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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서평 - 고난이 보통일 사람들의 연대기 | 기본 카테고리 2022-09-3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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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친코 세트

이민진 저/신승미 역
인플루엔셜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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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는 짧게 말하자면,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이어진 4세대의 재일교포 연대기-쯤으로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처음 등장하는 양진부터 시작해 그녀의 딸인 선자, 선자의 아들인 모자수(모세)와 그의 아들 솔로몬까지의 4세대 동안,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그들의 녹록지 않은 역사와 삶의 이야기다. 

파친코라는 이름이나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이야기라 해 처음에는 손이 잘 안 갔는데, 생각보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삶 이야기라 어렵지 않게 읽혔다. 그 당시의 평범이란 고난 그 자체라는건 함정이지만...

 

시대 배경이 1930-1980이니 어쩔 수 없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여성의 삶과 그지 깽깽이 같은 남자 인물들 때문에 중간중간 얼마나 욕을 했는지 모른다. 나는 너무 요즘 시대를 살고 있나보다....... 

 

빡침 포인트는

1. 소설 속 한수는 나이가 선자의 엄마와 동갑이다. 선자 나이의 2배임. 한수는 내가 너 나이보다 이렇게 많다고 말하면서 선자를 범한다. 그것도 바위 위, 낙엽 위, 땅 바닥에서! 결국 임신까지 시켜놓고 하는 말은 '난 너와 결혼할 수 없어. 이미 난 결혼했고 딸이 셋 있어' 라니......... 아이고 우리 선자 어떡하라고ㅠㅠㅠㅠㅠ 아들 낳으면 널 조선에 첩으로 두겠다는 식의 한수의 태도는 정말 뺨따구를 날려주고 싶을 만큼 미웠다. 드라마에서 하필 한수가 이민호 역이라, 잘생김에 묻혀 나쁜놈이란게 덜 보여 너무 아쉬웠음. 중간부터 선자가 힘들 때 물질적 원조를 아끼지 않고 베풀어 그래 그래도 너가 책임감은 있구나... 하며 넘어가려 했는데 노아는 내 아들이야뿌애앵 하면서 계속 선자를 괴롭히고 나중에 선자가 다 늙고 양진의 장례식에 찾아 와 나는 내가 혼자가 되면 너가 나랑 결혼할 줄 알았어! 하며 선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지... 정말 한하다 추수야

2. 선자의 남편, 이삭의 형인 요셉은 지가 뭘 어쩌지도 못하면서 여자들이 돈을 마련해 자신의 빚을 갚았다고 지랄발광을 한다. 지 혼자 모두를 먹여 살릴 능력도 안 되면서 아내와 선자가 일 하는 걸 아아아아주 못마땅 해 한다. 몸이 아픈 이후에도, 해결 해 줄 수 있는것도 없으면서 끝 없이 고지식하게 군다. 마지막까지 선자를 선택의 상황에서 괴롭게 만든다. (내가 얼른 죽어야지.... 라고 하는데 아프기만 하고 엄청 오래 산다.............)

3. 노아새끼..... 엄마 맘에 대못 박고 잘 하는 짓이다. 애가 넷이나 있으면서도 엄마 맘을 이해를 못 한 이놈 새끼............

4. 마지막에 선자에게 못 된 말을 하는 양진도...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본인도 자신의 딸인 선자를 위해 삶을 살아왔으면서 선자가 본인의 자식을 위해 살아 온 삶은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여자의 삶은 고생이고 그저 남자만 잘 보필하면 된다는 것들도 다 너무 여태 그들이 힘들었던 순간들이 당연해지게 되는 말이라 싫었다. 한 편으로는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 세대를 좀 이해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그래... 그 땐 그랬겠지...... 남자는 돈만 벌어오면 되고 여자는 돈 벌어오는 남자만 보필하면 되는.........

 

대충 이 정도다. ㅎ

어쨌든 이렇게 빡치는 포인트를 잘 넣었다는 건 이야기가 흡입력 있고 독자를 잘 동화 시킨 셈이니까, 잘 쓰여진 책이라 하고 싶다.

무엇보다 재일교포의 이야기를 영어로 볼 수 있다니.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무자비한 수탈이 조금이라도 그려진(소설이나 드라마나 아주 현실적이진 않았지만) 우리의 역사 이야기가 영어로 쓰여 외국에서 인기까지 끌었다니 기쁘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해선 관심이 없으니. 우리는 일본의 계략적인 역사 왜곡으로 묻혀 버릴 위험에 빠진 역사 위에 살고 있다보니 이렇게 그 시절을 언급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고무적 인 거 같다. 

