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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잔소리를 계속 듣고 싶다. | 일상의 기록 2018-11-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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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버지와 나의 만남은 주로 병원 입퇴원과 관련있다.


항암치료 하러 입원하실 때 같이 가고, 퇴원하실 때 데리러 간다. 입원하러 갈 때는 같이 갔다가 혼자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는다. 수돗물소리가 울음소리를 감싸 주듯이 라디오 소리가 내 슬픔을 감싸준다. 퇴원할 때는 혼자 갔다가 같이 오니 덜 적적해 라디오를 아예 끈고 온다. 퇴원하고 집에 올 때 항암치료를 받으시느라 졸립고 힘이 없으신 아버지가 조수석에 무기력하게 계시곤 한다.


그런데 어느날 퇴원하고 집에 가는데 아버지가 자꾸 옆에서 잔소리를 하시는 거다. 파란불로 바뀌었으니 빨리 가라고, 속도를 좀 낮추라고, 저 앞에 가는 트럭은 이 차선에 오면 안된다고 등등.. 처음엔 왜 저러실까 기분이 좀 안 좋았는데 나는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아버지는 원래 좀 까칠하시다. 이것저것 자잘한 것까지 잔소리를 하시는 분이다. 그런 분이 아프시니까 힘이 없어서 잔소리도 못하신다(이런 면에서 아이와 비슷하다. 아이들은 건강할 때 재잘거리고 아프면 조용하니까). 그런데 다시 아버지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이제 좀 체력을 회복하셨나 보다. 아버지의 잔소리를 계속 듣고 싶다. 그 잔소리가 그리워질 날이 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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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니까 (제가 왜 참아야 하죠?) | 책읽은 후에 2018-11-08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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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가 왜 참아야 하죠?

박신영 저
바틀비 | 2018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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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착잡했고 무서웠습니다. 작가 특유의 코믹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 책을 영화에 비유하면. 폭력물이기도 하고 법정 영화이기도 합니다. 범죄와 판타지가 뒤섞인 인간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공포물이기도 합니다. 참, 해리포터 팬이면 재밌어 할 부분이 있긴 해요.


'그래도 되니까'

그래도 되니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의 동의없이 머리를 쓰다듬는 것, 신입 사원의 동의없이 반말하는 것, 술자리에서 동의없이 술따르는 것 등입니다. '그래도 되니까'는 '무시해도 되니까'와 거의 같다고 봅니다. 동격으로 안보고 하대하는 겁니다. 성폭력, 성추행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착각'

사람은 살면서 착각을 합니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그 자유의 범위는 '생각 안에서' 뿐이어야 합니다. 그 착각이 말과 행동으로 나왔을 때,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피해를 줬을 때 책임져야죠. 누군가(주로 부모님) 그 순간 따끔하게 혼내줘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면 그 피해는 반복됩니다. 여자들은 만져주면 좋아한다, 그냥 스쳤을 뿐인데, 손 한 번 잡고 어깨 툭 쳤을 뿐인데, 왜 그리 호들갑인가? 착각입니다. 이건 음주운전 몇 번 했는데 사고 안냈다고 떠벌리는 무용담 만큼 위험한 겁니다.


'개저씨, 썅'

이 책은 날 것입니다. 그것도 파릇파릇하게 날이 선 도끼예요. 골로 갈 수도 있어요. 조심하지 않으면 피 볼 수도 있구요. 별 이상한 인간들(개저씨, x할배 등)이 튀어나오는데 이게 모두 '논픽션'이랍니다. 아, 폭력물&법정물&범죄판타지공포물에 '논픽션'을 추가합니다. 참고로, 저 이 리뷰쓰려고 집에 오는 길에 씹을 거 사왔어요. 그냥 리뷰쓰기 힘들 거 같아 잘근잘근 씹을 게 필요할 것 같더라구요. 맨 정신에 리뷰쓰기 어려울 것 같아 술 한잔 하며 쓰려고 했는데(음주리뷰는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그건 리뷰쓰고 할까 합니다.


