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햇살가득 냐옹이
http://blog.yes24.com/kitiani84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다림냥
책읽는 즐거움♡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0월 스타지수 : 별173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기본 카테고리
나의 리뷰
소설
에세이
인문학
취미/예술
사회과학
과학
잡지
기타
짧은 리뷰
나의 메모
기본 카테고리
태그
외동딸 만년필
2020 / 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기본그룹
최근 댓글
제가 하고싶은 말을 .. 
wkf wqhrh rkqlsek 
저도 아주 어릴 때..... 
리뷰가 진짜 상세하고.. 
저도 읽은 책이라 서.. 
새로운 글
오늘 14 | 전체 24107
2008-03-16 개설

인문학
중국 현인들의 꼭꼭 씹어먹는 독서법 | 인문학 2018-06-04 16:59
http://blog.yes24.com/document/1042516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책벌레의 공부

이인호 저
유유 | 201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책'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을 좋아한다. 어디서든 책만 펼치면 딴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누군가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다양한 이야기와 지식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아무리 디지털이 발달해도 책 산업이 망하지 않는 비법이 아닐까. 현란한 영상과 화려한 그림이 없어도 사람들은 글자들 속에서 더 큰 세계를 만들어내고 상상한다.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영화로 본 영상보다는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한 장면을 더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완성된 화면은 사람을 멍하게 하는데 반해 책은 적극적으로 나만의 세계를 완성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을 보면 그 머릿속에 어떤 세계가 형성되어 있을지 항상 궁금하고, 감탄스럽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책을 읽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지도.  

<책벌레의 공부>는 중국의 실존했던 인물들, 일명 책벌레들이 실제 행했던 공부법과 책 읽는 법을 담고 있다. 단순히 이렇게, 저렇게 읽어야 한다고 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게 아니라 실제 있었던 사례 중심으로 나와있어 흥미롭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다만 책이 귀했던 옛날 시대를 배경으로 서술된 이야기라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긴 한다. 한자 위주로 적힌 <논어>나 <주역>같은 책들을 여러 번 읽고 외우며 학문 위주로 공부했던 이들에 대한 얘기라 지금의 일반적인 독서 환경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분명 책을 좋아하는 이들 사이의 공감대가 될만한 내용도 분명히 있기에 이들의 치열하고 피땀어린 공부법을 읽어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리라. 

책의 초반 부분부터 머리를 꽝 때리는 부분을 만났다. 요즘 나의 독서 패턴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문장이다. 


「책은 빌리지 않으면 읽지 않게 된다. (.. 중략) 비단 책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 물건이 다 그렇다. 남의 물건을 힘들게 빌려와야 언제 달라고 할지 몰라 조마조마한 마음에 애착이 가는 것이다. 오늘은 나한테 있지만 내일은 돌려줘서 다시 볼 수 없어야 소중히 여기게 된다. 내 것이면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오히려 모셔놓고 정작 읽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지 않던가. 」 <p.23>

요즘 내가 집에 사둔 책을 잔뜩 쌓아두고도 도서관에서 빌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책들만 주야장천 열심히 읽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기에, 그런 책들은 열심히 북마크 해두고 좋은 문장은 옮겨두기까지 한다. 하지만 내 손에 들어온 내 책은 한마디로 잡아놓은 물고기이기에 독서가 한정 없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 리디북스가 무료로 열심히 재밌는 책을 빌려주는 이유가 다 여기 있는 것이다. 싸게 파는 것보다 차라리 무료로 빌려주는 것이 앞으로의 판매에 있어 플러스가 있겠지. 빌려줘야 사람들이 읽으니까. 그래야 읽은 사람들이 재밌다고 소문을 내고 그 입소문으로 책이 더 잘 팔리니까. 나 또한 무료로 빌린 책들은 기를 쓰고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모든 책을 빌려서 읽어야 하나. 갑자기 집안 곳곳에 쌓인 책들을 보니 죄책감과 함께 한숨이 밀려온다ㅠ 

