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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설의 시대] 조선 최고 이야기꾼의 정체 | 리뷰 2020-01-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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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소설의 시대 1

김탁환 저
민음사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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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탑파 시리즈' 중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작품이다. <방각본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목격자들>로 이어지는 '백탑파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대소설의 시대>를 읽고 그동안의 이야기가 집대성되었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 절친 김진의 부탁을 받고 장안 최고의 인기 대소설가 임두의 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대소설은 열 권 이내로 완결되는 소설과 달리 전체 길이가 수십, 수백 권에 달하는 장편 소설을 일컫는다. 임두에 관해서는 벌써 23년째 <산해인연록>을 연재하고 있으며 필동에 으리으리한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외에 성별도 나이도 알려진 것이 없어서 이명방은 김진의 부탁으로 임두를 만나러 가는 것이 꿈만 같다.


그런데 이게 웬일. 소설을 가득 채운 세세한 배경지식으로 미루어 보아 청나라를 몇 번은 왕래한 경험이 있는 건장한 남성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임두의 정체는 꼬장꼬장한 인상의 노파였다. 게다가 이 노파, 일찍이 혜경궁 홍씨의 마음에 들어 궁중 여인들을 위해 <산해인연록>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백성들도 읽게 해야 한다는 궁중 여인들의 간청 덕분에 세책방에도 <산해인연록>이 풀리며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명방은 자신이 몰랐던 세상을 알고 한 번 놀라고, 이 같은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김진에게 두 번 놀란다.


문제는 <산해인연록>을 199권까지 잘 써온 임두가 5개월째 200권을 못 쓰고 있다는 것이다. 혜경궁 홍씨를 모시는 의빈은 이명방과 김진을 불러 임두의 상황을 알아보라고 시키고, 이명방과 김진은 임두의 상황을 살피다 임두에게 치매 증상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해인연록>의 결말을 기록해둔 수첩 '휴탑'까지 잃어버려 <산해인연록> 집필이 오리무중에 빠진다. 과연 이명방과 김진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까.


<대소설의 시대>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백탑파 학자들의 활약은 덜하지만 작품의 재미는 최고다. 실종된 임두를 대신해 <산해인연록>의 남은 부분을 누가 어떻게 쓸지를 두고 대결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임두가 작가가 된 계기, <산해인연록>을 집필하는 도중에 겪은 변화 등도 감동적이다. 당대에 유행한 대소설을 꼼꼼히 읽고 소설에 반영한 작가의 노력도 대단하다. 작가가 지어낸 줄 알았는데 전부 다 실존하는 작품임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무엇보다도 역사에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여성들의 문화를 소개한 점이 좋았다. 비록 일부 양반가에서도 글을 읽을 줄 아는 여성들에게 한정된 일이었겠지만, 한 집안의 여성들이 한데 모여서 함께 소설을 필사하고 낭독하고 창작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뭉클하다. 이들에게는 대소설이 지금의 TV 드라마 같은 존재였을 터. 이야기를 짓고 향유하는 일이 남성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여성들의 문화이기도 했음을 알려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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