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흙속에 저 바람속에
http://blog.yes24.com/kkkyaho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흙속에저바람속에
책이라면, 혼자 읽기도 좋고 함께 읽기도 좋습니다. 그래서, 독서공독(獨書共讀).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2월 스타지수 : 별3,934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서평단원
서평단 모집/발표
서평준비
책상단상
단상(혹은 일상) 메모
감사일기
독서공방
타자의 말들
일일독서
독서습관 캠페인
북클러버(북소리둥둥)
나의 리뷰
마흔의 서재(수리중)
그.리.고(그림책 리뷰 창고)
(체험)도구의 현장
나의 메모
나의 메모
태그
#책나눔이벤트# 감사 #예스24선물의집#어린이책선물캠페인#나무위의집사용설명서 #예스24선물의집#어린이책선물캠페인 #날마다구름한점#그저멍하니#숨은구름찾기#love#smile#M&A #파워블로거 #모든것은태도에서결정된다 #책속문장 북클러버 독립북클러버
2021 / 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나의 친구들
최근 댓글
내 예상은 엠프를 찢고 나오는 일렉트.. 
기타가 다른 악기들에 비해 참 접근성.. 
생각해 보니 군복무 시절 기타 치는 .. 
저희 집은 아직인데 11월부터 크리스.. 
흙속에저바람속에님~ '코스모스' 완독.. 
새로운 글
오늘 156 | 전체 73066
2007-01-19 개설

나의 리뷰
스윙을 선물하세요 - [아무튼, 스윙]을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1-12-05 20:49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551330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아무튼, 스윙

김선영 저
위고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처음에 눈으로 스윙에 대해 읽어나가다 보면 스윙음악을 찾아 귀로 듣게 되고, 점점 흥이 고조되면 영상을 보며 근본없는 스텝을 밟고 있는 독자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스윙을 선물하세요

<아무튼, 스윙>을 읽고

 

 

Swing Swing Swing my baby
빙빙빙 나와 돌아봐
싱 싱 싱그러운 그대의 향기가 내 몸에 베게
Swing Swing Swing my baby
bring bring bring your Love to Me
그대의 맘속에 지울수 없는 밤으로 남게
Let's dance

박진영, 「Swing Baby」 가사 中

 

  "스윙, 아웃!" (사전적 의미를 제외하고) 프로야구에서 타자가 야구 방망이를 흔드는 모습을 일컫는 말로만 알고 있었다. 스무살이 되던 해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왔던 노래 한 곡 덕분에 '스윙'이 재즈 용어로도 쓰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가수 박진영이 노래하고 춤춘 「Swing Baby」를 통해서다. 그 후 스윙은 다시 야구 중계에서나 보일 뿐 일상에서 차차 잊혀졌다. 두번째 스무살을 살고 있는 올해, 아무튼 시리즈를 정주행하던 중에 다시 몸과 마음을 흔들흔들거리게 만들어줄 것만 같은 주제를 발견했다. 그렇다. <아무튼, 스윙>이다.

 

 

<아무튼, 스윙> 혹은 본 서평을 읽으면서 함께 들으면 좋은 곡들

빅 조 터너, 「You're Driving Me Crazy」

루이 암스트롱, 「A Kiss to Build a Dream On」

샘 쿡, 「Shake, Rattle and Roll」

사라 본, 「I Could Write a Book」

엘라 피츠제럴드, 「As Long as I Live」

 

 

 

스윙 바의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다. 나는 블랙홀에 빠져들듯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닌 느낌이다. (중략) 문이 열리는 크기만큼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올 것이다. 나는 현실과의 틈을 크게 벌리고 싶어 문을 한 번에 확 열어젖혔다.(11쪽)

 

  책 만드는 일을 좋아하고 그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가 춤도 좋아하게 된 사정부터 들어본다. 무료한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남들과 비교해 지뢰찾기 게임만큼은 자신이 있었다는 저자는 어느 날 살사를 배우는 선배의 권유로 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율동이 아닌 진짜 춤을 추고 싶었으나, 살사는 소매없는 옷을 입고 추는 경우가 많아서 소매가 있는 옷을 입고 추는 춤을 찾아나선다. 만약에 소매가 있는 옷을 입고 살사를 췄더라면 책제목은 <아무튼, 살사>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 당시 그는 춤보다 옷이, 옷보다 자신의 몸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터라 여러 스윙 동호회 까페를 찾아다닌 끝에 한 스윙 동호회에 가입하여 강습과 정모에 참여하면서 더이상 지뢰는 찾지 않게 된다.

 

스윙 음악은 1930년대 화려한 빅밴드가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재즈 음악의 한 종류다.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기가 1930년대 중반부터 차츰 살아나면서 사람들은 다시 활기를 찾았고 이때 등장한 재즈 연주 스타일인 스윙 음악이 인기를 끌었다. 이 음악에 맞춰 사람들은 몸을 흔들거렸을(swing) 것이고, 스윙 음악을 즐기기 위한 스윙 댄스도 번성했다. 스윙 댄스의 종류에는 지터벅, 린디합, 블루스, 부기우기, 발보아, 섀그 등이 있다.(37쪽)

 

