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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 내일 쓰는 일기 | 내가 읽은 책.. 2023-01-1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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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일 쓰는 일기

허은실 저
미디어창비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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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8

매실청을 담글 때 사용하는 설탕은 180일이 지나면 숙성 중에 분해돼 과당과 포도당이 되고, 일부는 유기산으로 발효된다고 한다. 또 청매실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자연 독이 존재하긴 하지만 6개월 이상 설탕을 재우면 없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설탕과 매실은 서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이인 것이다. 이건 내가 생각하는 사람과 관계의 이상적 형태가 아닌가. 오, 매실과 설탕의 끈적한 사랑을 응원해! 나의 아이도 누군가와 만나 선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독'이랄 수 있는 면을 갖기 마련. 그 독을 없애줄 수 있는 설탕 같은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 물론 그 전제는 일정 기간 이상의 숙성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거겠지.

나도 누군가와 만나 선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p.160

이번 여름은 파도에 매료되었어.

파도 앞에서 파도의 일 생각해보았어.

이토록 하염이 없는 일.

이토록 부서지는 일.

일어서고 달려오고 부딪치고 부서지고 스러지고 다시 끌려가고.

파도는 다시 어디서부터 파도일까.

일어서고 달려오고 부딪치고 부서지고 스러지고 다시 끌려가도.. 또 다시 일어서고... 파도가 꼭 사람의 인생 같다. 이토록 하염이 없고, 이토록 부서지는 삶..

 

p.217

"그러니까 잊어버리는 것도 필요한 거야. 특히 나쁜 일은 마음속 깊은 곳에다 묻어두고 까맣게 잊어버리면 그 나쁜 경험도 나중에 좋은 걸로 바뀔 수 있어. 상수리나무처럼."

오랫동안 안 입었던 옷에서 꾸깃꾸깃 돈이 나왔을 때.. 그때는 분명 돈을 어디에서 잃어버렸을까 상심했을 테지만.. 다시 찾았을 때는 행운이고 행복일 테지..^ㅎ

 

p.246

"면맛에 이모는 진짜 자상해. 면맛에 이모랑 삼촌은 어떻게 그렇게 국수 요리를 잘할까?"

어떻게.. 여덟 살이 이렇게 말을 이쁘게 잘해.. 어쩜 이렇게 표현을 잘할까..?^ㅎ

 

p.251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해녀들의 물질과는 다르지 않지요.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검푸른 바다로 자맥질해 들어가야 하는 일.

그 심연에서 더는 버틸 수 없을 때까지 숨을 참는 일.

제 몫의 생활을 꾸려간다는 건 그런 것일 테니까요.

(…)

다시 검푸른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들이는

한 모금의 숨, 한 호흡의 노래.

우리에게도 그것이 절실합니다.

숨비소리란 그저 잠깐의 휴식이나 숨 고르기 정도가 아닌

목숨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삶은,

질식해버리고 말 테니까요.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중

잠깐의 그 한 모금의 숨.. 조금 크게 내쉬는 그 숨이.. 죽을 것 같던 어떤 날에 작은 숨통이 되어 나를 살게 해준다.

 

p.269

어느 날엔가는

"너무 슬퍼서 주먹도 쥐어지지 않아."

무슨 슬픈 꿈을 꾸며 울다 깨어난 아침이었다.

"엄마, 나 좀 간질여줘."

"왜? 너 간지러운 거 못 참잖아."

"좀 웃게."

그래, 억지로 간질여서라도 웃자. 웃다 보면 나아진다. 근데 자기는 자기를 간질일 수 없으니 억지로 간질여줄 한 사람은 언제나 네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리봐도.. 이 아이는 여덟 살이 아닌 것 같다..^;;

 

p.276

수전 손택의 말처럼 슈트(shoot)라는 단어는 총을 '쏘다'와 사진을 '찍다'라는 뜻을 함께 지닌다. 카메라의 긴 렌즈와 총부리가 닮았다. 사진을 찍느라 생명을 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쏜 것이 된다. 셔터 소리는 총소리가 된다. 현민이네 강아지는 내 앞에서 죽어갔다. 내 어깨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p.290

삶에도 그런 지점들이 찾아온다. 인생의 활주로에서 무언가를 향해서 달려가야 하는 일. 멈추거나 머뭇거리기보단, 날아오르는 것이 최선인 순간들. 때론 그게 누군가를 향해서일 때도 있을 것이다. 상처 받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마음의 속도라는 게 있으니까. 그러니 비상착륙을 할지, 계속 비행을 할지는 일단 이륙을 한 다음에 판단할 것.

