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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떠날 수 있는 방구석 유럽 여행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0-07-2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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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젠가 유럽

조성관 저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여섯 개 도시가 키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머문 도시 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코로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궁극의 언택트 여행을 위한 안내서 같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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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떠날 수 있는 방구석 유럽 여행

<언젠가 유럽>을 읽고

 

 

 

[떠나며] 방구석 여행자가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 여섯 개 도시가 키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머문 도시 공간을 둘러볼 생각이다. 그런데 예정된 출발시각이 지났지만 비행기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서평단 선정 후 예상보다 도서 배송이 지연되었다.) 조바심이 날 즈음 지연 사유와 양해를 바라는 기내 방송이 들린다.(출판사 내부사정으로 인해 발송이 지연되었다는 담당자분의 문자가 도착했다.) 기장의 진심이 느껴지는 안내로 마음은 이내 안정을 되찾고 곧 만나게 될 유럽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기대를 한껏 부풀린다.(예전에 몇 차례 서평단 선정 도서가 아무런 연락없이 몇 주 넘게 도착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담당자분의 독자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느껴졌고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도서를 기다릴 수 있었다.)

 

 

 

    여행 준비물은 단촐하다. <언젠가 유럽> 책 한 권과 언제든 구글맵을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면 충분하다. 스마트폰에 여행지와 관련된 다섯 편의 영화(「미드나잇 인 파리」, 「비포 선라이즈」, 「미션 임파서블」, 「노팅 힐」, 「베를린 천사의 시」)를 담아두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언젠가 유럽>의 책날개에 쓰여진 저자 소개에서 '천재 연구가'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다. 처음 보는 순간 저자 자신을 천재로 부를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구나 하고 오해를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뒤이은 저자의 이력을 통해 세계의 도시들이 사랑한 천재적 인물들에 관해 연구하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유럽 여행을 하는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자는 천재의 숨결과 체취를 호흡하는 여행을 추천한다. 저자는 이를 '지적인 개인주의 여행'라고 부른다. 아울러 여러 도시를 점 찍듯 돌아다니기보다는 속도를 늦춰 긴호흡으로 도시를 거닐 것을 조언한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알레그로(빠르게)보다는 '안단테(느리게) 여행'이라 말할 수 있다.

 
 

[도시 속으로-파리] 수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이 머물고 다녀간 파리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들을 소개한다. 예술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몽마르트르에서 모딜리아니피카소를, 카페 되 마고에서는 헤밍웨이보부아르를 소환한다. 이어서 보부아르 서거 20주년에 맞춰 건설한 시몬 드 보부아르, 퐁뇌프('새 다리'라는 뜻), 시테섬의 샹주 다리  등 센강에 놓인 37개의 다리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들려준다. 저자가 안내하는 파리 여행에서 가장 이색적인 것은 바로 '묘지 투어'이다. 발자크, 모딜리아니, 스탕달, 드가, 니진스키, 보들레르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가에서 현대인들은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삶고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왜 유럽 사회에는 묘지 투어가 깊게 뿌리를 내렸을까. 앞서간 이의 생애를 통해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자각하는 자만이 참된 삶을 깨닫게 된다고 그들은 믿는다. 묘지 투어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와 카르페 디엠(Carpe Diem · 현재를 즐겨라)을 동시에 가르치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라는 생각을 그들은 공유한다.(91쪽)

 

페르라셰즈 정문(90쪽)

 


 

[도시 속으로-빈] 음악사에서 빠질 수 없는 배경과 공간을 제공하는 도시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이다. 유럽의 음악 수도로 불릴 만큼 브람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많은 음악가들이 다녀갔으며 특히 베토벤 연구가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베토벤이 35년간 30번 넘게 이사를 했다고 하니 그의 예민한 감수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단골 카페인 란트만, 코르프와, 구스타프 클림트가 자주 간 첸트랄, 데멜, 슈페 카페를 보면 빈은 카페의 도시라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저자는 빈의 대표 카페 첸트랄에서 아메리카노보다는 '아인슈페너(Einspanner)' 한 잔을 꼭 마시길 권한다. 여기서 '말 한 필이 끄는 마차'를 뜻하는 아인슈페너의 유래가 퍽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마부가 커피를 마시다 손님이 부르면 마차의 흔들림에 쏟아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얹어서 마셨다고 한다. 197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는 '비엔나커피'로 불렸다는 것도 덤으로 알 수 있다.

 

(위) 첸트랄 내부. 궁전으로 설계되어 천장이 높다.

(아래) 아인슈페너,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비엔나커피'가 되었다.(145쪽)

 

 

 

[도시 속으로-프라하]  저자는 프라하의 홍보 영화를 방불케할 정도로 도시의 '고샅고샅(좁은 골목 골목)'을 영상에 담은 영화로 「미션 임파서블」을 소개한다. 액션 스릴러 장르로만 알고 있었던 영화에서 프라하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여섯 개 도시 중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이 다름아닌 체코의 '프라하'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 프란츠 카프카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프라하와 카프카, 둘의 찰떡궁합은 입에 착 달라붙는 도시명과 그의 이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으로 꼽는 프라하의 구시가광장은 카프카가 태어나고 자라며 누비던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는 재미있는 코드가 하나 숨겨져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중세시대부터 지어진 건물 현관 윗부분의 번지수 옆에 부착되어 있는 조형물과 그림이다. 집주인의 생업, 기호나 취미, 삶의 철학이나 인생관을 나타내는 심볼이라는 것이다. 카프카의 집필실은 프라하 성의 황금골목길 중에서도 하늘색 외벽의 22번지에 자리한다. 그는 구시가광장에 있는 산업재해보험공단에서 퇴근한 후 자정까지 글을 썼다고 한다. 낮에는 그야말로 노동자로, 밤에는 문장 노동자로 살았던 카프카의 고단한 삶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카프카 문학 사전이 따로 있을 만큼 카프카 문학 세계에 들어가는 데 알아두어야 할 필수적인 용어들이 많다.(중략) 카프카만이 설정하고 묘사할 수 있는 비현실적이고 끔찍한 상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를 가리켜 카프카에스크(Kafkaesque)라 부른다.(206쪽)