  스윙 댄스는 스윙 음악에 맞춰 두사람이 함께 추는 짝춤이 기본이다. 보통 춤을 이끄는 리더와 그 리딩을 받는 팔로어로 나뉜다. 저자가 주로 추는 린디합의 기본 '스텝'은 지터벅의 '스텝, 스텝, 락스텝'에서 처음 두 스텝을 트리플로 밟아 '트리플 스텝(오른발-왼발-오른발), 트리플 스텝(왼발-오른발-왼발), (오른발을 뒤로 옮겼다 왼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락스텝'으로 구성된다. 혹시라도 눈으로 문장을 밟는 데 그치지 않고 나처럼 직접 발로 스텝을 밟아본 독자라면 저자가 선물한 스윙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춤에서의 스텝이 친구나 연인과 손을 잡고 산책할 때의 걸음처럼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오면 비로소 춤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된다.(42쪽)

 

  이어서 '원, 투, 스리 앤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앤 에잇' 8카운트로 진행되는 '스윙 아웃' 스텝까지 익힌 팔로어라면, '스위블(swivel)'이라 불리는 화려하고 근사한 스텝 스타일링을 만들며 스윙이 가진 매력을 무한대로  발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텝만큼 중요한 것이 앞사람과 손을 마주 잡는 '홀딩'이다. 홀딩을 하고 같이 스텝을 밟아야 함께 추는 스윙이 시작된다. 오픈 포지션, 클로즈드 포지션, 프롬나드 포지션, 스윗하트 포지션 등 여러 방법 중 두 사람이 마주 선 상태에서 팔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뻗어 한 손, 혹은 두 손을 잡고 서서 춤출 준비를 하는 오픈 포지션이 기본이라고 한다.

  가수는 노래로, 댄서는 춤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언어도 필요없이 춤으로 대화하는 순간에는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도 끼어들지 않으며 춤 실력은 그 다음으로 놓여진다. 몸놀림은 서툴지만 열정으로 가득찬 초심자와 그를 배려하는 고수의 품격이 더해져 저마다의 스윙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춤이 댄서의 됨됨이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간혹 춤 실력을 권력으로 악용하려거나 몸으로 느낀 감정을 실제로까지 연장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어 스윙의 세계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는 저자의 말에 춤을 단순한 유희의 수단이 아닌 자신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 열과 성을 다해 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킴벌리 커버거

 

  저자는 십 년간 스윙계를 떠나 있기도 했다. 직장인이 되기 위해 떠났고 직장인으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직장인으로 잘 살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언론사 입사시험 준비 - 입사시험 - 탈락 - 탈락 - 탈락 - 취업 - 퇴직 - 취업 - 퇴직 - 취업 - 부서이동 - 부서이동', 지난 십 년의 과정을 요약해보니 마치 스윙의 스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만드는 일이 좋아서 과로하고, 그 과로는 피로를 부르면서 몸과 마음은 지쳐갔는데, 해소되지 않는 스트레스를 겪을 때마다 그는 왕년의 '깔루아'(여기서 잠깐, 대개 동호회에서는 회원들을 본명 대신 닉네임으로 부르기 때문에 자신의 별명을 커피 맛도 나고 술 맛도 나는 멕시코 술인 깔루아로 정함)로 살았던 자신을 떠올리며 스윙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고 고백한다.
  또 회사 일로 괴로워하던 연말의 어느 날, 깔루아 타령을 하며 같이 술을 마시던 H(깔루아와 같이 스윙을 시작하면서부터 하링으로 불림)가 스윙을 함께 배우자고 제안한다. 일사천리로 스윙 수업을 등록한 뒤 새해부터 매주 일요일 '출빠'(바에 나감)를 하고, 수업이 없는 주중에는 '소셜'(강습이 없이 여러 레벨의 댄서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춤을 즐기는 시간)도 하며 스윙계에 깔루아의 귀환을 알린다. '출빠 후 맥주', 즉 스윙 동호회 뒤풀이는 스윙만큼 중요한 활동이다. 동료 댄서들을 통해 먹는 일에 집나갔던 흥미를 되찾게 되자 그동안 먹고사느라 '먹고' 사는 걸 소홀하게 여겨온 걸 뒤늦게 알고, 끼니를 챙기는 일 또한 나를 챙기는 일이라는 것도 덤으로 깨닫게 된다.

 

스윙을 쉬었던 10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을, 앞선 마음과 뒤처진 몸의 간극을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것이다.(90쪽)

 

  더 일찍 돌아오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를 만회하기 위해 그는 다시 스윙에 매진한다. 동호회의 정규 강습은 보통 6주의 수업과 마지막 주의 졸업공연(졸공)으로 진행되는데, 졸공 연습을 하면서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아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잘 배워서 더 나은 댄서가 되기로 결심한 뒤로부터 스윙 댄스가 더 재미있어질 뿐만 아니라 댄서들과도 몸과 마음을 모두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춤을 추다 부딪히면 사과를 해야 하지만 춤을 못 춘다고 사과하지는 말라"는 어느 스윙 고수의 말씀을 받들어 그 역시 댄서는 미워도 댄스는 미워하지 않는다. 일과 스윙으로 인해 울고 싶은 마음이 들때면 스윙을 떠올리는 게 일상이 된 그에게 스윙 댄스를 추지 못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발목 부상으로 몇 달간 춤을 출 수 없는 날들 속에서 스윙과 함께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자신이 스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더 잘 알게 된다.