 

좀 오래 전에 제목에 이끌려 사두었다가 책장에서 한참 있었던 이 책을 2023년 첫 책으로 읽기로 했다. 매년 다짐하는 '집에 있는 책 먼저 읽기'를 이 책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꺼내들 때만 해도 이렇게 후다다닥 읽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었는데..ㅎ 요즘은 정말 책이 잘 안 읽혔었는데.. 새해 첫 책은 내 희망처럼 잘 읽혔다.

 

여덟 살 아이와 제주살이를 시작한 시인 엄마의.. 딸에게 쓰는 편지와 같은 일기다. 여덟 살 딸은 어떻게.. 읽혔을까.. 읽기는 했을까 싶은데.. 마흔셋이 되는 딸은.. 이 편지 같은 일기가 너무..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서.. '좋다!'라는 단어 외에 딱히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읽으면서 내내 내가 여덟 살의 딸이였다면, 내가 여덟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다면.. 이런 가정을 계속 하게 되었다. 이 아이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하고 영민했다. 엄마는 그런 아이의 엄마답게 지혜로웠다. 그리고 제주는 참.. 매혹적이었다. 살면서 제주를 두 번 다녀왔었지만, 여행과 살이는 또 다른 것이여서.. 두 모녀의 잘 어우진 제주살이가 참 보기 좋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저렇게 살풍경한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작가님이 사시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제주도의 수산리에서 한 달만.. 아니 일주일만이라도.. 살아봤으면 하는 소망을 올해 처음으로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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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읽은 책, 총 51권 | 조잘조잘 2022-12-3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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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병모 <바늘과 가죽의 시>

 2. 이용한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3. 박준 <계절 산문>

 4. 한혜진, 송해 외 <대화의 희열>

 5. 후지마루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6. 박현숙 <약속 식당 - 구미호 식당 시즌3>

 7. 김현진 <녹즙 배달원 강정민>

 8. 김준 <우리를 아끼기로 합니다>

 9. 이기주 <언어의 온도>

10. 이기주 <언품>

11. 진소라 <숨은 냥이 찾기>

12. 박규옥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13. 김마라 <직장인 1인의 몫>

14. 김재희 <꽃을 삼킨 여자>

15. 명로진 <시나리오로 고전 읽기>

16. 박해영 <나의 아저씨1>

17. 류하윤, 최현우 <작고 단숨한 삶에 진심입니다>

18. 박해영 <나의 아저씨2>

19. 라마 <내일 13>

20. 라마 <내일 14>

21. 나태주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22. 김달님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23. 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24. 요 네스뵈 <칼>

25. 김하준 <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

26.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27. 이병헌, 김영영 <멜로가 체질 1>

28. 이병헌, 김영영 <멜로가 체질 2>

29. 김예지 <저 청소일 하는데요?>

30. 선영 <기상청 사람들 1>

31. 선영 <기상청 사람들 2>

32.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2>

33. 김완석 <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

34. 김희진 <다른 여름>

35. 야쿠마루 가쿠 <신의 아이 Ⅰ>

36. 야쿠마루 가쿠 <신의 아이 Ⅱ>

37. 임메아리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1>

38. 임메아리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2>

39. 문지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

40. 문지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

41. 김지서 <요산요수>

42. 에쿠니 가오리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43. 최윤석 <당신이 있어 참 좋다>

44. 야마모토 후미오 <자전하며 공전하다>

45. 김민철 <내 일로 건너가는 법>

46. 한재호 <여기는 안묵호입니다>

47. 투에고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48. 커피쓰다 <누군가 내 일기를 몰래 읽었으면 좋겠어>

49. 김재희 <서점 탐정 유동인2 리턴즈>

50. 조남주 <서영동 이야기>

51. 이희영 <테스터>

 

읽은 책 모두 리뷰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최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2023년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권만.. 올해보다 딱 한 권만 더 읽기~!! 그게 내 바람이다.^ㅎ

 

이웃님들..

2022년 한 해 무척 감사했습니다. 드문드문 들어오는데도 기꺼이 반겨주셔서 참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2023년에는 조금 더 부지런해지도록 노력할게요..

