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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 북카페 2017-09-1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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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을이 일자리를 디자인하다

하토리 시게키 저/김홍기 역
미세움 | 2017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공동체경제는 어떻게 조직되고 진화하는가, 에 대한 하나의 좋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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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연결’이었다. 

하는 일도 제각각, 살아온 배경·환경도 천차만별. 책 초반부, 별달리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이 ‘지역고용창출’이라는 빤한 목표로 모여 성과를 대충 나열한 작은 백서(白書)이겠거니 생각했었다. 책의 개요도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인구 15만 명의 일본 세토내해 최대 섬인 아와지 섬. 이곳에는 고용창출을 목표로 하는 ‘아와지 일하는 형태 연구섬’이 있다. 책은 4년 동안의 활동과 성과를 기록했다.’ 아와지 일하는 형태 연구섬? 익숙하지도 직관적이지도 않은 작명은 또 어떻고. 그런데 책을 넘기면서 제각각 풀어낸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많은 것들이 연결되면서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면서 불이 켜졌다. 

아, 이 조각들이 하나로 수렴되는 과정이 아와지 섬의 일자리 만들기, 더 나아가 공동체경제(마을경제)가 진화하는 과정을 드러낸 것 아닐까. 재미있는 연결이었다. 그것은 SNS의 교감 없는 연결과는 다른 무엇이었다. 책에서는 그것을 ‘편집’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별을 연결하여 별자리를 명명하는 것 같은 작업.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재료, 사람과 장소, 물건과 공간 등 모든 것이 연결됐다. 그것은 또 다른 흥미를 낳았다.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상황이 만들어졌고, 아와지 섬의 매력이 드러났다.


일자리 창출 플랫폼 

‘아와지 일하는 형태 연구섬’(아래 아와지)을 ‘디자인’(좁은 의미의 디자인이 아닌 공간과 정보, 사람의 종합적인 조율을 디자인이라고 하자)한 것은 다양함이었다. 수퍼바이저, 지역 어드바이저, 사업추진원, 실천지원자, 지역주민 등 다양한 관점이 모였다. 건축, 기획, 예술, 디자인, 농업, 자영업자 등 다양한 일을 하던 사람들은 제각각의 의도야 어쨌든, 아와지에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었다. 혼자 빛나는 별은 없었다. 사람이 가장 창의적으로 되는 때는 자신이 하는 일이나 생활 형태와 다른 사람을 만날 때라고 했던가. 물론 그것이 되기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은 태도다.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태도. 다른 사람에게는 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다른 사람에게는 있고 내게는 없는 것을 알고 함께 머리와 몸을 맞대는 것. 행간에서 그런 과정을 읽을 수 있었다. 4년 동안 숱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숱한 실패와 어려움도 겪었을 것이다. 어떤 우정이나 좋은 관계를 확인하더라도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은 피곤이나 피로를 동반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럼에도 그들은 그것을 충분히 즐기고 감내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시간과 관계의 축적은 또 다른 가능성을 낳는다. 무쓸모의 쓸모,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친구나 팔로어를 쌓으면서도 타자를 만나지 못하는 SNS의 연결과 다른 사회적인 연결 덕분이다. 아와지 섬이라는 특정 지역과 공간을 둘러싼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무엇이었을 것이다. 아와지 섬의 매력을 생각하고 찾으며 의논하는 것이 계속 됐다. ‘어떤 사회에서도 일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연수’ 등과 같이 별의별 이름의 연구회가 만들어졌고 실천했다. 그것을 나는 ‘(일상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일(사업 혹은 프로젝트)을 즐기는 기술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어려움을 감내하는 기술. 더불어 아와지 섬이라는 자장 안에서 만들어진 매력이 가세했다. “도와주러 갔다가, 관계 때문에 갔다가, 그들의 천재적인 ‘자리 만드는 방법’에 반했다”는 말이 그것을 방증한다. 


사실, 민간과 행정의 연결(협치)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한국, 특히 서울의 마을공동체 사업에서도 ‘협치’는 쉽지 않은 과제다. 불협화음은 당연한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푸느냐’(솔루션)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사업 진행은 마냥 쉽지 않았다. 공공사업이니만큼 부담도 컸을 터. 협치는 필수지만 금성과 화성의 언어가 다른 걸 어떡해. 의식차이도 컸다. ‘우리가 지향하는 풍요로운 사회’라는 목표를 놓고도 해석은 제각각. 관공서에 맞춘 사업운영도 어려웠다는 실토도 나온다. 사업 초반부, “아와지 섬에서 사업의 시작은 효고 현의 협력을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었다”는 말은 협치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의 사례. 회의에서 NPO멤버 한 사람이 행정을 비판했다. 공무원은 당황했지만 또 다른 민간의 협치 파트너가 행정 비판 발언을 부정했다. 무작정 반대나 진영 논리가 아닌 다양함을 인정하고 합의를 이루자는 접근. 회의 결과는 좋았나 보다. 회의참석자는 이렇게 토로한다. “이런 동료가 있으면 일이 잘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모든 결과는 우연히 나오지 않는다. 