「옛사람은 책을 읽을 때 숙달되게 읽었지 많이 읽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박학다식을 멀리한 게 아니다. 매일 조금씩 쌓여서 결국 많아지는데, 그렇게 많아지면 잡다해지지 않고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날이 갈수록 더 불어남을 사람들이 감지하지 못할 따름이다. 한마디로 말하여 '꾸준히'가 요령이다. 하다 말다 하는 것은 오히려 아니 함만도 못하다. 」 <p. 112>


책을 읽다 보면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사람들이 다 읽은 책을 나만 안 읽은 것 같고, 거기다 새로운 책들은 매일 쏟아지고, 읽고 싶은 책 리스트는 한정 없이 늘어난다. 그 속도를 쫓아가다 보면 내가 책을 읽는 건지, 책이 나를 읽는 건지 모르겠는 순간이 온다. 엄청나게 읽은 듯한데도 허망한 기분이 느껴지고, 독서로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해 확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슬슬 독서도 별거 없구나 하면서 손을 놓게 될 수 있다. 이런 독서법이 어쩌면 가장 위험한 독서법일지 모른다. 조금씩 꾸준히 매일 읽는다는 것, 많이 읽지 않더라도 하나라도 제대로 알아가는 것, 그것이 길게 놓고 보면 더 많은 것을 얻어 가는 독서 방법일 수 있다. 

매달 독서 달력을 정리하면서 남보다 적은 책을 읽은 달은 괜히 분하고 부끄러웠다. 많이 읽은 거랑 많이 배운 거랑은 정비례 관계가 아닐지 모르는데 말이다. 꾸준히 내 속도로 꼭꼭 씹어서 삼키는 독서가 중요하다. 매일 꾸준히 지치지 않고 즐겁게 하는 독서가 결국엔 이긴다. 

매일 읽으면서 배움의 기쁨에 웃음이 배시시 나는 독서를 하고 싶다. 
나의 세계를 넓혀주고, 생각지 못했던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다. 
쫓기듯 급하게가 아니라, 매일 밥을 먹듯 편하고 일상적으로. 
그것이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진짜 이유였으니까.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편지의 모든 것 | 인문학 2018-05-03 00:22
http://blog.yes24.com/document/1034715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투 더 레터 TO THE LETTER

사이먼 가필드 저/김영선 역
아날로그 | 2018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멀리 떨어진 사람끼리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건, 카톡이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직접 쓴 삐뚤삐뚤한 글씨를 공유하며 직접 산 편지지에 고이 접어넣은 편지를 주고받다 보면 산 넘고 물 건너 그 손길이 그대로 옮겨져 온 것만 같아 신기하다. 글씨엔 그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다. 글씨체와 그림에 담긴 그 사람의 마음을 물리적으로 받는다는 건 그래서 특별한 경험이다. 학창 시절엔 여러 친구들이랑 매일 교환 일기를 썼던 기억이 있다. 매일 학교에서 얼굴을 보면서도 또 집에 가서 교환 일기에 편지를 쓴다. 할 말이 없으면 그림을 그리고,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붙여서 교환하기도 한다. 그래도 마냥 좋았던 이유는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다는 게 좋아서였을 거다. 편지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오랜 시간을 들여서 쓰는 글이다. 혼자 보는 일기와도 다르고, 공개적으로 책을 내기 위해 쓰는 글과도 다르다. 오로지 받는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 들여 쓰는 글, 그것이 편지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투 더 레터는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 시작된 편지부터 시작해서 유명한 작가들이 주고받은 편지, 혹은 그 편지들이 문학작품이 된 사례들까지 꽤 방대하다. 거기다 무슨 내용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는지 내용도 자세히 공개되어 있어 흥미롭다. 