  나아가 현재의 나를 기다릴 미래의 스윙을 생각하며 새로운 일들을 계획해나가는 그를 보면서 아무튼 시리즈의 저자들의 모습이 겹쳐보이기도 한다. 각자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그것'을 얼마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잊어버리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애틋함을 키워가며 다시 만날 그날까지 현재 자신에게 허락된 현실 안에서 그것과 관련된 일을 계속 해나가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처음 스윙 바의 문을 열고 댄스 플로어에 올랐을 때는 책속에 놓인 활자를 눈스텝으로 밟으며 댄서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번에 다시 스윙 바를 찾았을 때는 라인댄스나 소셜을 즐기는 마음으로 잠시 책을 덮고 책에 소개된 음악을 찾아 들었다. 이따금 관련 영상을 보면서 근본없는 스텝도 밟아보면서 스윙 댄스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스윙이라는 선물을 받아보길 바라며, 저자와 함께 외쳐본다. "스윙을 선물하세요!"

 

강습에서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린디합의 스텝과 패턴에 대한 가이드는 물론 있겠지만 실제 음악을 들으며 춤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옳고 그르거나 맞고 틀린 게 없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얼마나 배려하느냐, 서로가 얼마나 즐거운 춤을 추느냐의 문제일 것이다.(139~140쪽)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        
기타(guitar)를 대신할 기타(其他)는 없다 - [아무튼, 기타]를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1-12-04 13:42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550546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아무튼, 기타

이기용 저
위고 | 2019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기타를 치기 위해서는 기타를 안아야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 더이상 기타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기타리스트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친구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기타(guitar)를 대신할 기타(其他)는 없다

<아무튼, 기타>를 읽고

 

 

  난생처음으로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불렀던 그날을 기억한다. 군복무 시절의 어느 주말 내무반에서 김광석의 「그날들」 떼창이 들려온다. 선후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동기가 기타를 치고 나머지는 그의 명곡들을 목이 터져라 부르는 가운데 문득 나도 기타를 치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았다. 그 날 이후로 틈틈이 동기의 지도 하에 김광석의 곡(을 연주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은 초심자에게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세계임을 인정한 뒤, 국민 연주곡이라 불리는 '로망스'를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박이도록 연습했고 지금까지도 내가 칠 수 있는 유일한 곡으로 남아 있다.

  나와 기타의 인연은 끝이 났지만 산울림의 노랫말처럼 '기타로 오토바이를(혹은 오토바이로 기타를) 타는' 경지에 오른 기타리스트에게는 기타가 인생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밴드 '허클베리핀'의 기타리스트이자, 예전에 데이비드 보위에 관한 것들을 찾아보다 우연히 알게 된 오디오클립 '이기용의 뮤직 액츄얼리'의 진행자가 쓴 <아무튼, 기타>는 기타와 함께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표지에 그려진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무지개색 홀로그램의 피크 하나가 반갑고 정겹게 느껴지는데, 책장을 넘기면 기타 악보가 나오고 그걸 함께 보면서 저자가 연주법을 가르쳐줄 것만 같다. 그러나 내 예상은 엠프를 찢고나오는 일렉트릭 기타의 '삐'하는 소리처럼 여지없이 빗나가고, 저자는 기타름 품에 안고 마술 같은 순간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기타를 품에 안고 왼손으로 지판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줄을 튕기면, 내 손에 진동이 전해져 오고 내가 있는 공간에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름다운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마술 같은 순간이다.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면······(7쪽)

 

 


 

 

"요즘 힘들다면서··· 기타를 조금씩 쳐봐. 도움이 될거야."(18쪽)

 

  병원과 학교를 오가며 혹독한 사춘기를 보내던 어느날 삼촌이 선물한 기타는 저자에게 위로이자 휴식같은 벗이 되어준다. 그날 그는 깨닫는다. 기타를 치기 위해서는 기타를 몸으로 안아야 한다는 것을. 여태껏 기타를 치거나 기타줄을 튕긴다고만 여겼는데, 기타를 안는다는 표현을 책을 통해 뒤늦게 알고 나니 기타의 물성과 그것이 주는 감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타를 치는 데에는 수많은 코드가 있는데 그를 매료시키며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준 코드가 바로 '긍정의 D코드'였다고 한다. 맨 처음 배우게 되는 개방형 코드 중의 하나로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반지의 제왕』에서 아직 평화로운 시기의 샤이어의 아침과도 같은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게 해준다.

  '좌절의 F코드'는 초보자가 첫 번째로 배우게 되는 하이코드(왼손의 검지를 마치 막대기처럼 세워서 1번부터 6번까지의 줄을 한 번에 잡은 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각기 다른 음들을 짚어서 소리를 내는 형식의 코드)로, 왼손 검지로 1번부터 6번까지의 모든 줄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모든 줄을 못 잡더라도 1번 줄만 잡고서 치는 약식 코드로 난관을 넘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저 기타줄을 튕기기만 해도 원하는 소리가 나길 바라는 게 초심자의 마음이겠으나,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박일 정도의 노력은 기울이며 반복해서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단 네 개의 코드만 익혀놓으면 노래를 부르면서 기타로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경험은 무척 중요해서, 어쩌면 모든 기타리스트들은 곡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해봤다는 최초의 성취감으로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지도 모른다.(21쪽)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반대로 기타는 왼손이 어디를 누르느냐에 따라 음이 결정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기타 소리는 왼손으로부터 나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타를 칠 때 왼손은 코드를 잡고, 오른손은 (지금까지 '스트로크'라고 알고 있었는데, 더 정확한 표현으로) '스트럼'을 친다. 피크가 기타 줄에 닿을 때 때로는 단번에 모든 줄을 치고 때로는 부드럽게 필요한 줄들을 쓰다듬듯 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스트럼의 기본이라고 한다. 자동차의 엑셀과 브레이크와 같은 뮤트(왼손으로 줄을 살짝 눌러 소리를 죽이는 주법) 혹은 커팅(스트럼 직후 오른손 손바닥 끝쪽으로 줄을 때리듯이 짚어서 소리를 끊는 주법) 을 잘 사용하면 매력적인 스트럼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어쿠스틱 기타가 소박한 행복을 일깨워준다면 일렉트릭 기타는 내게 어딘가 밤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떠올리게 한다. 일렉트릭 기타는 확실히 밤의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악기이다.(37쪽)