또, 현재 내가 캐나다에 거주 중 이다 보니 이민자들의 겉도는 삶도 그려져 있어서 더 공감이 갔다. 재일 교포는 이민자로 치자면 약간 끝판왕 느낌.. 누군가 나를 내 인종만으로 혐오하고 싫어한다면 그런 나라에 산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고난이 따를 거다. 이미 타국에 나와 있는 것 만으로도 힘든 일이 많은데 누군가 날 싫어할거란 맘을 디폴트로 깔고 시작해야 한다니.

 

1권에서 선자의 삶을 주체로 끌어가던 이야기의 맥은 너무 탄탄하고 좋았는데, 2권은 다소 전개가 복잡하고 등장인물이 많은데다 이야기의 주체도 여러번 바뀌어서 좀 혼란스러운 감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왜 이렇게 상세하게 서술 됐는지 잘 모르겠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도 많았음. 아마 오랜 연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보여주고 싶은 장면,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았던 거 같다. 조금 더 정리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어쩐지 숙연해지기도 하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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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서평 - 독립 가구가 꼭 혼자일 필요는 없지 | 기본 카테고리 2022-08-1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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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황선우 공저
위즈덤하우스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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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나는 가부장제도 아래 그닥 자유롭지 못한 유년, 청년시절을 보냈다. 여자애가 혼자 위험하게, 여자애가 어떻게 혼자, 라는 걱정소리를 숱하게 들어오며 '독립'은 다른 남성의 가정으로 결혼 제도를 통해 편입되기 전까지의 유예 기간 정도로만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 경험들을 겪으며 나라는 하나의 여성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혼자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경제력과 능력을 갖춘다면 독립 해 혼자 살 수 있다는 걸 캐나다에 오면서 알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집을 사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리며 안정을 찾는 건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서만 가능한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우리 사회의 암묵적 룰이었고 깨닫지 못하는 하나의 '고정'된 '관념' 이니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신선했다. 실은 이 책은 자취, 룸메이트 등을 통해 친구와 종종 살아본 내가 처음 보기엔 '여자 둘이 사는 게 뭐가 어쨌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오랜 기간 동안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책이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왜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했는지 알 거 같았다. 이건 그냥 '여자 둘이 사는' 것만에 대한 게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은 보통 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자' 둘이 살고 있고, 여자 '둘이' 살고 있고, 여자 둘이 '살고' 있다. 결혼과는 무관하게 독립할 수 있는 '여성'이라는 존재가, 혼자서 독신으로 사는 게 아닌 친구와 '둘이', 어떤식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 둘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보여준다.

경제력이 있는 마흔이 넘은 여자 둘이 산다는 건 대학 시절의 자취방 룸메이트와는 다르다. 굳이 고시원이나 월세촌을 살 필요가 없이 조금 무리 하더라도 집을 구매할 수 있다. 더 넓은 공간을 더 좋은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 나는 왜 여태 이런 생각을 못 했던걸까, 싶었다. 왜 이성과의 결합만이 '안정'인건지? 소위 사람들이 말 하는 결혼을 하면 얻는다는 안정은, 곧 편안한 내 보금자리의 유무와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에서 오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그걸 굳이 결혼을 통해서 얻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들여다봐주고, 가끔은 말동무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복잡한 절차와 의례를 거쳐 집안끼리도 묶어져야 하는 결혼을 겪지 않아도 되는거 아닌가. 물론, 가족으로서의 소속감은 느낌이 다르겠지만 요즘같이 이혼이 빈번하고 잘못된 결혼과 만남으로 고통받는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딱히 그 소속감 하나 얻자고 이런 리스크를 감당할 필요가 있겠나 싶다. 결혼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런 피해의 가능성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데 안정감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다.


두 작가의 교차 서술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정성들여 쓰여진 느낌이 팍팍 난다. 작가들의 필력 또한 대단해 흡입력이 상당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이 공감가면서도 재미있다. 또, 결혼으로 묶인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부분도 매력적이었다. '백년 손님' 사위를, 내가 할 수도 있다니!!

생각할수록 각자의 가족에게 우리의 지위는 '꿀' 이었다. 우리가 각각 결혼을 했다면 시댁 어른들과의 자리가 그렇게 편할까? 사위는 대접받지만 며느리는 오히려 대접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우리의 위치는 사위보다도 더 편했다.