어떤 이는 무슨 말을 할 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요. 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이야기를 듣는 이가 생각하게 합니다. 청자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는 거죠. 어쩌면 이미 모든 사람들은 자기 안에 답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좀 했습니다. 기분좋은 주제도 아니고 호기심이 가는 주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는 데 필요한 '좀 쓴' 약을 마셨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 하나를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서도 여러 번 묻더군요. 왜 성폭력은 피해자를 먼저 닥달하냐? 다른 폭력은 가해자에게 왜 그랬어요? 묻는데 성폭력만 피해자에게 왜 그랬어요? 묻는 이유가 뭘까? 제가 생각하는 차이는 이렇습니다.


성폭력은 당시에 서로 동의했다면(불편하지 않았다면) 스킨십이나 성관계로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스킨십이나 성관계는 평범하고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다른 폭력은 서로 동의했더라도 평범하지도 않고 자연스럽지도 않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사람들은 성폭력에 대하여 피해자를 의심할 수 있지요. 근데 그게 순수한 호기심인 경우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피해자를 색안경 끼고 보는, 이건 집단 폭행입니다.


이 책은 여러 모로 도움이 됩니다. 성폭력과 미투 운동에 대하여 이처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책은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작가가 실제로 한 소송을 서술한 부분은 소송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송이라는 게 그 인간의 밑바닥을 박박 긁어 보는 것인가 봅니다. 페이스북에 악플을 쓴 고등학생에 대한 작가의 대응은 표준매뉴얼로 전국민에게 배포해도 될 정도로 좋았습니다.


약간 비약적인 부분이 있어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이 책의 논리에 동의합니다. 결국, 성폭력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권력 행위의 하나인 듯 합니다.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거죠. 지배와 피지배, 그 오랜 갑질의 역사가 DNA에 새겨져 있나 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바뀝니다. 귀찮고 위험하더라도 행동해야죠. 그리고 쓸데없이 착하면 안됩니다. '평등해야 안전하다', 생소한 문장이지만 기억하겠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대한민국 남자들을 몽땅 '집중 성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하고 시험을 보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험에 붙은 남자들만 자격증을 주고 그 자격증이 있어야만 직장이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몰라서 저지르는 성폭력이 은근히 많거든요. 모르고 저지르는 것도 죄입니다.


-----------------


성폭력이 성욕을 못 참는 일부 남성들의 개인적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일상의 범죄, 아니 남성 지배의 일상을 유지하는 범죄라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점에서 '미투' 선언은 '나도 당했다'가 아니라 '나도 고발한다'가 맞습니다. (7쪽)


악마 같은 남자가 강간을 한다는 통념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평소 존경하고 의지했던 상대를 악마, 강간범으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마, 이게 강간일까 의심하다가 여러 번 당하게 됩니다. (26쪽)


그렇다면 이건 '남성성' 자체의 문제입니다. 여성은 자기보다 아래 있어야 하고 자기를 보고 생글생글 웃어주고, 자기 마음에 들게 행동해야 한다고 믿으며, 반대의 경우 스스럼없이 언어폭력을 행사해도 된다고 믿는 남성집단 전체의 문제입니다. 교육 정도나 빈부, 계급,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남성들이 성폭력을 행하면서도 모르고 있는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다 하는, 해도 되는 일상의 폭력이기에 그렇습니다. (53~54쪽)


그러니까 정 씨 또래 중년 남성들이 한참 미혼 자격으로 연애하며 이성에 대해 알아가던 20여 년 전에도 배움의 기회는 있었던 것입니다. 40대 이상 남성들은 다들 신 교수 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그것은 성폭력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할 수 있는 권력이 있으니까 하는 겁니다. 해도 고소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 있으니까 하는 것입니다. 고소당해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리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하는 겁니다. 이 사회가 남성인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불평등하다는 것을 아니까 하는 겁니다. (58쪽)


성폭력 역시 다른 폭력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우월하다는 증명을 하고 싶어서 약한 상대를 골라서 합니다. 자신이 상대방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는 느낌을 즐기기에 알고 하는 폭력입니다. 이따금 노인 요양 시설에서 젊은 남성 병원 관계자가 노년 여성 환자를 성희롱, 성폭행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이로 보아, 성폭력이 여성의 외모나 나이, 성욕 유발과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평생 성폭력을 당할 입장에 있습니다. (72쪽)


