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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카타콤』어둠 속 깊이 들어가 찾아낸 '빛의 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23-02-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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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울, 카타콤

이봄 저
위즈덤하우스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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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카타콤』 

 

이봄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문명은 죽음 위에, 도시는 무덤 위에

 

 

 


 

 

 

‘카타콤’은 로마와 파리 등에 조성된 지하 공동묘지를 가리키는 말인데 핍박받고 버려진 사람들이 모여들거나 지상에서 묻어주지 못한 사람들이 묻히는 곳이었다고 한다. 

『서울, 카타콤』은 ‘서울에도 카타콤이 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 줄거리

 

 

화려한 서울 강남역 아래 ‘카타콤’이 있다. 

현실의 도피처로 선택한 결혼은 지옥과도 같았던 주인공 ‘나’는 남편의 구타로 아이를 유산하고 다리까지 절게 되면서 아무도 자신을 찾을 수 없는 지하 깊은 곳까지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지하철 승강장과 이어진 지하를 발견하며 개미굴 같이 거대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하에는 현실의 삶을 견딜 수 없었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지하세계에 자리를 잡도록 도와준 ‘양어르신’, 언니라고 친근하게 부르던 ‘화연’, 아버지를 피해 도망친 어린남매 ‘선아’, ‘승우’, 소방관이었으나 마음의 상처를 입고 지하로 온 ‘은혁’ 등 사람들을 만나며 죽을 자신도, 싸울 자신도 없던 과거와 달리 서서히 생기를 찾는다. 하지만 지하세계도 사건과 사고, 붕괴 등으로 흔들리게 되는데...

 

 


 

▣ 책을 읽고

 

 

외면했던 소외된 계층, 무방비로 폭력과 범죄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은 지상의 경계선에 있고 높고 화려한 빌딩숲의 지상보다 지하로 내려가기 쉬운 위치에 놓여있다. 지하세계는 괴물이나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것 같지만, 자신이 잘못한 일을 인정하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나약함, 마음의 상처와 상대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치기 바빴던 현실을 외면한 사람들이 살았다. 

누구나 다 내려놓고 싶고, 도망쳐 버리고 싶은 때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며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계속 헤메고 있는 주인공 ‘나’를 보며 빛이 언제 비쳐들지 기다려졌다. 

 

 

소설 속 ‘나’는 자신의 아이가 유산될 때도 폭력에서 달아나고자 느껴볼 수조차 없었던 애착과 슬픈 감정을 아버지에게 폭력을 피해 지하로 온 선아와 승우를 돌보면서 감정이 자신에게도 있었음을 알게 된 것 같았다. 욕으로 주먹으로 발길질로 얻어맞으면서 때린 사람을 증오로 가득찬 눈으로 보지 못하고 한 번도 대들지 못한 채 겁먹고 도망쳤고 피하기 급급했던 ‘나’로 인해 세상에 나오지 못한 자신의 아이를 향한 감정을 선아와 승우에게 대신 해주는 듯 했다.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지하에 사는 모습은 지상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은 죽음을 위해서가 아닌 살기위해 치열했다. 

다른 이의 눈에 띄면 자신의 보금자리를 잃게 될까 두려워 좁고 깊은 곳에 위치한 개미굴엔 양어르신과 ‘나’만 거주했다. 불안정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안정을 찾고 영역을 만들고, 그 불안정함 속 안정조차 흔들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호의에도 상대방에 대한 의심, 선의 속에 상대방을 이용하려는 마음을 숨기는 모습들은 삶에 대한 희망보다 인간의 본성을 잃어가는, 빛으로부터 도망친 어둠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 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하 입구가 붕괴되어도 지하에 갇혀버리지 않게 다른 길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며 지하에서 언젠가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나도 한없이 아래로 가라앉을 때 소설 속 주인공들을 떠올려보며 나를 위로 끌어올려주는 손을 찾고 잡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책 속에서

 

 

아무도 내가 그 사이로 조용히 들어가는 걸 몰랐다. 마치 음식물 쓰레기 더미 사이로 쥐가 도망가는 모양새였다. 만나야 하는 사람과 가야 할 곳에 집중하느라, 웬 여자가 다리를 절며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사람들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자. 

저 아래로. P10

 

 

치열하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죽음과도 같은 시간. 강바닥으로 끝없이 가라앉아 조용히 자리 잡은 침전물처럼 그저 존재할 뿐이었다. 평화로웠다. P19

 

 


 

 

 

“카타콤이라고 들어봤어?”