'딸내미랑 같이 사는 친구'는 각자의 부모님께 의무는 없이 호의만 받는 자리다. 내가 어머님이 보내주신 열무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해서 효도 여행을 기획하거나 집안의 가전제품을 바꿔드려야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어머니께 맛있다고 전해드려!" 정도가 끝이다.


만약 딸내미 친구가 아니라 며느리가 안경을 보냈다면 그렇게까지 망설이거나 그렇게까지 고마워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며느리가 그렇게 하는 것은 은연중 도리의 영역에 포함되고 딸내미 친구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호의의 영역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아.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서로 맞춰나가며 잘 살아갈 수 있는, 나와 보금자리를 이루며 살 수 있는 친구는 누가 있을까. 라고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건 씁쓸했다. 대부분의 내 친구들은 이미 결혼을 했고, 특히 나는 지금 캐나다니까. 서로에게 의무를 지지 않으며 보살핌만 나누는, 그런 존재가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아마 그건 결혼 상대자를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렵지 않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언젠가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이런 조립식 가족을 꾸려보고 싶다. 무엇보다, 이런 '조립식 가족'이라는 형태를 인지하게 된 건 큰 행운이다. 사고가 좀 더 유연해진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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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기본 카테고리 2022-07-2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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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모

미하엘 엔데 저/한미희 역
비룡소 | 199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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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지난 달의 선정도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너무 해석할 것도 많고 어려워서 이번 달에는 약간 쉬어가는 기분으로 아동 판타지 소설인 모모를 고르기로 했다.

모모는 우리나라에서, 아실 분이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 이라는 드라마에 등장한 이후 엄청난 붐을 일으켰던 소설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성인에게도 와 닿는 내용들이 많아 아마 더 붐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공인 모모는 고아원에서 탈출한 고아로 마을 외곽의 원형극장 폐허에 나타나 모두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 그녀에게는 '경청 능력'이 있는데, 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들이 혼자 비밀을 술술 털어놓을 정도로 듣기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고민을 말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 돌아가곤 한다. 회색 신사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 살아가는 존재로 마을의 모든 어른들을 현란한 말솜씨로 구워 삶아 끝 없이 바쁜 삶을 살게 만든다.
이 대목에서, 아. 왜 한국에서 이 책이 잘 나갔는지 알 거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김삼순이 방영되던 2005년이라면 인적 자원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회사와 일에 충성하는 게 미덕처럼 여겨지던 때 아닌가. 여기 나오는 모든 어른들은 시간을 아껴야 한다며 모든 것을 빨리 해치우려 한다. 꽃 한 송이 놔줄 시간도, 어머니를 보러가는 시간도 다 시간 낭비 일 뿐이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바쁜 한국인들에게 이 동화는 인생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꽃을 보고 어머니를 보러가는 시간을 아껴가며 일을 한다. 하지만 일을 하는 최종적인 목적은 좋아하는 사람(어머니)들과 좋아하는 일(꽃을 보는)을 하기 위한 게 아닌가. 현재를 팔아 미래를 사려는 한국인들에게 너무 잘 맞는 거 같은 소설 같았다. 아이들만 위한 동화라기엔, 그 내용이 너무 현대 어른들과 닮아있다.


최근 캐나다 사람과 한국 사람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썼었는데, 캐나다 사람들은 '현재'만 사는 느낌이라는 글이었다. 그에 반해 한국인들은 확실히 '미래'를 대비하는 편이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좀 덜어낸다. Yolo라든가, 파이어족 등등 이 유행하는 것 처럼 시간이 지나며 현재를 즐기는 문화가 확실히 늘어나고 있는 거 같긴 하지만, 아직도 타국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인들은 앞 선 일들의 대비를 하며 현재를 바쁘게 살아간다. 미래를 대비 하지 않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보곤 한다. 그건 마치, 시간 도둑들에게 시간을 빼앗기는지도 모르고 이 시간을 다 저축한다 생각하며 바쁘게 사는 모모의 어른들과 흡사한 것 아닌가.
인생과 세상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일까. 돈일까? 그래서 시간을 다 사용해 돈을 벌어들이면, 그 돈으로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고 늙어서 여행을 다니면 좋은 걸까? 맛있는 걸 먹으면 좋은걸까? 그렇다면 어릴 때의 여행과 맛있는 것들은 의미가 적은걸까.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한 미래 대비는 이미 나도 하고 있는 만큼, 분명히 가치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궁극적인 우리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면 오늘 엄마의 얼굴을 한 번 보러 가지 못한 시간만큼 벌어들인 돈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나 싶다.