효도하고 싶으면 자신이 직접 안마를 해드리면 됩니다. 내키지 않아 하는 딸에게 하라고 시킬 것이 아니라요. 그런데 왜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딸을 시킬까요? 어르신에게 어린 여성의 손길을 받게 하는 접대이고 효도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차피 그 시간에 공부도 안 하면서 왜 안마를 안 하냐고 야단치지 마십시오. 어린 여성인 본인의 몸을 상납하여 효도하려는 속셈을 본능적으로 느끼기에 안마 강요당한 딸이 싫어하는 겁니다. 아무리 내 딸이고, 내 손녀라도 싫다 하는 여성에게 남성의 몸에 손을 대는 안마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을 범죄입니다. (85~86쪽)


2018년 1월, 우리나라 미투 운동에 불을 붙인 서지현 검사의 예를 보십시오. 서 검사는 2010년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서 검사는 2018년 7월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검사들 중 제가 낮은 기수였어요.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의 조직 문화상 원래는 말석에 앉았어야 했는데, 누군가 저를 밀어 그 옆에 앉게 됐어요. 당시 안 단장 옆에 법무부 장관이 있었는데, 대체로 높은 분 옆자리에는 여성을 앉히는 일종의 관례(?) 때문에 저를 그쪽으로 밀었던 것 같아요. 당시 그 테이블에 여검사는 저 혼자였어요." 이어서 안 씨는 서 검사의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쓰다듬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는 동료 남성들은 다 못 본 체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서 검사는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90쪽)


 범죄자는 변명을 할 때 불리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뒷받침 증거가 될 수 있는 말을 하기 마련입니다. '딸 같아서 그랬다'라고 말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용서받는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딸인 줄 알고 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용서해준다고 믿고 있는 겁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단체로 같은 말을 할 때에는 오랜 역사적 문화적 DNA가 작용합니다. 굳건한 사회 통념에 기반해서 말입니다. (98쪽)


 정리합니다. '딸인 줄 알고 했다'라는 말은 '딸인 줄 알고 했으니까 심한 죄가 아니다, 그러니 용서해달라'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에게는 딸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가부장이니까 자신의 돈을 받는 어린 여성들, 자신의 돌봄과 지도를 받는 종교 단체나 복지 시설에 있는 여성들과 학교의 제자들을 성폭력해도 무죄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늙은 가해자 남성이 어린 피해자 여성에게 '딸처럼 잘 대해줬는데 감히!'라고 배신감을 느낀다며 당당히 피해 여성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딸이니까 성폭력을 해도 된다. 딸이니까 아버지가 뭔 짓을 해도 거부하지 말고 복종해야 한다. 아버지니까 어떤 잘못을 해도 법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감히 고소하다니! 이런 불효녀 같으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06쪽)


 합의금이나 보상금도 제대로 받아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꽃뱀으로 몰릴까봐 가해자에게 사과만 요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가해자들은 진정으로 사죄하지 않습니다. 그럴 놈이면 애당초 그런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겠죠. 가해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돈을 잃는 것이니 돈을 제대로 받아내는 것도 복수입니다. (117쪽)


제가 그걸 모르고 초기에 강한 대응을 하지 않았기에 이후에 다른, 저보다 어린 직원들까지 연달아 최 씨의 폭력에 시달리게 되었을까요? 이 생각을 하면 저는 지금까지도 죄책감을 느끼고 마음이 아픕니다. 통계에 의하면 강간범의 90%는 연쇄간강범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당했을 때 적극 대처에 나서는 것은 이후의 연쇄 범죄를 막는 정의실현도 됩니다. 혼자만의 아픔으로 묻어두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35쪽)

-> 이 통계('강간범의 90%는 연쇄간강범')에 대한 근거가 있으면 더 설득력이 강할 것 같다.


 문서로 남기면 여기서 용서해주겠다. 당신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계속 직장을 다니겠다, 하지만 각서 작성을 거부한다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 어떻게 말 것인지 선택하라고요. 그는 각서를 쓰겠노라고 말했습니다. (146쪽)

-> '어떻게 말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아닐까?


