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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

브래드 글로서먼 저/김성훈 역
김영사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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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굴절되어 있다. 지난 역사를 생각하고 지금 그들이 보이는 행태를 살펴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은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본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의 일면만을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해도 나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하면서까지 그들에 대해 알고 싶은 생각은 들지를 않는다.

 

이 책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은 제목을 보는 순간 고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다음은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일을 도모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혹 한반도에서 전쟁을 획책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스쳐갔다.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전쟁이상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1930년대 대공항에서 보았고, 일본은 종전 후 폐허에서 때마침 일어난 한국전쟁 덕에 경제대국으로 가는 길을 닦았던 지난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허나 이 책 또한 제목만 요란한 흔한 전략서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가 미국의 동아시아 국제전략 분석가로 27년간 일본에 살면서 관련 자료에 대한 연구와 일본인과 직접 부대끼면서 얻은 경험에 의지해 쓴 책이라고 하기에 선뜻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본의 지난 100년간 흥망성쇠의 궤적을 보여주고 21세기인 지금 그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일본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그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 대해 예측하고 있다. 총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현대 일본에 관한 주류시각의 내러티브를 소개하고(1장), 21세기에 닥친 4가지 충격을 키워드로 하여 일본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2장~5장)을 한다. 이어서 지금의 일본 총리인 아베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의 재집권에 대한 평가(6장)를 통해 일본의 마지막 정점(7장)이 왜 지금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개혁을 시작한 이래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의 국가들을 바라보며 제국주의의 길로 들어섰으나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되었다. 그 후 미국의 안전보장이라는 우산아래 폐허를 딛고 경제성장을 일구어 낸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전 세계 부의 16퍼센트를 차지하며 미국에 이은 제2의 경제대국으로 번영과 권력을 양손에 거머쥐었다. 그리고 탈냉전기에도 일본의 번영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버블이 붕괴되면서 시작된 불황은 경제의 장기침체로 이어졌고 10년 내내 지속되었다. 소위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이다. 그러다 2001년 고이즈미가 총리에 당선되면서 구조개혁을 천명하고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여 조그만 성공을 맛보았고 21세기를 맞는 일본사회는 새로운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2006년 구조개혁을 이루지 못한 고이즈미가 정치적 안정과 완전한 경제회복을 숙제로 남겨두고 총리에서 물러나자 일본은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거기에 4가지 충격이 더해졌다. 4가지 충격이란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쇼크,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정권이 바뀐 정치 쇼크, 2010년 동중국해 무인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국과의 영토분쟁인 센카쿠 쇼크,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이어진 동일본 대지진을 말한다.

 

고이즈미 시절 잠시 회복되었던 경제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과 함께 다시 불황으로 돌아갔다.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에서 위축된 수요는 수출부진으로 이어져 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나라의 경제가 타격을 입었지만 일본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회복을 시작했을 때도 일본경제는 주저앉아 있었다. 저자는 일본의 성장이 주저앉은 이유를 과도한 공공부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라는 우울한 인구지표, 제조설비의 해외이전에 따른 공동화현상, 지속적인 디플레이션과 함께 일본국민의 정체성에 따른 좀비기업의 유지를 꼽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경제의 침체는 경기 순환적이거나 금융위기 탓도 아닌 구조적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일본경제를 안정적으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지만 개혁은 항상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라고 한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방대한 경제규모와 조직화된 기득권의 저항,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로 인한 정치적 난국, 일본만의 독특한 자본주의 모델, 현재의 모델이 최선의 시스템이라는 자부심과 믿음 등을 주장한다. 과거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요소들이 이제는 실패요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엘리트들은 이런 리먼 쇼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일반대중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2009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그러나 창당 이래 처음으로 권력을 잃은 자민당은 국익보다는 오로지 상대방을 좌절시키겠다는 목적아래 반대를 위한 반대로 민주당을 흠집 내기에 바빴고, 민주당은 수권능력의 부족을 드러내면서 일본의 정치에 대한 희망이 치명상을 입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결국 동일본대지진의 대응 실패, 중국과의 센카쿠 분쟁으로 민주당은 3년 만에 자멸해버리고, 이후 야당은 분열되어 자민당의 독주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한다. 흔히 일본을 운영하는 것은 정치인이 아닌 관료들이고, 정치인은 단지 그런 관료들을 조종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야당은 관료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그래서 만년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즉, 일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핵심은 정치적 상부구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여기에 ‘현상유지를 고수하는 경직성은 문화적으로 편견이 아주 강하면서도 극도로 위험을 기피하려는 일본인 대다수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며, 새로운 변화를 압박하지 못하는 유권자의 책임회피도 거론한다.

 

이러한 일본 민주당 정권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2010년 벌어진 중국과의 센카쿠 분쟁이었다고 한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탈아(脫亞)에 성공한 유일한 일류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진 일본이었지만 1970년대 중국과 수교초기에는 양국의 경제적 이해가 일치하여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1990년대 일본은 장기불황에 빠져들지만 중국은 고속성장을 계속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중국이 미국과 아시아에서 패권을 경쟁하고,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분쟁에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중국에 무력하게 굴복한 일본은 더 이상 아시아를 선도하는 국가가 아니었다. 이어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그 여파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엄청난 물적, 인적피해를 주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일본 국민의 심리적 상처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었다고 한다. 지진과 쓰나미는 자연재해이었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규제 당국과 규제 대상인 정부와 기업의 견해가 폭넓게 일치한 결과 발생한 인재(人災)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관료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고, 안전신화는 해체되었으며, 국가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 일본을 덮친 4가지 충격이 일어난 후 아베의 귀환이 이루어졌다. 민주당의 자멸로 자민당이 정권을 되찾았지만 그로인해 일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베는 ‘팽창’과 ‘재탄생’을 키워드로 내세워 직면한 위기를 과거의 강력했던 일본을 재건함으로써 돌파하고자 했다. 경제적으로 아베노믹스를 통해 통화정책과 재정확대로 장기불황을 해소하고, 정치적으로는 자주적 안보를 내세워 헌법을 개정하고 동아시아에서 예전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팽창적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아베의 행보는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지만 결국은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아베가 2020년 올림픽을 통해 경기부양은 물론 국제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고자하지만, 설사 아베의 희망대로 된다고 할지라도 그 때가 바로 일본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혁없이는 다시 일어설 수 없으며 설사 일어선다할지라도 그것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일본은 팽창과 성장에서 수축과 쇠퇴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일본과 우리는 발전경로가 다르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쁜지를 떠나 우리는 1990년대 중반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지만, 일본은 아직도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을 중시하는 그들만의 자본주의 모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사회, 기득권의 저항, 국익보다는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적 난국 등,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일본과 유사하다. 그러기에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이 결코 고소하다는 것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일본을 반면교사삼아 우리사회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 모순들을 개혁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이 책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아베를 비롯한 일본의 극우세력이 궁극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빠진 점이다. 어쩌면 그들, 즉 서구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별문제가 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적 관점에서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그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2021년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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