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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 | [2022년 My Reviews] 2022-05-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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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

체사레 베카리아 저/블테르 해설/김용준 역
이다북스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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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그 중 형법을 공부하게 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죄형법정주의’이다. 「법률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근대 형법의 기본 원리인 죄형법정주의를 창시하여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을 주장한 자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체사레 베카리아’이다. 그리고 형법의 역사(혹은 발전 과정) 부분에서 만날 수 있었던 학자 중 한명이 바로 베카리아였다. 고문과 사형폐지를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범죄와 형벌’이라는 책의 저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 책의 저자는 그저 형법 교과서 앞쪽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근대 형법의 주요 학자 중 한 명이라고만 여겼었는데, 그의 책을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터라 책을 받고 시작하는 기분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 칼라스 사건

칼라스 사건은 1762년에 일어난 한 개신교인 청년의 자살과 가톨릭교도들의 부당한 모함으로 장 칼라스(프랑스어: Jean Calas)의 온 가족이 풍비박살난 사건을 말한다. 칼라스의 아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칼라스를 비롯한 그의 가족들이 그를 살해했다는 가톨릭교도들의 모함을 받게 되었고, 결국 가족 모두 재판에 회부된 후 칼라스가 수레바퀴형(거열형)으로 처형된 사건이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가 이 사건을 적극 변호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 이 사건 이후의 영향
이 사건 과정에서 볼테르는 칼라스의 가족들을 변호하고 종교적 불관용의 문제를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했고 그 결과 유명한 《관용론》이 탄생하게 된다. 칼라스 사건에 대한 볼테르의 개입은 프랑스 지식인의 현실참여운동인 〈앙가주망〉의 시초로 평가된다. 볼테르는 칼라스 사건에서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동료 철학자들이 사실상 혁명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볼테르는 장 칼라스의 결백을 입증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의견이 세상을 지배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철학자가 사람들의 의견을 지배한다."   [출처 : 위키백과]


 

 

베카리아가 26세의 나이에 이 책을 저술하게 된 계기는 교도소에서 고문과 감옥의 끔찍한 상황을 직접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또한 이 책은 억측과 예단, 종교적 편견(예: 마녀재판 등) 야만적 행형제도에 반기를 든 역사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까닭에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등장할 때는 저자의 본명이 아닌 가명으로 출간된다. 형벌에 관한 그의 논리정연한 주장에 매료된 유럽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으며 입소문을 탔던 이 책은 한 때 금서이기도 했지만, 이후 군주의 공개적 지지와 미국의 헌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탈리아 정부 역시 이 책을 승인하기에 이르고 베카리아는 드디어 실명으로 이 책을 재출간하게 된다. 또한 볼테르는 1761년 10월 프랑스 툴루즈에서 발생한 ‘칼라스 사건’을 접한 후 1762년 3월에 이미 처형된 장 칼라스의 구명운동에 나서고 그의 노력끝에 결국 1764년에 칼라스의 무죄를 이끌어 낸다. 이후 볼테르는 1794년에 이 사건의 전말을 담은 ‘관용론’이라는 책을 통해 종교 박해에 대해 규탄을 하고, 이 책이 유럽 전역에서 관심을 모으게 된다.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이 출간된 시점이 이 사건이 한창 파문을 일으켰던 시점이었다. 단호하면서도 논증이 명료했던 이 책은 유럽 전역 뿐만 아니라 볼테르 역시 극찬을 했고, 범죄와 형벌이 출간된 이후 볼테르가 이 책의 해설서를 출간하며, 이후 이 2권의 책은 마치 세트인것처럼 읽히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이 책은 2/3분량은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을 나머지 1/3 분량에서는 볼테르의 ‘범좌와 형벌’ 해설을 한 권에 모두 담고 있다. 본서(편의상 '범죄와 형벌'을 말함)와 해설서는 차이가 있다. 베카리아는 법의 기원을 사회계약과 공리주의에 찾는다. 각 각 독립적인 사람들이 사회라는 공간에서 결속하기 위해 만든 조건이 '법'이라는 것이다. 끝이 없는 전쟁에 염증을 느끼며 자유를 더욱 평화롭고 안전하게 지키고자 사람들은 자유의 일부를 희생하는 대신 그 일부를 '법'이라는 것을 통해 계약을 하고 합법적인 집행자인 주권자에게 그 집행권한을 맡김으로서 자유를 지킨다는 것이다. 즉, '법'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서로간 약속으로서 맺은 사회계약의 산물이고, 그 계약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된다는 것이 베카리아의 주장이다. 그리고 베카리아는 이것을 기반으로 한 잔혹한 형벌과 법관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재판을 주로 비판하고 있다. 이에 반해 볼테르는 장 칼라스 사건이 계기가 되어 범죄와 형벌의 해설을 주로 종교적 불관용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범죄와 형벌 부분을 모두 읽고난 후 볼테르의 해설 부분을 읽는 동안 같은 내용의 해설치고는 좀 동떨어지거나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해설 부분을 읽다가 앞부분과 목차를 수시로 재확인하며 읽어야 했는데, 모두 다 읽고, 베카리아와 볼테르, 칼라스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본서와 해설서의 차이를 통해 왜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었는지 겨우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법률의 해석'에 대한 베카리아의 생각이다. 이 부분에서 첫 줄을 '형법을 적용해야 하는 사건에서 법관은 입법자가 아니므로 형법을 해석할 권한이 없다.'였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분명 법관은 입법자가 아니다. 그러나 재판은 해당 사건을 재판하는 법관이 입법자에 의해 제정된 법을 해당 사건에 적용될 조항을 찾아 각 조건에 해당되는지 판단을 하고, 그에 맞는 해석을 불가피하게 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양형 판단 같은 부분이다.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일률적으로 정하여 법규로 정해놓기 어렵기에 인간의 법규정에 대한 해석이 불가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이유로 '유추해석금지' 같은 형법상의 법리가 생겨난 것이기도 하다. 앞의 첫 문구를 제외한 베카리아의 주장들은 대부분 납득이 가나(뒷 부분에 또 첫번째 문구의 뉘앙스를 풍기는 문구가 한 번 더 등장한다.) 첫번째 저 문구와는 수십번을 읽어봐도 서로 상반된 주장처럼 들린다. 어쩌면 내가 이 문장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못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정도를 지키지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는 이들을 비판한 것일 거라고 멋대로 추측해 본다.

 

베카리아가 말하는 전반적인 주장들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전제하에서 주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떠오른다. 머리로는 베카리아가 말하는 대부분의 주장들이 당연하다고 느껴지나 다시 원시시대로 회귀되는 것처럼 흉악범죄를 포함한 묻지마 범죄가 만연하는 요즘은 그의 주장을 보며, 만약 이 글이 사건 사고 기사에 함께 실린다면 과연 몇 이나 수긍을 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그의 주장들은 250여년전에 생각한 것들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한 편으로는 최근에 내 놓은 주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느껴진다. 리뷰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에도 그의 숱한 주장에서 여전히 머리속에 남는 것은 '법 해석'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 당시 그가 우려했던 자의적 해석은 25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범죄와 형벌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법 해석 만큼이나 법을 만드는 입법자들 또한 베카리아가 말하는 법의 정신(예: 형벌의 목표)이 훼손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학창 시절에 법과목을 공부할 때는 '법철학' 과목의 중요성을 미쳐 몰랐는데, 세월이 한 참 지나서야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서야 왜 중요한 과목이었는지 (아직은)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교과서 밖에서는 절대 마주칠일이 없을 것 같았던 학자의 이야기를 만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 본 게시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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