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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밸'을 위하여!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를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0-04-0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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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김성광 저
푸른숲 | 2020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일과 삶의 균형을 넘어선 '부모로서의 삶'과 '나 개인의 삶'의 균형, 즉 라라밸(라이프 앤드 라이프 밸런스)을 소망하는 사람에게 응원가와도 같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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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밸'을 위하여!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를 읽고 

 

 

 

    여기 나만의 공간에서 시간에 허덕이지만 잘하고 싶은 일은 많은 한 사람, 그리고 그가 지은 책 한 권과 마주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더불어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나도 직장생활 10년차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독서를 위한 빈 시간을 찾아내는 게 결코 쉽지 않음을 종종 느낀다.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의 저자 역시 10년 차 서점인으로서 워라밸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넘어선 '부모로서의 삶'과 '나 개인의 삶'의 균형, 즉 라라밸(라이프 앤드 라이프 밸런스)을 소망한다.

 

    저자는 라라밸의 실천방법 중 하나로 매일 출근 전 새벽의 공간과 시간에서 책을 펼치고 사색에 잠긴다. 여기에 견줄바는 아니지만 나도 일과 육아의 전선에서 물러난 밤의 공간과 시간에서 잠과 사투를 벌이며 책을 집어든다. 이렇게 집어든 이 책의 머리말은 나의 눈과 생각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내가 평소 일과 육아, 책에 대해 갖고 있던, 정리되지 않고 아무렇게나 널부려져 있던 생각들이 저자의 글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러모로 나와 닮은 듯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저자와 함께 커피 한 잔 기울이며 '일상의 균형'에 대하여 이야기해본다.

 

 

{나} 처음 이 책의 부제인 ‘10년 차 서점인의 일상 균형 에세이’를 봤을 때, ‘서점인’을 ‘서점주인’으로 잘못 봐서 10년간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의 에세이라고 오해했다. 나중에 온라인서점에서 일하는 '서점인'이란 걸 알게 됐을 때 나 혼자 머쓱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간단하게 본인이 하는 일을 소개해 달라.

{저자} 나는 서점에서 일한다. 예쁜 조명, 분위기 있는 서가,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며 조용히 누워 있는 책들은 여기에 없다.(중략) 나는 온라인 서점에서 일한다.(5쪽)

서점은 출판사와 독자 사이에서 책을 중개하는 곳이다. 온라인 서점 MD는 독자 손에 쥐여지는 전 과정에 관여한다. 나는 '물건'으로서의 책만 배송하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를 계량할 수 없는 '제안'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8쪽)

 

{나} 오프라인 서점 직원 또는 온라인 서점 MD가 '제안'하는 책들이 모여있는 서점에 대해 많은 작가들의 예찬론을 들을 수 있다. 가령 서점은 책이라는 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진 숲으로 서점을 둘러본다는 건 숲을 산책하는 것과 다름없다거나, 서점을 천천히 거닐면서 무심결에 집어든 책 한 권이 그날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친구와 같다는 이야기들을. 그렇다면 저자에게 서점이란 어떤 공간인가?

{저자} 내게 서점이란 책 한 권을 사서 나가는 곳일 뿐 아니라, 오래 살펴보며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마침내 어떤 세계로 들어서는 곳이었다. 출구를 찾아 나가려다가도 자꾸 새로운 입구로 들어서게 되는 곳이었다.(8쪽)

 

{나} 듣고보니 비단 서점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그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나왔던 다른 책, 혹은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올랐던 다른 책을 자연스레 찾아 읽게 되는 것 같다. 이게 독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이라고나 할까?

{저자} 모든 책은 다른 책을 통해 확장되고 깊어지고 반박될 수 있다. 한 권의 책만으로도 굉장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지만 다음 책으로 맞춤하게 이어질 때 독서는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선사한다.(9쪽)

한 권의 책도 만족스럽지만, 책이 책으로 연결될 때 나는 생각이 조금 더 두터워진다는 느낌을 받았다.(10쪽)

 

{나} 앞서 말한 부제에 나온 '일상의 균형'을 위해 저자는 라라밸을 실천하고 있다. 서점인으로서의 삶 외에 육아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아이와 함께하면서 '부모'와 '나'의 균형은 어떤 식으로 유지하는지?

{저자} '부모'라는 이름과 '나'라는 이름을 나란히 놓고, 아무리 둘의 균형을 잘 유지하려 해도, 결국엔 '부모'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이 둘의 균형점이란 한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상태를 일컫는 것 같다는 생각. 앞으로의 내 삶은 아이를 향해 기울어진 상태를 받아들이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51쪽)

다만 나는 내 인생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삶'을 '선택과 집중'보다는 '적절한 밸런스'라는 관점으로 대하고 싶다. 어느 하나에 집중해서 대단히 잘할 때보다,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 때 나는 행복하다. 일에, 가족에게, 나 자신에게 시간을 고루 들이고 싶다.(69쪽)


 

{나} 나 역시 딸바보를 자처하며 현재 다섯 살배기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저자의 육아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을 넘어 동감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참 많았다. 아이를 대함에 있어 이것만은 꼭 유지하고픈 육아철학이 있는지?

