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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눈물 훔치며 읽는 가슴 찡한 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21-10-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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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딸의 기억

류주연 저
채륜서 | 2021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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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시작부터 눈물이다.
작가는 켜켜이 쌓아온 감정, 억지로 묻어 둔 기억을 용기내어 직면하기 위해, 아픈 엄마가 지금을 잘 견뎌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들을 담은 책으로 어린시절과 청춘의 이야기들이 가난이라는 우울한 느낌도 있지만 분명 그 속에서 예쁜 사랑과 가슴 찡한 감동적인 부분들을 우울함과 대등한 비율로 적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읽는 내내 나도 진심이 아님에도 가족에게 상처준 말과 행동들이 생각나서 부끄러웠고, 막내 딸인데 애교가 없어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도 전하지 못했고 지금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성했다.

후배가 끓여준 닭백숙을 보며 눈앞이 흐려졌다는 부분에서 자신에게 보살핌과 투자없이 버틴 시간들이 생각났던 걸까? 눈 앞에 닭백숙이 없는데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책의 첫 챕터부터 엄청 울었는데 닭백숙에서도 계속 눈물이 났다.

사람들에게 이겨내라고 하지만, 나와 같은 독자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될 것 같다. 특히 나도 지역이 멀리 있다고 언니에게 엄마, 아빠의 무게를 짊어지게 한 것 같아 오늘부터라도 나도 용건없지만 전화를 걸고 짐들을 함께 나누어야겠다.

**
평범할 순 없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잘 이겨내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존재의 증명이 필요했다. 때로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종종 타인에게 증명하기 위해 애썼던 것들은 내 존재의 가치였다. 난 비록 가난하고, 아르바이트로 스펙을 대신하고, 열심히 번 돈으로 여행을 가는 대신 이자를 갚아야 하고, 청춘이 누려 마땅하다는 어떤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가치 있는 존재여야만 했다. 그래야 내가 보내는 그 청춘의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것이라며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느끼는 힘듦보다 과장해서 힘듦을 이야기하고, 와중에 의젓해야만 하고, 힘들다는 말 대신 나는 잘 견디고 있다 말하고 다녔다.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타인의 인정과 대단하다는 말을 주홍글씨 위에 훈장처럼 덧씌웠다. 그렇게 버텼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허무하게도 닭백숙을 배경으로 녹아내렸다.

역설적이게도 투병이 안겨준 우리의 순간들,
이런 순간을 늦게 알게 된 만큼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럴 수 있다면 꽤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이제 집에가면 더 이상 홍시는 없지만, 홍시를 먹는 딸을 앞에 두지 않고도 흐릿한 눈을 하고 있는 엄마가 있다. 살갑게 말을 붙이거나 엄마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잊은 지 너무 오래된 딸은 이번엔 어떻게 행동해야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동안엔 홍시를 맛있게 먹으면 됐었는데, 이번엔 홍시가 없는데, 얼려 둔 홍시가 없는데 어떡하나.

**
‘괜찮냐’는 엄마의 메시지에 정말 단순한 궁금증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챘어야 했다. 해주지 못하는 마음은 받지 못하는 마음보다 훨씬 더 미어질 수도 있음을, ‘괜찮다’는 대답을 듣지 못한 엄마가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파할 수도 있음을 알았어야 했다. 지금의 내가 엄마의 괜찮음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처럼,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처럼, 그때의 엄마에게 나의 괜찮음이 간절했음을 알았어야 했는데. 알리가 없었던 나는 그렇게 또 하나의 죄를 지었고, 깨달음은 항상 너무 늦게 찾아온다.

**
괜찮다는 음절의 사이에는 나의 안부보다 너의 안위에 대한 바람이 들어 있음을 이제는 안다. 나는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에게만은 괜찮을 예정이다. 엄마가 언제, 어느 순간에든 내게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그다지 큰 무게를 담지 않고라도 좋으니, 지나가는 말로라도 ‘괜찮냐’고. 이제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정말로 나는 ‘괜찮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니 엄마는 아무 생각말고, 몸이나 신경 쓰라고.

**
나이를 더해가며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 중 가장 옳다고 여기는 것은 경험해보면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나의 경우 경험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약한 마음으로 살다 보니 그냥 그렇게 되었고 그 순간들에 나를 돌보는 것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것들이 버거웠다. 그것이 나의 경우는 생사와 직결된 먹고 사는 문제였고 엄마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여자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은 그만둔 지 오래다.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마도 엄마도 진작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토닥이며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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