랑을 놓지 않고, 사랑에 대해 경멸하지 않고 사랑의 힘을 믿고 살아간다. 내 힘든 순간에 스며든 노래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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