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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와 자본가의 탄생, 그리고 자본의 운명.. | 인문 2022-03-3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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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

고병권 저
천년의상상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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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고병권과 함께 읽는 북클럽 자본 시리즈의 마지막인 열두 번째 책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는 마르크스 [자본] 1권의 마지막 편인 제7편 ‘자본의 축적과정’중 제24장 ‘이른바 본원적 축적’과 제25장 ‘근대 식민이론’에 대한 읽기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의 출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자본가와 노동자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 마르크스가 쓴 자본주의의 전사(前史)를 해석하여 우리에게 알려준다.

 

저자는 먼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시작한다. 마르크스는 생산수단을 잃고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을 근대적 프롤레타리아의 선행적 형상으로서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라고 불렀다. 포겔프라이란 ‘땅에 묶여 있지 않은’ 존재,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언제부턴가 공동체에서 ‘추방되어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존재,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아무런 권리도 갖지 못한’ 존재, 그래서 ‘무차별적인 폭력에 노출된’ 존재를 지칭할 때 이 말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을 두고 오늘날의 이주노동자,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딱 맞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임금노동자의 탄생이란 관점에서 본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들의 ‘비참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자세하게 살펴본다.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앞서 이야기한 것들은 모두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전제했었다. 그렇게 볼 때 [자본] 1권의 제24장은 그 전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즉 임금노동자와 자본가가 어떻게 출현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시작되려면 일정규모 이상의 축적된 자본이 존재해야 한다. 처음의 자본은 자본이 낳은 잉여가치가 다시 자본으로 전환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자본을 두고 정치경제학자들은 주로 ‘원시적 축적’이라 부르고 마르크스는 ‘본원적 축적’이라 부르지만, 저자는 ‘시초축적’이라는 말이 더 낫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부르고 있다. 또 노동력이 상품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함을 우리는 앞에서 살펴본 바 있다. 하나는 노동자가 자기 노동력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한 신분해방이 이루어져야 하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가 생활수단과 생산수단을 상실하여 노동력을 팔지 않고서는 살길이 없는 빈곤상태에 처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탄생에 대해 마르크스는 어떻게 보았는지를 해석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6세기 이후라고 한다. 대량의 인간대중이 갑자기 폭력적으로 생존수단을 잃고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로서 노동시장에 내 던져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전 먼저 중세 봉건영지에 속해있던 농노들의 신분해방이 이루어졌다. 15세기 후반 봉건영주들은 장원을 목초지로 바꾸면서(인클로저) 울타리를 치고 사유재산으로 선포하며 농민들을 쫓아냈다. 종교개혁으로 수도원이 해산되고 토지가 몰수되자 이 토지를 사들인 부르주아들은 인클로저를 단행하며 농민들을 몰아냈고, 국유지와 공유지의 약탈 또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유지 청소는 이른바 ‘인간 청소’였다고 한다. 이러한 토지수탈에서 중요한 것은 농민들의 추방이었다. 이때 추방된 농민들은 비록 기존의 예속관계에서 해방되었다고는 하나 어떠한 권리도 인정받지 못했다. 추방은 물질적 생산수단에 대한 약탈이자 인간관계에 대한 약탈로서 이들은 빈민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분제에서 풀려나고 빈민이 되었다고 해서 다수의 인간 모두가 노동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과 노동시장 사이의 내적인 인과관계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때부터 각국에서는 부랑자에 대한 잔인한 법률들이 제정되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부랑자들이 많았다는 사실과 일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을 범죄로 규정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토지에서 쫓겨났으나 일할 곳은 많지 않아 부랑자와 빈민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법은 그렇다는 이유로 이들을 처벌했다. 즉 국가는 폭력적으로 이들을 임금노동자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의 탄생에 두 단계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하나는 토지의 수탈과정에서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가 대규모로 양산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의 입법이라는 국가폭력에 의해 이들이 임금노동자로 전환된 것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이러한 수탈의 역사는 피와 불의 문자들로 인류의 연대기에 기록되어 있다’라고 쓰며, 국가폭력이라는 외적 힘이 없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다. 또한 마르크스는 국가폭력을 소위 시초축적의 본질적 계기라고 불렀다. 자본의 전제정이 완성되기 전에는 임금규제, 노동시간 연장, 노동자의 복종 등 모든 것이 국가의 법령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어서 저자는 자본가의 탄생을 살펴본다. 그는 먼저 자본가는 노동의 흐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겨났으며, 그들의 유래도 다 다르다고 말한다. 동일한 산업자본이라 해도 농업자본가, 산업자본가, 금융자본가는 서로 다른 사건 속에서 서로 다른 경로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시초축적에는 새로운 축적만이 아니라 기존축적의 성격변화, 기존 존재의 변신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마르크스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산업자본가의 탄생이다. 봉건 영주들의 토지 관리를 맡던 계층이 차지농업가의 모습을 띠기 시작하고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축적을 통해 농업자본가가 탄생했다면, 산업자본가의 축적은 개인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변동, 사회적 배치를 뒤흔드는 혁명적 사건들을 필요로 했다고 한다. (신대륙에서 금은 산지의)발견, (동인도의 정복)약탈, (원주민)섬멸, (아프리카 흑인의)사냥, (광산에)생매장, (원주민과 흑인의)노예화 등이 시초축적의 계기가 되었고, 국가권력이 시초축적을 도울 방법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그것을 식민시스템, 국채/공채시스템, 조세시스템, 보호무역시스템의 네 가지로 보고 있다. 그 결과 ‘권력자는 돈을 쓰고, 백성은 돈을 갚고, 자본가는 돈을 벌’게 되었다고 한다. 봉건적 생산양식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어김없이 국가권력이 이용되었으며, 새로운 사회를 잉태한 낡은 사회에서는 폭력이 산파역할을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자본의 탄생이 의미하는 것은 직접적 생산자에 대한 수탈이다. 근대 부르주아 사상가들은 사유재산권을 일종의 자연권으로, 그리고 사적 소유의 원천에 노동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노동하는 자의 재산을 빼앗아 노동하지 않는 자의 재산으로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축적의 규모는 커지지만 대자본가의 수는 줄어든다. 그리고 축적규모가 커지는 것에 비례해 ‘빈곤, 억압, 예속, 타락, 착취의 정도’가 증대한다. 마르크스는 그러다 어느 순간 생산력의 무한한 발전이 자본의 증식이라는 목적과 충돌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때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의 시대는 조종을 울린다. 수탈자가 수탈당한다’라고 강조한다. 즉 이것이 자본주의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자본] 첫 장에서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독특한 사회형태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 마르크스가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자본주의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는 사회형태가 아니라 폭력적인 개입을 통해서만 생겨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드디어 철학자 고병권과 함께 읽는 자본 시리즈 열두 권을 모두 읽었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하고자 한 말을 자신의 렌즈로 해석하여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 렌즈가 어떠한지를 떠나 저자의 설명은 으레 어렵다고 느끼는 마르크스 [자본]의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다. 때로는 마르크스의 말인지 저자의 말인지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활자너머 이면에 있는 의미까지도 전달하려 했기 때문이지 싶다. 저자를 따라 읽은 자본 시리즈를 토대로 이제 [자본]을 읽으려 한다. 저자의 렌즈로 바라본 독법이 이끌겠지만 때로는 나만의 렌즈를 통해 다시한번 생각하며 읽고 싶다. 잘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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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망의 죽음과 함께 전한(前漢)시대가 저물다. | 역사/동양고전 2022-03-2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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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치통감 3