생소한 단어에 고개를 저었다. 

“‘무덤 사이에’라는 뜻이다. 저기 서양에서 이런 곳을 부르는 말이다. 도시 아래 지하. 사람이 죽어 묻히는 곳을.” P27

 

 

마음이 땅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에 비하면 몸이 아픈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절망은 오늘의 노력이 고단해서가 아니라, 그 노력이 일말의 희망조차 불러올 수 없다고 느껴질 때가 왔다. 

나는 절망했었다. 

하지만 지하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예 달리기를 포기했으니까. P47

 

 


 

 

 

“이렇게 크고 복잡하고 오래된 지하에 별일이 다 있었을 테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별의별 사람이 왔을 거고 별의별 일이 있었을 거야. 우리는 딱히 결정권이 없어. 위에서 흘러오는 대로 쌓이는 것뿐이지.” P101

 

 

“물에 돌 던지면 바닥에 있던 모래가 튀고 흙탕물이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가라앉지 않냐. 그냥 그렇게 지나갔어.” P102

 


 

 

필사적으로 손발을 휘저어도, 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면은 까마득히 위에 있었고, 방향을 잡아 나아가려 해도 이정표가 없었다. 디딜 땅도 없고, 죽음과도 같은 새까만 심연뿐이었다. 온통 파랗고 공허했다. 막혀오는 숨과 흐려지는 시야에 공포가 엄습했다. 아무리 치열하게 허우적대봤자 이 절망적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게 고작이었다. 그래도 살기 위해 끝없이 버둥거렸다. 포기한 채 심연으로 내려앉았을 때 비로소 편해졌다. P138

 

 

가서 뭐 하게. 뭘 물어보게. 가지 말라고 붙잡기라도 하게? 내가 뭔데. 만나서 해야 할 일이나 나눠야 할 대화를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아니다, 그냥 보고 싶었다. 화연도, 아이들도, 벌써 가버렸을까. 나한테 인사도 없이. P173

 

 

아이들을 보면서 절망했다. 

이 아이들이, 이 예쁜 아이들이 돌아가야 할 곳이 지상이라는 것에, 절망했다. P235

 

 

나오는 것은 나오기를 결심하는 것보다 쉬웠다. 내려왔던 길과 반대로 하염없이 위로,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길은 모두 이어져 있었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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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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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꼭 읽어봐야하는 'SF 판타지 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23-02-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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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종이 동물원

켄 리우 저/장성주 역
황금가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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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봐야하는 'SF 판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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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소설

장성주 옮김

황금가지 출판

 

 

휴고 상,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동시 수상한 대표작인 「종이동물원」부터 압도시켰다.

 

중국인 엄마를 부끄러워하고 멀리하는 ‘잭’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의 편지를 읽는데 그동안 알아주지 않았던 엄마의 사랑의 글에 가슴이 찡해졌다.

 

“내가 ’사랑(love)’이라고 말할 때, 난 그 말을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켰다.

“하지만 ‘아이[愛]라고 말하면,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아빠는 고개를 저었다.

“여긴 미국이야.”

「종이동물원 P22-23」


 

영어를 쓰기 힘든 엄마는 중국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었다. 말이 되지 않으니 글로 종이에 써서 마법으로 종이호랑이의 숨을 불어 넣고 아들에게 온 마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으나 알아주지 않는 슬픔이, 외로움이 편지에 담겨 있다.

 

SF소설이지만 공감이 더 되었던 것은 어린 시절 종이인형으로 상황극 놀이도 하고 예쁘게 색칠해서 꾸며주었는데, 내가 만든 종이들이 나와 친구였었고 내가 만든 세상에서 주인공으로 살게 해준 기억들 때문인지 다가가기 쉬운 소설이었다. 그리고 중2병 제대로 걸린 아들에게 엄마의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자(한자)를 택했다는 것도 현실의 내 마음같기도 해서 속상한 마음이 더 이해된 것 같다.

 

 


우린 모두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에메랄드 성에 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센틸리언이 우리 눈에 씌운 두꺼운 초록색 고글 때문에 온 세상이 아름다운 초록빛으로 보인다고 믿는 거죠.

