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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저
자음과모음 | 201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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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청소년 문학이다. 자주 찾지는 않지만 청소년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속에서 발생하는 상황이 꼭 사회의 축소판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어른들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그 과정을 보는 즐거움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이 좀 많이 미미했던 것 같다. 게다가 '시간'이라는 메인 주제를 아주 무겁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주인공 온조는 여고생이다. 근무중 젊은 나이에 사고로 돌아가신 소방관이셨던 아버지와 환경운동가인 엄마의 영향을 참 많이 받기라도 한듯 생각보다 여린 것 같지만 꽤 독립적이고 추진력 강한 아이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작 하루만에 점주의 부당한 행위와 싸우는 바람에 그만둬야 했고, 새로 시작한 식당 아르바이트에선 무리하다 쓰러져 그만둬야 했던 것이 그 증거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크로노스는 시간의 경계를 나누고 관장하는 신이다. 시간이 물질과 환치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고 있던 온조는 크로노스야말로 딱 들어맞는 신이라는 생각에 크로노스를 자신의 닉네임으로 하고 온라인 상에서 카페를 만들어 찾아오는 손님들의 의뢰를 해결해주는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연다. 

 

아직 정식으로 개시하기 전은 아니었지만, 닉네임 '네곁에'로부터 (온조의)옆 반의 PMP 분실 사건과 관련해 해당 기기를 원래의 자리대로 되돌려 달라는 의뢰를 해온다. PMP 도난 사건 의뢰로 부터 1년전 이 학교에서는 MP3 도난 사건이 발생했었는데, 이와 관련된 한 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세상을 등져버리고 만다. 또 그런 사건이 생길까하는 두려움에 의뢰한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의뢰 내용대로 임무를 마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 또한 문제가 되어 이 의뢰건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은채 어른들(선생님, 학부모들)은 덮어버리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온조의 마음은 썩 편하지 않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 여전히 찾지 못한 상황으로 물건은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진짜 사건은 현재진행형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재발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 후 두 번째로 들어온 의뢰는 '강토'라는 닉네임의 의뢰인으로 자신의 할아버지와 맛있게 식사를 해달라는 의뢰였다. 오랜 세월을 자신의 회사 챙기는데만 전념하며 살아온 강토의 할아버지는 어느날 세상에 신물을 느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자서 여행가기로 마음 먹는데, 그리고 회사를 아들이 물려받기를 원했던 할아버지와 정리하고 돈으로 받기를 원했던 아들은 결국 유산 상속 문제로 아들 내외와 다투다 가정은 붕괴되버리고, 홀로 할아버지가 여행중인 사이에 할머니는 혼자서 외로운 죽음을 맞는다. 더군다나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의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찾기는 커녕 죽은 어머니를 냉동고에 넣어달라는 말 달랑남긴다. 이후 귀국 후 전후 상황을 파악한 강토의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아들에게 투자했던 돈을 모두 돌려달라는 소송을 하기에 이르고,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강토는 할아버지와 단 둘이 마주앉아 있기가 어렵다. 결국 할아버지로부터 독립하기로 마음먹고 온 가족이 모여 맛있게 식사하는 것이 꿈이었던 할머니의 소원을 이뤄주기위해 아직 자신은 용기를 내지 못하고 온조의 시간 상점을 통해 의뢰를 하게된다.

 

세 번째 의뢰는 천국의 우편 배달부가 되어 달라는 가네샤의 의뢰이다. 가만히 있어도 어쨌든 흘러가는 시간을 마냥 잡아두고싶은 간절함으로 한 의뢰이다. 이렇게 가능할까 싶었던 시간을 파는 상점에는 서두르지 않지만 하나씩 하나씩 꾸준하게 의뢰가 들어온다. 온라인을 통해 익명으로 의뢰를 받고 오프라인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실체를 모른체 새로운 인간관계 또한 형성된다.

 

1권에서는 PMP를 제위치로 돌려놓는 의뢰건 외에는 '사건'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의뢰건은 없다. 그럼에도 의뢰건의 해결방식은 마치 사건추리하는 듯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사실 그동안 읽었던 청소년 문학과는 분명 다른 방식의 전개이긴 하다. 하지만, 그간 볼 수 있었던 아이들만의 시각에서 풀어가는 해법은 이 책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다만, 시간을 물리적 무언가와 환차될 수 있는가 하는 그 발상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단 2번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그런 발상을 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그 용기가 가상할 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좋았던 건 딱 여기까지다. 특별하다할 결말이나 교훈같은 것도 없다. 그럼에도 나쁘진 않았다. 이 책은 해당 출판사의 제1회 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권말에 대회의 논평이 꽤 많은 페이지 수를 차지하며 실려있다. 개인적으로는 권말에 작가 본인 외의(예 : 번역가 등) 해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게 책 속 내용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이 책 속에 들어있지도 않은 다른 작품의 논평까지 왜 이 책에서 봐야 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여러명이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그리고 1등 작품의 칭찬은 입이 마르도록 한다. 중간에 그만둘까 하다 책을 읽다만 것 같아서 끝까지 읽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만이 느꼈던 원래 소설의 본연의 내용이 다 지워져버린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불쾌했다. 신문이나 사보에나 실릴법한 논평등을 왜 굳이 권말에 실어 소설 본연의 맛을 싹둑 잘라버리는 걸까? 책 내용 자체가 다른 청소년 문학에 비해 꽤 무겁기는 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으며 좋게 보던 이 책의 느낌을 싹 지워버렸다. 제발 소설 본연의 내용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해야 했던 씁쓸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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