「부인, 한 사람의 편지에서 그의 영혼은 발가벗겨집니다. 그의 편지는 그가 가진 마음의 유일한 거울이지요. 그의 내면에 무엇이 지나가든 그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숨김없이 드러납니다. 아무것도 뒤집히지 않고, 아무것도 왜곡되지 않아요. 그 요소들에서 체계가 드러나고, 그 동기들에서 행위가 보입니다. 」 
<투 더 레터 p. 278>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이 꼭 특정인이 아닌 대중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을 때에도 딱딱한 글보다는 직접 쓴 손글씨로 편지 형식의 글을 전하면 훨씬 더 진심 어리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손글씨로 쓴 글에는 항상 어느 정도 진심이 담기기 마련이니까. 

책에는 편지의 그런 점을 이용한 희대의 위조지폐 우편 사기에 관한 내용도 들어있었는데 그 내용이 무척 흥미로웠다.  자신을 최고 재질의 위조지폐를 취급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의 편지다. 

「귀하의 이름을 귀하의 마을에 사는 믿을 만한 사람한테서 받았습니다. 귀하께서는 어떤 수단, 방법, 형태로든 돈을 버는 데 부정적이지 않은 분이라고, 게다가 호락호락 속아넘어가지 않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최고 재질의 위조 화폐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물건은 품질이 뛰어나지요. 저와 거래하는 사람 가운데 일찍이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겪은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모두가 빠르고 안전하게 거액을 벌었습니다. 저는 귀하가 사는 자취주의 유명한 사람들과 거래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름을 언급할 수는 없는데, 일부 인사는 사회적 지위가 높답니다. 단언컨대 그들은 이 물건을 이용해 수천 달러를 벌었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어떻게  돈을 손에 넣었는지 사람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중략)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1,500달러는 현금 75달러
4,000달러는 현금 125달러.... (생략)
<p.336>

뒷부분에는 현금을 보낼 주소와 함께 혹시나 의심스럽다면 직접 와서 돈을 교환해도 된다며 주소를 첨부한다. 하지만 현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결국 편지에 현금을 넣어 보내고, 결국은 답장으로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이런 재밌는 희대의 사기도 있었다니 편지로 참 재미난 일이 많았다 싶다. 예전에 이메일로 떠돌아다니던 다단계 사기 같은 것이 떠오른다. 이메일보다도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우편으로 받으면 그게 더 믿음직스러워서 더 속기 쉽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사람들끼리 순수하게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하지만 그 자리가 잘 발달된 택배 시스템 덕분에 택배 상자로 대체돼가고 있는 건 아닐까ㅋ 멀리 사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너무 쉬워진 세상이니 물리적으로 선물을 주고받는다. 세상에서 제일 반가운 사람이 택배아저씨라고 하지 않는가. 편지가 사라지고 디지털이 아무리 발달했다지만 그래도 마음을 나누는 방법은 물리적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한 번쯤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자. 
삐뚤삐뚤 손글씨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예쁜 카톡 이모티콘으로 대신하는 것보다 훨씬 감동적이니까.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마음을 울리는 진짜 스토리의 비밀 | 인문학 2018-03-29 20:56
http://blog.yes24.com/document/1026219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스토리텔링 원론

신동흔 저
아카넷 | 2018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수많은 책과 영화, 드라마를 접하다보면 문득 이런 차이를 느낀다. 보는 동안엔 재미있었는데 다 보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듯한 허망한 이야기, 또 하나는 별 생각없이 봤는데 계속해서 곱씹어보게 되고, 무언가 울림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눈만 돌리면 모든 곳에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을 울리는 진짜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걸까? 
저자 손동흔은 스토리텔링의 진짜 힘은 사람들 사이에 전해오는 구비문학, 신화, 설화 등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의 원형에 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져온 이야기는 힘이 세다.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지는 인스턴트식 이야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웹툰 작가 주호민은 저자 신동흔의 책 <살아있는 한국신화>를 보고 <신과 함께>에 대한 창작 영감을 받았다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책의 뒤를 이은 이 책 <스토리텔링 원론>은 다양한 구비문학들을 살펴보고 실제로 분석해보는 과정을 통해 오랫동안 살아남는 이야기의 원형을 찾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야기를 가져와 스토리텔링 구조를 쪼개서 분석해보는 방식의 진행이 자칫 학창시절의 국어시간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나름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나 그리스 신화, 혹은 동네별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나 설화등을 보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황당한 경우가 많다. 이런 이야기는 도대체 누가 어떻게 만든걸까 의아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오랜 세월에 걸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이야기하는 살아있는 스토리텔링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들의 힘은 어디에 있는건지 저자는 하나하나 분석해서 알려주고 있다. 이야기를 분석하면 그 이야기가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 단서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게 꽤 짜릿한 경험이다. 