「천생연분 P56」


 

켄 리우 작가님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법률 변호사의 직업을 갖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IT관련한 내용들이 아주 구체적이고 이론적으로 가능할 법한 장면들이 나온다. 미래가 아닌 현재 우리 삶도 데이터 수집에 의해 알고리즘이 알려준 정보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관심 갖고 있던 물건을 쇼핑하거나 영상을 보기도 한다. SF가 아닌 현실에서도 익숙해져 버렸는데 얼마나 많은 기술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눈과 귀가 되어 혼돈에 빠트리게 될지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날이 슬그머니 다가올 것이라고 알려주는 소설같다.

 

 


멍한 기분으로 아버지의 시신을 내리는 동안, 나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평생 사냥한 요괴들이 서로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쪽 다 이미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을 낡은 요술의 힘으로 연명하는 존재였고, 그 요술 없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지 못했으니까.

「즐거운 사냥을 하길 P94」

 

백년묵은 여우와 사냥꾼이 나오는 홍콩의 전설 같은 판타지이다. 변해버린 시대에서 요술을 부리는 자들이 사라진 건지 요술이 사라져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요술을 잃어 여우로 변신할 수 없자 과학기술을 사용해 로봇으로 여자에서 여우로 몸을 재현시켜준 사냥꾼은 여우의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어서였을지 아니면 자신도 요술이 존재해야 쓸모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우주의 모든 지적 생물종을 정확히 집계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 지성을 규정하는지에 관한 논쟁이 끊이지 않을뿐더러, 매 순간 모든 장소에서 문명이 일어났다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는 별이 태어나고 죽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시간은 삼라만상을 집어삼킨다.

그러나 모든 생물종은 대를 이어 지혜의 전수하는 자기 나름의 독특한 방법이 있다. 사유를 눈에 보이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거스르지 못할 시간의 파도에 맞서는 방파제처럼 잠시나마 동결된 것으로 만드는 방법 말이다.

모두가 책을 만든다.

어떤 이들은 글쓰기란 단지 눈에 보이는 말하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관점이 편협하다는 것을 안다.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P195」

 

책을 글로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어조, 음성, 억양, 강세, 성조, 리듬까지 담아내는 다양한 종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은 적출된 정신을 동결하여 지도를 만들고 질문하는 방법으로 책을 만드는 헤스페로인, 블랙홀의 가장자리인 ‘사건의 지평선’에서 가장 훌륭한 책을 찾는 툴톡인, 음악을 사랑해서 생각을 소리내면 금속판에 홈을 만들고 진동을 일으켜 두개골 속 빈 공간에 그 소리를 증폭시켜 글쓴이의 목소리가 재현되는 방식의 글을쓰는 알레시아인 등 글을 문자가 아닌 다른 형태로 전달한다는 것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위해 자기 삶의 경험을 형상화하고 단계화해요. 기껏 휴가를 가서도 한쪽 눈은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비디오카메라에서 뗄 줄을 모르죠. 현실을 그대로 정지시켜 보관하고 싶은 욕망은 곧 현실을 회피하려는 욕망이에요.

「시뮬라크럼 P215」

 

존재의 일부이지만 생명을 영상에 불어넣는 「시뮬라크럼」 소설은 가장 좋았던 추억이 인생 전체를 뒤바꿀만큼 소중하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줄 수도 있지만, 그 소중했던 추억이 현재와 미래를 그 추억 속에 갇혀버린 채 살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 놓지 못하는 것 또한 욕심인듯 하다.


빛나는 팔, 웃음소리, 신들의 음식. 우리 기억은 그렇게 압축되고 통합된 끝에 반짝이는 보석이 돼서 머릿속의 한정된 공간에 박힌단다. 하나의 장면은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기호로 바뀌고, 긴 대화는 문장 한 줄로 줄어들고, 하루는 덧없이 사라지는 즐거운 느낌으로 농축되지.

시간의 화살은 그 압축의 정확성을 앗아간단다. 스케치가 되는 거야, 사진이 아니라. 기억은 곧 재현이란다. 그것이 소중한 까닭은 원본보다 나은 동시에 원본보다 못하기 때문이지.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P312」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생명조차도, 별 볼일 없는 것처럼 보였다. 기계로서 존재하는 자유 앞에서는. 어수선하고 불완전한 살아 있는 세포 대신 결정형 그물망의 질박한 아름다움이 깃든, 생각하는 기계 앞에서는.

마침내 인류는 진화를 초월하여 지적 설계의 영역에 진입했던 것이다.

