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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번 핸슨》 오늘은 근사한 날이 될거야, 왜냐하면... | 소설 2019-05-28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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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디어 에번 핸슨

밸 에미치,스티븐 레번슨,벤지 파섹,저스틴 폴 공저/이은선 역
현대문학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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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근사한 날이 될거야, 왜냐하면... "

나에게 쓰는 편지는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 왜냐면 셔먼 선생님이 시켰으니까?! 하지만 난 오늘이 전혀 근사하지 않은걸. 학교에 가면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친구들 사이에 섞여 반쯤은 투명인간 인척 해야 하는 아싸(아웃사이더)인데다, 엄마는 매일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고 너무 바빠, 그리고 아빠는 날 버리고 3000km 넘게 떨어진 다른 도시로 떠나서 엄마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 새 삶을 시작했어. 거기다 이제 곧 동생이 태어날거라나? 아빠는 이제 동생이 생겼으니 형 노릇을 잘 하라고 했지만 난 왠지 아빠를 완전히 잃어버린 기분이야. 세상에 나를 진정으로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기는 한거야? 난 혼자야, 완전히 혼자야.

에번 핸슨에게

알고보니 전혀 근사한 날이 아니었어.

근사한 한 주나 근사한 한 해가 될 일은 없을 거야.

왜냐하면 그럴 이유가 없잖아?

(중략)..

모든 게 달라졌으면 좋겠다.

나도 마음을 붙일 데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얘기에 무게가 실렸으면 좋겠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내가 내일 사라진다 한들 알아챌 사람이 있을까?

너의 가장 가깝고 가장 소중한 친구인

내가

디어 에번 핸슨 p.41

나도 모르게 너무 오글거리게 솔직한 편지를 써버렸다. 휴우, 이런 편지는 혼자만 보는게 상책이지. 속이 좀 후련해졌으니 이제 선생님이 원하는 긍정적인 편지를 다시 써서 제출해야지. 근데 엇, 왜 프린트한 편지가 왜 코너 머피 손에 있는거야.. 안돼! 안돼!! 돌려줘!!! 코너 머피가 내 편지를 들고 가버렸다. 망했다! 완전 망했다! 코너 머피가 사람들에게 내가 이런 웃기는 편지를 썼다고 떠벌리겠지? 난 세상에서 제일 쪽팔리는 상황을 겪게 될거야. 생각만해도 죽고싶다.

다음날 학교에 갔는데 이상하게 코너 머피가 학교에 안왔네. 무슨 일일까. 그래도 아직 아이들에게 내 편지를 공개하진 않은 것 같군. 다행이면서도 마음 한켠이 불안하다. 그런데 수업 시간 중 갑자기 나를 교무실로 부르는 방송이 나온다. 이게 무슨 일이지. 드디어 일이 터진건가. 교무실에서 만난 낯선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뭐? 코너 머피가 어제 죽었다고?'

일단 내 오글거리는 편지가 세상에 공개될 일은 없겠군, 다행이다. 근데 뭐라구요? 코너 머피가 저한테 유서를 남겼다고요? 그럴리가. 저기요. 그 쪽지는 음, 제가 저한테 쓴... 편지라고 말을... 못했다. 평소 마약 중독에 나보다 더한 외톨이인 코너 머피와 내가 친구일리가. 근데 내 부러진 팔깁스에 어제 그 녀석이 남긴 사인이 남아있다. 이건 그러니까, 그냥 우연이라고요. 우린 친하지 않아요.



코너 머피의 어머니가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것 같지만, 일단은 가서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하지만 죽은 아들한테 친한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에 위안받고 있는 부모님들을 보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내 입이 나도 모르게 자꾸 거짓말을 한다.

"네, 코너와 저는 가장 친한 단짝이었어요. 우린 아무도 모르게 우정을 나누었어요."

