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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거 없는 재판

알렉산더 스티븐스 저/서유리 역
바다출판사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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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사진] 영화 「라쇼몽, 1950」
 



[출처] [동아사이언스, 2019.02.24] [내 마음은 왜 이럴까?] 진실을 대하는 인간의 속성 '라쇼몽 효과'


■ 라쇼몽 효과(Rashomon Effect, 또는 '라쇼몽 기법', '라쇼몽 현상')

동일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으로 해석하면서 본질 자체를 다르게 인식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골라 ‘취사선택’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일본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1950년 찍은 영화 〈라쇼몽(羅生門)〉에서 비롯된 용어로 철학, 심리학 등의 학문에서도 자주 쓰이는 용어이다. (출처 : 위키, 다음 백과)



 

일본 근대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중 「라쇼몽(羅生門)」 이라는 소설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의 근대 소설이나 수필집 처럼 작가의 여러 단편 소설을 한 권에 묶어 놓은 책이고, '라쇼몽'은 그 중 대표되는 소설을 제목으로 해놓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라쇼몽'이라고 알고 있는 소설의 제목은 정확히 말하면 '라쇼몽'을 제목으로 한 책 중 '덤불 숲(藪の中)'이라는 소설의 내용이다. 그 내용을 '라쇼몽'으로 알고 있는 이유는 바로 1950년에 제작된 영화 '라쇼몽' 때문이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아쿠타가와의 소설 '라쇼몽'과 '덤불 숲'에서 각 각 배경과 내용을 조합하고 각색하여 영화화 한 후 1951년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일본 영화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고, 그 내용이 '라쇼몽'으로 각인 된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덤불 숲'이 아닌 '라쇼몽'으로 통일해서 말하려고 한다. 라쇼몽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 사무라이가 아내를 말에 태우고 함께 숲길을 지나던 중 낮잠을 자던 산적을 만난다. 산적은 사무라이의 아내를 보자마자 그녀를 겁탈할 생각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고 속임수를 써 사무라이를 포박한 채 그 앞에서 그의 아내를 겁탈 한다. 이후 현장을 지나던 나뭇꾼이 상황을 목격하게 되는데, 사무라이의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관청에 신고하여 산적이 체포되고, 현장에 있던 모두는 관청에 불려와 심문이 벌어진다. 심문 현장에는 영마사가 불러낸 죽은 사무라이의 영혼(귀신)까지 포함에 그의 아내, 산적, 목격자 나뭇꾼 까지 4명이 있었고, 이들은 하나의 범죄 현장을 경험하고 서로 다른 진술을 한다.

 

산적 : 자신이 속임수를 써 여자를 겁탈했지만, 사무라이와는 정당한 결투 끝에 죽인 것이다.
아내 : 산적에게 자신이 겁탈당한 후 남편을 봤더디 자신을 싸늘하게 쳐다봤고,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신을 경멸한다고 느껴 남편을 찌르게 되었다.
사무라이 : 아내가 자를 배신했지만, 오히려 산적이 자신을 옹호했다. 나는 스스로 자결했다.
나뭇꾼(목격자) : 여자가 싸우기 싫어하는 두 남자 부추겨 결투를 붙인채 도망친 가운데 둘은 쓸데없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대충 훑어보아도 참 답답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더 답답한 건 영화나 소설에서 역시 과정만 있을 뿐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은 없다. (그러니 결론은 누가 범인인데.. 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길..) 인간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무의식 속에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으로 판단할 때가 많다. 라쇼몽 처럼 하나의 경험을 동시에 했음에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을 하는 것 처럼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바로 「라쇼몽 효과」 라고 한다. 시작이 너무 장황해져 버렸지만, 이런 답답하고 황당한 상황은 이 책 속 7건의 사건에서 반복해서 등장한다. 

