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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만에 느낀 강렬한 매력이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 - Suspense/Thriller 2016-04-0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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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블러드 온 스노우

요 네스뵈 저/노진선 역
비채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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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젠장'이라고 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게 주인공에게 몰입을 하면 안된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인공, 매우 환타지적임에도 매우 매력적이다. 솔직히 나에겐 잭 리처 급의 매력을 어필했다. 잭 리처와 달리, 남자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자에겐 뭔가 모성애같은 것을 끌어당기는 부분도 있고, 하고 있는 일에 비해 knight in shining armor스럽기도 하고, 또 매우 낭만적인 부분에다가 내가 좋아하는 코드도 다 갖추고 있다 (만약 무인도에 한권의 책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이란 질문을 꽤나 좋아해서 가끔 자문을 하는데, 이 주인공의 집에는 단 한권의 책이 있다. 그게 다름아닌 [Les miserables]!!! ).  주인공이 나레이션을 이끌고 있기에 더욱 몰입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위키에는 Olav Johansen novels라고 해서 나오기에 착각을 했는데, 그냥 이 책의 표지에 적힌대로 Oslo 1970시리즈나 Blood on Snow시리즈라고 해야할 것 같다.

 

책을 받아들자 겉표지 때문에 놀랐는데 (예전의 무라카미 하루키 책의 오렌지 색상 이후 이 출판사 표지엔 관심이 많았기에 뜨아), 책을 읽다보니 이 작품이 표방하는 바가 바로 1970년도의 펄프픽션. Goodreads에는 읽고나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싸구려감성이라는 평도 있지만, 글쎄 다소 폼잡는 면모가 없지는 않더라도, 다소 모순이 되는 면이 없지는 않더라도, 꽤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면모가 표지의 레드/블루 만큼이나 강렬하다.

 

안티 히어로 올라브 요한센. 이 책 상세설명엔 youtube의 요 네스뵈 인터뷰가 있는데 그걸 보고 나니 꼭 [강남 1970]이 생각난다. 인물도 상황도. 몸뚱아리 밖에 가지지 못한 청년이 모든 것을 다 갖춘 미래를 꿈꾸며 맨땅에 헤딩하듯 폭력과 권력을 등에 업은 인물에게 붙지만 돌아오는 것은 사필귀정임에도 꽤나 억울한 결말이라는 것. 올라브는 얌전하고 평범하게 운전도 못하고, 아이나 여자에 대한 폭력은 참지도 못하여 자기 호주머니를 터는 여린 마음을 가진, 셈과 책읽기에 젬병인, 그러나 글을 쓰는 청년이다. 모든 것을 희생하여 참아냈던 어머니를 학대했던 아버지를 없애버린 날 그는 그렇게나 경멸하던 아버지와 자신이 닮아있음을, 그런 아버지였지만 어머니는 그를 사랑했음을 알고 대학합격증을 찢어버린다. 그리고, 청부살인업자로 살아가는 그. 오슬로의 마약, 매춘사업을 운영하는 다니엘 호프만의 눈에 들어.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남자, 호프만의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 그녀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그는 잠시 머뭇한다. 누구에게도 컨트롤당하기 싫은 남자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비밀을 가지게 되는 자신의 운명을 놓고.

 

그에겐 남자친구의 빚을 대신해 매춘일에 강요된, 말못하고 듣지못하는 여인 마리아가 있다. 힘들어하는 그녀를 외진곳에 데려다놓고 대신 남친을 손봐주고 빚을 자기돈을 갚고, 제대로된 일자리로 이끌어준 뒤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퇴근길을 뒤밟는다. 아무것도 못듣는 그녀의 뒤에 서서 자기만이 들을 수 있는 말을 하며..

 

호프만의 아내 코리나를 감시하는 중 그녀가 매일 오후 한 남자의 방문을 받고 폭력을 당하는 사실을 발견하고 타겟인 코리나 대신 상대방 남자를 죽여버린다. 자신있게  "상대남자를 죽였습니다"라고 보스에게 보고한 그에게 보스는 대답한다. "네가 내 아들을 죽였다고?!"

 

이 파트는 예전에 읽은 한 추리단편을 기억나게 한다. 꽤 좋아했는데, 그게 어느 단편집에 실려있는지 지금도 못찾았다. 한 여인을 사랑한 거부. 그녀가 좋아한다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그녀가 좋아하는 향수를 대용량으로 사서 선물하는등 자신이 가진 모든 재물을 다해 마음을 보이고, 그 여인도 움직이는듯 하지만 결국 학자이자 약한 남편에게 돌아간다.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려고 해요"라며. 아마도 열대에서 일하는 학자였던 그 남편과 떠난 여인을 잊지못해 거부는 킬러를 고용하고, 나중에 그 킬러는 자신감있게 전화를 한다. "드디어 그 남자를 해치웠습니다" 남편을 잃고 그 여인네가 괜찮은지 걱정되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지 묻는 그에게 킬러는 "목격자가 하나 있었지만, 처리했습니다. 걱정마십시오!" 목격자가 바로 그 여인네였는데...

 

뭐랄까, 픽션이기는 해도 꽤나 많은 것들을 함축하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이 작품 또한 그 만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난독증인지라 하나의 이야기를 의도치않게 두가지의 이야기로 이해하게 된다는 올라브. 생각했던 것, 보여지는 것과 다른 실제. 대학에서 보낸 서류를 찢어버렸듯 어쩜 엔딩에서도 그는 더 이상의 의지를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옮긴이 해설에 따르면, 꽤나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한번 마음에 안들면 몇백페이지를 지워버리는 작가의 공들이는 글쓰기에 비해 꽤나 짧은 시간만에 탄생한 작품이지만, 어쩜 그의 손길을 이끌며 그 인물이 스스로 태어난듯 싶다. 꽤나 간만에 매력을 느낀 주인공이였다. 와우, 난 책장을 덮고 돌아서도 올라브 요한센을 잊지못할 거 같다.

 

..길게 내린 노란 앞머리 뒤로 보이던 얇은 일자 입술, 그리고 그의 손. 그녀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게 바로 그 손이었다. 좀 심하게 생각하는 편이긴 했지만 당연했다. 남자다우면서도 단정한 손이었다. 크고 살짝 사각형이었고 조각가들이 원하는 영웅적인 일꾼의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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