이렇게 나는 코너가 죽은 뒤 그와 상상 우정을 쌓아간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또 거짓말을 낳는다. 내 마음 속에는 죄책감이 쌓이지만 코너의 부모님과 친구들이 나에게 생전 처음 보여주는 관심에, 난생 처음 나도 뭔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꾸 거짓말을 멈출 수 없다. 그런데, 이거 자꾸 일이 커지는 것 같다?! 내가 원한건 이런게 아닌데... 왜 자꾸 내가 유명해지고... 팔로우가 늘고... 친구가 생기지?... 뭔지 모르지만 자꾸 일이 커진다. 멈춰야 하는데...하는데...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는 소설이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등장인물이 모두 자기 나름의 외로움과 슬픔을 지니고 살아간다. 나만 외로운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가 외롭다. 누군가 먼저 알아봐주길 기다릴 뿐. 따지고 보면 에번 핸슨이 자기 자신에게 썼던 저 편지,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해봄직한 생각 아닐까?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뮤지컬을 원작으로 다시 쓰여진 소설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인걸 보면 이런 감정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겠지. 실제로 외톨이든 아니든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니까.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고 짜임새있게 흘러가서 금방 훅훅 읽는다. 우리의 에번 핸슨은 아싸에서 진정한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지...

참고로 뮤지컬이 궁금해서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가 넘나 좋다. 역시 괜히 유명한게 아니었나보다.

특히 waving through a window 라는 곡 너무 좋은데? 같이 들어보시길 :)

https://www.youtube.com/watch?v=zA52U37P_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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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완전히 망했다?! 밸러드식 SF소설 | 소설 2019-04-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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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헬로 아메리카

J. G. 밸러드 저/조호근 역
현대문학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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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 스퀘어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변경주 선인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 속으로 10미터에 달하는 팔을 뻗고 서 있었다. 사막 자연보호구역의 입구를 지키는 위풍당당한 수문장 같은 모습이었다. 녹슬어 가는 네온사인에 세이지 덤불 뭉치가 걸려 있는 모습이, 마치 맨해튼 전체를 완벽한 서부극을 촬영하기 위한 거대한 세트장으로 만들어버린 것만 같았다. 은행이며 증권사 건물의 2층 창문을 따라 열매가 영근 부채선인장이 늘어섰고, 항공사 사무실과 여행사의 현관에는 유카와 메스키트의 거대한 잎사귀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p.53 본문 중에서- 


이 정도면 미국이 완전히 망해서 나라 전체가 사막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실감 나는가? 망한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지금은 2114년, 한 세기 전에 미국은 망해버렸다, 그것도 완전히! 19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석유가 점차 지구상에서 바닥나면서 원유값이 치솟기 시작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유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제가 하나둘씩 멈춰간다. 먹고 살 길을 찾을 수 없어 사람들이 점점 도시에서 농촌으로, 농촌에서 자기들의 본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미국 땅은 텅텅 비어가게 된다. 그 후 유럽과 아시아에 불어난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서 세계정부에서 시도한 기후 제어 기술로 인해 해류가 바뀌면서 추운 북유럽과 시베리아 땅은 따뜻하고 비옥한 땅이 된 반면, 기후변화의 역풍을 제대로 맞은 미국은 전 국토가 사막화 되어버린 것이다. 


?


?


나라가 망하는 게 그렇게 쉬워? 설정에 너무 비약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인 광대한 아메리카 대륙이 사람 없이 텅 비어버렸다는 설정은 새롭다. 헬로 아메리카는 이젠 기억에만 존재하는 미국 땅을 다시 찾아가는 아폴로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본래의 목적은 아메리카 대륙에 갑자기 높아진 방사능 수치를 조사하러 가는 거지만, 어째 이 사람들 연구만 하고 돌아갈 것 같지가 않다?! 하긴 광대한 아메리카 대륙에 자신들만 남겨져있는데 어찌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있으랴. 땅에 금만 긋고 내 땅이라 우겨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며, 원한다면 미국의 대통령도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말이다.  소설 <헬로 아메리카>는 아폴로호에 승선한 인물들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 곳곳을 누비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남아있는 환상을 발견한다.