 

 

■  신뢰할 만한 사람 VS. 평판이 나쁜 사람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는 평소에 주위와 사회로부터 신뢰 받는 사람(1장, 젊고 유망한 정치인, 男)과 평판이 나쁜 사람(2장, 악덕 변호사)이 등장한다. 물론 둘 다 화이트 컬러 직업을 갖고 있으며 '가해자' 신분이다.

 

1장에 등장하는 젊은 정치인은 성폭행 범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이 사건이 충격이었던 이유는 그가 단순히 젊고 유망한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자신의 선거전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 바로 '성범죄 처벌의 신속한 강화와 성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 였던 덕분에 여성 지지자들로부터 유독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선거 승리 후 뒤풀이 파티에서 발생한 그 사건은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나서야 여성 인턴을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가 된다. 성범죄가 그렇듯 공개된 장소보다는 은밀한 곳에서 범해지는 데다 피해자의 경우 수치심 때문에 신고가 늦어지거나 하지 않는 경우, 몸이 더럽혀 졌다는 생각 때문에 강박적으로(?) 씻어내려는 등의 이유로 증거물 확보 역시 매우 어렵다. 이 사건에서 또한 그랬기 때문에 양측의 진술로 그 죄를 확인할 수 밖에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자신에게는 유리하나 상대방에게는 불리한 진술을 하지만, 그 진술을 맞춰보면 기본적으로 사건 경과에 대해서는 일치했지만, 합의였는지 무력이 사용되었는지에서 진술이 엇갈린 상황이었다. 그리고 성범죄 척결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치인은 유부남이었고, 피해자라 주장하는 여성은 현장에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2장에 등장하는 변호사는 비정한 범죄자들이 앞다퉈 자신의 목숨을 맡길 정도로 법조계에서 혐오 대상이다. 다시 말해 승소와 자신의 유명세를 위해서는 무슨 수든 쓴다. 그리고 의뢰인은 테러리스트, 살인범, 마피아 보스, 유명인사 등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가 주로 쓰는 수법은 증인들을 불쾌한 태도와 방식으로 대하며 재판을 질질끌며 괴롭히는 방식이다. 그리고 증거 부족으로 불리해 지면 협상을 포기하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무죄판결을 끌어내는 수법을 쓴다. 이 사건에서는 그 협상과정(진술 대 진술 상황임을 알 수 있다.)에 문제가 생겼고, 때마침 법조계에서는 '너 잘 걸렸다.'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물적 증거가 없이 진술에 의존해야 되는 상황에서 변호사는 이미 나쁜 인상이 각인된 상태이다. 재판에 임하는 소송 당사자 그 중 특히 판결을 담당하는 판사는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성을 유지해야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평정심을 이 상황에서도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악덕 변호사로 유명한 그 변호사도 아무리 악명 높은 방법을 쓴다고 해도, 적어도 법에 위법되지 않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법의 허점을 활용하겠지만) 방법을 써야 된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 둘은 어떻게 됐을까? 유망헀던 정치인은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고, 선고받은 날 저녁 넥타이로 목을 맨 체 발견이 된다. 그리고 평판이 나빴던 그 변호사는 판사들이 신뢰하는 진술에서 드러난 한계로 무죄를 받는다. 현장에서 매일같이 범죄자들과 법전과 싸우는 법조인들 조차도 끝날 때까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의심에 대한 끈을 놓치 않아야 됨을 말해주는 사건인 것 같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의(自由心證主義 :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일임하는 주의)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  진술의 진실성  (feat.  아이의 진술증인의 기억)

 

 



[사진 출처 및 설명] 일드 「비기너, 2003」 3화 중에서


일드 「비기너」는 2003년에 일본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로 명예퇴직자, 비리라는 누명을 쓰고 강제 퇴직당한 고위공직자, 전직 텔레마케터, 전직 양키(?), 중졸의 전직 야쿠자 보스의 아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18수 만에 합격한 사람, 가정 주부, 판사의 딸인 대학생이 우여곡절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년간 사법연수원에서 좌충우돌하며 법조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이다.