「P354 파(波)」

 

“히로토, 모든 것은 지나가는 법이란다. 지금 네 마음을 차지한 그 기분, 그건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 라는 거야. 삶의 모든 것이 덧없게 느껴지는 감정이지. 태양, 민들레, 매미, 해머, 그리고 우리 모두 다. 인간은 누구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라는 물리학자가 정리한 방정식에 지배당한단다. 그래서 우리 모두 결국에는 사라질 운명을 타고난 짧은 패턴일 뿐이야. 그 수명이 1초든, 아니면 100억 년이든.”

「P388 모노노아와레」

 

 


미래에 대해 자식들이 살아가야할 터전과 아름다운 현재의 자연이 환경파괴로 인하여 사라진 것에 대한 걱정들을 판타지 소설 안에 담았다. 어쩌면 꿈 속 세상에 다녀온 듯한 느낌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세계들, 우주의 다른 종족들, 어머니에서 비롯된 수많은 아이들 정신만 존재하는 곳처럼 모양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더라도 정신만은 살아있듯 앞으로의 미래도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 같았다.

 

요즘 OTT와 영화에서 쏟아지는 인간이 로봇으로 탄생하고, 죽었으나 가상세계에 정신만 살아있는 내용들이 많아 그런지 소설의 내용이 미래 혹은 어디선가 있을 수도 있을 이야기들이 많다. 우리가 그리운 이들을 볼 수 없을 때 기억을 저장해서 꺼내본다던지 아시아계 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자들을 과학기술로 접근해 추척해가는 이야기들은 원하지만 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에서 상상으로나마 해결해주는 돌파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14편의 단편소설 중 <종이동물원>, <즐거운 사냥을 하길>,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모노노아와레> 이렇게 4개 단편소설이 가장 독특해서인지 기억에 남았다. 단편들마다의 개성이 확연하게 뚜렷하고 소재들이 구미가 확 당길만한 흥미로워 단편들로 남기에 너무 아쉬워 장편으로 써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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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가지’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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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사랑과 숨의 기록' | 기본 카테고리 2023-01-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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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밝은 밤

최은영 저
문학동네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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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장편소설

문학동네


 

 

 

글을 읽으면 지연이의 현재와 과거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주인공 이지연은 할머니로부터 과거 일제시대 증조모이야기를 듣고 현재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교차하며 소설은 진행된다. 결혼한 여성의 감정을 정말 잘 묘사했다.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았나 싶을 정도로 나의 일기장 속 이야기같이 감정들이 공감되었고 책 페이지를 넘겨갈 때마다 내 속안을 한바퀴 휘젓고 지나간듯 요동쳤다.

 

잊고 있었던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다.

내가 사회에 적응하고 견디고 경쟁에 치일동안 과거를 회상하며 천천히 흘러가는 그 시간들을 체념한 듯 집에서 홀로 외롭게 있었던 나의 할머니의 기억이.

이렇게 소설 속에서 만난 할머니도 여자였고, 엄마였고 청춘을 살아왔었다는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쇠약해져가는 모습을 보며 돌아서기보다 나와 닮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살갑게 대했더라면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을텐데 할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그리움이면서도 동시에 미안했다.

 

눈물이 계속 났던 이유는 책속의 여자들처럼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때문인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알았기 때문인지 외로움과 평생을 싸워야했던 그들에게 서로가 있었듯 나에게도 서로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내가 밀어내고 봐주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대구 명숙할머니 집에서 함께 증조모, 새비아주머니, 희자, 영옥이 이렇게 여자만 모여 살며 큰 소리로 웃던 장면과 새비아주머니가 희령으로 찾아와 증조모와 바다에 함께 가서 공놀이하는 장면은 행복해 보였다. 그 잠시밖에 누릴 수 없다는 행복을 알아서 였을까 웃음으로 서로의 기억에 행복으로 기억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가슴이 아팠다. 서로 편지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자신의 속내를 적으며 한풀이하기도 했다. 그런 과거와 현재의 엄마와 딸 사이의 감정들에 대해 생각만 했던 일들을 글을 읽고 보니 나는 그동안 엄마에 대해 많이 몰랐었구나 싶다. 당장의 변화될 수 없겠지만 엄마와 딸이기에 그냥 지나쳤던 것,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해보고 경계를 긋고 멀리하기보다 조금 더 다가가는 것부터 해보아야겠다.

 

삼천이와 새비아주머니, 희자와 영옥이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지연이가 회복되었던 것처럼 나도 『밝은 밤』으로 내 가슴 속의 일부가 다독여진 것 같아 너무 좋았다.