성범죄자 유부남들이 초기와 달리 돌변해서 뻔뻔하게 나오는 것은 부인 때문입니다. 부인에게 아이들과 재산 빼앗기고 이혼당하는 것이 무서워서 자신의 결백을 외치는 겁니다. 성추행은 보통 벌금이나 보상금이 500만원 근처입니다.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다가 재판에서 져서 이 정도 금액 잃는 편이 더 이득입니다. (160쪽)


남편과 신체 접촉을 한 피해 여성이 미워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분노를 엉뚱한 데로 돌려서 일을 망치지 마라. 남편이 진심으로 사과하게 만들어 얼른 사건을 수습하라. 남편은 가족을 잃을까봐 결백을 주장하며 끝까지 간다고 우기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가면 전과 기록만 남고 성범죄자 열람에 오를 뿐이다. 지혜롭게 행동하라. 고소 전에, 늦어도 1심 선고 나기 전에 합의하라. 자녀들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 것인데 아버지를 전과자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수습한 후에 경제력을 빼앗아라. 그리고 평생 남편을 휘어잡고 복수하다 애들 다 키워놓고 이혼하고 내쫓든지 하시라. (164쪽)


가해자 측이 합의를 종용하는 이 단계에서 주의할 일이 있습니다. 저희야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의 성인들이니 가해자 측에서는 저희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10대나 20대 초반 어린 나이의 피해자일 경우에는 가해자가 합의해달라고 피해자의 아버지 등 남성 보호자에게 접근합니다. 이 경우 보호자가 쉽게 합의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피해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말이죠. 친아버지도 기존 통념에 영향받은 남성인지라 '이왕 몸은 버렸고 소문 나봤자 좋은 일 없으니 돈 받고 빨리 끝내자'는 생각에 합의를 해주게 되는 것입니다. 피해자인 딸의 분노를 이해 못합니다. 한편 어릴 적 헤어진 아버지나 의붓아버지 등 피해자와 정이나 친분이 없는 보호자들이 합의금을 챙겨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결국 피해 여성은 가해자를 벌주지도 못하고 병원비도 못 받게 됩니다. (181~182쪽)


 현행법은 가해자의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성폭력으로 인정합니다. 제297조 강간과 298조 강제추행 조항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는 대목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되면 구체적인 폭행, 협박 등 강제력을 동원했다는 입증을 피해자가 해야 하고 피해자는 저항을 해서 상해를 당해야만 합니다. 피해 후 가해자를 멀리하지 않거나 여전히 직장을 잘 다니거나 심신에 문제없이 남들이 보기에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피고용인 입장이어서 어쩔 수 없이 저항하지 못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한 것이 왜 피해자가 아니라는 증거가 됩니까? 왜 가해자에게 가해를 했냐고 묻지 않고 왜 피해자에게 저항을 안 했냐고 묻습니까? (209쪽)


전날부터 흰 눈이 축복처럼 내려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푸른 죄수복을 입고 밧줄에 묶여 법정에 등장하는 최 씨를 보니 더욱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방청석을 둘러보다, 최 씨의 80대 노부모님과 시선이 마주치니 그때는 좀 마음이 안됐더군요. 남부 지방에 폭설주의보가 내려 기차가 연착되었던데, 어떻게 오셨을까 하고 걱정되더라고요. 어머나, 아직도 저는 쓸데없이 착하군요. (211쪽)


제대로 저항을 못하면 화간이 되고, 저항을 하면 꽃뱀이 됩니다.

 저는 이 사회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성들은 여성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인간과 노예 사이, 인간과 가축 사이의 존재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티가 나지 않기에 저의 이런 말이 과격하고 삐딱하게 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나 2018년 미투 운동처럼 여성이 남성에게 큰 피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현실이 한눈에 보입니다. 다들 가해 남성 편을 들기 위해 어떻게든 피해 여성 탓을 하고 있거든요. (228~229쪽)


그렇다면 사회가, 남성연대가 원하는 진정 피해자다운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무서운 답을 하겠습니다. 죽은 피해자입니다. 자, 여러분 인터넷 검색창에 안희정 사건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세요. 댓글을 관찰해보세요. "고 장자연 씨 사건은 외면하고 왜 김지은 비서만 지원하냐?", "진정한 미투 고발자는 고 장자연 씨다" 이런 말을 하는 남성들이 참 많습니다. 여기에 대고 "여성계는 처음부터 고 장자연 씨 사건에 함깨했다, 뉴스나 검색해보고 말해라, 물타기 하지 마라, 논점 일탈하지 마라'라고 백번 말해줘도 안 통합니다. (229쪽)


