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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차원의 고독과 실존적 외로움을 달래줄 어느 ‘탐색자’의 방문. | 기본 카테고리 2022-06-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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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무아무아

아비 로브 저/강세중 역
쌤앤파커스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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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알파 센타우리>라는 게임을 잠시 즐겨했었습니다. 그 유명한 <문명> 시리즈를 제작한 프로그래머 시드 마이어(Sid Meier)가 <문명>의 형식에 우주의 배경을 입혀서 제작한 게임입니다. 게임 <문명>을 통해서 인류 역사를 아우르는 경이로운 체험이 가능했던 것처럼, 그 배경을 우주로 확장한 <알파 센타우리>는 넓어진 외현만큼 더 깊고 넓어진 경이로움을 체험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흘러서야 게임의 타이틀인 알파 센타우리가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빛의 속도로도 4.3년의 세월이 걸리는 거리에 위치하기에, 유한한 인류의 수명하에서 가늠해보기 어려운 그 거리가 알파 센타우리라는 게임의 타이틀이 게임 자체가 선사한 경이로움을 증폭시켜주었습니다.

<오무아무아>는 하버드대학교 천문학부 학장을 엮임한 천문학자 아비 로브(Avi Loeb)교수의 저서입니다. 책의 제목인 ‘오무아무아(?Oumuamua)’는 하와이 원주민 언어로 ‘탐색자’라는 뜻으로, 2017년 하와이의 할리아칼라 천문대로부터 발견된, 인류가 처음으로 관측한 태양계를 거친 성간천제의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후의 관측과 연구를 통해 밝혀진 오무아무아의 비행 궤적과 가속도 등을 분석해본 결과 보통의 자연물과는 확연히 다른, 무엇으로도 해석 되지 않는 변칙들이 오무아무아에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에 로브 교수는 [태양 복사압이 오무아무아의 특이한 가속을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논문을 2018년에 발표하는데, 여기서 그는 오무아무아가 첨단 기술 장비의 잔해로서 성간 우주를 떠다니는 인공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주장은 상당한 과학적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서 학계의 유력 저널에 실리게 되며, 저서 <오무아무아>는 논문의 주장을 보완하고 대중적인 흐름으로 가다듬은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로브 교수는 보수적인 주류 과학계가 거들떠보지 않는 외계 지성체 탐사와 관련된 연구를 두둔해줌과 동시에 SETI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금의 외계 지성체 탐사의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다중우주론·끈이론·차원론처럼 관측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과학이론들이 과학계의 주류 이론으로 인정받는 만큼, 현실을 기반으로 삼은 외계 지성체의 존재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탐사와 연구도 주류 과학계에 한 축을 담당한 자격이 충분함을 역설하며, 이를 향한 흥미 위주의 편협한 시선을 거둔 진지하고 진중한 관심과 투자를 요청합니다.

무엇보다 로브 교수가 러시아의 부호 유리 밀너(Yuri Milner)가 추진하는 ‘스타샷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이 프로젝트는 알파 센타우리까지 ‘빛의 돛’으로 구성된 새로운 개념의 우주선을 빛의 속도의 1/5의 속도로 쏘아 보내 20년 안에 알파 센타우리 지역의 외계 지성체 존재 여부를 탐사하겠다는 계획입니다(이 우주선은 2032년에 수천대가 발사되어 20년 안에 알파 센타우리에 도달하여 4년 안에 그 안에서 얻은 정보를 지구로 보낼 예정입니다. 대략 2056년이면 우리는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별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얻게 됩니다). 이러한 ‘빛의 돛’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로브 교수는 이후 관측된 오무아무아가 인류가 쏘아 올리려 하는 빛의 돛과 같은 인공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오무아무아가 보이는 물리적 현상들과 로브 교수 자신의 내적 논리에 기대어 차근차근 증명해나갑니다.