 

 

 

 


*** 책 속 밑줄긋기

 

희령에 도착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나는 할머니에게 마음을 열었다. 아이들은 귀신같이 아니까. 이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자신을 해치려 하는지 돌보려 하는지. P10

 

흰빛이 사람을 압도하고 두렵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한번은 폭설이 그친 무렵, 눈 덮인 논가 국도를 달리다가 가슴이 심하게 뛰고 숨쉬기가 어려워 갓길에 잠시 차를 세워둔 적도 있었다. 마음의 보호대 같은 것이 부러진 기분이었다. 덜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가 사라진 것 같았다. P12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P14

 

엄마는 남자와 사는 삶에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하곤 했지만, 그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도리어 엄마야말로 남자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 같았다. 때리지 않고 도박하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만 되어도 족하다니, 인간 존재에 대한 그런 체념이 또 어디 있을까. P17

 

이름 없는, 구체적인 형상도 없는, 엄마의 할머니로만 존재했던 사람이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와 금방이라도 내 앞에 나타날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나의 증조할머니, 이정선. P49

 

지구가 수명을 다하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순간이 오면 시간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그때 인간은 그들이 잠시 우주에 머물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되지 못하는 종족이 된다.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결말이다. P82

 

 

♥ 내가 누리는 특권을 모르지 않았으므로 나는 침묵해야 했다. 내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라며 느꼈던 외로움에 대해서, 내게 마음이 없는 배우자와 사는 고독에 대해서. 입을 다문 채 일을 하고, 껍데기뿐일지라도 유지되고 있었던 결혼생활을 굴려가면서, 이해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에는 눈길을 주지 않아야 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으니까.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었으니까.

그 껍데기들을 다 치우고 나니 그제야 내가 보였다. 깊이 잠든 남편 옆에서 소리 죽여 울던 내 모습이, 논문이 잘 써지지 않으면 내 존재가 모두 부정되는 것만 같아서 누구보다도 잔인하게 나를 다그치던 내 모습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숨쉬듯 나를 비난하고 비웃던 내 모습이.

너는 너를 다그쳤기 때문에 더 나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 너에게 조금이라도 관용을 베풀었다면 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되었을 거야. 아빠도 말했잖아. 넌 큰 사람이 될 수 없을 거라고. 남편도 얘기했지. 네가 이룬 모든 것은 운일 뿐이라고. 그러니 넌 더 단련되어야 해. 이런 취급에는 이미 익숙해졌잖아.

나는 항상 나를 몰아세우던 목소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P85-86

 

 

5월의 새비에 따뜻한 바람이 불구, 내레 떨지 않구 희자 아바이 보내줬다. 땅이 녹아서 파기가 어렵지 않았더랬다. 내레 추울 때 가믄 땅이 얼어 심이 들 테 조금만 더 버텨보갔어. 기깟 걸 농이라고 하던 희자 아바이가 마음놓았을까. P127

 

 

♥  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 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

  원자폭탄으로 그 많은 사람을 찢어 죽이고자 한 마음과 그 마음을 실행으로 옮긴 힘은 모두 인간에게서 나왔다. 나는 그들과 같은 인간이다.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인간이 빚어내는 고통에 대해, 별의 먼지가 어떻게 배열되었기에 인간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해 가만히 생각했다. 언젠가 별이었을, 그리고 언젠가는 초신성의 파편이었을 나의 몸을 만져보면서. 모든 것이 새삼스러웠다. P130

 

 

예전처럼 며칠씩 서로 말도 붙이지 않을 정도로 신경전을 벌일 만한 일이 우리에게는 더 이상 없었다. 큰불이 나기 전에 꺼버렸고, 상대에게 작은 불씨를 던졌다는 것에 문득 무안해지기도 하는 사이가 된 것이었다. 그건 우리가 그만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가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우리는 눈빛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정말 끝이 날까봐 끝까지 싸울 수가 없는 사이가. P137

 

 

잘 사는 것이 복수라고, 보란듯이 잘 살면 된다고 말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내 등을 천천히 두드리는 손길에서 내 등을 후려치는 채찍이 되는 동안에. P156

 

 

 고통 안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 쳤고 익숙한 구덩이로 굴러 떨어졌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서린 두려움이 나를 장악했다. 나는 왜 내가 원하는 만큼 강해질 수가 없을까.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도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오래 울던 밤에 나는 나의 약함을, 나의 작음을 직시했다. P156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은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P156

 

 

ㅡ 내레 어릴 적에 소설 읽어주던 이들이 있었다이. 책방에서 『홍길동전』두 읽어주구 『사씨남정기』랑 『임진록』두 읽어주구. 내레 기걸 참 좋아했더랬어. 넋을 놓구선 이야기를 들었다이. 어마이가 이야기 좋아하믄 가난해진다고 해두 어쩔 수가 없었디. 기게 참 좋았더랬어.