ㅅㅐ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항상 건강하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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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7 서영동 이야기 | 내가 읽은 책.. 2022-12-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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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저
한겨레출판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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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2

"그럴 만해요. 진짜 맛있거든요. 저 요즘 하루 세끼 이것만 먹어요."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원장이 웃었다. 아영은 진짜 그 주 내내 전 남친 토스트만 먹었다. 원래 꽂히면 질릴 때까지 하는 성격이다. 음악도 한 곡을 무한 반복으로 듣고, 영화나 드라마도 봤던 걸 몇 번씩 보고, 음식도 한 가지만 먹다가 질리면 다시는 안 먹는다.

움찔. 순간 내 얘기에.. 혹시 작가님도 이런 성격인가~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잘 알 수가 있나~했다. 나도 아영과 거의 비슷한 성격이다. 한 번 좋은 음악은 질릴 때까지 무한 반복으로 듣고, 영화나 드라마도 옆에 사람들이 질릴 정도로 보고 또 본다. 안타까운 건.. 대부분은 그 정도로 듣고 보고 그러면 다들 외우던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ㅠ,ㅠ;;;ㅋ 그래도 음식은 질릴 때까지 먹지는 않느다. 좋아하는 음식이 많지 않아서.. 질리면 너무 난감하다.ㅡㅡ;;;

 

p.217

하루하루 재미있고 만족스럽다. 그런데 그 시간들이 모이면 불안이 된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며 오늘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연말이면 아무 성과 없이 또 1년이 갔구나 한심한 것이다. 이제 아르바이트는 그만두고 어디든 무슨 일이든 풀타임 직장을 찾을 때가 된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정말 무슨 일이든. 정규 수업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계약직이라도 채용이 된다면 좋을 텐데.

그럼에도.. 지금이 나은 건.. 그나마 하루하루라도.. 스스로 만족을 하고 있다. 전에는 그렇지 못해서 불행했다. 지금은 막~ 행복한 건 아닌데..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다. 이룬 것이 없어서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상이여서 나는 지금이 좋다.

 

서영동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읽다 보면 이 사람들의 관계도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잠깐 생긴다. 요즘은..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없어졌을 정도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무관심한 삶들을 살아가는데.. 여기 서영동을 보면 그런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라는 생각이 들어서.. 할 수 있으면.. 우리 동네도.. 서영동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돋보기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 인사만 겨우 하는 요즘 관계에.. 지금보다는 조금만 더 얽히고 싶다는 그런 생각도 들기도 했다. 불편하지만.. 그래도 그게 더 나을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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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6 서점 탐정 유동인 2 | 내가 읽은 책.. 2022-12-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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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점 탐정 유동인 2

김재희 저
몽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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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5

"마흔 넘으면 내가 달라지고 철들고 세상 바뀌어 있고 그럴 것 같죠? 그런데 안 그래. 여전히 소녀처럼 누군가를 기다리고 마구 설레고 막상 다가오면 겁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 마음은 영원히 같아요. 이런 마음 알죠? 나이 들어 달라지는 건 딱 하나야. 앉았다 일어날 때 '아이고' 소리 나오는 것. 그런데… 대리님이나 아람 씨는 딱 봐도 모쏠 같은데…."

 

언제쯤 나오나~ 하고 기다리던 <서점 탐정 유동인>이 드.디.어.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예스24 알림 왔을 때 바로 구매해서 읽었는데.. 전작 읽었을 때처럼.. 주변에서 있을 법한 사건들을 다뤄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게, 마치 방에 틀어져 있는 TV를 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었다. 그러면서도 이야기 곳곳에서 내가 아는 가수들.. 넉살이라던가.. 코쿤이라던가.. 임영웅이라던가.. ㅎㅎ 여튼 그들의 음악이 등장할 때면 이야기가 마냥 픽션같지만은 않은 느낌이 드는 것도 참 좋았다. 하지만, 책 뒷커버에 '연애만 빼고 완벽한 남자 유동인'은 진실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유동인은... 흑... ○○도 못! 했다.ㅠ.ㅠㅋ

 

