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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의 잠 못 이루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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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의잠못이루는밤
책을 읽고 영화를 감상하느라 혜화동에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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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감성을 고스란히 품고 싶다면. | 기본 카테고리 2022-10-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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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적표의 김민영

이재은,임지선 편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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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어느 여름 날, 종로 거리에서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우연히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가 자신의 삼촌이 운영하는 단란주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매일 학교에서 마주하며 장난을 치거나 함께 축구공을 찬 친구임에도, 순간 나와는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한 사람처럼 느껴져 부담스러워졌다. 단란주점이 불법의 온상이거나 범죄의 소굴이 아님에도, 더 이상 친구의 일상이 평범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만 같다는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가 않았다.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은 열아홉 고등학생의 터전에서 스무 살 성인의 영역으로 건너간 두 친구가 오랜만에 함께 하는 하루를 보여주며, 내가 스무 살의 여름날 마주했던 마음의 갈등과 다르지 않은 흐름을 포착하여 보편적인 차원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극중 정희(김주아 扮)와 민영(윤아정 扮)은 청주에서 같은 고등학교 안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다. 이들은 ‘삼행시 클럽’의 멤버로서 문학작품 같은 특별한 삼행시를 지으며 마음을 다졌다. 수능을 치루고 학교를 졸업한 후 지방의 대학교에 진학한 민영과 청주에 남아 테니스장 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정희는, 이후에도 화상으로나마 삼행시 클럽의 활동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있는 오빠의 자취방에서 여름방학을 나게 된 민영이 그 집으로 정희를 초대한다. 정희는 지체 없이 민영에게로 가는데, 정작 민영은 기말고사 성적표 문제에 휩싸여 자신의 초대에 응한 정희에게 아무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엉뚱하면서도 평범하게 흐르던 이야기는 이 지점에서 발화하게 된다.

여기서 정희는 기말고사 성적표 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일에 속박된 민영에게 자신이 시청하는 시트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SBS에서 2001년에 방영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순 없다(이하 ‘웬그막’)>이다. 정희는 민영에게 시트콤의 등장인물인 영삼이를 아느냐고 물으며 191화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준다.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었던 영삼이와 친구들은 어렵게 용돈을 모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한다. 그런데 이들은 돈이 부족해 제주도에 단 3시간만 머물 수 있게 되는데,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제주도로 향한다. 그런데 비행기가 연착되어 계획했던 3시간보다 훨씬 줄어든 50분 동안만 제주도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영삼이와 친구들은 첫 계획보다 줄어든 5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몰두하기 보다는 난생 처음으로 방문한 제주도를 향한 동경의 마음에 오롯이 몰두한다. 그래서 이들은 깊이 만족한 모습으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정희는 민영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삼행시 클럽에서 함께 활동하고 비 내리는 날에 물안경을 쓴 채로 자전거를 타거나 대학생이 되어서 자기자랑용으로 활용할 덤블링을 연습했던 시절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민영은 정희가 들려준 이야기를 그저 바보들의 자기합리화라며 폄훼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같은 시트콤의 다른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웬그막> 97화에 등장한, 영삼이가 엄마를 위해 가수 나훈아의 사인을 받아오는 이야기이다. 평소 엄마의 속을 심하게 썩여온 영삼이는 우연히 엄마가 가수 나훈아의 팬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어버이날 선물로 엄마에게 나훈아의 사인을 드리기로 결심하게 되고, 어버이날 당일에 나훈아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 수소문 끝에 나훈아의 집을 찾아가거나 나훈아의 콘서트장에 난입하는 방식으로 늦은 시간까지 고군분투한다. 결국 영삼이는 나훈아의 사인과 함께 ‘좋은 아드님을 두셨네요’라는 멘트가 적힌 종이를 엄마에게 어버이날 선물로 전달한다. 나는 이 에피스도를 통해 ‘영삼이와 친구들이 제주도에서 머무른 50분의 시간’을 변호해주고 싶다. 이것은 결코 바보들의 자기합리화가 아니다. 제주도를 향한, 그리고 나훈아의 팬인 엄마를 향한 가릴 수 없는 진심이라고 보아야 한다.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은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던 시절의 진심을 잃은 이들에게 다시금 그 진심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작품처럼 다가온다. 내 친구에게 붙은 ‘단란주점 종업원’이나 영화 속 민영에게 붙은 ‘기말 성적표’ 혹은 정희에게 걸린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스무살’처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우리 각자의 실존에 더 많은 속성들이 덕지덕지 붙기 마련이지만, 진심으로 함께 뒹굴고 뛰놀았던 시절이 저 속성들로 인하여 부정당하지 않기를 소망하게 된다. 그렇게 진심이 담긴 솔직한 삶을, 영화는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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