사마광 저/신동준 역
인간사랑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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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은 북송대의 역사학자 사마광이 송 영종의 지지와 당대 최고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쓴 역사서이다. 그는 주나라 위열왕이 3진(晉)을 각각 제후로 임명한 기원전 403년부터 송 건국 이전인 서기 960년 후주(後周) 세종에 이르기까지 열여섯 나라 1362년간의 역사를 1년씩 묶어 편년체로 총 294권에 담았다. 이 책의 역자인 신동준 선생은 완역을 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지만, 전국시대부터 진(晋)나라 초기까지, 즉 주기(周紀) 권1에서 진기(晋紀) 권3까지 81권을 역했다. 동양고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열국지]와 [초한지], [삼국지]가 다루는 시기가 전부 들어있다. 그중 이 책 [자치통감 3]권은 한기(漢紀) 21권부터 33권까지 13권을, 기간은 기원전 41년부터 서기 29년까지 70년간을 역(譯)한 내용이다. 이 시기를 사마광은 전부 한기(漢紀)로 표기했지만 전한(前漢)시대, 왕망시대, 후한(後漢)시대로 나눌 수 있다. 전한시대는 [자치통감 2]권에 이어 한기 21권에서 26권까지, 왕망시대는 한기 27권부터 32권까지, 그리고 후한시대는 한기 33권에서 49권까지이지만 이 책에서는 한기 33권, 한권만을 다루고 있다.