「옛날 제주 바다 수평선 너머에 영등할망이 살았다. 어느 날 고기잡이를 나간 어부들은 거센 풍랑을 만나 외눈박이 거인들의 나라에 이르렀다. 이마 한가운데 커다란 눈이 달린 무서운 괴물이었다. 이를 본 영등할망은 어부들을 구하러 나섰다. 배를 몰래 숨겨서 제주 섬으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제주 섬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부들은 잠깐 경계심을 풀었다가 삽시간에 외눈박이가 있는 곳으로 휩쓸려 떠내려갔다. 어부들이 살려달라고 외치자 영등할망이 나타나 온힘을 다해서 이들을 고향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그 자신은 무사하지 못했다. 할망은 외눈박이에 의해 산산이 찢겨서 죽고 말았다. 그 후로 사람들은 영등할망을 위하려 제를 지내게 되었으니 바로 영등굿이다.」 
<스토리텔링 원론 p.22>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처음엔 이게 무슨 만화같은 헛소리야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근데 가만히 분석해보니 바다 한가운데 나타난 커다란 눈이 달린 무서운 괴물은 다름아닌 태풍의 표상이다. 거인에게 달려있는 커다란 눈은 태풍의 눈인 것이다. 영등할망은 바다를 떠다니는 바람으로, 어부들이 탄 매를 밀어주고, 고기를 몰아오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분석해놓고 보니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흥미로운 스토리로 만들어졌기에 오랜시간 사람들 사이에 구비되어 전승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전해오는 이야기는 마음가는대로 만들어진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원형적 사상과 허튼 망상을 어떻게 분간하여 걸러낼 것인가 하는 점인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구비전승 과정에서 망상적 담화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본원적 인지에 맞지 않으므로 내면에 기억되어 새겨지는 대신 잠깐 스쳐서 사라지고 만다. 사람들이 오래 기억해서 전승해온 설화들은 이러한 인지적 필터를 거쳐 살아남은 것들이다. 그 속에 인간의 정신적 구조와 지향성이 원형적으로 함축돼 있음을 이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 
< 스토리텔링 원론 p. 70>