 

  저자의 첫 번째 일렉트릭 기타는 우리나라의 노동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2008년 국내의 대표적인 기타 회사로 알려진 '콜트콜텍'에서 노동자들이 전원 해고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해 12월부터 노동자들의 복직을 기원하는 <수요 문화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한 공연에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만든 악기로 어색하고 서툴지만 직접 연주하는 무대를 선보였는데, 함께 공연에 참가했던 저자도 계속 그들을 응원했다. 마침내 노사 양측의 양보와 타협으로 끝이 난 13년간의 싸움을 보면서 그는 '노동자가 없으면 음악이 없고, 음악이 없으면 삶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대목에서 기타를 치는 사람이 있기 전에 기타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는 걸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981년산 깁스 레스폴 커스텀은 저자의 첫 번째 메인 기타이다. 처음으로 밴드를 결성하고 기성곡을 연주하며 공연을 이어가던 중 밴드 내에서 자작곡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온다. 음악을 하면서도 늘 다른 사람들처럼 안정적인 세계에 있기를 바랐고, 이미 음악을 하고 있었음에도 과연 음악하는 삶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해 불안해하며 고민하던 그는 결국 밴드에서 나오게 된다. 한동안 방황하던 어느 날 침대 구석 벽에 기대어져 있는 레스폴을 보면서 좌우대칭을 이루는 둥글둥글한 곡선의 외형과 묵직하고 안정적인 사운드를 내는 장점들이 자신이 그토록 버리고 싶어했던 어중간하고 평범한 성격과도 닮아보였다고 술회한다. 기존의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그는 악기점에 기타를 팔기로 결심한다.

 

좋은 곡에는 악보상의 음표로는 표현되지 않는 커다란 에너지와 독특한 감성 그리고 새로운 세계가 잔뜩 들어 있다. 그렇다면 '좋은 곡'은 무엇인가? 자신이 느끼기에 '이 노래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라고 느껴진다면 바로 그 곡이 당신에게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줄 좋은 곡이다.(60쪽)

 

  밴드 탈퇴 후 밤 시간에 클럽에서 손님들에게 맥주 등을 서빙하고 음악을 틀어주는 일을 한다. 당시 그는 음악이 고팠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기보다 음악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에 간다는 기분으로 출근하며, 20세기를 풍미한 수많은 명반들이 있던 그곳에서 매일 새벽까지 음악을 듣고 손님들의 신청곡을 틀어주면서 음악이 어떤 것인지 차츰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기타가 말을 재미있게 잘하는 사람이라면 베이스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과 같다.(72쪽)

 

  90년대 중반 홍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밴드 음악들이 등장한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자우림, 델리스파이스 등과 함께 저자가 속한 허클베리핀도 데뷔한다. 록밴드의 기본은 드럼, 베이스, 기타로 구성되는데, 정작 허클베리핀은 베이스 없이 3인조 밴드로 시작했다고 한다. 베이시스트가 없다는 이유로 한 클럽 공연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경험은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대한 긍정적인 공감대가 생겨나고 있는 시기라고 믿었던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만약에 빌리 아일리시, 밥 딜런, 커트 코베인 등이 당시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했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 과연 지금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지 반문하면서 편견과 억압없이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서 베이스라는 악기를 좀 더 들여다보면, 그 중요성과 매력에 비해 사람들에게 저평가 되는 대표적인 악기 중의 하나로,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없으면 반드시 그 빈자리가 티가 나는 사람과 같다고 저자는 비유한다. 베이스의 음역대는 드럼과 기타의 사이에 있기에 둘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베이시스트는 드럼 사운드에도 기타 사운드에도 예민해져서 양쪽의 플레이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노란 텔레캐스터를 연주할 때 나는, 바디를 몸에 바짝 붙이고 늘 마음을 다해 연주를 했다. 그렇게 노란 텔레캐스터를 연주하면서 나는 내 감정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보는 경험을 했다. 노란 텔레캐스터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음악을 잃은 느낌이었다.(87쪽)

 