 

전한시대는 한 원제부터 성제, 애제에 이르기까지 3대, 39년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원제가 죽고 난 후 보위에 오른 성제는 모친인 왕태후 왕정군의 의중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그래서 여러 왕씨 외숙을 제후에 봉하고 조정의 대신들 또한 외가의 인물들로 채워졌다. 매복이 상서를 올려 한나라 건국 이래 사직이 세 번 위태로운 적이 있었는데, 여씨, 곽씨, 상관씨의 위기가 바로 그것이라며 모두 황제의 어머니 집안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 간했다. 그러나 한 성제는 외면했고, 왕태후는 조카인 왕망을 대사마로 임명하여 보정을 하게 했다. 왕망은 속마음을 감추고 예의를 행하는 등 극도로 절제하며 명성을 꾸미니 많은 사람이 칭송했다. 한 성제가 죽고 조카인 유흔이 13대 황제로 즉위하니 그가 한 애제이다. 애제 역시 조모인 부태후의 일가들과 외가인 정씨들을 대거 제후에 봉했다.

 

왕망시대는 한 애제부터 평제, 왕망, 회양왕, 광무제에 이르기까지 5대 28년간의 기록이다. 한 애제가 황제로 있을 때 왕씨가 극도로 몸을 사렸다. 그러다 애제가 재위 6년 만에 후사 없이 죽자 태왕태후 왕정군이 왕망을 불러들여 수습하게 했다. 중산왕 유기자를 애제의 후사로 삼아 제위에 오르게 하니 그가 한 평제이다. 그때 평제 나이 9세였다. 왕망은 이때부터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모두 몰아냈고 자신의 딸을 황후로 삼도록 했다. 한 평제 5년, 왕망은 평제를 독살하고 섭정을 한다. 한 선제의 현손인 2살짜리 유영을 황태자로 삼고 자신은 주공의 흉내를 냈다. 동군태수 척의가 거병하자 이를 진압하고,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올라 나라이름을 신(新)으로 바꿨다. 왕망은 황제(黃帝)와 순임금의 후예를 자처하며, 고대제도를 흉내 내고 시의를 헤아리지 않아 백성들이 괴로워한다. 흉노와 서역이 반기를 들고 백성들은 도적이 되어 곳곳에서 노략질을 한다. 번승이 거병하여 왕망의 군사와 섞이지 않도록 눈썹을 붉게한데서 유래한 적미단이 횡행했다.

 

왕망의 폭정이 계속되자 남양의 호걸들과 거병한 신시병, 평림병 모두가 연합하여 서기 23년 유현을 황제로 추대했는데 그가 경시제이다. 유연, 유수형제의 위명이 높아지자 경시제의 측근들이 유현에게 이들 형제를 제거토록 종용했다. 유연이 죽임을 당하자 유수는 사죄하며 자신의 허물만을 거론했다. 연합군 병사들이 장안성을 공격하여 왕망을 죽이고, 유현은 낙양에 도읍을 정한다. 경시제와 측근들은 유수를 멀리하고 재폐를 얻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유수는 임시직인 행대사마사가 되어 북쪽의 여러 주군을 진위하며 백성을 위무했다. 서기 25년 유수가 제장들의 간청을 받아들여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건무로 개원했다. 그가 바로 후한을 여는 광무제이다.