많은 스토리텔링에는 진짜와 가짜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중 저자를 가장 열받게 한 사례는 아마도 한때 엄청난 유행을 불러일으켰던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였던 것 같다. 설화의 내용을 소설적 디테일로, 그것도 음산하고 엽기적이며 폭력적인 디테일로 덮어씌운 경우라고 한다. 이 책은 당시 19금 동화로 널리 알려져 더 호기심을 자아내고 많이 읽혔던 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아름다운 동화책이 사실은 엄청 폭력적이고 잔인하고 야한 이야기라는 설정. 물론 설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이들 동화처럼 밝고 순수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원래 이야기에는 동화보다는 좀 더 현실을 반영한 잔인함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는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원래 스토리텔링의 본질을 흐리는 소설적 디테일을 구겨넣어 본래의 스토리텔링이 주려했던 메시지를 완전히 망가뜨린 사례라고 한다. 그 외에도 <어거스트 러쉬>나 <신과 함께>의 스토리텔링에 관한 저자의 견해가 새롭고 흥미로웠고, 저자가 추천하는 그 외의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참 존경스럽다. 거기다 그 안에서 뜨거운 울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정말 신기하기까지 하다. 좋은 스토리텔링이란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뜻이 찾아지고, 역사와 철학이 빛나며, 사람들의 경험과 상상이 원형적으로 녹아들어 있어 시공간과 집단의 경계를 넘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바로 진짜 스토리인 것이다. 우리 시대의 진짜 스토리는 무엇일까, 찾아내고 싶어진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민주주의는 공짜로 얻어진게 아니네요! | 인문학 2018-03-23 01:22
http://blog.yes24.com/document/1024842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저
돌베개 | 2014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나의 한국 현대사>를 읽고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같은 현대 사회가 당연한 줄 알고 살아왔는데, 생각해보면 머나먼 시대라고 생각했던 조선시대가 끝난지도 이제 고작 12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6.25 전쟁이 끝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작 70여 년의 짧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전혀 상상치 못했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력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 지금의 우리 시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동안 한국 현대사에 왜 그리 관심이 없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말로만 들었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 시절은 그저 옛날 얘기라고만 생각했었다. '참 살기 힘든 시절이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기에 막연하기만 했다. 유시민의 <나의 한국 현대사>는 그가 태어난 1959년부터 2014년까지 55년 동안 일어난 일 중에서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들을 정리한 책이다. 한국의 정치와 경제발전에 대해 오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한국 전쟁이 끝난 후 고작 몇 년 뒤 태어난 저자 유시민은 전후 한국 사회가 변해가는 시대를 온몸으로 보고 듣고 겪어낸 세대다. 그가 봤던 한국 사회의 모습을 구석구석 꼼꼼히 함께 살펴보면서 그동안 내가 띄엄띄엄 알고 있던 사실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퍼즐이 아름답게 맞춰지는 느낌을 받았다.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터지는 느낌이었달까. 

유시민 작가의 글은 알게 모르게 그동안 나의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누군가 나에게 글쓰기 관련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주저 없이 유시민의 책을 떠올렸다. 그의 책을 그다지 많이 읽은 것도 아니면서 그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법칙이나 글쓰기 스타일이 머릿속에 깊이 남아있었나 보다. 그의 글은 읽기 쉽고 겸손하면서도 위트 있다. 술술 읽히는 가운데 이야기의 중심을 찌르는 알맹이가 들어있어, 가볍게 읽고 나서도 항상 머릿속에 뭔가 남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그의 글을 좋아한다. 이번 책 <나의 한국 현대사>를 읽으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을 찌르는 그의 글에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워낙 기존에 내가 아는 정보들이 한정적이었기에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더 짜릿함을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역사적 사실들이 시간 순서대로 머릿속에서 줄을 서는 느낌이었달까. 그동안 난 이 사회에 대해 뭘 알았던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방대한 자료들이 함께 제시되고 있기에 읽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알고 싶다는 단단한 각오를 가지고 읽어야 아마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한국 현대사>를 읽으며 좋았던 부분은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하면서도 동시에 양측에 장단점을 분석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 점이다. 한국의 현대사라 함은 정치, 경제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나 정치적인 부분은 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기에 한쪽에 치우치는 주장을 하기가 쉽다. 그런 부분에서 유시민은 자신의 소신은 가지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양측의 입장을 골고루 알려준 다음 조곤조곤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어 훨씬 더 설득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며 책이 출간된 2014년 이후 많은 것이 바뀐 지금의 정치에 대해서도 유시민 님과 얘기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987년 이후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하지만 아직 성숙하지는 않았다. 
민주적 제도가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에 맞는 생각을 하고 그게 맞는 행동을 해야 성숙한 민주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주의는 제도와 행태, 의식의 복합물이다.」
<나의 한국 현대사 p.260>

유시민 작가가 책을 냈던 2014년은 박근혜의 대통령 집권 시절이었다. 이명박을 거쳐 박근혜로 이어진 보수정권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가 다시 퇴보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2014년 4월, 온 국민을 울게 했던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사건을 겪고, 그 이후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지금의 문재인 정부로 오기까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쩌면 그 시절 퇴보했던 걸음보다 오히려 두 걸음 더 진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시민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이제 우리 사회가 정말로 변하고 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온 국민을 우롱한 죄로 징역을 살고 있고요. 이명박은 뇌물, 비자금으로 엄청난 돈을 챙겼던 게 들통나 오늘자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고요.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권력 앞에 당하지 만은 않아요.