  1978년산 노란 펜더 텔레캐스터는 저자의 영원한 메인 기타이다. 자타 공인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기타로 허클베리핀의 2집부터 4집 앨범까지 녹음하는 데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그토록 소중했던 기타를 2008년 어느 공연을 마치고 잃어버리게 된다. 이후 펜더스트라토캐스터, 탐 앤더슨 드롭 탑, 빨간 펜더 텔레캐스터 등 여러 기타를 맞이하지만 그의 헛헛한 마음을 채울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노'란 '텔'레캐스터라는 말을 되뇌다보니 불현듯 '노스텔지어'가 떠올랐다. 어쩌면 그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친구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과연 저자는 자신의 최애 기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한 독자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아무튼, 기타>를 통해 '기타'와 '기타를 치는 사람'에 대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일테면 다양한 기타의 내력과 기타를 애정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로) 함께 곡을 만들고 연습하고 공연하던 기타를 팔고 다시 사는 일이 빈번하다는 걸 알게 된다. 기타리스트는 자신만의 인생 기타를 만나게 될 수도 있고, 기타는 마치 반려동물처럼 새로운 주인을 만나 잃어가던 빛을 되찾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타를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기타(guitar)를 대신할 기타(其他)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당신도 기타와 친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7쪽)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9        
그 섬에 가고 싶다 - [섬]을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1-12-01 21:05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549098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섬 LES ILES

장 그르니에 저/김화영 역
민음사 | 2020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그 섬에 가고 싶다

<섬>을 읽고

 

 

  누군가 "당신이라는 사람은 섬인가, 섬이 아닌가?"라고 묻는다면, 그 경계를 오가며 섬(some)타는 관계처럼 선뜻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섬을 노래한 시인들의 언어를 빌리자면, 17세기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은 '사람은 섬이 아니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中).' 라고 말했고, 정현종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섬」 전문)' 라고 털어놓았다. 섬의 어원을 찾아보면 '고립시키다'는 의미가 있는데, 인간이 고독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사람에게 섬은 더 각별한 존재로 인식되지 않을까 싶다. 이 물음에 대한 작은 실마리라도 찾고 싶어서, 어느 시인이 가을마다 꺼내 읽는 에세이를 쓴 장 그르니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섬>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펼쳐 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해 내 방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섬』을 펼쳐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15쪽, 『섬』에 부쳐서-알베르 카뮈)

 

  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그르니에가 『이방인』, 『페스트』 등을 쓴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라는 점이 퍽 흥미롭다. 카뮈는 <섬>의 서문을 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책이 출간되는 걸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섬'에서 서는 곳이 바뀌면 감성의 풍경도 달라진다. 섬 밖에서 바라보는 그곳은 외따로 떠 있어서인지 왠지 모를 외로움과 고독감이 느껴지지만, 막상 섬 안에 들어서면 육지가 주는 포근함과 안정감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섬이 전하는 양가적 감정과 더불어 그르니에 자신이 여러 섬에서 지내며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과 삶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충실히 <섬>에서 이야기한다.

 

나의 최초의 기억은 여러 해에 걸친 시간 속에 흩어진 꿈처럼 어렴풋한 기억이다. 나에게 새삼스럽게 이 세계의 헛됨(vanite)을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을, 세계의 비어 있음(vacuite)을 느꼈으니 말이다.

(25~26쪽, 「공(空)의 매혹」中)

 

  어린 시절 무심코 바라보던 하늘이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처음 무(無)를 느끼고,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바다와 드넓은 해안을 보며 공허(空虛)를 느낀다.  그는 무심(無心)과 무감각에 대해 몽상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무심'의 순간에서 '선택'의 순간, 일테면 상표가 서로 다른 펜 두 자루를 놓고 선택해야만 하는 참혹(?)한 순간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게 인생이라 만사에 무심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공은 시작이자 끝, 아니면 둘 사이에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요, 세계는 알맹이가 없는 한갓 수증기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때 '경박한'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내 맘에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뎌 내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의 대상을 정해 그것에 여러 시간씩 골똘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은 없다.

(61쪽, 「고양이 물루」中)

 

  집 꼭대기에 위치한 다락방은 그만의 무인도(島)이다. 침대에 누워 있거나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방구석 여행자로 살던 그가 어느 날 동네의 무덤을 지키는 사람에게서 받아온 새끼 고양이 물루의 충실한 집사가 된다. 그 섬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연구한 물루의 일대기를 통해 고양이의 자유분방함과 그 속에 자리잡은 고독과 불안을 엿볼 수 있고 인간의 그것들과도 연결지어 생각해보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명승지와 아름다운 해변에는 무덤들이 있다. 그 무덤들이 그곳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너무 젊은 나이에 자신들의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그 엄청난 빛을 보고 그만 질려 버린 사람들의 이름을 읽을 수 있다.

(99쪽, 「행운의 섬들」中)

 

  파리의 무덤 투어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찬란한 삶의 가운데 죽음이 있다는 걸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 인식(reconnaissance)에 도달하고 나면 여행할 때 배멀미나 기차 안에서의 불면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우리는 쉽게 그 사실을 잊곤 한다. 여기서 '자기 인식'이 반드시 여행의 종착역에 있는 것은 아니며 자기 인식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여행이 완성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도살장에서는 양들을 연달아 잡지요." 하고 그는 말하곤 했다.

"그런데 '저들은' 나를 혼자 죽게 만들어요."

(112쪽, 「이스터섬」中)

 

  이스터섬에 머물 때 만났던 정육점 주인이 죽음을 앞두고 저자에게 건넨 말이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말을 곱씹어봐야할 것만 같다. 그에 따르면 죽음이란 결국 혼자 감당해야할 몫으로 타인에게는 그저 또 다른 타인의 일로 치부되기에 죽어감은 몹시도 외롭고 불안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지켜보던 저자도 섬을 생각하면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토로한다. 섬이 가져다주는 황홀경에도 불구하고 섬에 가면 격리되거나 자신을 고립시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문득 섬에 사는 정육점 주인의 숙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인도를 유럽인의 눈으로 보느냐 혹은 인도인의 눈으로 보느냐가 아니다.-도대체 그것은 터무니없는 야심이다. 인도는 코르네유와 바레스가 스페인을 보았던 것과 같은 눈으로 보아야 한다. 인도를 어떤 '상상의 나라'로 간주할 때 비로소 그 실체와 가장 가까워질 수 있다.