?


<헬로 아메리카>는 미국을 두 번째로 발견하는 과정을 묘사하며, 이번에 위업을 이룩하는 이는 정신 나간 광인들이다. 파괴적이며 텅 비고 무가치한 땅을, 오로지 자신의 꿈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정복하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다. 버려진 미국이야말로 그의 열정적이고 폭력적인 인물들을 위한 완벽한 배경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미국이 위대한 가공의 땅일 뿐이라면, 밸러드의 인물들은 상상의 삶을 드러내는 완벽한 횃불잡이라 할 수 있다. 밸러드는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사라지더라도 환상 속에는 그 존재를 유지할 수 있음을, 어쩌면 현실에서보다 더욱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P. 377 해설 중에서


?


밸러드는 "어쨌든 독자들은 <헬로 아메리카>가 미합중국을 격렬하게 옹호하고 있으며, 우리 유럽인들에게는 부족한 미덕인 낙관론과 자신감을 예찬하는 소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p.369)이라며 작가 후기에서 남기고 있다. 독특한 밸러드식 미국 예찬이 궁금하다면, 철저히 파괴된 미국 이야기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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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져도 아파도 인생은 계속 된다 | 소설 2019-03-0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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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저/양윤옥 역
현대문학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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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구함은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것보다 오롯이 타자의 관점으로 관찰할 때 더 증폭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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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지하루는 이야기 중 한 번도 화자로 등장하지 않는다. 총 9개의 단편 같은 이야기 속에서 엑스트라 혹은 잠깐 지나가는 사람으로 매회 등장할 뿐이다. 소설 속에서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할 정도로 잠깐씩 등장하지만 이 소설은 엄연히 지하루의 기구한 삶에 대한 이야기다. 말로 나열해보려 하면 기구하다 못해 통속적인 막장 드라마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만약 지하루의 입을 빌려 서술하기 시작했다면 어쩌면 기구한 운명을 살았던 한 여자의 팔자타령 정도로 치부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은 신선하게도 지하루의 인생을 스쳐갔던 사람들이 화자가 되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9개의 이야기는 결국 지하루가 지나온 인생을 이야기하는 연작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단편처럼 느껴진다. 지하루를 매듭 삼아 그녀를 스쳐간 다양한 사람들의 기구한 이야기가 함께 엮여있는 식이다. 이런 퍼즐 같은 구성이 신선하고 마음에 들었다. 지하루의 엄마 사키코의 시선으로 시작해 지하루의 딸 야야코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 이 이야기는 장장 40여 년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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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루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불균형할 정도로 큰 가슴을 가졌다. 그런 신체적 조건은 아름다움과 별개로 여러 남자들에게 성욕의 대상이 된다. 태생적으로 순종적인 성격에 약간 맹해 보이는 인상은 남자들이 다가서기 쉬운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였을까. 중학생 시절 학교 체육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고, 고등학교 시절에 아이를 임신해 중절수술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서서히 지하루의 힘들고 고단한 삶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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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내내 인생이 왜 저렇게까지 되나 싶어서 답답하기도,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지하루는 마치 감정이 없는 양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재밌는 건 지하루의 엄마 사키코의 삶이다. 자기를 사랑해줄 남자를 찾기 위해서 딸도 무참히 버리고 배신했던 그녀는 늘그막이 진짜로 그 소원을 이뤘다. 비록 가슴이 썩어들어가는 병에 걸려 손도 못써보고 죽게 생겼지만 자신을 위해 같이 죽어줄 수 있는 남자가 실제로 생겼으니 말이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밤 사키코가 세상을 떠나고 그 옆에 누워 함께 죽음을 준비하는 남자의 모습이라니, 인생이란 묘하다.

?