 

사마광은 경시제를 회양왕이라 칭했다. 당시 왕이란 제후를 이르는 말로 이는 사마광이 유수를 적통으로 보았음을 의미한다. 왕망의 폭정 말기부터 거병하기 시작한 군벌들이 곳곳에서 침략과 노략질을 하고 있는데 경시제는 국정을 장인에게 맡기고 재폐에만 관심을 보였지만, 광무제는 반군들을 토벌하며 백성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힘을 쏟았으니 당연하지 싶다. 왕망시대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서기 12년 왕망은 고구려 병사를 발동해 흉노를 치고자 했으나 고구려가 말을 듣지 않았다. 요서군이 출병을 강박하자 고구려는 요서를 침범해 대윤 전담을 죽였다. 이에 왕망의 장수가 고구려후 추를 유인해 죽이고 왕망은 고구려를 하구려라 부르자, 이때부터 부여와 예맥 모두가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자치통감]을 읽다보면 다른 사서와 달리 저자인 사마광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곳곳에서 자신의 관점에서 평한 내용이 들어있다. [자치통감 3]권에서도 네 군데에 사마광의 평이 들어있는데 그중 두 군데가 광무제에 관한 내용이다. 하나는 광무제 유수가 칭제한 후 백성들을 위해 애민한 탁무를 찾아내어 태부로 삼자, 이를 두고 ‘먼저 힘써야할 선무를 깊이 알아 그 본원을 얻은 덕분에 옛 한나라 왕실인 구물을 광복해 장구하게 왕조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다고 평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광무제가 편장군 풍이를 파견하여 반란군을 토벌하게 하면서, 정벌은 평정하여 안전이 모이도록 하는 안집에 있다며 군현의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을 두고 ‘군주가 용병하는 뜻은 오직 위덕으로 안민을 이루는데 있다며 이 어찌 아름답지 않는가’라고 논한 부분이다. 사마광이 유현을 회양왕이라 칭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럼에도 사마광은 왕망에 대해서만큼은 한마디 평도 하지 않았다. 아마 왕망을 황제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역자의 [자치통감 3]권까지에는 주기(周紀), 진기(秦紀), 한기(漢紀) 등 41권이 수록되어 있다. 역자가 역한 81권의 기록 중 딱 절반이다. 다음 4권에서는 아마 후한(後漢)시대 모두가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후한시대 역시 외척이 발호가 심심찮게 등장할 것이다. 또한 삼국시대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후한의 역사에는 어떤 기록들이 흥미를 느끼게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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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람입니다, 고객님

김관욱 저
창비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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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에 전화한번 하려면 짜증이 밀려온다. 5분, 10분 대기가 예사인지라 웬만한 인내심을 가지지 않고선 통화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문의가 되었든, 하자보수가 되었든 콜센터를 통하지 않고서는 안내받을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전화를 걸 수밖에 없다. 다행히 통화가 된다 해도 어떤 때는 이리저리 전화를 떠넘기면 아예 전화를 끊고 만다. 전화를 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고역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그런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는 상담사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간혹 갑질이나 감정노동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있으면 잠시 관심을 가질 뿐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이 책 [사람입니다, 고객님]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인류학자인 저자가 콜센터의 실상에 대해 쓴 책이다. 그는 ‘무엇이 콜센터 상담사를 아프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2012년 3월부터 10여 년간 현장연구와 심층인터뷰, 그리고 이론적 연구를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인 셈이다.

 

