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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이 지구의 풍요를 담보한다. | 자연과학 2020-10-23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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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저/김은령 역
김영사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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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인 호프 자런은 일전에 [랩걸]로 만났다. 자신의 일과 사랑을 나무에 비유하며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 책을 읽으면서, 한 여성과학자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산문처럼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지 싶다. 그래서 그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일찌감치 구매해놓았지만 차일피일하다 보니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 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서 저자는 우리의 삶이 지난 50년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말하고 있다. 삶은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해졌으며 더 많은 사람이 과거에 비해 모든 면에서 혜택을 누리며 풍요롭게 살고 있다. 물론 현재에도 그런 풍요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있고, 풍요롭게 산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행복한 삶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풍요를 누리며 생활할 때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는 많이 달라졌고, 그로 인해 우리가 맞이해야 할 미래는 위험과 두려움에 직면해있다. 1969년생인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지난 50년 동안의 변화를 많은 통계와 숫자를 통해 살펴보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누리는 풍요를 유지하면서도 지구 환경의 지속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하고 식량 생산은 세 배로 증가했으며 에너지 소비는 네 배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은 훨씬 더 극적이다. 지난 50년 동안 인구는 60퍼센트 증가했고 에너지 소비는 열 배, 화석 연료 사용은 아홉 배 증가했다.’(7쪽, 한국어판 서문 中)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식량과 에너지로 나누어 세상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를 통계수치를 통해 확인하고, 그것이 지구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살펴본다.

 

먼저 식량에서 곡류는 현재 연간 30억 톤이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농지면적은 단 10퍼센트 증가에 그쳤지만 생산량이 세 배가 된 것은 수확량의 증가에 있다. 단일작물 재배를 위해 만들어진 농지에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잡초와 해충을 박멸하기 위한 제초제와 살충제도 그만큼 많이 살포되었다. 그 결과 잡초와 해충은 내성을 갖게 되었고 인간은 암 유발물질에 시달리게 되었다. 가축 또한 예전보다 더 잘 먹이고, 더 잘 보호하며 동물자체를 더 낫게 개선한 결과 빠른 성장과 높은 번식력, 낮은 신진대사로 인해 예전보다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양의 고기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한 항생제는 동물들의 배설물에 섞여 방출되면서 지하수로 흘러들어 미생물에게 내성연습 훈련기회를 제공했고, 동물의 먹이로 소비되는 곡물은 인간이 먹는 곡물의 양과 거의 같은 10억 톤에 이른다. 해산물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 50년 전 6000만 톤이던 야생해산물의 전 세계 포획양은 30년 전 1억 톤으로 늘었고, 지금은 다시 그것의 두 배가 생산되고 있지만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의 양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해산물의 절반이상이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라는 의미이다. 양식장에서 연어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는 3킬로그램의 연어먹이가 필요하고, 연어먹이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는 5킬로그램에 이르는 작은 물고기를 갈아야 한다. 지금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1/3가량이 분쇄되어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들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들은 바다의 먹이사슬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기에 점점 더 많이 양식장으로 향한다는 것은 바다 생물들의 먹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탄생한 이래 먹을 것을 찾아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지금도 식량은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곡물이든, 육류든, 해산물이든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음식물의 40퍼센트는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배를 곯고 있다.

 

‘OECD 국가들이 매주 하루만 고기 없는 날을 정해 지킨다면, 올 한 해 배곯는 사람들을 모두 먹일 수 있는 1억2000만 톤의 식량용 곡물이 여분으로 생기게 된다.’(77쪽)

 

‘음식물을 쓰레기 매립지에 던져 넣을 때 우리는 그냥 칼로리 덩어리를 던져 넣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던져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풍요에 대한 무자비한 추구에 이끌린 결과, 우리가 공허하고 소모적이고 명백한 빈곤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113쪽)

 