(127쪽, 「상상의 인도」中)

 

저 말랑말랑한 펼친 손들 말고 좀 굳게 쥔 주먹을 보았으면 싶다. 인도는 그 같은 성년의 발육 상태를 경험한 적이 없다. 인도는 우리들 눈에는 영원한 유년 같은 모습이다. 인간으로서는 어른다운 척도에까지 이르지 못한 것 같다.

(136쪽, 「상상의 인도」中)

 

  넓은 인도땅의 면적처럼 <섬>에서도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상상의 인도」는 인도(印度)라는 유인도(有人島)로 인도(引導)하는 이야기다. 지리적인 시각 말고 문학적인 시선으로 상상할 때, 어른의 잣대가 아닌 유년의 감수성으로 다가갈 때 비로소 인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인도 작가가 인도인은 기후 때문에 명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자, 간디는 비슷한 기후에 사는 아프리카인은 명상을 하지 않고 히말라야에 성인들은 명상을 하기에 기후가 영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영혼이 기후를 이용할 뿐이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또한 어떤 인도인은 인도를 누가 통치하든 말든 그 누군가가 집안 살림을 맡아주면 자신들은 그저 쉬기만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는데, 인도인은 비록 정복당할지언정 일체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을 세계로부터 소외시키는 야심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에게는 보로메의 섬들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 무너지기 쉽고 너무나 인간적인 보호인 마른 돌들의 담벼락 하나만으로도 나를 격리시켜 주기에 족할 것이고, 어느 시골 농가의 문턱에 선 두 그루의 시프레 나무만으로도 나를 반겨 맞아 주기에 족할 것이나······ 한 번의 악수, 어떤 지성의 표시, 어떤 눈길······ 이런 것들이 바로-이토록 가까운, 이토록 잔혹하게 가까운-나의 보로메 섬들일 터다.

(174쪽, 「보로메 섬들*」中)

*스위스 국경에서 가까운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방의 마조레 호수에 있는 다섯 개의 섬들로 15세기 이래 그중 가장 큰 섬 둘을 소유하고 있는 롬바르디아 지방의 보르메오(Borromeo) 가문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다섯 개 섬들 중 마드레, 벨라, 페스카토리만 방문 가능하다.

 

  어느 낯선 고장에서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저자는 한 꽃가게의 간판에 쓰여진 '보로메 섬으로!'라는 문구와 마주한다. 가장 먼 곳과 이제 작별하라는 경고와도 같이, 멀리 있어 가닿기 힘든 곳의 아름다움을 욕망하기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존재들이 가진 가치를 발견하는 게 자신만의 낙원을 가꿔나가는 일임을 일깨워준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고독들 속에는 각별히 중요한 장소와 순간들이 깃들어 있다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인식하고 내가 바라보게 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저자에게 그곳이 바로 섬이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섬>에서 나오며 처음 던졌던 물음에 다시 답해보려 한다. 사람(혹은 개인)은 미완의 (어쩌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도) 섬이 아닐까 싶다. 삶이란 각자가 온전히 하나의 섬이 되어가는 과정 혹은 그 섬을 찾아가는 여정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전에 스스로 섬이 되거나 섬에 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이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섬이자 섬과 섬을 오가는 배, 혹은 그 뱃길을 인도해주는 등대처럼 느껴진다. 언제든 배를 타고 그 불빛을 좇아 가닿은 나만의 섬 위에 놓인 활자들을 거닐며 섬과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3        
[시보다 좋은 엄마의 말은 없습니다]를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1-11-28 22:06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547363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시보다 좋은 엄마의 말은 없습니다

김종원 저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아이라는 세계를 이해하고 아이의 세계관을 확장시켜줄 '언어로 지어진 시'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물론, 부모도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시보다 좋은 엄마의 말은 없습니다>를 읽고

 

 

  하루하루 아이가 자란다는 증거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이의 옷을 개다가도, 혹은 언제부턴가 까치발을 들지 않고 물건을 집어내리거나 그림책을 혼자서 읽어내는 아이를 보다가도 종종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평소 엄마와 아빠가 쓰는 말이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 아이를 볼 때면 신통방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뒷골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부모의 말(언어)이 아이라는 리트머스 종이에 닿을 때 어떠한 색이 나올지는 오롯이 부모의 언어 수준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하다. <시보다 좋은 엄마의 말은 없습니다>는 아이의 언어 수준과도 직결되는 부모의 언어력을 높여주는 데 '시를 통한 질문과 대화'를 제안하는 책이다.