순조롭지 않은 협치의 과정, 다양한 지혜를 모으고 조정을 거쳤을 것이다. 매뉴얼이나 절차가 축적돼도 자동으로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것이 현실. 어느 곳이든 이런 존재들도 있다. 행정에 의존하여 요구만 하는 주민, 무난한 대책과 성과에만 매달리는 공무원, 생활비 받듯이 보조금에 의존하는 단체. 아와지 섬에도 도와주기 위한 돈(보조금)이 사람과 지역을 망친 사례도 있고, 책에 실리지 않은 지뢰도 잠복해 있을 것이다.  

 

허나 완벽하고 어디에도 적용 가능한 솔루션은 없다. 

사람, 공간, 환경, 에너지 등 모든 것이 다르므로. 아와지 섬의 연결은 협력과 협치로 이어진 경우 같았다. ‘행복한 교통사고’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연결했고 협력을 이뤘다. 다양한 관점이 결합했고 협동하는 지혜도 축적됐다. 그것은 이리저리 흩어진 천 조각이 바느질 한 땀 한 땀으로 연결됨으로써 근사하게 탄생한 조각보 같았다. 책 속의 이 말을 믿고 싶어졌다. 


“뜨거운 마음과 열정, 그리고 서로 협력하는 동료가 있으면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멋진 경험이었다. 행정과 민간이라는 장벽을 넘어 함께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수평관계로 절차탁마했던 것도 대단히 기쁜 경험이었다.”(229쪽) 


이런 연결고리와 마음에 집중하자, 

아와지 섬 특유의 부가가치 상품 개발, 아와지 섬 특유의 관광투어 개발 등으로 이어진 마을경제 혹은 공동체경제의 확장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마을, 사람, 생활, 지역자원, 문화 등이 유기적으로 만나 일자리는 기본, 상품·서비스의 부가가치 향상은 물론 지속가능성을 갖춘 경제 형태와 이것을 지탱하는 일의 행태라는 또 다른 가치를 낳았다. 이는 취업을 위한 교육·기술향상, 지역 회사의 상품개발·마케팅, 사업 확대 등을 목표로 하는 우리 사회(마을경제)의 모습과 대비된다. 경제를 삶(생활)과 따로 떨어진, 돈을 버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건 너무 협소하다. 아와지는 액면 상으로 일하는 형태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연결된다.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게 만드는 공동체경제가 필요한 이유다. 인구 79만의 일본 후쿠이현의 사례를 다룬 《이토록 멋진 마을》에 나온 한 마을 상인의 통찰이 방향을 알려준다. “경제 행위란 본디 이타적 행동이 자신에게도 이득이 되는, 서로를 지탱해주는 조화의 힘이다.” 


조화는 연결의 결과다. 

아와지의 탄생전야인 2011년 여름 열렸던, 요리사들은 섬의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하고, 도예가는 이를 담을 자기를 만들고, 누군가는 술을 들고 오는 등 한 사람 한 사람이 파티를 만드는 능력을 ‘셰어’하면서 시작한 ‘노플랜 파티(No Plan Party)’. 이 파티는 앞으로 변화될 아와지 섬의 모습을 함축했다. 기계적인 나눔(셰어)이 아닌 각자의 능력과 지혜를 모아 다양한 것을 ‘추렴’함으로써 혼자선 일어나지 않았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낸 것. 이후 조금씩 확장된 관계는 연결을 거듭함으로써 아와지는 물론 아와지의 후생노동성 위탁사업 종료 후 ‘하타라보 섬 협동조합’으로 이어져 새로운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동체경제는 이렇게 진화할 수도 있다. 관계 속에서 살고 관계 속에서 가능성을 펼치는 것. 


책은 충분히 친절하지 않다. 

그것이 외려 나았다. 책 읽는 사람이 빈 공간을 상상하고 채울 수 있으니까. 책을 덮으면서 김규항 선생의 말을 곱씹었다. ‘세상은 평범한 사람의 삶에서 작은 가치들이 쌓일 때 조금씩 좋아진다.’ 책을 통해 만난 아와지 섬이라는 세상도 그랬다.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연결하고, 남과의 비교가치를 따지지 않는 태도. 어떨 때는 태도가 비즈니스를 만든다. 공동체경제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돈을 벌기 위해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또 다른 가치를 건네주는 것. 


아와지 설립 준비를 위해 아와지 섬에 이주한 사업운영 구성원이자 주식회사 SHIMATOWORKS(섬과 일) 대표인 도미타 유스케의 말이 그 태도를 대변하고 있었다. “일은 실패하더라도 실패하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저에게 중요한 것입니다.”(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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