‘굶주림은 지구의 공급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패로 등장한 문제다.’(77쪽)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기와 자동차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런 삶은 상상조차도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인류는 한곳에 정착하여 도시를 이루고 살아오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것들이 없이 살아왔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90퍼센트는 화석연료를 태워 얻는다. 식물과 동물의 사체가 쌓여 수천만 년이 넘는 세월동안 뜨거운 열과 압력을 통해 만들어진 화석연료는 그것의 생성에 장구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재생불가능한 연료로 불린다. 또한 화석연료는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일치, 매장량의 유한으로 인하여 전쟁을 야기하고, 바이오연료 개발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바이오연료는 수확한 농작물의 일부분을 가져다 잘라 발효시킨 후 불을 붙여 태워버리는 방식으로 소비되며, 이렇게 사라지는 곡류는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류의 20퍼센트에 이른다. 그런가하면 인도와 사하라사막 남쪽에 사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1/3을 차지하지만 전 세계 전기량의 10퍼센트를 채 사용하지 못한다. 그에 반해 OECD국가들, 전 세계 인구의 15퍼센트 사람들은 전 세계 전기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사용하고 전 세계 연료의 40퍼센트를 사용한다.

 

‘지난 50년간은 더 많은 차, 더 잦은 운전, 더 많은 전기, 더 많은 생산으로 대표되는 풍요의 시대였다. 그렇기에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시기라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50년 동안, 전 세계의 화석연료 사용량은 세 배나 증가했다.’(146쪽)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127쪽)

 

 

우리는 과거에 비해 이렇게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를 이런 편한 방식으로 살게 만드는 모든 것은 지난 50년 동안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풍요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풍요를 추구하는 동안 지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는 지구온난화를 불러오고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해보았던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기를 지금의 아이들은 할 수 없으며, 대신 봄날 꽃가루로 재채기 하는 날이 더 길어졌다. 대규모 태풍의 빈도가 잦아졌고 그 강도는 더욱 세졌다. 지구상 존재하는 담수는 극히 일부분이며 그것도 얼음의 형태로 되어있다. 그런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의 상승과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또한 오늘날 넓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생물종의 감소는 서식지 파괴와 함께 기후변화가 그 원인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기는 다가오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안에서 인류는 살아남는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풍요의 궤적을 고려할 때, 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슬픈 결론을 내리게 된다.’(190쪽)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유일한 대상인 지구는 정치적 공방의 볼모가 되고 말았으며, 기후변화는 양쪽에서 내던지는 무기가 되었다. 특히 과학자들이 보기에는, 정치적 불화와 양극화 때문에 우리가 구하려 애쓰는 이 지구가 심각한 해를 입고 있다.’(232쪽)

 

그렇다면 앞으로의 지구는, 인류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누려왔던 것들과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생태위기를 개선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우리에게는 오직 네 가지 자원만 주어져있다. 땅과 바다, 하늘 그리고 우리 서로다.’(31쪽)라고 말하는 그녀는, 우리 자신이라는 자원으로 위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날 우리가 확인하는 이 세상의 결핍과 고통은 필요한 만큼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구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나눌 줄 모르는 인간의 무능함 때문이다. (…) 많은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바람에 더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31쪽)

 

‘우리 각자는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와 산업계가 우리를 대신해 이런 질문을 던질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232쪽)

 

그래서 그녀는 지구의 풍요를 위하여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 다섯 단계로 나누어 말한다. ‘좀 더 밝은 미래를 지닌 공정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자는 말 일게다.

1. 나의 가치관을 살펴본다: 그리고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집중할 주제를 정한다.

2. 정보를 모은다 : 나의 일상이 나의 가치체계에 얼마나 반하는지 습관을 살펴본다.

3.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한다 : 실행할 수 있는 변화를 하나만 선택한다.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를 매일 기록한다.

4.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투자를 한다.

5. 내가 속한 기관을 나의 가치체계에 맞게 변화시키고자 한다.

 

우리는 많은 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해, 지구 생태계의 교란에 대해 듣지만 대부분은 아는 것에 그친다. 그나마도 일부는 반신반의하고 먼 미래의 일 혹은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것이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시간이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따뜻한 온기이다. 아마 우리 서로를 믿는 그녀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이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랩걸]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치 산문을 읽는듯한 착각 속에서 책을 읽었다. 담백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그녀의 글쓰기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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