그 말을 하는 명숙 할머니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어렸다. P186

 

 

 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나.

나에게, 내 인생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알고 싶지 않아서, 느끼고 싶지 않아서.

어둠은 거기에 있었다. P299

 

 


 

 

어머니는 일평생 그런 식이었죠. 바들바들 떨면서도 제 손을 잡고 걸어갔어요. 어머니는 내가 살면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어요. 무서워서 떨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나는 어머니를 닮고 싶었어요. P333

 

 

♥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까. 나는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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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죄』 | 기본 카테고리 2023-01-3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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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검사의 죄

윤재성 저
새움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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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죄』

윤재성 장편소설
새움 출판

ㅡㅡO줄거리

어린 권순조는 희국보육원으로 납치를 당한 후 그곳에서 불법 마약 제조상들과 장기 인신매매 조직의 아동 학대, 노동 착취로 탈출을 꿈꾸지만 돌아오는 것은 매질뿐이다. 쇠꼬챙이로 원생과 원장을 찌르고 불을 질러 12명을 살해한 후에야 보육원에서 벗어나지만 어느 한 검사의 도움으로 죄값을 받지 않고 어른이 된 후 검사가 된다. 외적으로는 평검사의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사람을 죽인 일 이후 자신이 죽인 아버지와 원생들의 환영을 보고 자신도 누군가 습격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접이식 나이프를 지니고 다니며 매끼 약을 먹어야 한다. 중앙지검의 칼잡이 검사로 유명해진 어느 날, 선배 검사가 눈앞에서 피살당하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상대는 재계, 정계, 법조계 결탁한 카르텔임을 알게된다. 권력 위에 있는 자들에게 맞서기 위해 권순조는 문희철, 차미도, 윤중탁과 함께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다. 권순조는 자신의 죄가 드러나고 검사 복을 벗게 되지만 악의 권력에 맞서 무력을 사용해 거대 카르텔을 향해 법의 재판을 한다.

ㅡㅡO책을 읽고

시작부터 주인공 권순조의 분노가 느껴진다. 팔자에도 형을 다루는 사람은 검사가 되고 형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범죄자가 된다고 했다.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 무수히 드라마, 영화들이 쏟아짐에도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법이라는 것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고 잘 알아야 하지만 잘 알지 못하기에 호기심 있고, 두려움이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듯하다.

마냥 멋있는 검사들의 세계가 아니라 퇴폐적이고 어두운면이 있어 호기심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됐다. 권순조보다 차미도가 여성검사들의 차별과 조직의 한계에 대해 잘 보여주었다 생각한다. 부패검사로 인해 아버지 회사가 타겟이 되어 사업이 몰락하게 되고 자신이 가족의 가장이 된 것에 대한 방황과 복수를 해야한다는 명분으로 검사가 되었지만, 여성평검사는 중앙지검으로 가는 것조차 도움을 받아야 가능했다. 차미도 검사의 일탈이 재미있었다. 동아와는 진심이 아니라고 하지만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관계에서 신뢰하는 사이로 된 것처럼 만약 2권이 나온다면 둘의 로맨스가 기대된다.

죄를 지은 자라 그런지 늘 경계태세였다. 진정제 같은 약을 한웅큼 먹어도 아버지의 환영은 계속이다. 자신이 죽인 사람들이 응원인지 방해인지 모를 행동과 말을 하는데 눈앞에 환영으로 나타나는 것은 죄를 지은 자가 스스로 만든 고통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인 듯 보였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과거에 발목잡혀 현재도 잃어버릴테니까.

비밀의 숲 드라마 정주행한 듯 검사들의 비리 이야기들과 상명하복, 정경유착, 부정부패, 로비 등 뭔가 뻔한 스토리 같으면서도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권순조 검사의 모습은 아직은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 같아 재미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가 탄탄해서 몰입감이 최고였다.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주인공들의 매력이 넘치니까 ^^*

조직의 우두머리는 자신의 죄가 드러나면 머리를 숙이고 반성하고 뉘우치는 행보를 보이지 않고 무엇을 지키지 위해 자살이라는 결말을 지었을까. 사회적 지위,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서 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가해자가 없는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이 겪어야 하는 추문과 가족을 잃은 고통에 대해서는 사건 종결이라는 말로 끝이 나버리니 말이다.

