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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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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저/이지수 역
더블북 | 2022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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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상당히 식상한 말이겠으나..) 나 역시 ‘무레 요코’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역시 영화 ‘카모메 식당’이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남들과 조금 다르다면 카모메 식당을 처음 봤을 때 상당히 지루해 했었다는 점이다. 무슨 바람이 불어 그랬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지만, 몇 년이 지나고 뜬금없이 생각나 다시 찾아봤던 그 영화의 느낌은 처음과 너무도 달랐다. 이 영화를 지루해 했다고? 안 그래도 퍽퍽한 삶에 점점 지쳐 가는데, TV를 켜면 불륜에 출생의 비밀 아니면 폭력, 살인 그나마 좀 덜하다 싶으면 시기와 질투에 서로를 괴롭히는 그런 내용들이 난무한 상황에선(물론 무레 요코 작품 속 등장인물들 역시 나름의 사연들을 갖고 있지만..) 특별한 내용이 없어도 있는 그대로의 일상만으로도 이야기가 되고, 드라마가 되고, 영화가 되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보는 동안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그저 신기해 몇 번이고 되돌려 봤었던 생각이 난다. 이 후 틈이 날 때마다 영화, 드라마, 책을 모두 찾아보다보니 이제는 내용이나 제목에 상관없이 작가 이름만 보고도 일단 찾고 보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명이 되었다.
 

이 채 역시 그렇게 선택하고 내게 오게 되었고, 그녀의 여느 책들처럼 특별한 스토리 없이 이제 70을 바라보는 그녀의 소소한 일상으로 가득하다. 직전에(그래도 벌써 4년 전이지만..) 읽었던 무레 요코의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은 10여 년 전의 책이 최근에야 번역서로 출간되었던 반면, 이 책은 작년(2021년)에 출간된 책이 바로 번역 출간된 책이라 읽다보면 옛 추억이 떠올라 “맞아, 그랬었어!” 하는 동시에 최근의 상황을 떠올리며 “그것도 그래”하며 계속 맞장구치게 된다.
 

책은 총 21개의 사물이 주축이 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식기류(뚝배기, 접시), 필기구(만년필, 연필), 침구류(베개, 삼베시트, 파자마), 청소도구, 책장, 모기향, 털실, 손목시계, 지류(편지지, 엽서, 포장지), 장식품, 꽃 병 등 등.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의 특성과 그들만의 문화인 다다미방의 특성상 ‘온·습도’와 관련된 사물의 에피소드도 꽤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함께하는 사물과 미니멀리즘 그리고 환경에 대한 그녀 나름의 실천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마음이 와 닿아 공감이 되었던 건 갈수록 만연해지는 디지털 기기 속에서 세월이 흐르고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아날로그에 대한 이유 없는 집착(?)이다. 쌀을 깨끗이 씻어 필요한 버튼만 누르면 음성으로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주며 맛있는 밥을 지어주는 성능 좋은 밥솥이 넘쳐나지만, 옆에 붙어 온도조절이며, 불 조절이며 굳이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을 고수하게 되고, 키보드를 통해 문장의 이동·삽입·삭제 등 전원을 켤 수 있으면 언제든 원하는 방식의 편집이 가능하지만, 굳이 손수 깎아놓은 연필이나 만년필로 한 자 한 자 채워가는 글쓰기를 고집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무레 요코의 모든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의 다른 저서를 통해(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미니멀 라이프를 열망하는 무레 요코의 고민은 이 책속에서도 자주 보인다. 당장 사용하지 않지만 버리지 못하는 것들. 그 중 편지지 세트, 엽서, 포장지와 같은 지류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보면 과거의 내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문구류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한 번 손에 익거나 마음에 들면 혹여나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될까봐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여러 개씩 구비해두는 것도 모자라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또 새로운 것 없나 문구코너를 지나치지 못하곤 했다. 마치 언젠가는 읽겠지 하며 읽지도 않을 책 구입만으로 뿌듯해 하며 괜히 책장만 괴롭혔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나 역시 그런 습관들을 많이 고쳐 딱 필요한 만큼만 구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이 충분 이해가 된다.

 

거리두기가 풀린 시기가 어쩌다 가족의 달인 5월과 겹치다보니 어린이날과 징검다리 휴일엔 놀이공원 입장이 제한되었다는 사진과 함께 파라솔과 구름 같은 인파로 가득했던 과거 해운대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들이 포털 메인을 가득 채웠다. 불과 1~2달 전만해도 비대면 때문에 집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나섰던 우리들이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생활패턴이 바뀌며 우리 일상을 함께하던 물건과의 관계도 또 다시 바뀌어 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무레 요코의 일상처럼 우리는 미니멀을 외치면서도 우리 손, 우리 몸에 익숙해져버린 나만의 무언가를 또 찾아 나선다. 그러고 보니 매일같이 사용하지만 나를 설레게 했던 물건은, 또 갑자기 없어지면 아쉽고 서운한 물건은 무엇이었는지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오랜만에 방 정리 하면서 무레 요코처럼 비움과 함께 나를 설레게 하는 물건은 무엇인지 찾아봐야겠다. 이번에도 별다른 스토리는 없지만 이야기가 되는 그녀의 책으로 오랜만에 바쁜 일정을 마친 토요일 오후 같은 마음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 본 게시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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