 지금 굉장히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성들 중 평생 살면서 성희롱추행폭력 한번도 안 겪어본 사람 없습니다. 그런데 용기 내어 미투 고발한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냐', '고 장자연 씨만 미투다'라고 몰아가면 결국 '피해를 입증하려면 죽어라'라고 압박하는 셈이 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억울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고민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요! (230~231쪽)


특히 중년 이상 남성들 반응을 보면 이상합니다. 다들 화간 판타지, 꽃뱀 판타지, 팜므파탈 판타지 3종 세트를 공동 구매한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한참 어린 싱글 여성이 굳이 유부남을 선택해서 힘들게 이혼시키고 차지하려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합니다. 이들은 왜 가해자 성폭력범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가해자의 가정이 깨질까봐, 가해자가 늘그막에 아내에게 버림받을까봐 걱정하고 있을까요? 빙고, 본인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250~251쪽)


 그중 일부 남성들은 별거 아닌 여직원의 행동을 굳이 과대해석해서 범죄를 저지릅니다. 해도 되니까요. 해도 세상이 남성인 자신의 편이니까요. 다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가해자의 변명을 믿고 피해자를 인신공격, 명예훼손하며 2차 피해까지 줄테니까요. 남성들은 다른 남성의 강간할 권리를 지켜주려 합니다. 그래서 유부남 범죄자에게 공감하여 범죄자와 범죄 자체를 욕하지는 않습니다. 범죄자 남성의 아내가 최대 피해자라며 진짜 피해자를 죄인이라 욕합니다. (251쪽)


악마와 같은 방식으로 싸우다보면 나 또한 악마를 닮아갑니다. 그러니 악마를 무서워하지 말고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상황을 뒤집어야 합니다. 무서워하면 집니다. 웃어서 이겨야 합니다. (275쪽)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에게 남기는 상처의 핵심은 자신이 인권을 가진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괴로웠습니다. 나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남자들과 세상에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279쪽)


성폭력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한 쪽에 이유를 묻습니다.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냐고! 이상했죠. 이제 문리가 트인 저는 알아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잘못한 쪽이 피해자 여성이라고 생각하기에 묻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해자 남성이 아니라 피해자 여성을 탓하고 여성 쪽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281쪽)


 여성혐오는 여성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너무 좋아해서, 여성이 너무 필요해서 여성을 공짜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각종 시스템, 사고방식, 차별, 문화가 여성혐오입니다. 여성혐오에 물든 남성들은 여성은 동등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 사랑, 보답 없이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288쪽)


 인간은 누구나 다른 인간에게 잠재적 가해자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사회 문화의 '나쁜 물'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별거 없습니다. 소금물 통에 들어가면 오이지 되고, 단촛물 통에 들어가면 오이피클 되는 겁니다. 치열한 자기성찰로 나쁜 물을 빼지 않고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를 하고 다니게 됩니다. (290쪽)


<순서>

1 자기소개, 신원 확인

2 있었던 일 확인, 학생 본인의 악플 낭독

3 본인 사죄

4 부모님 사과

5 학생과 부모님의 자필 사과문, 재발 방지 각서 작성

6 사과문의 문제점 지적, 보완(문제 없으면 8번으로)

7 다시 작성(문제 있으면 다시 6번으로)

-> '문제없으면 8번으로'라고 되어 있는데 8번이 안보인다.


장기적으로 보아 평등해야 안전해진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314~315쪽)


 마지막으로 각자 아버지, 남편, 남친, 오빠나 동생, 아들을 잘 키웁시다. 할머니, 어머니 등 말이 안 통하는 명예남성인 여성들도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합시다. 성폭력 범죄자와 같은 사고방식에 기반한 말을 할 때 참교육을 시켜줍시다. 말이 안통하면 그렇게 후지게 살다가는 아내, 딸, 여친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을 경고해줍시다.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은 굳이 변화시키려 애쓰지 말고 그때그때 버립시다.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도 정 본인이 상처받고 괴로우면 가족 행사 때나 얼굴 보고 반의절 상태로 지내면 됩니다. 서구 선진국처럼, 대놓고 협오 발언을 하면 사람취급도 못 받는다는 인식이 사회에 퍼져야 사람들이 알아서 입조심하게 되니까요. (315쪽)


<단어>

1) 화간(和姦):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서로 눈이 맞아 성관계를 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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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실천 (내 몸 치유력) | 책읽은 후에 2018-10-2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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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몸 치유력

프레데릭 살드만 저/이세진 역
푸른숲 | 201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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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회사 휴게실 책꽂이에 있던 책이다. 가끔 쓱 보고 눈에 띄는 책을 집어 무작위로 펼쳐 읽곤 한다. 그러다 호기심에 처음부터 읽은 책이다. 딱히 남는 건 없다. 저자는 의사라고 하는데, 이 책으로 인해 자신의 밥벌이에 문제가 생길 걸 각오하고 썼단다.