 

    카프카가 집필실로 사용한 집. 황금골목길에 있다.(235쪽)


 

 

[도시 속으로-런던]

    영화 「노팅 힐」은 런던을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려는 사람에게 몇 가지 팁을 준다. 알레그로(allegro)가 아닌 라르고(largo)로 발품을 팔아야 보이는 여행이다.(247쪽)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친숙한 '노팅 힐'은 런던의 지명이라고 한다. 필름에 담긴 런던의 일상과 이모저모는 더없이 아름답고 평화롭게만 보인다. 그러나 조지 오웰에게 노팅 힐은 고된 하루하루를 버티며 작가의 꿈을 키우던 시절의 가장 집세가 싼 동네로 기억된다. 예전에 읽었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의 실제 무대라고 생각하니 다음에 영화와 책을 다시 보게 된다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레스터 광장에는 대조적인 두 인물, 비극의 황제 셰익스피어의 동상과 희극의 황제 채플린의 동상이 서 있다. 상반된 감정의 예술을 추구한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예술과 인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계속 걷다보면 도심 한복판에서 초록 공간을 만끽할 수 있는 하이드 파크에 도착한다. 이 곳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살았던 켄싱턴 궁전과 피터 팬을 탄생시킨 극작가 제임스 베리가 살았던 켄싱턴 가든이 있다고 한다. 또한 하이드 파크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수십만 명의 관중과 함께 공연을 했던 에릭 클랩턴의 이야기가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이렇게 런던 곳곳에서 마주하는 인물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바로 현재진행형인 영국의 문화적 영향력(소프트 파워)의 원천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레스터광장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셰익스피어와 찰리 채플린.(269쪽)



 

[도시 속으로-베를린] '베를린'은 오늘날의 영광을 맞기 전 두 차례 세계대전과 동서 냉전으로 인해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과거를 가진 도시임을 모르지 않는다. 개인을 다루던 다른 도시와 달리 베를린에서는 수많은 사람들, 즉 군중을 마주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첨탑이 부서져 버려 베를린 시민들에게 '충치 교회'로 불리며 참극의 현장을 유머로 승화시킨 빌헬름 기념교회와 600만 명의 유대인 희생자를 상징하는 2711개의 회색 직사각형 기둥이  세워져 있는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에 그들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존F.케네디 광장포츠담 광장에 서면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과거의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기억되고 인식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날의 시간은 흘러가 버렸지만 (케네디 대통령이 연설했던 시청 건물의) 1110호 공간은 그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다.(336쪽)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노작가는 잡초 한가운데 버려진 소파에 털썩 주저않아 탄식한다. 어떻게 내 인생의 시간이 저장되어 있는 포츠다머 광장이 이렇게 변해버릴 수가 있다는 말인가.(338쪽)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2711개의 기둥은 희생된 유대인 600만 명의 인생을 상징한다.(327쪽)

 

 

 

[도시 속으로-라이프치히] 괴테, 니체, 바흐, 멘델스존, 바그너,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벅찬 인물들을 품은 도시가 바로 '라이프치히'이다. 바흐가 27년간 복무하였고 바그너가 세례를 받았던 곳이 성 토마스 교회인데 교회 중앙 제단에 바흐의 묘지가 있다고 한다. 특히 모차르트가 빈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처럼 바흐도 라이프치히에서 푸대접을 받았는데, 바흐 사후에 멘델스존에 의해 그의 음악이 재조명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저자는 라이프치히에서의 음악여행을 마치고 대학생 괴테가 즐겨 찾았던 아우어바흐 켈러에서 식도락여행을 이어갈 것을 추천한다. 켈러는 '지하실, 창고'라는 뜻으로 독일에는 'ㅇㅇㅇ켈러'가 들어간 식당이 많다고 한다. 괴테는 이 식당을 그의 대표작 「파우스트」에 등장시킴으로써 불멸의 미슐랭 인증 마크를 붙여준 셈이라는 저자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건축물의 수명은 무엇이 결정하는가. 철근과 슬래브와 콘크리트인가? 철근과 콘크리트로 건축물은 지상에 서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그 공간을 거쳐 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이다.(370쪽)

 

아우어바흐 켈러 입구의 '파우스트' 기념상.(371쪽)

 

[돌아오며] 이번 여행을 되돌아보면 '인물'로 시작하여 '인물'로 끝맺은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일상을 여행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일상처럼 자연스럽게"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계속 생각났다. 일상과 여행의 소중함이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쩌면 <언젠가 유럽>이 궁극의 언택트 여행을 위한 안내서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마지막으로 훗날 유럽 땅에 두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이 책을 기억하며 걸음은 느리게, 시선은 폭넓게 '라르고 여행'을 해보리라 소망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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