 

위 사진은 그 중 3화의 내용으로 강의를 시작하려는 찰나 야구 방망이를 든 괴한이 갑자기 침입하여 교수를 습격하고 도망치는 상황이다. 교수를 포함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당황할 틈도 없이 너무 놀라 우왕자왕 하지만, 사실 이건 교수의 자작극으로 쓰러져있던 교수는 바로 일어나 "자 이제부터 여러분은 저를 습격한 범인을 맞춰보세요."라고 말한다. 이쯤되면 예상되겠지만, 현장에 있던 목격자(사법 연수생들)들은 있지도 않은 사실들을 당연하다는 듯 서로 손을 들어 증거라며 제시한다. 법 공부를 하며 많은 사례를 접했을텐데도 말이다. 참고로 이런 자작극 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수사관들도 교육 중 비슷한 훈련(?)을 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과연 증인의 기억은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며, 이런 질문들을 하곤 한다. "누가 예뻐?", "맛있어 맛없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종 종 보이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런 아이들이 피해자로 혹은 증인으로서, 부모의 이혼을 위한 도구로(정말 화나는 일이지만 그런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법정에 서게 될 경우 아이의 말을 100 퍼센트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믿어도 되는 걸까?

 

6장에서는 13세의 아이가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 당한 피해자로 증인으로서 진술을 한다. 이 사건에는 아이의 엄마와 의붓아버지 사이의 이혼 문제라는 성가신(?) 문제도 존재한다. 이 성가신 문제는 아이의 진술에 대한 진술여부에 의문을 품게하는 요소도 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부모의 이혼에 아이가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 말이다. 물론 이 사안에서는 13세라면 이미 알건 다 알텐데.. 라는 생각은 일단(강조!!, 후에 필요하기 때문에) 접어둔다.

 

7장에서는 또 다시 법조인이 등장한다. 피해자로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될 이 남자는 저자의 친구이자 형사사건 담당 현직 판사이다. 건강을 위해 퇴근 후 조깅을 즐기는 데, 어느 날 퇴근 후 조깅을 하다 자신 앞으로 급정가 하는 바람에 사고를 당할 뻔 하자 그 차의 뒤쪽을 손으로 치며 항의했다가 운전자로부터 심하게 폭행을 당하게 된다. 그런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근처 피자가게의 주인이 나와 자신을 도와주는 사이 가해자는 도망을 가버린다. 다행이 피자가게 주인의 증언 덕분에 후에 범인이 검거되기는 한다. 문제는 사건이 있고 재판이 있기 전 그 사이에 동네 마트와 재판 당일 증인으로 호출되기 기다리며 법정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범인이라고 보였던 그 자와 마주치게 되는데, 자신을 바라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피해자인 판사는 심하게 흥분하게 되고, 재판중인 법정에 뛰어들어(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지만..) 강하게 항의한다. 진짜 범인(증인)은 저 밖에 있다고!!

 

이 둘 또한 어떻게 됐을까? 아이를 성폭행한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의붓아버지는 아이가 그 남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그에 대한 질문에 울며 도망가는 바람에 그 간의 일방적인 진술은 무너져 버리고 그는 무죄로 풀려난다. 재판이 종결되고 얼마 후 감사하다며 와인박스를 들고 변호사를 찾은 그 남자는 변호사에게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난다. 우리 둘은 서로 사랑했다고, 아이의 13번째 생일날 우리는 제대로 된 사랑을 했다고. 그리고 판사였던 피해자가 자신을 보며 기분나쁜 웃음을 보인다던 그 증인은 바로 진짜 범인이 아닌 자신을 도와준 피자가게 주인이었다. 그리고 현재도 수없이 되 뇌인다고 한다. "왜?, 도대체 왜?"라고..