마지막 법의 집행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인상을 찌푸릴만큼 잔인하게 밀어붙인다. 악을 단죄하기 위한 방법으로 과연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생각하면서도 법도 통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눈에 직접 보이는 무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안다. 권력이 없고 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법은 자신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현실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생각과 반대로 독자인 내가 검사 권순조가 되어 법의 힘을 갖고 악의 무리를 단죄시키는 행동은 현실에서는 혼자 무력으로 권력에 대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에 무협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속시원함도 있었다.

이 소설은 고구마 같은 장면없이 빠른 전개로 흥미진진하지만 이 주인공을 두고 나는 원죄를 지은 사람이 폭력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것에 대해 가슴으로 이해되지만 머리로는 결론을 지을 수 없다. (소설이기에 권력에 맞선 무력진압, 범죄소굴 탈출이 가능한 것이므로^^)


ㅡㅡO책속에서

돌연 분노가 솟았다. 아버지가 쥐약 탄 소주병을 입술에 짓누를 때, ‘희국어린이집’ 봉고에 실려 산 중턱 축사로 끌려갈 때, 정당하지 못한 것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빼앗기며 터지던 폭발이었다. P14

형법서와 씨름하던 그때나, 형법상의 죄인들과 씨름하는 지금이나 신세는 비슷했다. 터널을 빠져나온 줄 알았는데 비좁은 하수관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P40

집에 오면 항상 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는 나이프를 쥐고 소파 밑부터 베란다까지 집을 싹 뒤졌다. 원래는 빈집털이범 색출 작업이었지만 오늘 같은 날은 더 신경 써 검문해야 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평범한’일상이 시작됐다. P64

순조는 직업적인 견지에서 그 말에 동의했다. 남들을 천 번 찔러도 제가 한 번 찔리면 가능 것이 인간이요. 검사였다. 따라서 우수한 방어 체계가 필요했다. 방검복과 장 차관 인맥 같은 것들. 육체적으로는 칼을 맞지 않고, 직업적으로는 내사를 맞지 않을 안전한 장치들이. P66

“누군가는 해야만 해요. 어떤 검사, 어떤 수사관, 어떤 판사는 싸워야 합니다. 세계가 타락하고 사법이 힘을 잃어도.” P114

살기 위해 그 많은 이들을 죽였음에도, 정작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것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찾아올 부당함과 부조리였다. 놈들은 의지를 거세하고 인간을 흰쥐로 만들었다. P133

생매장의 기억은 공포스러우면서도 안온했다. 지렁이인지 딱정벌레인지, 발가락 근처에서 꿈틀거리는 감촉을 느끼며 그는 눈을 감았다. 주일학교에서 읽은 성수는 백 마디 말보다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네가 죽기 싫다면 남을 죽여야 한다. P177

공책을 복사하기 전, 모든 글은 육필로 썼다. 필적 감정을 거치면 내 필체임이 밝혀질 것이다. 이는 내 말이 힘을 가지게 하는 증거다. 현직 검사가 권력에 쫓기면서 만든 명부. 이 명부를 통해 죄 있는 자가 벌을 받고 죄지은 자가 두려워하기를 바란다. 산 권력에 관대하고 죽은 권력에 엄혹한 검찰이 변화하기를 바란다. P215

벌거벗은 허수아비처럼 지는 해를 멍하니 바라보다 시력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다. 손상된 망막은 천천히 회복됐지만 심장 부근의 상실감은 영영 메워지지 못했다. 그것이 마지막 남아 있던 애정과 양심, 죄책감 따위였다는 사실은 오랜 시간이 흐르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P274

#검사의죄 #윤재성 #장편소설 #소설 #한국소설 #소설추천 #검사 #정의 #새움 #신간도서 #독서 #요즘뭐읽지 #책추천 #서평 @saeumbooks

♥‘새움’으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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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TOH』 샘터 2023. 01 '나이' | 기본 카테고리 2023-01-2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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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월간 샘터 2023년 01월호

샘터편집부 편 저
샘터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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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TOH』 샘터 2023. 01 '나이'

샘터 출판


 

사람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좋았다.

가족도 친구도 직장동료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수 없을 뿐더러 속마음의 이야기를 할 만큼의 여유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샘터는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파티> 노래 가사인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글을 보고 한 해 지날 때마다 마음과 달리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다는 것을 실감하니 나이를 부정하고 싶지만 삶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새해 다짐을 한번 해본다.