구로공단은 한국 산업근대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1960,70년대 섬유제품이나 가발과 같은 우리의 주력 수출품들은 거의가 구로공단에서 생산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흔히 ‘공순이’로 불린 여공들이 있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구로공단에서 제조업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콜센터가 들어섰다. 이름도 구로공단에서 서울 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하는 일은 바뀌었어도 내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 1부 ‘콜센터의 탄생’에서 여성노동 및 인권의 현주소를 50년 전 구로공단 시절까지 거슬러 추적한다. 그 결과 콜센터 상담사들의 삶이 그 시절 여공들의 삶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음을 밝혀낸다. 과거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여공의 일은 캄보디아와 같은 동남아시아 여공에게 이전되었지만, 그녀들의 사회적 지위는 콜센터 상담사들이 이어받았고, 공간은 조선족 이주노동자가 대신 차지했을 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콜센터에는 흡연실이 마련되어 있고 그곳에선 상담사들의 담배연기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회사에서도 흡연을 상담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그러나 흡연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담배를 다 피우고 나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분 이내로 시간에 쫓기듯 급하게 담배를 피운다. 물리적, 전자적 감시체계 아래에서 특별한 사정없이 자리를 2,3분 이상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담 중 받은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기 위해서는 흡연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그녀들은 생각하고 있다. 상담 중에는 한숨소리조차 고객에게 들려서는 안되기 때문에 꾹꾹 눌러둔 뒤 흡연실에서 담배연기와 함께 비로소 그 한숨을 내뿜는다고 한다. 그래서 흡연실의 재떨이는 한숨들의 무덤이다. 예전 여공들이 타이밍을 먹어가며 일했다면 지금의 상담사들은 담배와 함께 일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금연상담의사 신분으로 여러 상담사의 흡연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악성고객들 때문에 테라스 휴게실로 나가 (끊었던) 담배를 피우느냐 (밖으로) 뛰어내리느냐를 갈등한다는 그녀들은 스스로도 흡연을 몸에 남기는 오염이라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여전히 자궁이라는 상징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자궁을 지닌 여성의 몸은 사회적 몸으로 구속되고, 흡연이 여성에게 오염으로 분류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징이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89쪽) 콜센터의 이익추구와 상담사의 열악한 경제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임신할 몸에 대한 도덕적 상징은 약화되고 노동할 몸이 강조된다. 그렇게 흡연에 대한 책임은 사회가 아니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전락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2부 ‘투구가 된 헤드셋’에서 저자는 상담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콜센터는 각종 금융기관이나 대기업, 공공기관의 고객센터 업무를 하청 받아 운영한다. 따라서 대부분이 여성들인 상담사들은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직원이다. 콜센터의 콜은 언제나 밀리기 때문에 바쁜 오전에는 자리에서 한번도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화장실에라도 가려면 손을 들고 상사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 상담과정의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평가대상이며 점수에 따라 월급이 차등 지급된다. 치밀하게 관리하며 압박하는 상사, 원청직원과의 관계, 상담사들끼리의 경쟁과 그것을 이용하는 회사와 맞물려 갈등이 유발되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상담사들의 신체적, 정신적 질병 유병률은 다른 직군의 서비스 종사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저자는 각종자료를 인용하여 말한다. ‘상담사들의 (크고 작은) 질병은 아이러니하게도 콜센터가 제시하는 규율과 규칙에 철저히 순종적으로 따랐기 때문에 발생한 것’(222쪽)들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콜센터의 현주소를 드러내면서 한때 사회적 문제로 주목을 받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콜센터 업무가 재난상황 속 필수노동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그 정의는 낮은 임금으로 수행하고 있는 하청노동자가 가장 근접한 답 일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비대면 사회에서 업무는 급증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원하청 구조 속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해야하는 그녀들은 ‘헤드셋 너머 그 누군가가 상담사를 괴롭히고 있지만, 더욱 모멸감이 드는 것은 그럼에도 헤드셋을 벗어던지고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다는 현실’(108쪽)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현실을 바꿔보려 했던 상담사들의 이야기를 3부 ‘새로운 몸을 찾아서’에서 소개한다. 간접고용된 비정규직이 다수인 콜센터의 고용형태상 노동조합의 결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음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회사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한 사례는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생활운동 모임을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한 자세를 바꾸고 동료들끼리 연대로 이어진 사례는 살고자하는 절박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또한 저자는 영국과 인도의 콜센터 사례를 한국의 그것과 비교분석하며 여성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살펴보기도 한다. 기본적인 구조는 국경을 넘나드는 하청 및 서비스제공의 유무만 차이가 있을 뿐 다르지 않다고 한다. 다만 콜센터를 둘러싼 주된 이슈가 영국의 경우는 전자식 파놉티콘, 집단적 저항이고 인도는 언어제국주의, 인종주의적 차별인데 반해 한국은 고객의 갑질이나 폭언 등 강도 높은 감정노동 논의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는 것이 한국 콜센터산업의 특성이라고 저자는 꼽는다.