 

아마 특히 위 판사의 사례는 꼭 범죄 사건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책 말미에 저자는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거짓말을 알아차리지는 못한다.(p.254)'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럴 때 있지 않은가? 나는 제대로 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실제로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말이다.

 

 

■  증거 없는 재판  VS.  증거 있는 재판

 

이 책의 제목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증거가 없어 진술에 의존해 판결을 해야 하는 상황을 주로 말하고 있지만, 증거가 있다고 반드시 그 증거가 진실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바꿔 말하면 증거가 있어도 그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결국엔 '진술 대 진술' 상황이 된다는 말과 같다. 3장 에서는 시체 없는(증거 없는) 살인 사건에서 진술에 의존해 진실을 쫓고, 4장에서는 명백한 증거는 있지만, 그 증거로 범인을 찾을 수 없는 온라인 범죄 사건을 다루고 있다.

 

3장 에서는 썩 화목하지 못했던 한 가정의 가장의 사망 사건(?)을 다룬다. 늘 신경질 적인 아내와 게으른 두 딸 그리고 역시 일 없이 뒹굴 거리는 예비사위 한 명을 먹여살리던 가장이 어느날 실종된다. 나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나 우악스러운데다 불친절하고, 외양간일을 하며 악취를 머금은 채 늘 동내 술집 한 구석에 앉아 집안에 대한 한탄을 하며 취할때까지 마시다 귀가 하는 그를 동네에서 좋게 보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사라지고 생존 징후에 대한 흔적이 없다는 걸 1년 반이나 지나서야 수사기관에서 사건으로 인지하고 수사를 하고, 용의자로 지목된 나머지 가족 4명이 수사관들의 신문에 의해 자백 아닌 자백을 한다.(자백 과정에서도 귀차니즘이 묻어난다.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 앞에 음.. 아.. 어.. 가 반드시 등장했다.) 범행 과정은 고유정 사건을 떠올릴 만큼 정말 끔찍했다. 중요한 건 아버지의 시신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어 4명의 자백에 의존해야 했는데, 이 4명 모두에게 납득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 결국 판사는 4명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지한 체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를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있다.

 

4장에서는 피해자와 명백한 증거는 있는데, 범인은 찾지 못했던 사안이 등장한다. 자살시도라고 여겨졌던 이 사건은 수사가 시작되자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진다. 30분에 380유로(한화 약 50만원)를 지급한다는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돈도 벌겸 전기실험에 참가하기로 한 22살 여대생은 실험 대상에 적합한지 사전 테스트를 한다며 온라인을 통해 영상채팅을 통해 지시하는 데로 하다 전기에 감전되채 발견된다. 다행이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발견당시 상의가 맨몸이었던 점 등 모든 상황이 의문투성이다. 더 황당한 것은 영상채팅을 통해 대화를 했지만, 피해자는 상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교수가 채팅 플랫폼을 잘 다루지 못하는데다 기술문제를 도와주는 조교가 옆에 없다는 핑계를 댔고, 여대생은 이에 의심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순간 보이스 피싱이 떠올랐다.) 정식 입건 된 후 수사를 통해 IP 주소를 추적하여 만년 대학생인 30대 남자 대학생 둘이 사는 대학생 숙소에서 둘을 간접범행에 의한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하지만, 접속 증거만으로 단정할 수가 없었다. 무선랜에 암호 설정을 하지 않아 해킹 가능성을 따져보면 그들 역시 피해자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확인된 채팅내용과 피해자의 진술 역시 일치하며 명백하게 증거는 있었지만, 30대 남자 둘을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또 다시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시체 없던 그 사건은 어느 강가에서 자동차와 함께 시체가 발견이 된다. 범인 4명이 말한 시체 훼손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힘겨운 재심 절차를 통해 4명 모두 무죄를 선고 받지만, 일명 위증를 한 덕분에 손해 배상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들이 그런 진술을 한 이유에 대하서는 여전히 알 수 없다. 30대 두 남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한 덕분에 결국 둘 다 무죄판결을 받고 피해자만 있는 사건으로 마무리 되고 만다.