한편 지하루는 평생에 걸쳐 결국 모든 걸 잃은 것처럼 보인다. 교통사고로 그나마 멀쩡하던 신체마저도 모조리 망가지게 되니 말이다. 다리가 절단되고 얼굴엔 온통 상처, 거기다 정기적으로 이마와 볼에서 교통사고 때 얼굴에 박혔던 유리 파편이 튀어나온다. 지하루는 그걸 또 소중하게 약병에 조약돌 모으듯이 간직하고 말이다. 그 어떤 불행도 오롯이 받아들이는 지하루의 태도는 이쯤 되면 불쌍한 것이 아니라 대단케 느껴지기 시작한다.


--------------

책을 다 읽은 다음에 다시 지하루의 대사만 되짚어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작가의 시선은 세상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지하루를 선택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가운데서도 '골똘히 생각하는 눈빛,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어른들을 관찰하는 눈빛'을 가진 명민한 열세 살 소녀의 삶을 오래도록 응시했을 것이다. 그녀가 필요 최소한의 온당한 말을 하고 온당한 비명을 지르는데도 평범한 이웃인 우리가 그것을 어떤 이유로 어떻게 뒤틀고 일그러뜨렸는지를.

<별이 총총,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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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루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다양한 타인의 시선을 빌려와 이야기를 이끌어간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타인의 이기적인 눈에 비친 지하루, 지하루를 성적으로 대하는 음흉한 남자들의 시선을 노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지하루의 삶은 한층 더 기구해 보인다. 사람이 저렇게도 살 수가 있나 싶어진다. 하지만 그건 타인의 시선으로 본 지하루의 모습일 뿐이다. 지하루 자신이 스스로를 긍정한다면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나갈 것이다. 일그러져도, 아파도, 인생은 계속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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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읽고 나면 코가 시리도록 추운 겨울날, 눈물 콧물 짜며 펑펑 울고 난 다음 맑아진 눈으로 별이 총총 떠있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구하고 기구한 지하루의 일생은 '슬프지만 이 또한 인생'이라며 가만히 등을 도닥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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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기 시노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작가다. 생소한 작가라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읽기 시작한 책에 푹 빠져버렸다. 통속적으로 보일 수도, 다소 노골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소재를 신선한 구성을 통해 잘 살려낸 것 같아 읽는 동안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9개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으면서 그 자체로서 완성 미와 여운이 있고, 이야기 속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숨어있던 지하루가 책을 다 읽고 나면 3D 입체가 되어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

한마디로 사쿠라기 시노의 다른 작품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얘기!

애정 작가 목록에 살짝궁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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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거울나라의 앨리스 | 소설 2018-12-2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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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저/김민지 그림/정윤희 역
인디고(글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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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키티와 하얀 고양이 스노드롭과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앨리스는 항상 거울 속 세계가 궁금했어요. 앨리스가 있는 이곳과 분명 똑같이 생겼지만 저곳은 분명 방향만 반대인 가짜 세계 같았거든요. 그렇게 거울 앞에서 서서 유심히 그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던 앨리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거울 앞에 뿌연 안개가 생기면서 점점 거울 속으로 빠져들어간 거죠. 맞아요. 앨리스는 정말로 거울 나라에 들어간 거예요. 겉으로 보기엔 비슷한 것 같지만 분명히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는 그 거울나라에 말이죠.



7살 앨리스가 거울나라 속에서 펼치는 모험이 궁금하지 않아요? 거울 나라는 모든 게 제멋대로예요. 마치 꿈 속 처럼요. 장면이 휙휙 바뀌고,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전혀 앞뒤가 안 맞죠. 하지만 원래 꿈꿀 때 그렇잖아요. 장면이 아무리 휙휙 바뀌거나 내가 하늘을 날아다녀도 하나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앨리스는 거울 속 세계를 마구 휘젓고 다닌답니다. 거울나라에 있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여덟 칸을 옮겨가면 앨리스도 여왕이 될 수 있다고 붉은 여왕이 알려줬거든요. 그때부터 앨리스의 신나는 모험이 시작된다고요.