 

시는 '언어'라는 재료로 지은 집입니다. 시를 읽고 분해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언어의 크기와 범위를 넓혀 아직 배우지 않은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고요. 더 나아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저절로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5쪽, 프롤로그)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을 통해 다양한 자녀교육법을 제시하며 많은 부모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김종원 작가는 "부모는 아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아이를 사랑한, 이 세상의 유일한 사람으로 아이를 위한 시를 평생 써온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이와 함께하며 기쁨, 슬픔, 분노, 후회, 사랑의 롤러코스터를 날마다 타면서 그것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를 써내려가는 시인(詩人)이 부모라면, 나도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쉬이 시인(是認)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진정한 시인처럼 제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익혀 아이와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용기, 지혜, 통찰, 사랑'에 관한 언어로 지어진 스물여덟 편의 시를 놓고 부모와 아이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시를 해체하고 변주하는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아이 스스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랑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삼학년

                              박성우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만일 네가 좋아하는 매실액을 물통 한가득 넣어서 물이 매실차로 바뀐다면 정말 기분 좋겠지? 그게 저 친구의 마음이야." 먼저 아이가 시의 주인공인 삼학년 친구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상황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친구가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네가 만약 저 친구라면 엄마, 아빠에게 어떤 말을 들으면 아픈 네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통해 평소 아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위로의 표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운데, 좀 더 확장해보면 시를 통해 아이 마음 속 언어를 꺼낼 수 있다는 사실이 퍽 흥미롭다.

  "저 친구는 왜 우물에 미숫가루를 넣는 무리한 방법을 선택했을까?", "너도 무언가를 빠르게 갖고 싶을 때 어떤 마음이 드니? 저 친구처럼 실수하지 않으려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친구의 행동이 올바른 선택은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킨 뒤 욕심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아이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그러면 시를 통해 일상에서 지혜롭게 자신의 욕심을 제어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여유를 배우게 된다.

 

 

                              호피촉

 

답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답이다.

소박하게 먹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마라.

 

  "네가 좋아하는 반찬을 친구도 좋아할까?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사람 입맛이 모두 다른 것처럼 생각의 모양과 크기도 모두 다르지 않을까?" 이 질문을 통해 세상에 모두에게 맞는 답이 있을지, 나아가 답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줄 수 있다.

  "왜 호피촉은 우리들에게 소박하게 먹고 조심스럽게 말하라고 했을까?" 라는 물음에 욕심 내지 말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즉답을 피해야 한다. 대신 아이가 천천히 '소박하다'와 '조심스럽다'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줌으로써 아이가 자연스레 그 이유를 깨닫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네가 찾은 그 답이 너에게 맞는 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생각한 것을 실천하면서 너에게 더 잘 맞는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의 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부모가 늘 곁에 있을 거라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느리지만 배움의 과정을 성실히 실천해 나가는 아이를 격려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게 부모의 몫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작별

                                 이시영

 

민들레는 마지막으로

자기의 가장 아끼던 씨앗을

바람에게 건네주며,

아주 멀리 데려가

단단한 땅에 심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 민들레는 어디에서 날아온 걸까?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을까?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일상에서 늘 마주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거나 사소하게 여겼던 존재들을 아이가 한 번 더 돌아보며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질문을 통해 아이가 생각한 것을 말로 표현하는 데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민들레 씨앗은 무슨 색일까?" 대부분 노란색이라고 알고 있으나 민들레 씨앗은 옅은 녹색과 붉은색도 있다. 이어서 묻는다. "뱀의 혓바닥을 그려볼까?" 대개 붉은색이라고 답하는데, 실제로는 검은색이 주를 이룬다. 이런 식으로 지레 짐작하기보다는 아이가 자문하며 실제로 대상에게 다가가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면 타자를 이해하고 상상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너는 바람에게 무엇을 맡기고 싶니?" 아이가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곳곳에서 사물의 가치를 찾아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되, 아이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하다.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릴케

 

마음속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인내를 가지고 바라보자.

먼저,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봐야 안다는 것이다.

지금 당신의 문제를 살아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릴케의 시를 모르지 않으나,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젊은 시인'이 비단 릴케의 직속 후배들만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부모는 평생 아이를 위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했던 저자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오늘도 자녀 교육에 골몰하는 부모라면, 먼저 '아이' 그 자체를 사랑하고, 당장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조급해할 것이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라는 조언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동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아직 배우지 않은 것을 스스로 깨우치고, 모르는 것을 저절로 알게 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는 저자의 말을 곱씹게 된다. 시를 함께 읽는 부모는 아이가 내놓은 답변의 수준을 평가하기보다는 좋은 마음으로 감탄과 공감을 해주고, 아이가 생각에 열중하며 한껏 진지한 그 순간, 곧 '말의 공간'을 놓치지 말고 공유함으로서 시 읽기의 기쁨도 나누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둘러싼 여러 세계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싶은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책(속에 시들)을 읽는 내내, 아이는 물론, 부모 역시 같이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아이에 관한 시를 쓰고 있을 시인들에게 아이라는 세계를 이해하고 아이의 세계관을 확장시켜줄 '언어로 지은 시'를 띄워 보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1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3        
화요일에 만난 사람들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다시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1-11-24 22:47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545801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저/공경희 역
살림출판사 | 2017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화요일에 만난 사람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다시 읽고

 

 

"나는 20년간 사회심리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 강의를 들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을 해야겠습니다. 왜냐면 나는 지금 죽을 병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전 이번 학기 강의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걱정된다면, 교과목을 변경해도 좋습니다."

