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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기 위해 들여다 보는 법 | 기본 카테고리 2022-02-1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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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심연의 빛

이창재 저
아를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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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의 정서와 질감들을 다채롭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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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저자의 책은 딱 그렇게 내용이 공존한다. 심연... 의 깊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저자의 심연이 깊고 길어서 더듬더듬 천천히 책 속을 걸어보았다. 전체 내용을 가장 간단히 정리한다해도 노트 한 권은 다 쓸 정도로 촘촘하니, 자신에게 읽는 당시 가장 관심 있고 의미 있고 잘 들리고 필요한 내용들에 더 집중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흐려진 기억을 닦는 내용도 좋았고, 숭숭 구멍이 나 있던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시간도 무척 좋았다. 아무리 봐도 장사꾼 같은데 학자연하는 이들의 태도를 지적한 내용도 후련했다. 진지하게 공부해도 오류와 오해와 오독과 이해부족 등등 어려움들은 많은데, 그런 장사꾼들 탓에 더 어렵고 헷갈리고 시간 낭비하고 그런 해악을 끼치는 현상들을 접할 때마다 화가 난다.

 

사기를 치려면 다른 분야도 많은데 하필 학문, 연구 분야에 자리를 잡다니. 그러고선 이런 화증이 나의 무엇을 반영하는 것인지 곱씹어 본다. 자신을 잠시 붙들고 들여다보는 독서가 좋다. 마침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생존조건이 바뀌면 당연히 욕망도 바뀌는 거라 믿은 나는 역사서를 한 권 읽을 때마다 다루는 주제와 관계없이 인간의 욕망은 왜 이리 변화가 더딘가(없는가) 하는 생각과 질문을 소환한다. 그건 일차로 인간으로서의 내 수명이 짧은 탓에 100년도 긴 시간이라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근대가 시작된 이후 인간이 이룬 변화들조차도 왜 글로벌하게 보편적으로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일까. 욕망은... 언제나 환원되는 유전정보일까, 아니면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 내 오해이고 실체는 변한 적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고 문명일까.

 

현실에서는 진리 쇼를 잘하는 사람들이 유명인, 가치 있는 삶의 모델이 되곤 한다. 그로 인해 쇼와 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순박한 진리 탐구자에게는 (...) 영원하고 완벽한 진리를 깨닫고 싶어 했던 그 욕망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 욕망은 어디로부터 기원한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을 주기로 쪼개어 생각해버릇하고 그래야하는 경우도 있고 뭐라고 계획을 세우려면 구분과 분류가 필요하기도 하다. 저자가 정신성 형성과 재구성 시기에 대하 언급하며, 병리적 증상을 보이는 이들의 상황을 분석한 것을 내 일처럼 미간을 찌푸리며 읽었다. 고민마다의 이유는 나는 찾고 그 시기를 빠져나온 것인지 기억조차 없다.

 

철학과 심리학에 진지했던 20대를 지나, 지금은 뇌과학이 가장 설득력있게 들리지만, 해당 분야들의 책들을 읽다보면 제안과 주장과 통찰이 겹치는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인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연구를 한다는 점에서 발견한 내용들이 같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용어들이 다르니 그것을 알아차리는 일이 매번 가능한 것은 아니다.

 

뇌의 주기능이 다르고 선택이 가능하다는 뇌과학자의 말과, 개개인의 성격, 가치, 인격의 내용으로 중요도가 다른 다양한 것들에 주목한다는 내용이 슬쩍 겹쳐진다. 사람을 연구하진 않았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산 세월이 적지만도 않으니 독해력이 조금쯤은 늘어난 것도 같다.

 

신경증자는 무의식에서 금지된 소망과 연관된 갈등에 종종 휘둘리지만, 강한 억압 방어 작용 때문에 자신의 원래 소망과 감정은 늘 변형(왜곡)된다. (...) 즉 자기의 진짜 감정을 거의 모른다!”

 

인간의 속마음과 성격 유형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건 싸울 때다. (...) 편집증적 자기애 인격자는 엄청난 공격성을 퍼부어 상대를 파괴하고도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다. 타인을 향한 진정한 관심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 인간이라는 보편 개념은 개개인마다 성격, 인격이 얼마나 다른지를 종종 망각하게 한다.”

 

성격장애자들은 싸울 때마다 자신의 은폐된 문제를 더 강하게 반복하며, 인격에 변화를 일으킬만한 요소들에 강력히 저항한다. (...) 부정적 자극들에 대한 정신적 소화 능력이 약하다. (...) 분열, 투사, 부인하는 원초 방어기제가 자동으로 작동된다. 자신의 약점을 직면하게 하는 타자의 음성은 대화가 아닌 적대적 공격, 침범으로만 느낀다.”

 

건강한 사람과 신경증자의 경계를 두껍고 선명하게 그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믿는다). 그러니 어느 면에서는 태연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어느 면에서는 폭발 스위치가 눌린 듯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뇌기능이 전체적으로 건강한 것이 중요하듯,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인격 역시 종합적 반응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는 가스라이팅에 대해 관심이 많고 경계심도 강하다. 내가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남에게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애 인격자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것을 자신을 위해 쓰도록 교묘하게 이용하고 착취한다니, 그런 이들이 자기 말을 잘 듣는 대가로 하는 칭찬과 인정과 대우에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엄청...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어른들과 일하는 직업이라 어른들에 대한 이러저러한 관찰 데이터들이 있는 편이다. 어떤 문장들에 그동안 만난 이들이 대입되어 놀라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특히 상호작용으로 구성되는 만남이 소통이 아닌 적당한 태도와 오해와 환상으로 마감된 경우들은 더 그렇다.

 

나는 변명거리들을 잘 찾는 유형이라, 그때 사고가 게으르고 단순하고 편협했던 것은 피곤했기 때문, 혼란스러웠기 때문, 여타의 문제들 때문이라는 자기변명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니 시원한 청산 대신 소모적인 반복이 관계에서 여전한 형태를 띠고 출몰하는 것일 터이다. 그리고 역시 진심으로 타인과 싸우지 않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해본다.

 

도덕규범은 전쟁 같은 세상에서 불안을 망각(마취) 시키는 안전한 보호막이자 (...) 관념적 위로와 희망의 등불이기도 하다. 서로의 정신 발달을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타인의 무의식과 깊이 소통하려면, 도덕 언어 없이 실존의 정서와 질감들을 다채롭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뭐하는 사람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회 지도자층으로 불리는 이들의 면면이 심각한 신경증, 타인에게 노골적이고 지속적인 위해를 가할 인격으로 보여 기막히고 불안한 심정으로 읽어 나간 내용들도 있다. 나의 오해이길, 오해가 아니라면 유권자들의 밝은 눈이 잘 판단하기를 바랄 수밖에.

 


 

그리고, 농담 삼아 사용하던 진심이 담긴 시기와 질투라는 단어들을 이제 사용 중단해야겠다. 이런 뜻일 줄이야... 제 뜻은 부럽다의 완곡한 표현이었답니다.

 

타인과 살아가는 일, 공화국에서 태어나 20세기와 21세기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매번 비슷하기만 하다. 반성self-reflection하고 경계하고 청취력과 문해력을 가능한 오래 기능하도록 애쓰는 일이다. 그런 미진微塵한 노력이 사람답게 사는 모습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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