{저자}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으므로 말의 느낌, 표정의 변화, 행동의 섬세한 면을 통해서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내 시선과 관심이 평소에 늘 아이를 향해야 아이의 마음이 윤곽을 드러낸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으면 불가능한 일이다.(57쪽)

앞으로도 아이를 보살피고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겠지만 그 보살핌과 가르침이 '아이의 납득'이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보다 세심히 신경 써야 할 것이다.(144~145쪽)

 

{나}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가 되면서 그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어른인 동시에 아이의 보호자라는 미명하에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때로는 아이를 교정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왠지 모르게 나도 한뼘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저자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자}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구상했던 이야기와 소설을 마쳤을 때 완성된 이야기가 다르다는 소설가들의 말도 떠올랐고, 이 말 속의 '소설'을 '아이'와 바꾸어도 말이 된다 생각했다.(84쪽)

나의 노력이 아이에게 가닿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겠다는 마음. 부모로서의 내 삶은 이 사이에서 진동하게 되는 것일까. 그런 진도의 과정에서 내 영혼에는 어떤 문장이 새로 쓰일까.(86쪽)

지안이의 말이 꼭 어른의 말로 자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말이 지안이의 말을 통해 다시 자랄 필요는 분명히 있다.(중략) 이 역전된 교육이 신선해서 아이가 입을 열면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가르침을 기다린다. 조용, 지금 아이가 말한다.(121쪽)

 

{나} 이어지는 육아 이야기 가운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도 아주 가까운 '타인'이자 부모 옆의 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는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특히 좋은 부모란 사회규범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사회의 전령'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경계하고 성찰하며 아이에게 전하는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 가장 인상깊었다. 조금 더 확장하여 생각해본다면, 아이도 인격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훗날 어른이 살고 있는 시민사회에 당당히 합류하게 될 시민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존재로 읽혀졌다. 나 역시 다양한 소재의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보고 읽으면서 환경보호, 타인에 대한 배려, 연대 등의 개념을 최대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고 서로 소통하고자 노력중이다.

{저자} 나는 너의 '부모'로서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그것이 곧 너와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할 것이다.(149쪽)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대하는 모습뿐 아니라 부모가 세상을 대하는 모습도 바로 옆에서 목격한다. 그런 부모를 통과해 결국 세상으로 나아간다. 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부모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깊은 연관을 맺을 수 밖에 없다.(177쪽)

 

{나}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읽으며 타인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고 있는데,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또한 나에게는 온라인 서점의 MD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 그리고 "일로 연결된 다른 이들의 노동과 처지를 헤아려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출판하는 마음(은유 인터뷰집)>도 조만간 읽어볼 계획이다.

다른 사람들의 노동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며, 책 한 권이 팔리는 것이 이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다 구체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나의 일은 나와 회사만의 일이 아니라, 이 모든 사람들이 관계하는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을, 독자뿐만 아니라 이 모든 사람들을 염두에 두며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98쪽)

 

{나} 마지막 질문.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아 도서 주문수량 관리, 독자의 취향저격 책 추천, 각종 데이터 분석 등, 잘 키운 AI 하나가 여러 MD의 역할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서점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저자} 나는 서점엔 계속 사람이 필요하다 믿는다. 자기 일을 오래 갈고닦은 사람이 필요하다 믿는다. "꾸역꾸역 들인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리지는 않는다(<일하는 마음>, 제현주作)"라는 말에 기대어 내 일을 계속, 계속 해가고 싶다.(199쪽)

 

 

    저자와의 이야기를 마치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려는데 다시금 책표지에 시선이 간다. 한 남자가 지하철 한 편에 앉아 이어폰(오디오북 혹은 책 관련 팟캐스트를 듣고 있으리라 짐작해본다)을 끼고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머리 (위 라기 보다는) 속으로는 지하철에서 내려 마시게 될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집 현관 문을 열면 달려와 반겨줄 딸아이를 그리고 있는 것만 같다. 나와도 무척 닮아있는 모습인데,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인지는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를 읽는 내내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마치 저자가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누구나 뭐든 잘하고 싶지만 늘 부족한 건 시간이다. 이러한 우리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시간과 공을 들여 삶을 살아내라는 응원가와도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가정과 직장, 시민사회 그리고 자아, 여러 일상의 균형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저자를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이 응원은 어쩌면 나와 우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각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하나하나 그러모아 어제보다 조금은 나은 오늘을 살고 싶은 건 우리 모두의 소망이기에.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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