알파 센타우리까지 무인 우주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이제 곧 현실화하는데 로브 교수가 큰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 그가 수많은 과학 데이터를 토대로 주장하는 ‘오무아무아의 외계 지성체의 인공물설’과 외계 지성체 탐사를 향한 그의 진중한 시선을 신뢰할 수 있게끔 이끌어줍니다. 그렇게 어렸을 적 게임 <알파 센타우리>를 플레이하며 느꼈던 경이로움이, 이제는 성간천체 오무아무아를 감싼 과학계의 다양한 시선들로 말미암아 재차 재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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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천으로부터 구해질 지구의 미래. | 기본 카테고리 2022-06-2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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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저/송은주 역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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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주한영국대사관 선임기후변화에너지 담당관은 자신의 저서인 <기후불황>을 통해서, 기후위기에 관한 이해도가 낮고 이 위기를 해소해나가기 위한 실천력이 부족한 현 시대를 다음과 같은 비유에 빗대어 진단했습니다.

‘차라리 외계인이 침입했다거나 거대한 유성이 지구로 돌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훨씬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외부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쳐 싸우는 것은 인간들이 언제나 해오던 일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유성이 날아오는 상황도 기후변화보다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2009년 논픽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공장식 가축 사육에 종속된 현대인의 육식 중심의 식생활에 대한 깊은 통찰과 성찰을 불러왔던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10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논픽션 <우리가 날씨다>를 통해서는 공장식 가축 사육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대인의 육식 식습관이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근원적이고 직접적인 질문이 되어야 함을 주장합니다(참고로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원작 저자이기도 합니다).

우리 시대가 감지하고 있는 기후위기 문제를 우리는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침입해오는 외계인’이나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는 소행성’과 다르지 않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 점을 <우리가 날씨다>의 저자는 자신이 채득하고 경험해온 다양한 사례들을 통하여 진단하고, 결국 기후위기로부터 우리 시대가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도 근본적인 실천사항이 육식 중심의 식습관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임을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강조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날씨다>의 저자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책의 제목처럼 책을 읽는 독자들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체이자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주체임을 깨우쳐줍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가 매일 같이 의식하지 못한 채 섭취하는 육류 음식이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날씨다>를 통해서 저는, 부족하게나마 실천하고 있는 중인 저의 비건 생활을 되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지난 2019년 전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 1,000명으로 구성된 ‘세계과학자연합’이 발표한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비상선언’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사항이 식물성 식품 섭취뿐이라는 자료를 접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비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제가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라는 심경으로 비건 생활을 시작해보니 물리적 차원의 어려움은 아직까지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회식자리 같이)여건이 녹록치 않을 때 밀려오는 피로감과, 유난을 떤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으로 말미암은 허탈감 등이 (비건 생활에 있어서 별것 아니지만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장애물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그럼에도 비건인 저보다 더 비건의 생활을 지향하듯 관심을 보이고 저와 함께 하는 시간 안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비건의 삶을 함께 살아내 주는 이들 덕분에 저 개인이 펼쳐나가는 비건 생활을 지속해나갈 힘을 얻게 됩니다. 저와 함께 하는 식사 약속을 잡을 때마다 저보다 먼저 비건 식당을 찾아주는 고마운 사람, 여럿이 함께 하는 여행 중 저를 위해 삼시세끼를 모두 비건식으로 구성해주었던 동기들,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건 라면 100개를 선물해주었던 아버지와 같은 선배님, 새로 나오는 비건 식품이 있으면 재빨리 소개해주며 “하나 보내줄까?”라고 제안하시는 저의 어머니와 같은 이들이 존재하기에 설령 모두가 비건 생활을 실천하지 않더라도 점점 더 나락으로 향해 보이는 작금의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이라도 놓치지 않고 마음에 품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아가 이와 같은 공감과 동참은 아직까지도 공론화되지 못한 채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기후위기 문제를 더욱 구체화하고 현실화해나가는데 도움이 되어줄 것입니다. 모두와 함께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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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들. | 기본 카테고리 2022-06-1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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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튼, 노래