쉽게 잘 읽히고 내용도 재미있었는데 반해 교훈도 많이 있다. 나의 삶을 지탱하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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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하지만, 그렇기에 더 생각할 것이 많은 | 기본 카테고리 2022-06-28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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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저/이재룡 역
민음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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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북클러버 신청으로 독서 모임 멤버끼리 선정한 책. 오랜만에 의무적으로 읽은 책인데 의무로 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았으면 완독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을 거 같다.

스토리는 잘 읽히지만 생각보다 한 장 한 장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캐나다에서 읽고 있는 중이라 이북으로 구매했어서 실두께를 몰랐는데, 내 단말기 기준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인 것을 발견해서 어쩐지 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이기도 했다. 일단 두꺼운 두께의 책에는 망설임이 필연적으로 따라오니까. 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개념과 관념들이 잘 와 닿지 않아서인지, 혹은 번역 소설의 어쩔 수 없는 단 점인 번역투의 문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 문장 문장마다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은 꽤 많은 것 같다.

 

1984년 발표된 소설로, 모든 것을 잘라내고 쉽게 말한다면 사랑소설이다. 하지만 사랑을 바라보는 철학적인 담론들을 위주로 전개해나가기 때문에 통속적 연애 소설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 당시에는 파격적이라고 하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서술 형식 덕에 니체의 영원한 회귀와 대칭을 이룬다고 한다. 또한 소설의 형식적 측면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기법을 실험한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현대작품에서는 이렇게 순차적, 서사적 구성을 따르지 않은 작품들도 많기에 내게는 이런 기법이 그렇게 독특하게 다가오진 않았으나, 그 당시에는 파격적인 시도였는가보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모더니즘에 반하는 탈현대 사상으로, 전통 건축물에서 모티브를 끌어온 현대 건축물이나 내외 공간을 뒤집은 해체주의 건축물, 장식적이거나 키치 스러운 디자인, 플롯을 뒤집은 소설이나 영화 등으로 대표된다. 플롯과 시간적 흐름을 파괴한 구성덕에 이 소설이 포스트 모더니즘 기법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가 되는 것 같다. 상징과 의미가 많은 고전인만큼 철학적 비유가 많아 매끄럽게 읽히기 어려운 와중, 꿈과 현실, 현재와 미래를 오가고 주인공의 시점도 계속 바뀌는 구성이 더 해져 책의 진도가 더더욱 더디게 나갔던 거 같다.

 

네 명의 대조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며 정착하지 않는 가벼운 삶을 살아 온 토마시와 그에게 찾아와 운명적 사랑을 믿으며 그를 정착하게 한 테레사,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비나와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으나 사비나에게 빠져 그 모든 안정을 스스로 깨고 나선 프란츠. 그들은 역설적이고 모순적이게 가벼움과 무거움을 각각 상징하는 것 처럼 보인다. 사랑의 책임과 자유, 영원한 사랑과 순간적인 사랑 등 주인공들의 성격과 관념으로 대표되는 그들은 역설적이고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들의 이런 대조적인 모습은 내가 생각하기에 밀란 쿤데라의 하나의 효과적 장치라고 생각이 드는데, 여러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각기 다른 애정을 채우고 싶어하는 가벼운 토마시와 한 사람에게 집착적으로 사랑을 갈구하고 머무르려 하는 테레사를 보면 그들의 극단적인 모습에서 누구라도 무게를 쉽게 파악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어찌보면 사랑의 한 형태와도 같지만 극단적 대조를 통해 그들의 다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우리 삶에서 없을 것 같지만 어딘가 있을법한 일들이라 공감도 잘 가는 거 같았다.

 

소련군이 체코를 장악했던 시기의 이야기라 기본적으로 짙게 깔려있는 시대적 배경 덕에 소설 자체의 분위기는 꽤 어둡다. 그 부분과 장면들을 매 번 자세하게 묘사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시대적 배경들이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고뇌를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처럼 보인다. 주인공들은 계속 갈등하며 이동하고, 움직인다.

 

주인공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성질인 '가벼움'과 '무거움'은 키치와 더불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비유되는 모든 것들에 이 상징이 심어져 있다. 소설 속 등장하는 수 많은 상징들과 매체들은 어떤 형태로든 무게가 있다. 어떤 것은 가볍고, 또 어떤 것은 무겁게. 나는 결론적으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생 무상'과 '인생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떠한 가벼운 사랑 혹은 무거운 사랑이든 받아들이는 사람의 만족에 달린 것이고 그 모든 것은 결국 덧 없다는 것을 대부분의 챕터에서 보여주려고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무한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사람마다 원하는 사랑의 형태는 다르나 그 형태의 만족은 개개인에게 달렸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하는 거 같았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지금까지는 배반의 순간들이 그녀를 들뜨게 했고, 그녀 앞에 새로운 길을 열어 주고, 그 끝에는 여전히 또 다른 배반의 모험이 펼쳐지는 즐거움을 그녀의 가슴에 가득 채워 주곤 했다. 그러나 여행이 끝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모, 남편, 사랑, 조국까지 배반할 수 있지만 더 이상 부모도 남편도 사랑도 조국도 없을 때 배반할 만한 그 무엇이 남아있을까?

