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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 | 리뷰 2022-01-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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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저
자이언트북스 | 202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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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를 처음 보았을 때 받은 충격을 기억한다. 인류의 무분별한 자원 개발과 환경 파괴의 결과로 지구의 온도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그로 인해 식물종의 대부분이 멸종되어 인류가 구할 수 있는 식량이라고는 옥수수 정도만이 남은 세계. 아무리 밝은 쪽으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해도 가까운 미래의 일 같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괴로웠고 보고 난 후에도 울적했다. 인류의 미래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인류는 지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김초엽 작가의 장편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인터스텔라>를 연상케 하는 멸망 직전의 지구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더스트'로 인해 기후가 변화하면서 지구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긴다. '더스트'에 강한 '내성종'이라고 불리는 인간들이 아니면 살아가기 힘들어진 지구. 벌레 한 마리조차 보기 힘들어진 지구에서, 아마라와 나오미 자매는 소문으로만 들은 도피처를 찾아 나선다. 그곳에는 더스트 이전의 지구에 있던 식물들이 있고, 예전처럼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산다는데... 

 

한편 더스트 생태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식물생태학자 아영은 오래전 더스트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 해월에서 덩굴식물 모스바나가 기이한 속도로 빠르게 증식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아영은 어릴 때 동네 노인 이희수의 정원에서 보았던 푸른빛을 내는 식물과 비슷하다는 걸 깨닫고 이희수를 찾아 나서지만 행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마침 학회 참가를 위해 외국에 가게 된 아영은 그곳에 모스바나 전문가로 알려진 노인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그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는다. 

 

이 소설에 묘사된 미래의 모습은 결코 밝지도 희망적이지도 않다. 인류는 여전히 지구에 존재하지만, 더스트 이후 폐허가 된 지구를 복구하면서 겨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아영이 연구소에 취직할 즈음에는 형편이 많이 나아져서 더스트 시기를 잊는(또는 잊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나타나지만, 더스트 시기의 일들이 여전히 논쟁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더스트의 영향을 완전히 극복한 상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인류가 멸망 직전까지 갔을 정도만 엄청난 사건임이 분명한데도 이를 잊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위기에서 인류를 구한 사람들이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이들의 존재를 지우고, 마녀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게 끔찍했다. 다행히 아영에게는 과학에 대한 믿음과, 마찬가지로 과학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는 세계 각지의 동료들이 있다. 아영은 동료들이 수집해 준 자료를 참고해 나오미의 주장이 진실임을 입증하고, 누가 어떻게 멸망 직전의 인류를 구했는지를 밝혀낸다. 

 

아영이 구명한 영웅들은 결코 인류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대의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은 그저 사랑하는 자매, 친구, 동료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지식과 힘, 시간을 내주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나를 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는 에너지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힘이 세다. 작가는 이를 식물의 생명력에 빗댄다.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라고. 그렇다면 식물이 내뿜는 산소를 마시고 사는 우리도 식물처럼 뭐든 될 수 있지 않을까.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오래오래 잊지 않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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