이슬아 저
위고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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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는 삶의 요소요소마다 자리를 잡으며 추억이라는 흔적을 진하게 남기는 ‘노래’를 향한 예찬을 담고있다. <아무튼, 노래> 속 이슬아 작가의 노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의 삶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들을 향한 기억들이 자연스레 샘솟게 된다. 특별히 나는 기억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던 마음에 관한 기억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친척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는 4살 때부터 타인의 시선을 즐기듯 노래를 부르며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백 미터 전’과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와 같은 발라드곡부터 태진아의 ‘거울도 안 보는 여자’와 같은 트로트곡까지 섭렵했다고 전해진다. 아버지의 작은어머니, 즉 나에게 작은 할머니라 불리던 할머니의 환갑잔치 때 나는 마이크를 쥐고 노래(남행열차)를 부른 유일한 꼬맹이이기도 했다. 이처럼 나는 태생부터 (이슬아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지극히 ‘노래방적인 사람’이었다.

중학교 1학년 시절, 나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MP3 플레이어를 소유했었다. 총 서른 두 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이었기에 한 곡 한 곡을 선택해나가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곡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당시 마음 깊이 좋아한 친구가 선호할 곡들로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나의 MP3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용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쉬는 시간을 틈타 내 옆자리에서 나의 MP3 플레이어를 통해 노래를 듣던 그녀가 MP3에 담긴 조성모의 ‘To Heaven’을 듣고선 나에게 “너 나한테 ‘To Heaven’ 불러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불러줄 수 있다고 답한 나는, 그녀 앞에서 노래를 잘 불러야겠다는 부담감에 얼마 남지 않은 쉬는 시간이 주는 압박감이 더해져 “괜찮은 거니”로 시작되는 첫 소절부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채 버벅대고 말았다. 이에 그녀는 “괜히 부담을 줬다보다”라고 말하며 나를 향한 시선을 거둔 채 수업 준비에 몰두했다. 그 이후 언젠가 그녀가 나에게 “너 나한테 ‘To Heaven’ 다시 불러줄 수 있어?”라고 물을 날을 고대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지만 그녀 앞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조성모의 ‘To Heaven’을 우연한 계기로 듣게 될 때마다 미련 비슷한 감정이 샘솟곤 한다.

한편 한경일의 ‘내 삶의 반’을 하루에 서른 번 넘게 들을 정도로 좋아했던 학원 친구의 관심을 얻고 싶은 마음에 오락실 노래방에서 5천원 넘는 금액을 ‘내 삶의 반’을 연습하는데 사용한 적도 있다.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연습에 들이는 노력과, 그렇게 연습한 곡을 누군가에게 불러주는 용기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외에 봉사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잠시 몸 담았던 노숙인을 위한 무료병원의 직원들과 함께 했던 회식자리에서, 청춘을 오롯이 이 병원을 위해 쏟아 부은 실장님에게 헌사하듯 불러드렸던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와 세월의 무상함 앞에 주눅들어 보이는 선배들에게 불러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도 애틋한 기억으로 남는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픈 마음이 샘솟는 요즘이다. 평소 코인노래방에 홀로 방문하거나 유튜브 노래방 채널을 통해서 노래 연습을 즐기며 ‘노래방적인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음이 다행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던, 가라오케를 발명한 이노우에 다이스케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20세기 아시아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것에 더해서 코인노래방에과 유튜브 노래방 채널에도 가라오케와 맞먹는 영예를 안겨주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심혈을 기울여 한 곡 한 곡을 노래를 연습해나가는 내 모습이, MP3 플레이어에 심혈을 기울여 노래를 채우던 오래 전 나의 모습과 맞물려서 아련하게 다가온다.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는 이슬아 작가의 말에 기대고 싶어진다.