이 책에서 뭔가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뭔가를 기대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없을 것이다. 다들 알고 있는 대로다. 기본은 건강한 음식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이다. 거기에 술을 멀리하고 담배를 피지 않고, 많이 웃고 사랑하면 된다. 누구나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그런 곳은 없듯이, 이런 삶도 없을 것이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이 책의 내용을 적용하면 된다. 부모나 스승의 조언이 그렇듯이, 그저 '참고'하면 된다. 누군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따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나는 나만의 인생을 사는 거니까). 그래서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불쌍해하는 것도 쓸데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는 각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누군가의 삶을 참조해서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면 된다.


예를 들면, 난 단 걸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제어가 안된다면, 5번 먹을 걸 3번으로 줄여본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고기를 너무 좋아한다면 한 번에 끊기보다는 횟수를 줄이거나 좀 더 건강한 고기를 먹으면 된다. 고기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운동을 더 하면 된다. 뭐, 이런 식이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건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냥 심심할 때 읽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다. 일종의 건강검진이다. 건강검진을 하고 나면 반성하게 되고 건강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도 몇 가지 유용하고 새로운 지식이 있었다. 다크 초코렛(100%여야 한단다)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건 몰랐었다. 뱀장어는 중금속 분해능력이 없어서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건 몰랐다. 딥 키스가 여성에게 예방접종 역할을 한다는 것도 몰랐다. 단식이 그처럼 건강에 좋은지 몰랐었다. 아토피나 각종 면역문제는 역시 너무 청결한 삶을 살아서 생기는 것 같다. 끝부분엔 줄기세포의 놀라운 능력이 있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지만 중요한 건 '실천'이다. '의지박약'이야말로 반드시 치료해야 할 무서운 질병이 아닐까? 저자는 환자들이 의사인 자신보다 다이어트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놀랐다고 한다. 시작하는 것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건강도 의지와 용기에 달려있다. 얼마나 의지가 강한지, 얼마나 용기가 있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여담이지만 나는 전적으로 운동의 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운동에 관해서라면 난 의사의 말을 '참고'만 한다. 내가 아는 분은 무릎이 안좋아서 의사가 마라톤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분은 열심히 운동하여 매년 마라톤 하프코스를 문제없이 뛰고 있다. 나는 목통증 때문에 고생했는데 아무리 병원에 다녀도 낫지를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수영을 한 이후에 목통증이 사라졌다. 현재 허리치료를 하고 있고 한의사는 뛰지 말라고 하는데 난 시간이 날 때마다 달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통해 몸 속에 잠재되어 있던 치유능력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운동은 가끔 병원치료 이상의 치유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의사들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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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입이 심심해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간단한 방법을 한번 시도해보자.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에 달려들어 5분만이 1킬로그램을 늘리고 싶은 바로 그때, 백 퍼센트 다크초콜릿 바를 두세 조각 잘라 먹고 잠시 가만히 있어보자. 여러분도 확인하게 되겠지만 효과는 당장 나타난다. 다크초콜릿을 섭취하면 괴로움이나 좌절감 없이 식욕만 금세 싹 가신다. (15쪽)