이전 세대의 무서운 독재정치를 보고 나서 지금의 사회를 보면 정말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두웠던 과거를 알고 나니 세상이 변한 걸 더 정확히 알겠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우리의 몫인 것이다. 과거 수많은 대학생들이 데모를 하고, 희생된 것은 절대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자유 민주주의는 없었을 테니까. 

내가 속해 있는 사회의 역사를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유시민 님이 느끼고 있는 2014년 이후 지금의 2018년까지 한국 현대사는 어떤 것일지 궁금해진다. 
추후 업데이트를 요청드립니다 ㅋㅋㅋ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한국 고전문학 새롭게 읽기 | 인문학 2018-01-09 20:15
http://blog.yes24.com/document/1009705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한국 현대 문학사를 보다 2 광복~현대

채호석,안주영 공저
리베르스쿨 | 2017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무슨 공부든 시키지 않을 때 하는 공부가 제일 재미있다. 리베르 스쿨에서 나오는 <보다 시리즈>는 성인 대상으로 나오는 책은 아닌 듯 하지만, 중고등학생 정도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쉽게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즐겨 읽곤 한다. 예전에 세계지리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많아서 도서관에서  <세계지리를 보다> 시리즈를 빌려 읽었었다.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곳곳의 지리적 환경과 특징 같은 것들이 쉬운 지도와 보기 좋은 그림과 사진들로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었던 생각이 난다. 이번 <한국 현대 문학사를 보다> 시리즈도 마찬가지 의미로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평소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한국 고전문학은 별로 읽은 것이 없다.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소설 발췌 지문으로 배웠던 정도의 지식이 다인데, 지루하게 공부했던 기억 때문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원본 전문을 찾아서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각각의 책들이 어떤 역사적 상황에서 나오게 된 것인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흥미를 가지지 못한 탓도 컸다. <한국 현대 문학사를 보다 2>는 광복 이후 현대의 이르기 까지의 다양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탄생한 위대한 작품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설명과 사진을 덧붙여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작가들이 직접 썼던 육필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는 점이었다. 지금처럼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원고지에 한자 한 자 꼭꼭 눌러가며 글을 썼던 그 때 그 시절 작가들은 글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특히 최근에 읽기 시작했기에 더 관심이 큰 박경리의 <토지> 같은 대하 소설의 육필 원고는 더 호기심을 자극했다. 완성된 작품으로만 봤던 소설이 처음에 어떤 과정으로 구상된 것일까, 박경리 작가는 그 작품이 그렇게나 긴 소설이 될 거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던 걸까, 모든 것이 궁금하다.   

   

<한국 현대 문학사를 보다>는 시대별로 소설/시/수필 등으로 나누어 다양한 작품과 작가들을 소개한다. 소개한 작품들에는 생각보다 모르는 작품이 많았다. 어쩌면 모르기 때문에 읽어볼 생각도 못했던 것이리라. 책에서 시대에 따라 특징 지을만한 작품을 소개하고 간단한 줄거리와 작가, 작품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읽고 나서 위시 리스트가 가득 늘어났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는 것이지만, 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 역사적 배경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느냐를 배우는 것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시대, 그 시절 사람들이 겪었던 고뇌와 절망은 잘 쓰여진 문학작품이 아니었다면 어렴풋이 짐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문학작품에 대한 배경지식과 함께 흥미를 돋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국어 시간에 배워야 하니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흥미를 가지고 궁금한 작품에 대해서 배운다면 국어시간이 얼마나 즐거우랴. 꼭 학생이 아니라 성인들도 쉽고 재미있게 한국 현대 문학사를 쭈욱 훑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읽고 싶은 작품도 잔뜩 얻어갈 수 있겠지만, 방문해보고 싶은 작가의 생가나 문학관 정보도 가득 얻어갈 수 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3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