 

저자는 이러한 상담사들을 두고 ‘여성들은 시대가 변해 집을 벗어나도 결국 또 집안을 벗어나지 못했다. 남편과 아버지가 고객과 상사로 바뀌었을 뿐이며, 가정내 전통적 여성상에 대한 규범이 업체안 규율과 통제로 전환되었을 뿐이다’(341쪽)라며, 집을 돌보던 ‘하우스키퍼’가 일과시간 동안 상담콜을 돌보는 ‘콜키퍼’로 잠시 전환된 것뿐이라고 말한다. ‘콜키퍼’라는 용어는 상담사들이 처한 네 가지 현실을 제대로 각인시키기 위해 만든 일종의 표지판이라고 한다. 첫째는 여성상담사들의 지위가 집을 돌보던 하우스키퍼보다 결코 우위의 위치에 올라서지 못했다는 것, 둘째는 상담사들이 지닌 실질적인 키퍼로서의 가치, 즉 소비자를 지켜주는 역할에 대한 가치의 인정, 셋째는 그녀들이 전화 상담을 통해 지키고 있는 대상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 다시 말해 문제의 진짜 담당자, 관리자, 제작자, 사장을 만날 수 없게 차단하는 하나의 벽이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콜센터라는 경로, 즉 전화번호를 통해서만 접근이 허용된 특별한 경로인 플랫폼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현장 인터뷰와 이론적 연구를 통해 한국 콜센터산업에 대해 살펴본다. 그리고 콜센터의 문제가 상담사의 감정노동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콜센터산업 자체가 가진 구조적 문제임을 알려준다. 콜센터 문제는 근본적으로 여성노동과 인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콜센터에 전화를 걸기도 하지만 낯선 번호로 걸려오는 수많은 콜센터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그때마다 유쾌한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허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가능하면 그런 전화에 잠시 귀를 기울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좋은 정보에 감사하다는 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조적 문제가 어찌되었든 우선은 그것이 그들의 실적에 가점을 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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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축적에 따라 규정되는 노동자의 운명 | 인문 2022-03-22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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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동자의 운명

고병권 저
천년의상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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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고병권과 함께 읽는 북클럽 자본 시리즈 열한 번째 책 [노동자의 운명]은 마르크스 [자본] 1권의 마지막 편인 제7편 ‘자본의 축적과정’중 제23장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읽기이다. 시리즈 열 번째 책이 재생산의 관점에서 자본의 정체를 폭로했다면, 이번 책은 축적과 더불어 나타나는 자본의 기본경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노동자의 운명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본축적과 자본의 구성을 들고 있다. 그래서 [자본] 제23장에서 마르크스가 자본의 구성에 따른 일반법칙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시리즈에서는 [노동자의 운명]이란 제목으로 다룬다. 자본의 구성은 가변자본과 불변자본의 비율을 나타내는 가치구성, 생산수단의 양과 노동력의 양에 대한 비율을 나타내는 기술적 구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 구성은 산업부문별 비교도 어렵고 사회전체 차원에서 합산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가치의 양적변화가 실물의 양적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전제아래 생산수단의 양과 노동력의 양을 가치의 비율로 비교하고, 이 가치구성을 유기적 구성이라고 했다. 여기서 노동력의 양은 인간재료의 양으로 환산된다. 따라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란 생산수단의 양과 인간재료의 양적비율을 보여준다. 마르크스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강조한 이유는 이를 통해 사회적 총자본의 구성을 알 수 있고, 계급으로서의 노동자의 운명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의 구성이 변하지 않는(불변) 경우와 변하는 경우(고도화)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자본의 구성이 불변인 경우라 함은 일정양의 생산수단을 가동하는데 똑같은 노동량이 필요한 경우이다. 이 경우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증가속도는 자본의 증가속도에 비례한다. 따라서 자본이 증가하면 더 큰 노동력,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하게 된다. 즉 자본이 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가난한 사람이 많아야 하고, 이는 자본관계에 예속되는 사람들이 확장됨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본의 성장과 노동력의 확장은 나란히 갈 수밖에 없으며, 결국 자본의 축적원리란 프롤레타리아트의 증식원리와 같을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본구성이 불변인 경우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면, 자본구성의 고도화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자리를 잡은 이후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자본주의의 사회적 토대가 구축된 상황에서 자본축적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는 사회적 노동생산성의 발전이다. 노동생산성이 증대한다는 것은 동일노동량으로 더 많은 생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동일한 생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적은 노동량이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생산수단의 양에 비해 노동량의 사용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그럼으로써 자본의 구성이 변한다. 이러한 자본구성의 변화는 축적과 집중을 통해 이루어진다. 축적이 노동자들이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그 잉여가치를 자본으로 전환시켜 자본을 증대하는 것이라면, 집중은 자본가가 다른 자본을 수탈하여 자본을 증대하는 것이다. 신용과 경쟁은 자본 집중의 두 지렛대이다. 이처럼 총자본이 커질수록 가변자본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드는 자본고도화가 이루어지면 가변자본의 상대적 크기 감소가 노동인구의 절대적 증가로 보이는 시각적 기만이 일어난다고 한다. 자본이 상대적으로 과잉된 노동인구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겉보기에는 노동인구 자체가 너무 늘어서 자본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시기나 국면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고, 개별기업이나 산업부문에 따라서는 주기성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사회 전반적으로 큰 틀에서 일어나는 변화라고 한다.