여담으로 살아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못하는 친구를 향해 ‘그래도 최대한 늦게 죽어줘’라는 말을 건냈다는, 이야기 속 이슬아 작가의 마음이 노래가 우리네 삶에 선사하는 위로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노래는, 우리가 최대한 늦게 죽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이끌어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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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프리퀄 대작. | 기본 카테고리 2022-06-1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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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개는 천재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저/김한영 역
디플롯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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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유전자와 개체의 관계를,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복제해나가는 자기복제자와 이와 같은 자기복제자를 위한 생존 기계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즉 자연생태계 안에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일종의 기계에 불과하며 그 기계의 목적은 단순히 유전자를 안전하게 다음 세대로 운반해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이와 같은 도킨스의 이론에는, 하나의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돕는 이타적인 행동이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기 위한 유전자의 이기적인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그렇게 도킨스는 인간의 생존과 진화, 번식, 문화적 특성과 행동 양식 등을 유전자의 이기성이라는 맥락으로 엮는다.

우리네 존재가 대를 잇고자 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돕는 기계적인 역할에 그친다는 점, 나아가 일상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이타적인 행동마저도 결국 생존을 위해 단련된 진화적 속성에 불과하다는 점이, 도킨스의 이론이 품은 견고함의 여부와는 별개로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도킨스의 이론으로 말미암은 불편함을 해소해줄 수 있는, 색다른 이론을 품은 책이 있다. 바로 지난 해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공저 도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이다. 설령 도킨스의 주장처럼 타자를 향한 이타적인 행동이 유전자의 이기성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우리네 존재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 등장하는 여러 실험들이 드러낸 결과처럼 이타적 행동과 다정한 태도과 같은 진화적 속성이 인류를 비롯한 여러 생물종의 진화와 생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가 함께 세상을 꾸려나가며 자연 만물과 공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 더 큰 희망의 메시지를 과학적인 차원에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존재와 생존의 핵심에 ‘다정함’이라는 속성이 놓인다면 도킨스의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이론마저도 따뜻하게 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동일한 저자들의 저서 <개는 천재다>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보다 이른 2014년에 출간되었다. 여기에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핵심 주제인 ‘자기가축화’에 관한 내용 중 가장 많은 예시와 실험 과정 등의 이야기를 담았던 ‘개의 자기가축화’에 대한 더욱 상세하고 세밀한 실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게 <개는 천재다>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이미 읽은 독자에게는 참고서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고, 아직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접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더욱 의미 깊고 풍부히 읽어나가기 위한 지침서의 역할이 되어줄 것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마찬가지로 <개는 천재다>에 등장하는 여러 실험들은 개가 보이는 영리함이 단순히 지능적 차원의 영리함이 아닌 다른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정한 습성을 지닌 개의 태도로부터 기인한 결과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다정함은 역사 안에서 인간에게 길들여짐으로 인하여 갖추어진 습성이 아닌 늑대로부터 분화된 개들이 생존을 위하여 스스로 택하였고 대를 이어서 공유해온 진화적 속성임을 <개는 천재다> 속 여러 실험들의 결과가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다정함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진화와 성공을 일군 개와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다정함이라는 우리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본래적 속성을 가꾸어나가야 함을 주장한다.

<개는 천재다>를 읽어나가면서, 왜 우리가 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혹은 이토록 사랑하는 개에 관하여 얼마나 많이 오해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개를 키우지 않거나 관심이 없어도 상관없다.(나처럼 개가 아닌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오래전 늑대로부터 분리되어 다정함의 속성을 쌓아올리며 새로이 거듭나 지금은 인류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은 동물종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개를 바탕으로 협력과 우정을 도모하는 친화력의 원천, 즉 지능과 마음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발견해낼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다정한 존재들로 가득할 것임을 저자는 희망하고 있다. 그렇게 개의 천재성의 기원을 밝혀나가는 저자의 노력이 더 많은 이들의 마음에 새겨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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