1968년 혁명의 5월, 파리의 담벼락마다 "경찰은 그대 마음속에 있다"라는 슬로건이 나붙었다. 이 말은 지금도, 그것도 예전보다 더 참담하리만치 잘 들어맞는다. 경찰관, 부모, 지나치게 권위적인 선생은 알아보기 쉬운 '표적', 싸우든가 무시하든가 피해야 할 표적이다. 그러나 싸워야 할 상대가 나와 같은 편, 내 친구처럼 보이거나 나도 끼고 싶은 집단의 일원처럼 보인다면 싸우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가능성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사장시키는 삶을 살게 된다. 시험해보지도 못한 무한한 가능성, 눈곱만큼도 구현해보지 못한 어린 시절의 꿈을 그냥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자기 본연의 존재, 자신의 중심, 간단히 말해 자기 행복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런 유의 메시지들을 주입받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 먹으면 엄마가 칭찬해줄게"라든가 "네 몫은 다 먹어야지"라는 말을 듣고 자랐으면, 어른이 된 후에도 배고프지 않고 먹고 싶지 않은데도 꾸역꾸역 밥그릇을 비우고 있을까?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믿는다. 먹고 싶지 않을 때는 먹지 않는 법을 배워라. 그게 행복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나 자신의 무의식 속에는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의 시선이 있고,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몹시 힘들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야 자유를 얻는다. 어떤 이들은 자기에게 정체성을 제공하는 집단에 끼기 위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마약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서서히 자기를 파괴하는 행위, 수명을 단축하는 행위다.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부모나 친구들에게 주입받은 잠재의식 속의 메시지대로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더 나쁘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드라마 주인공의 이미지대로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인생은 엇나가기 시작하고 가엾은 아이들, 끝나지 않는 불행이 덤으로 온다. 직업을 선택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속의 열망을 외면한 채 주위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진로를 정해버린다. (164~166쪽)


 다만 그들에게는 공통분모가 있다. 자기통제력을 장기적으로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은 의지박약으로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다. 살을 빼고 그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바로 그 기본이다. 쉽게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 이거야말로 일상의 실패를 성공으로 변모시키는 핵심이다. 열심히 운동을 하면 배에 근육이 생기듯이 자기통제력도 훈련으로 강화할 수 있다. (197쪽)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더 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시각적 데이터가 우리가 기울이는 주의력과 무관하게 의식에 도달하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이 말인즉, 우리가 시선을 두지 않아도 뭔가를 볼 수 있고 별 의식 없이도 시각적 요소들을 기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데자뷔 현상의 일부는 충분히 설명된다. 사람의 기억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조물이다. (212쪽)


연구자들은 사람의 뇌에도 자기를 띤 입자들, 다시 말해 미세한 자철광 결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말인즉, 우리 뇌도 외부 자기장에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자철광 결정은 나침반 바늘을 만드는 원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자기장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배울 수 있다면 우기가 쥐고 있으면서도 사용법을 몰라 묵혀두었던 힘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219쪽)

-> '우기가'가 아니라 '우리가'일 것 같다.


나는 특히 위장된 우울증MD, Masked Depression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장된 우울증의 경우, 우울증이 자리 잡는데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본인조차 자기가 진짜 우울증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한다. 몸이 계속 구조신호를 보내는데도 괴로워하는 당사자나 주변 사람이나 그 절망에 찬 SOS를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다 위장된 우울증은 소리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사람의 심신을 갉아먹는 병이다. (222쪽)

-> 위장된 우울증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서기나 작가처럼 직업적으로 글씨를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한다고 해서 '글쟁이병'이라고도 하는 근긴장이상증Dystonia에도 경두개 자기 자극 요법이 효과가 있다. 지금은 이 새로운 치료병이 도입되는 단계일 뿐이지만 이미 기대를 걸어볼 만한 성과들이 나와 있으니 고전적인 치료법이 잘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시도를 고려해볼 만하다. (225쪽)


이 환자들에게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90퍼센트 이상은 바이러스 감염 이후에 자연 치유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사실 암세포가 있다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하는 인터페론이라는 단백질이 결핍되어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 이후의 자연 치유는 바이러스와 암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생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예를 들어 인유두종바이러스와 자궁경부암(지금은 사춘기 이후에 접종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이 나와 있다), 간염바이러스와 간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와 버킷림프종의 관계를 생각해보라. 그런데 자연 치유에 대한 연구는 정반대의 얘기를 들려준다. 바이러스 감염이 암이 낫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팀들이 많다.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진은 감기바이러스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암 치료에 감기바이러스를 이용한다는 게 언뜻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미 몇 가지 단서가 발견되었다. 이 연구는 암(버킷림프종)에 걸린 8세 우간다 소년이 홍역에 걸렸다가(바이러스 감염) 암이 자연 치유된 사례에서 힌트를 얻어 시작되었다. (243쪽)

-> 신기하다! 바이러스로 암을 치유할 수 있다니. 이이제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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