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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도 발레하듯이 - [아무튼, 발레]를 일고 | ㄴ아무튼, 서평 2022-01-1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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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튼, 발레

최민영 저
위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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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도 발레하듯이

<아무튼, 발레>를 읽고

 


 

 

  "팁토(tiptoe)~ 팁토~" 아이가 네 살 무렵 유아 발레수업을 다녀온 뒤부터 한동안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발끝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발레동작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발레란 호기심 가득한 세계이나 어른에게는 호기롭게 다가갈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발레>는 한 직장생활자가 어린 시절의 꿈을 되찾기 위해 '감히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좌충우돌 취미 발레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우리는 발레 학원비 벌려고 직장 다니고, 퇴근해서 발레하려고 아침에 출근한다."(13쪽)

 

  어릴 적 심한 사고로 못생겨진 왼팔 관절과 집안의 맏이라는 컴플렉스 때문에 배우고 싶었던 발레를 삶의 한구석에 방치해 두었던 저자는 마흔을 눈 앞에 두고 성인 발레 전문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기초반 한 달만 들어보고 계속할지를 결정하라는 학원측의 권유를 뒤로 한 채 석 달치 수강료를 호기롭게 일시불 선결제하며 결의를 다진다.

 

기초반 수업은 매트에서 스트레칭 20분, 바워크 50분, 센터에서 10분의 순서였다. (중략) "오늘은 개강 첫날이고 발레 처음 배우는 분들도 계시니까 팔과 다리의 포지션을 자세히 설명 드릴게요. 다리는 1번부터 6번까지의 자세가 있어요."(19~20쪽)

 

  다리 자세는 무릎이 바깥으로 향하도록 턴아웃한 상태를 가르키는 1번부터 그냥 발을 평상시처럼 가지런히 모으는 6번까지, 팔 자세는 팔을 가슴 명치와 배꼽 사이에 모으는 앙아방부터 팔을 옆으로 길게 뻗는 알라스콩까지 네 가지가 있다는 선생님의 쏜살같은 설명이 첫날부터 저자의 머릿속에 콱 박힐리 만무하다. 첫 80분 수업은 저자의 몸과 정신을 좌절시키기에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발레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던 날로 기념한다.

  '운동(혹은 취미)은 장비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초심자에게는 장비 구입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취미 발레는 ‘초기’ 투자비용이 비교적 적게 드는 대신 몸으로 고생하면 된다고 저자의 말이 웃기면서도 슬프게 들렸다. 발레의 기본복장에는 타이즈, 스커트, 캔버스 재질의 연습용 슈즈, 팬티와 티셔츠를 하나로 결합한 형태의 레오타드(지금껏 내가 레오파드로 알고 있었음은 비밀로 해둔다)가 있다. 이 가운데 부상의 위험이 있어 왕초보에게는 금지되는 토슈즈도 프로페셔널에게는 돈 먹는 하마로 불리며, 평균 한 켤레 가격이 10만원 안팎이라 발레단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고 한다.

 

아,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180도 다리찢기가 가능한 고관절의 유연성을 영영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고관절과 스트레칭은 안중근 선생과 독서와의 관계와도 같아서 하루라도 거르면 예전의 뻑뻑한 상태로 돌아가 시치미를 뚝 뗀다.(44쪽)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스트레칭은 기본인데, 유연성이 중요한 발레에서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기에 스트레칭은 혼자보다는 '찢어줄'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비명을 지르고 오만상을 찌푸리던 저자는 문득 의심한다. 어쩌면 선생님들에게는 타인이 조금씩 찢어질, 아니 발전해가는 것을 보며 기뻐하는 이타심과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심리가 공존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매순간이 고통의 연속이지만 발레 입문 반년만에 저자에게 첫 고비를 안겨준 것은 다름 아닌 플리에('구부린'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이다. 체육관에서 스쿼트를 한다면, 발레에서는 바워크에서 가장 먼저 하는 동작이 바로 플리에인데, 높이 날아오르고 부드럽게 내려앉는 모든 동작의 앞뒤에 빠지지 않는, 원장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점프의 시작점인 것이다. 안 쓰던 속근육이 자랄 때까지 6개월은 기다려야 함에도 조급함에 마음처럼 따라주는 않는 몸을 원망했던 저자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한 결과, 마침내 동작이 덜 힘들어지는 경험을 하고나서 그동안 마음은 최선을 다해 돌보면서도 정작 몸은 그렇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

 

누구나 인생에 '플리에'의 순간이 있는 게 아닐까. 낮아지고, 떨어지고, 주저앉는 순간들 말이다. (중략) 그건 넘어지는 게 아니다. 그저 각자의 '플리에'를 하는 거다. (중략) 그래서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에는 '오늘은 꽤 깊은 그랑 플리에를 하고 있구나' 생각하곤 한다. 플리에 같은 그 시기를 잘 지난다면, 인생의 속근육도 자라는 것이겠지.(63쪽)

 

  예전에 '강수진 발레리나의 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마치 축구선수의 그것처럼 보이는 발이 발레의 우아함에 감춰진 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우아'라는 찬탄이 절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말한다. 발레에서 아름다움의 핵심은 어떤 동작이든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해내는 것이라고. 그게 바로 우아함의 본질이기도 하다고. 지금까지 발레 하면 화려한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춤추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우아한 겉모습에만 눈길을 고정시켰다. <아무튼, 발레>를 통해 눈길을 그 안으로 돌려 (취미) 발레가 무엇인지, (취미) 발레인은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시선을 빌어 발레의 동작과 자세가 삶을 대하는 몸과 마음가짐을 교정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오늘도 어느 연습실에서 바워크를 하고 있을 저자가 실내로 들어오기를 주저하는 당신에게 환한 웃음을 보내며 말하는 것만 같다. 두 볼이 발그레해지는 건 한순간일 뿐, 발끝을 들어 살금살금 걷기부터 무대 센터를 누비며 '셰네로 돌다가 통베 파드부레 다음에 앙드오르로 두 바퀴 돌고···' 마무리 포즈까지, 발레의 희열을 만끽해보길 바란다고! 책을 덮으며 문득 노트북과 발레 용품들을 가득 넣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가며 그날 배운 동작들을 연습한다는 저자의 얘기가 떠오른다. 어쩌면 빨래를 널다가도 발레 동작을 연습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궂은 날씨든 맑은 날씨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빨래는 해야하듯 자기가 좋아하는 발레를 계속하고야 말겠다는 취미 발레인의 도전과 일상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발레에는 입구는 있되 출구는 없다.(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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