 

‘오수진’ 기상캐스터의 이야기는 현재를 즐기고 삶에 감사해야한다는 생각을 다시 할 수 있게 밝았다.

심장이식수술로 면역억제제 같은 약을 먹어야 하지만 힘들어하기보다 새 삶을 살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나이보다 하루, 한 달, 한 해 새로운 시간이 주어지는 것을 콩닥콩닥 뛰는 심장으로 알려주는 듯하다. 이렇게 병과 싸워 이긴 이야기, 현재 진행형이지만 기적이라 생각하며 삶을 즐기는 마음들을 전해주는 밝은 이야기들은 힘든 병과 싸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내면의 어둠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자주 실렸으면 한다.

 


 

최근 읽은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의 ‘이소영’ 작가님의 글이 있어 무척 반가웠다.

미술에 대하여 진심인 작가는 아트컬렉팅에 대하여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을 보고 즐기고 수집하는 향유의 가치에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웃사이더 미술작가를 세상 밖으로 꺼내 소통해주기도 하고 미술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먹고 살기 힘들어도 미술작품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면 삶을 희망으로 바꿀 자신만의 작은 안식처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샘터 1월호 나이는 이제는 중장년층으로 접어드는 나에게는 ‘아직은 젊다’라는 메세지를 주었다.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일상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사진으로 변한 내 모습을 보거나 청년층에게 밀려 구직난에 힘들어 할 때,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 자주 아픈 것 같을 때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에 서글펐다. 젊을 때와 달리 부딪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힘은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조금 더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산다면 내 삶은 이런 축척된 시간들로 채워져 훗날 되돌아보았을 때 그 때의 과거인 지금을 생각하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책 속 밑줄긋기

---○이달의 초록문장

‘본질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장소가 아니라 그곳을 보는 사람이다. 장소가 어디든 그곳은 세계의 일부이므로 시간과 장소의 법칙이 여전히 적용될 것이다. 해가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질 것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중-

P53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의 단편소설 작가 앨리스 먼로는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면서 상황에 반응하는 능력이 어떤 면에서 차단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에 크게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 모든 걸 잃을 가능성, 전에 삶을 가득 채웠던 것들을 잃을 가능성을 이제는 좀 더 의식하고 있다“는 말을.

P21 더는 스무 살이 아니지만. 염승숙

걸맞는 나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지나치게 정적이고, 안 좋은 의미로 너무 어른스럽다. 흥분하고 도전하고 좋아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것은 어린이이고 그것들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어른이라면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어른이 되면 더 잘 놀 수 있다.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은 경험 때문에 행동의 폭은 넓어지고 생각은 깊어지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의 가르침과 깨달음에는 지켜내고 존중하고 배워야 할 훌륭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모두 맞는 것은 아니고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나이에 덧씌워진 관념은 더더욱 그렇다.

P23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정용준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들 때, 그 시간을 잠시 멈춰 세워줄 장소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언제든 숨어들어 마음껏 머리를 비울 아지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열심히 살아낼 힘이 샘솟을 테니 말이다.

P63 제주에서 찾은 푸른 아파트. 이승희

이제 와 생각해보면 삶이란 대책 없는 안심과 알 수 없는 불안 사이 균형을 잡으며 어찌 되었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아닌가. 그때 내가 배운 건 그저 자전거 타기가 아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어린이가 그와 같은 방식으로 두발자전거를 배웠다. 나를 넘어지게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아래서, 결국 배반을 당하면서 값진 교훈으로 균형을 얻었다. 그즈음 치러낸 일들이 대체로 그렇다. 이를테면 유치를 빼는 일. 흔들리는 이를 실로 묶은 뒤 부들부들 떨다 보면 누가 탁 이마를 때린 사이 벌써 이는 빠져 있었다. 겪고 보면 별일 아닌 일. 누구나 그렇게 사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P69 자전거 이야기. 유희경

미술가들은 나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표현을 하는데 그들이 창작한 예술작품이 우리 집 벽에 걸려있으면 나는 예술가들과 생각을 나누는 기분이 든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집안에 미술작품을 걸어놓고 사는 삶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하며 의아해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반응을 향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그림이 걸린 벽은 예술가들의 생각이 걸린 벽이며, 그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P77 예술가의 생각이 걸린 벽.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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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서평단으로 샘터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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