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계획서나 초안이 잘 작성되어야 한다. 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잘 진행되지 않거나 수정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 대상으로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1년동안 이루어질 교육을 미리 구성하고 계획하는 것을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즉,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적 활동의 근거가 되는 것이 교육과정인 셈이다.
그런데 이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일선 학교에서 제대로 계획되지 않고 단순 결재용으로 형식만 갖추어 만들어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비판하고 학교에서도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학교 교육과정을 토대로 학년, 그리고 나아가서 학급별로 상황과 학생과 교사가 다르기 때문에 학급교육과정을 각각 작성하여 운영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이 되었다.
사실,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을 앞두고 2월에도 학교는 굉장히 바쁘다. 새학기 준비 및 교실 이동, 전입 및 전출, 업무 인수인계 등등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1년의 교육과정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학급 교육과정은 생략하고 교무,연구부장이나 학년 부장이 주로 교육과정을 수립하면 반별 특성은 신경쓰지 않은채 모든 반이 그대로 진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기에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 학년부장이 아니면 교육과정을 제대로 수립해 보지 않은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분명 아니지만 아직도 이런 학교들이 존재할 것이며 그런 부분에서는 교육의 전문가로서 반성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도 동감하는 것이,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교육용 교과서와 지도서를 제작했지만 전국에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요소만 넣고 지역적인 특색이나 도시, 농촌간의 차이 등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교과서나 지도서를 가지고 그대로만 수업하는 것은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과정을 수립할 때 교과 내, 교과 간 교육과정 재구성을 적극 검토하고 실시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여러번 강조한 것처럼 교사는 교육과정 전문가이다.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교육과정을 있는 그대로 혹은 남들과 똑같이만 운영한다면 교사 자신의 성장도 어렵거니와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며, 학부모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삼중고에 처해질 수 있음을 늘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