사비나는 그녀를 둘러싼 공허를 느꼈다. 그리고 바로 이 공허가 그녀가 벌인 모든 배신의 목표였다면?


 

독서 모임에서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 때 번역 된 다른 국가의 표지에 있는'모자'의 그림에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 모자 또한 하나의 상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비나의 모티프인 중산모자. 이 모티프는 교환되기도 하고 혹은 각자 다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책 표지나 책에서 나오는 단어들, '거울'이나 '모자', '회귀'등 다양한 상징들을 발견하며 이 들의 성질을 구분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나의 단어가 그 자체가 아닌 여러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건, 상당히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쩐지 두 번 이상은 읽어야 할 거 같다. 이게 대체 뭔 소리지..? 싶은 부분들도 책을 다 읽고 다시 읽어보면 아, 작자가 그녀의 허무함-혹은 가벼움-을 말하고자 하는 거였구나! 라고 느낄 수 있었다. 두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분량이지만, 서평을 쓰려고 다시 앞부분을 뒤적이는 것 만으로도 이해도가 달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강의나 설명이 필요한 책이라는 건 어찌보면 참 친절하지 않은 책이다. 작자가 아무리 심오하고 깊은 생각을 한다 하더라도 독자가 독자의 수준과는 관계없이 작자의 의도를 전혀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건 작자의 표현력이 너무 뛰어나거나, 혹은 독자와의 핀트가 어긋난 거 일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참 친절하지 못하다. 꿈이어도 꿈이라고 말해주지 않고, 갑작스레 전지적 시점과 주인공 시점이 교차되는 둥 충분하지 않은 설명과 구성을 철학적 문장들로 불편하게 배치해놨다. 그러나 그렇기에 독자들은 작자의 상징과 생각을 파악하며 토론을 할 수 있는 거고, 다양한 각도에서의 해석을 듣고 보며 본인의 시각을 넓혀갈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불편하고 불친절한 책이었지만, 생각해볼 여지를 잔뜩 안겨주는 만큼 보람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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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출근을 하지만. | 기본 카테고리 2016-02-0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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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기타가와 에미 저/추지나 역
놀 |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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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사는 인생인가?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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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반은 한다.

이 책을 고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목을 보고 골랐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제목이 내용에서도 큰 역할을 하는 느낌이고.

 

앉은 자리에서 1시간도 안되어서 다 읽었다. 그만큼 가볍고 잘 읽히는 책.

편집 자체도 큼지막하고 넓게 돼 있어서, 종이에 비해서 많은 내용이 담기진 않은 느낌이긴하다.

 

매일 아침마다 내가 생각하는 때려치고 잠이나 더 잘까,라는 생각을

좀 더 심화적이며 구체적으로, 부정적으로 하는 주인공 아오야마의 이야기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그 사실을 한 번 더 상기시켜주는 것 같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오야마와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남의 눈치를 그렇게나 신경을 많이 쓰는,

그래서 SNS가 엄청나게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비슷할 것 같은 느낌.

대기업에 가야하고, 여자친구는 없지만 어쨌든 결혼을 하려면 정직원이어야 하고,

쟤는 대기업을 갔는데 나는 왜 못갔을까 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비교하고.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가치를 절하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가장 행복해보이는 모습을 잘 골라 포장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그런 모습들.

 

자신을 포장하는 방법은 하나도 모르는,

매일매일이 지옥같은 아오야마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내 현실인것 같기도 해 씁쓸했다.

아오야마는 결국 야마모토라는 계기를 만날 수 있었고

우리 모두 부모님이라는 계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걸 깊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마지막 부분에서 사이다를 팡팡 터트려줘서 정말 고마웠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정말 내가 회사에 가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쩐지 더 씁쓸하기도 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이 아닌 내 인생인데

내 인생하나 제대로 고삐를 못 잡고 있는 현실이라니.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고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생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너무 삭막하니까,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 정도로 생각하면 조금 덜 씁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오늘도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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