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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상은 그대로인데, 우리들의 이성은 어디에 있는지.. | 인문 2021-01-13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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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

리영희재단 기획/백영서,최영묵 공편
창비 | 2020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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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교수가 작고한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고 한다. 실천하는 지식인의 표상이었던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던 적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10년이 흘렀다고 하니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그러나 10년이란 시간에도 불구하고 리영희 교수가 지키고자 했던 진실은 더욱 멀어지고 여전히 우상만이 판치고 있다. 그의 책 [우상과 이성]을 처음 읽은 지 4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사회는 많은 우상들이 존재하고 있다. 아니 더 많은 우상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리영희 교수 작고 10주기를 맞아 ‘리영희재단’에서 기획한 ‘리영희 선집’이다. 리영희 교수가 생전에 발표했던 글 중에서 시기별로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글, 발표당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거나 젊은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글, 그리고 2000년대 이후의 세대가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을 모았다고 한다. 그렇게 선정한 22편의 글들을 주제에 따라 한반도, 국제관계, 사상과 언론, 문명과 미래라는 네 영역으로 구분하여 싣고 있다. 글 중에는 대학 새내기 때 [전환시대의 논리]나 [우상과 이성]을 읽으면서 접했던 글들도 포함되어 있다. 당시 그 글들을 읽으며 내 사고가 깨어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희미하게나마  되살아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글들의 유효성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점에 서글픈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22편의 글 모두는 여전히 그것을 읽는 우리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글이 쓰인 당시와 현재의 시간적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것을 느낀다. 먼저 ‘제1부 한반도’에는 한반도를 사유의 중심에 놓고 국제정치를 비평한 5편의 글들이 실려 있다. 멀리는 거의 반세기 전인 1977년, 가깝게는 20년 전인 1999년에 발표된 글들이다. 자각 없는 삶으로 인해 우상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염원하며 쓴 글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지금도 우상의 강요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990년대 말에 쓴 <북한-미국 핵과 미사일 위기의 군사정치학>과 <통일의 도덕성>은 지금의 우리가 북핵과 통일문제를 생각하기에 앞서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을 담고 있다. 이제는 버릴 때도 된 반공과 흑백논리, 진영논리에 빠져 진실이 아닌데도 진실인 것처럼 우리에게 강요된 것들, 즉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우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해준다. 냉철한 이성으로 글들을 읽어가다 보면 우리가 현실의 어디에 서있는지를 알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제2부 국제관계’는 국제정치의 지평에 해당하는 글 4편이 들어있다. 한반도 지정학의 핵심국가인 중국, 일본, 미국에 관한 글과 베트남전쟁에 대한 글이다. 모두 1970,80년도에 발표된 글이지만 우리의 현재를 직시하게 만드는 글들이다. 그 중에서도 1983년에 발표된 <다시 일본의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는 일본의 극우, 국수주의의 유래를 파헤친 글이기도 하다. 일본이 끝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그럼에도 우리가 유야무야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이 글은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더욱이 한일관계가 최악에 이른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이 우상의 타파라는 사실을 리영희 교수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해방이후 누적된 모순이 가져온 결과이기에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제3부 사상과 언론’에서는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그리고 자유와 진실에 관한 글 7편이 실려 있다. 철지난 글들로 인해 반공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법정에 서야 했기에 사상의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생각은 그의 사유의 바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자신이 언론인이기도 했던 리영희 교수이기에 그가 바라보는 언론에 대한 시선은 냉철하기만 하다. 특히 [8억인과의 대화], [우상과 이성]에 실린 글로 인해 1977년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었을 때 쓴 <상고이유서>는 검찰과 사법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비단 그때만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마찬가지임을 우리는 오늘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언론과 기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가짜뉴스의 온상지가 되고 있는 지금의 언론, 기사를 쓰는 기초적인 지식조차도 내팽개친 기자들을 보면서 그들의 그런 행태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제4부 문명과 미래’에는 에세이나 서간문 형식을 통한 문명비판에 가까운 글 6편이 실려 있다.

 

이처럼 이 책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에 실려 있는 리영희 교수의 글은 가장 최근의 것이라 하여도 2000년 이전의 글이다. 이는 지금부터 20년도 더 전에 쓰여진 글이라는 소리이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했을 만한 시간이지만,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그 때는 그보다 더 오래된 과거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지금 그 글들을 읽으면서 마치 현재적 시점인양 착각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의 기본 모순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지 싶다. 아니 오히려 우상은 더 많아지고, 이성은 자리를 잃은 지 오래이다. 선집의 제목마냥 스스로 생각하고 저항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 방향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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