 

이렇게 대규모화된 자본은 총노동의 포괄적 조직화를 위한 출발점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동을 광범위하게 효과적으로 조직한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의 절약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노동생산성의 비약적 증가는 추가자본이 이전만큼의 고용효과가 없음을, 그리고 기존자본이 현재의 고용이 과잉임을 나타냄으로써 노동자 축출을 불러왔다. 임금노동자가 되지 못한 과잉 노동인구의 증가를 가져오게 만든 것이다. 이는 자본의 입장에서 필요노동력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노동력을 방출하기 위해서는 상대적 과잉인구, 즉 노동인구가 취업인구 규모보다 훨씬 더 커야한다는 사실에 부합되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비판하면서 모든 시대에 관철되는 추상적인 인구법칙은 없으며, 모든 시대, 모든 생산양식은 그 시대, 그 생산양식에서 통용되는 고유의 인구법칙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자본구성이 고도화되면서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과잉인구 상태 - 이는 자본의 축적상황에 따라 노동인구가 많아 보이기도 하고 적어보이기도 한다 - 가 만들어졌고, 노동인구 중 임금노동자보다 잉여노동자가 더 빨리 늘어난 것이 자본주의 시대의 인구론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잉여노동자를 자본주의 축적의 필연의 산물이자 축적을 위한 지렛대로 보았으며 산업예비군이라 불렀다. 개별자본가들에게 이들은 외부의 존재들이지만 총자본과는 자본관계에 속박되어 있는 자들이다.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착취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인간재료들인 셈이다. 또한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노동력의 수급, 임금노동자의 노동강도, 그리고 임금을 조절하는 장치로 기능함으로써 자본축적에 기여한다.

 

산업예비군은 노동의 수요공급을 조절하는 장치인 동시에 수요공급의 법칙이 자본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치라고 한다. 그래서 자본의 착취욕뿐만이 아니라 지배욕에도 부합하는 장치라고 마르크스는 말한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만남은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의 만남이 아니다. 자본은 노동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잉여노동자의 양산을 통해 공급도 늘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요공급법칙은 노동의 수요량과 공급량만 고려할 뿐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즉 자본은 산업예비군이라는 장치를 가지고 공급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정치적 법률이 주권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처럼 경제적 법칙은 자본의 이해를 반영하기에 노동의 수요공급법칙은 자본가 계급의 이익이 보장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또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잉여노동자들의 형태를 산업순환의 국면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세 가지 형태로 구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비정규직이나 실업자처럼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실업상태에 있는 유동적 형태, 농촌의 피폐화에 따른 농민들처럼 아직 노동자라 할 수는 없지만 언제든 노동자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적 형태, 인력시장의 일일 노동자처럼 단순노동을 행하는 정체적 형태가 그것이다. 여기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노숙자들처럼 구호대상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그들 역시 자본의 축적과정에서 상대적 과잉잉구와 함께 생산된 사람들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이란 자본축적이 가속화될수록 상대적 과잉인구가 생산되고, 상대적 과잉인구의 생산은 빈민을 양산한다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부의 축적을 가속화하는 원리가 빈곤의 축적을 가속화하는 원리이며,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한 노동자는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고병권과 함께 읽는 [자본] 시리즈도 이제 마지막 한 권이 남았다. 마르크스의 [자본] 1권을 그의 해설과 함께 대체로 무난하게 읽어온 것 같다. 때로는 마르크스의 말인지 저자의 말인지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마르크스의 생각을 리얼하게 전달해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남은 열두 번 째 책을 읽고 나면 아마 [자본]을 다 읽은 것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남은 한 권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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