(23쪽,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中)

 

 

  대학 새내기 시절, 읽든 안 읽든 책제목만은 모리는('모르는'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학생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 있었다. 이제 막 십대를 지나 이십대를 여는 청춘들에게 낭만으로 치환된 삶에 가려져 있던 죽음이 삶과 맞닿아 있음을 어렴풋이나마 일깨워준 책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자연스레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사십대를 맞아 다시 만난 모리 교수의 수업은 이십 년전과 사뭇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쇠락하는 데 가장 두려운 게 뭡니까?"

"테드,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내 엉덩이를 닦아줘야만 된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소."

(41쪽, 「코펠의 첫번째 인터뷰」中)

 

 

  대학 졸업 후 앞만 보고 달리던 제자 미치는 우연히 TV토크쇼에서 흘러나온 옛 스승 모리  교수의 목소리를 듣고 16년 전의 약속을 떠올린다. 죽음을 앞둔 코치(미치가 모리 교수를 부르는 애칭)를 다시 만난 선수, 아니 미치는 매주 화요일마다 코치의 서가에서 인생의 의미에 대한 주제로 마지막 수업이자 마지막 논문을 함께 한다. 나도 화요일의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 그들의 수업을 지켜보았다.

 

 

"그러니까 다음 화요일에 다시 온단 말이지?"

 

 

  마지막까지 스승이길 바랐던 모리 교수는 교단에 서기 전,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관찰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일을 하면서 그들이 자기가 거기 있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 바꿔 말하면 그들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지 않고 계속 기억되길 원하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욕망을 읽어낸 것이다. 병원에서 대학으로 자리만 바뀌었을 뿐,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하는 그만의 공감력은 사그라들기는커녕 횃불처럼 활활 타오르며 주위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준다. 어느 날 신경을 녹여 몸에 밀납이 쌓이는 듯한 루게릭병이 그를 덮쳤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사그라드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보고 더불어 죽음을 배우라고 말하면서 기꺼이 삶과 죽음을 잇는 마지막 다리가 되기로 결심한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네. 들어주겠나?"

"누군가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네.

혼자선 그런 생각을 하며 살기는 힘든 법이거든."

"나한테 뭐든 물어보라구."

 

 

  누구에게나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 게 아님을 깨달은 그는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을 모아 '살아 있는 장례식'을 치르고, 자신의 고통과 아픔만으로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고 그들에게 답장하는 일에 진심을 다한다. 또한 화요일마다 미치가 그를 도와주기 위해 몸을 숙여 마이크를 바로잡아주거나 몸에 손을 대면, 그는 어른으로서 나눠주고 아기로서 받는 일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가 날마다 죽음의 그림자를 껴안고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써내려간 단상들에서 미치가(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궁금한 것들, 즉 '죽음, 가족, 두려움, 나이듦, 탐욕, 용서, 의미있는 삶'에 관한 혜답을 다시 찾아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어깨 위에 있는 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즉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지금처럼 야망이 넘치지 않게 될 테니까."

(114~115쪽, 「죽음(네 번째 화요일)中」

 

"타인에 대한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

(125쪽, 「가족(다섯 번째 화요일)」中)

 

"경험하라고 하면서 또 벗어나라고 하는 말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고통, 사랑, 슬픔 등) 이런 감정들에 온전히 자신을 던지면, 그래서 스스로 그 안에 빠져들도록 내버려두면, 그래서 온몸이 쑥 빠져들어가 버리면, 그때는 온전하게 그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네. (중략) '좋아. 난 지금껏 그 감정을 충분히 경험했어. 이젠 그 감정을 너무도 잘 알아. 그럼 이젠 잠시 그 감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군'이라고 말이야."

(138~139쪽, 「감정(여섯 번째 화요일)」中)

 

"늙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으셨어요?"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우지. 22살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나 22살만큼 무지할 거야. 나이 드는 것은 단순히 쇠락만은 아니네. 그것은 성장이야. 그것은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이야. 그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구."

(155쪽,  「나이드는 두려움(일곱 번째 화요일)」中)

 

"이 사람들은 사랑에 너무 굶주려서 그 대용품을 받아들이고 있구나. 저들은 물질을 껴안으면서 일종의 포옹 같은 것을 기대하고 있구나.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 될 리가 있나. 물질이 사랑이나 용서, 다정함, 동료애 같은 것을 대신할 수는 없는데···."

(162쪽, 「돈(여덟 번째 화요일)」中)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용서해야 하네.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일이 이러저러하게 되지 않았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 나 같은 상황에 빠지면 그런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네."

(213쪽, 「용서(열두 번째 화요일」中)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네."

(222쪽, 「완벽한 하루(열세 번째 화요일)」中)


 

  책을 덮으며 오랫동안 오해하고 있었던 한 가지, 즉 모리 교수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비단 죽음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는 삶에 의미를 더해줄 가치들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바를 아낌없이 나누면서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대해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 수 있다고 일깨워준 것이다. 생명의 불씨가 점차 사그라들 때쯤 미치가 코치에게 24시간만 건강해지면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묻는 대목에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마침내 장례식과 함께 모리의 수업은 끝이 났지만, 여전히 이 책을 찾는 많은 화요일의 사람들에게 그의 작은 이야기 속 큰 울림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매일이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에 삶'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일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나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빵과 차로 아침을 먹고, 수영하고,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산책하면서 자연을 보고, 저녁은 스파게티나 오리 고기를 먹고, 실컷 춤을 추고, 집에 돌아와 깊고 달콤한 잠을 자는 거야."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8)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2        
1 2 3 4 5 6 7 8 9 10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