비긴즈, 리턴즈로 이어지는 요 시리즈가.. 다음엔 또 어떤 꼬리표를 달고 이어질지.. 얼른 또 나왔으면 좋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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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5 누군가 내 일기를 몰래 읽었으면 좋겠어 | 좋아라~책♥♥ 2022-12-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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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만에 <커피쓰다> 카페에 갔더니 못 보던 책이 판매중이었다. 이건 뭐지~? 했더니 카페 사장님께서 카운터를 지키며 쓰셨던 카운터 일기 책으로 냈다고 하셔서 아묻따! 구매를 했다. 앉은 자리에서 거의 다 읽고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는 동생에게도 선물하려고 하나 더 구매해서 작가님 싸인도 받았다.^ㅎ

 

p.13

시작 전에도 후에도 여전히 나는 불안하지만, 이를 또 철없음으로 가리고 있다. 아이에겐 철이 없는 행동이 순수하거나 아직 덜 자란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철이 없는 어른은 그저 사고뭉치일 뿐이니까.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철이 없기 위해 성인에겐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철이 든 척하는 것보다 철이 들지 않은 척하는 건.. 철이 든 척하는 것보다 곱절 이상은 힘들다. 작가님 말씀처럼 철이 들지 않은 척하는 것은 최소한 사람들의 시선을 못 보는 척하는 용기까지 필요로 하니까..

 

p.24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 만남이 적어도 두 번은 반복돼야 길가다 마주치면 얼굴을 알아보고, 눈 감으면 어렴풋이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릴 정도가 된다.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큰 단점이자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나도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 우리 카페에 오시는 거의 매일 들리시는 고객님들이 아니고서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네..'가 나의 한계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몇 번 안 온 손님인데도 살갑게 대할 때면 부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나의 이런 약점을 스스로 잘 알기에 되도록이면 아는 척은 안 하면서 친절하려고 노력한다.ㅠ

 

p.31

적어도 문화에서의 경계란 극단의 위치가 아니라 극과 극 사이의 중심인 것이다. 맞은편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끝까지 걸어가고야마는, 결국은 끝에 다다라야 새로운 문을 열고 나설 수 있는, 포용하고 향유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이─만큼 넓은 사람으로, 나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 경계를 달린다. 경계 끝의 새로운 경계와 소통하기 위해서.

 

p.51

1등이 아니라 즐기는 삶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아이든 어른이든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꼭 1등일 필요는 없다고. 뛰어야 할 곳에서 걷지 않았고, 결승선이 있는 곳에서 끝까지 달렸으니 그걸로 됐다고. 우리는 이미 너무나 수고한 삶을 살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알고는 있지만, 막상 문장으로 마주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작가님 감사합니다.^ㅎ

 

p.55

가끔 엄마의 수다에 시큰둥한 반응을 하고 나면 '엄마도 나중에 모르는 누군가를 붙잡고 저렇게 얘기하면 어떡하지?', '딸래미들이 이렇게 있는데도 말 할 곳이 없어서 심심해하거나 우울해하면 어떡하지?'같은 걱정이 들 때가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성과 이기심이 힘겨루기를 한다. 이기심이 자주 이기고, 반성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것이 더 잦다.

늘 혼자만의 시간을 갈구하는 나이지만 퇴근하고 나서 되도록이면 집으로 곧장 가는 이유는 위의 문장에서처럼.. 혹, 자식들이 곁에 있는데도 엄마가 말할 곳이 없어서 심심해하거나 우울해할까 봐.. 엄마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옆으로 새고픈 나의 운전대를 집으로 향하게 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내 이기심이 이겨서 카페로 향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노력중이다.

 

p.88

언제나 빠르게 뛰어다니느라 신발 밑창이 빨리 닿는다던 작가는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짐을 소설에 옮겨 상을 받았고, 현재까지 누구보다 부지런히 글을 쓰는 중이다.  

천선란 <천개의 파랑>

 

빠르게 달리지를 못한다. 달리기도 못했고, 행동이 빠르지도 않았고, 생각을 꽤 오래하는 편이고, 어떤 상황이든 운동신경에 비해 정신신경은 반사신경이 빠르지가 않다. 그래서 느린 것에 대해 참 고달프고 서럽고 그랬었는데.. 작가님의 저 다짐.. 참으로 감사하다. 나중에 꼭 읽어봐야지!^;;;ㅋ

 

 

**

이 책은 독립출판으로 일반 서점이나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할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선물로 보내드릴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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