 

 

■  나오며 

 

며칠전 "법정 간 학폭 호소…"기억 너무 뚜렷해 의심" 무죄 판결" 제목으로 학폭 관련 재판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13년전 야구선수였던 학폭 가해자가 선수생활 그만 둔 후 군 부사관으로 임관하자 피해자가 군 당국에 그 사실을 알리면서 재판까지 가게 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간이 지난 일이라 증인의 진술과 증거 자료만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피해자 진술이 일관성 없이 변경된 반면, 피해자 측 증인은 7년 전 사건을 폭행 횟수까지 너무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점을 믿기 어렵다고"고 보아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했고, 이 사실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피해자 역시 '기억이 너무 뚜렷해서 신빙성이 없다는 재판부의 말에 울분을 토로했다. 때린 사람은 기억 못해도, 맞은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한다는 말도 있는데, 정말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책 속 사건들에서도 그렇고, 이 기사 속 사례에서도 그렇지만,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진실을 확언할 수 없는 데, 진술만으로 그 진실을 가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 기사 출처 : [JTBC, 2021.03.02] 법정 간 학폭 호소…"기억 너무 뚜렷해 의심" 무죄 판결

 

이 책 역시 실제 사례를 들어 과정을 보여주며 수 많은 문제제기와 독자들을 향한 끊임없는 수사학적 질문으로 한가득 채워져 어떠한 뚜렷한 결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만큼 수많은 주관 속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며 진실을 좇는 것이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결론(?)에 대한 내 의견을 말하기 전에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범죄 사건(특히 형사사건 관련)을 다룬 책을 읽는 독자들의 호불호는 매우 강한 편이다. 그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언론을 통해 접한 사건에 대해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국내 사건을 다룬 책의 경우 더 그런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보안상을 이유로 책을 통해 그런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아야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포함하여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런 류의 책들은 그 사건에 참여했던 이들의 개인 에세이가 아닌 한 그 책의 핵심은 사건의 결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핵심 내용은 사건의 결말이 아닌 진실에 다가가는 소송 당사자(법원, 검찰, 변호사 등)가 '증거'와 '진술' 그리고 '진실'을 대하는 태도와 그것에 다가가는 과정에 있다. 그것이 결말에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두어야 된다. 다행이 이 책 속 사건들은 국내 사건이 아니라 이 책을 결말을 알기 위해 보려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하지만, 책 속 사건들은 국내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충분히 흥미를 불러일으킨다.(앗, 범죄에 '흥미' 라는 말이 적절치 않음을 인정합니다. 달리 표현할 마땅한 표현이 생각이 나질 않아서..  ;;)


진짜 마무리리를 해보면.. 저자는 책을 마무리 하며 '100퍼센트의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결론 짓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7건의 사건에는 결론(재판의 유.무죄 기준)이 있는 사건도 있고, 있지 않은 사건도 있으며 심지어 재판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후에 반전이 있었던 사건도 있었다. 반전이 있는 사건은 다행이 판결 전에 반전이 발견된 사건도 있었고, 판결 후에 반전이 밝혀진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100퍼센트의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 질문이 마치 내게는 '완전 범죄는 있을까? 없을까?'라는 질문처럼 들렸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나는 100퍼센트의 진실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각자의 기준에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인간의 오만함 때문에 세상 밖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완전 범죄 역시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범죄사건이 반드시 있었다는 가정 하에) 그것을 찾아내는 데 시간이 걸릴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100퍼센트의 진실도 없고, 완전 범죄도 없다면 애써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지 않기에 지금도 미결 사건의 해결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거 아닐까? 너무 긍정적이고 허무맹랑한 소리 아니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두가지에 대한 내 생각은 이 책을 읽기전에도 그랬고,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난 지금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것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책들을 찾아 읽으며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일 것이다.

 

 

** 본 게시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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