앨리스가 거울나라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험프티 덤프티에요. 달걀모양으로 생긴 얼굴과 몸이 너무 웃기고 귀엽지 않나요? 앨리스가 목도리와 허리띠를 구별하지 못하자 살짝 삐치는 모습도 우습고 말이지요. 그리고 험프티 덤프티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그분들 주셨어. 생일이 아닌 날 선물로 주신 거지."

"제 말은요, 생일이 아닌 날 선물이 뭐죠?"

"그야 당연히 생일이 아닌 날 주는 선물이지."

앨리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난 생일 선물이 제일 좋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

험프티 덤프티가 외쳤다.

"일 년이 총 며칠이지?"

"365일이요."

앨리스가 말했다.

"그중에 생일은 며칠이지?"

"하루요."

"365일에서 하루를 빼면 며칠이 남지?"

"당연히 364일이죠."

험프티 덤프티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종이 위에 계산한 걸 봐야 알겠어."

앨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웃으면서 수첩을 꺼내서 직접 숫자를 적어 계산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 p140~ 141



그러네요. 생일은 일 년에 단 하루, 생일이 아닌 날은 364일이나 돼요. 일 년에 한번 돌아오는 특별한 날보다 생일 아닌 평범한 날들이 압도적으로 많은걸요. 험프티 덤프티는 계산은 잘 못하지만 어떤 날들이 더 소중한지 잘 알고 있는 거 같죠?

인디고 고전 시리즈는 오랫동안 살아남은 고전 동화에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덧붙여 훨씬 재밌고 아름다운 동화책을 만들어냈어요. 이야기는 꿈속처럼 말도 안 되고 정신없지만 아름다운 일러스트만큼은 자꾸자꾸 펼쳐보고 싶을 만큼 예쁘다고요.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이야기들은 뭘 뜻하는지 생각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즐겨야 할 듯해요. 찾아보니 루이스 캐럴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그중에 특히 앨리스 리들이라는 아이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그 이름을 따서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해요. 아이들이 좋아하다 보니 계속해서 생각나는 대로 막 갖다 붙인 거죠. 그래서 루이스 캐럴의 문학은 난센스 문학이라고 하네요. 애초에 말 안 되는 이야기들이 천지잖아요? 그렇게 지어낸 이야기들이 이렇게 오랫동안이나 사랑받았다는 사실이 더 대단하죠.

지금 그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나라로 앨리스랑 같이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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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에서 진짜 디테일을 만나다 | 에세이 2018-12-2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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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쿄의 디테일

생각노트 저
bookbyPUBLY(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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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우리나라에는 둘 다 통에 들어있는 껌을 판다. 하지만 일본의 껌 통에는 들어있고, 우리나라 껌 통에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껌을 싸서 버리는 종이다. 종이로 포장해서 파는 납작한 껌과 달리 통에 낱개로 들어있는 껌은 씹다가 버리고 싶을 때 싸서 버릴 종이가 없으면 정말 낭패다. 길 가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껌을 밟았을 때의 그 더러운 기분을 안다면 대충 바닥에 훅 하고 뱉어버릴 생각만큼은 제발하지 말자.

그깟 껌 통의 껌종이 몇 장이 뭐가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껌종이 따위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배려한다는 것 자체에서 살짝 충격이 온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디테일이란 아마도 그런 것일 것이다.

도쿄 디테일은 저자가 일본 도쿄를 여행하면서 느낀 일본 특유의 디테일한 문화에 대해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해 담은 책이다. 도쿄에 다녀온 감성을 나열해 놓은 단순한 에세이나 여행기가 아닌, 머릿속에서 별사탕이 톡톡 터지는 느낌의 마케팅 #인사이트 가 담긴 책이다. #일본 문화를 단순히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느낀 것을 메모하고 그것들을 통해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고 있다. 재밌는 건 저자가 처음부터 책 내용을 기획하고 #도쿄로 떠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휴식차 갔던 여행이었는데 도쿄 일정 막바지에 갑자기 프로젝트화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는 저자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돌아다니며 느낀 감상과 아이디어들이 톡톡 거리며 살아있다. 바로 메모의 힘일 것이다.


책 마지막 부분을 보면 여행 중에 갑작스럽게 퍼블릭 측에서 SNS를 통해 도쿄 여행기의 프로젝트화 제안을 받게 되지만, 그 자리에서 이미 준비됐다는 듯이 바로 전체적인 책의 콘셉트와 목차, 대략적인 내용까지 술술 읊어될 수 있었던 걸로 보아 그는 이미 여러 면에서 준비가 되어있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책 내용이 도쿄에서 본 다양한 디테일에 대한 찬양인 만큼 책의 구성도 꽤 꼼꼼하게 신경 쓴 것 같다. 일단 책 겉모습부터가 누드 제본으로 되어있어 책을 360도로 쫙 펴서 볼 수 있게 만들었고, 앞부분엔 일반적인 목차 외에도 필요한 부분을 따로 찾아서 보기 쉽도록 콘텐츠 종류에 따라 분류를 따로 하고 있다. 책 뒷부분엔 저자가 이동한 경로를 일정과 함께 지도에 꼼꼼하게 표시해주거나, 마케터나 기획자,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각각의 책 속 문장을 따로 정리해서 수록해 뒀다. 그만큼 "이 책도 디테일에 엄청나게 신경 썼다고요" 하며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문구덕후 답게 초반에 나오는 문구점 탐방에서 온 마음을 빼앗기며 봤다. 언젠가 도쿄에 가면 꼭 방문해보리라 마음먹은 #이토야 문구점이다. 1층부터 12층까지 없는 것이 없고 층마다 다른 테마로 꾸며진 다양한 인테리어까지, 이쯤 되면 문구점이 아니라 백화점 수준 아닐는지. 아마 이곳에서만 하루 종일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 듯하다. 그중 요즘 유행하는 일명 떡메라 불리는 접착식 메모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좋았다. 운동이나 영화, 책등 자신이 원하는 주제에 따라 원하는 메모지를 사서 기록할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하나의 상품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제품 구성은 대부분 모듈화가 진행될 것이며, 개인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모듈을 조립하여 완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제품을 스스로 만드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도쿄의 디테일> p.80~81



이미 각 분야의 #모듈화, #커스터마이징 은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 바로 #와이어드 호텔의 #커스터마이징 가이드북에 관한 이야기다.


호텔 투숙객들은 체크인 후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1마일 가이드북이라는 벽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호텔을 중심으로 1마일, 약 4km 내에 위치한 가볼 만한 장소들을 1페이지 단위로 정리하며 벽에 걸어두었습니다. 벽을 살펴보며 내가 관심 있는 곳, 가보고 싶은 곳의 페이지를 뺀 뒤 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수 있죠. 이렇게 만들어진 가이드북을 보며 호텔 주변을 탐색해볼 수 있는데요. 아마 '1마일 가이드북'이라고 이름 붙인 까닭도 걸어 다니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한정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쿄의 디테일> 82~83



천편일률적인 가이드북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곳만 한 페이지씩 모아서 나만의 가이드북을 만든다. 이거 참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사업기획에 접목해볼 수 있을만한 아이디어가 툭툭 튀어나와서 머릿속이 즐거운 책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이런 여행이 부럽다. 마냥 휴식하고 놀고 돌아온 여행이 아니라, 여행하며 느꼈던 다양한 감성과 아이디어가 새로운 콘텐츠로 다시 태어나 책이 되는 것. 이런 걸 보고 진정한 1타 2 피라고 하지.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지 못한 디테일로 머릿속을 반짝반짝하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1타 2피의 여행이 가능할까 궁금하다면,

읽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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