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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이웃을 맞이하면 생기는 일들 - [아무튼, 딱따구리]를 읽고 | ㄴ아무튼, 서평 2022-01-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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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튼, 딱따구리

박규리 저
위고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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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이웃을 맞이하면 생기는 일들

<아무튼, 딱따구리>를 읽고

 

 

  "에헤헤헤~에헤헤헤~에헤헤헤~헤헤헤헤" 어린 시절 만화영화 '딱따구리'의 울음(이라고 쓰지만 왠지 웃음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이따금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 딱따구리의 실사판을 만나곤 했지만, 실제로 그가 내는 소리를 듣거나 그 모습을 본 적은 없다. <아무튼, 딱따구리>라는 책제목을 처음 보자마자 딱따구리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의 기록으로서 딱따구리의 생태에 대해 이모저모를 알 수 있으리란 기대로 책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 밖의 전개로 마치 딱따구리가 나무를 두들기듯 내 머리를 쪼아대며 정신 바짝차리고 이야기에 집중하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산업지속가능성연구소'에서 지속가능 디자인 연구원으로 일하는 저자의 이름은 박규리. '박구리 구리구리 딱따구리······' 그렇다. 이름부터 딱따구리와 비슷하다(고 책에 소개되어 있고, 계속 발음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정말 그런 것처럼 여겨진다). 현재 영장류 학자인 남편(딱따구리 짝꿍)과 함께 영국 케임브리지와 서울 고척동에 월세집(딱따구리 둥지)을 마련한 뒤 일감을 따라 양쪽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신혼집을 차렸던 강릉을 포함하여 세 곳의 집 주위에서 늘 딱따구리를 만날 수 있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부터 저자는 딱따구리에 매료되어 삶의 지향점마저 그를 따르고자 결심한다.

 

딱따구리는 먹고살기 위해 나무에 구멍을 뚫어 벌레를 잡는 먹이 활동을 통해 의도했건 안 했건 이웃 새들과 나무에게 도움을 준다. 아울러 추울 때나 더울 때나 한결같이 씩씩하며, 단벌 신사로서 쓸데없는 사치일랑은 하지 않아도 차려입은 꾸밈새가 당당하고 화려하다.(12쪽)

 

  보통 때에는 각자 지내다가 짝을 만나면 암수가 같이 둥지를 파고 먹이를 찾고 알을 품고 육아를 나누는 딱따구리의 모습이 저자 부부와도 닮은 구석이 많다. 또한 딱따구리 부부가 힘을 합쳐 함께 나무에 판 둥지가 여러 새들과 하늘다람쥐 등 동물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나무 속에 숨은 벌레를 없애줌으로써 자기가 속한 숲을 건강하게 가꾸는 데 일조하는 딱따구리의 모습은 저자 부부가 닮고자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은 힘주어 말한다. 의도치 않고도 주변에게 도움을 주는 딱따구리와 같이 유쾌한 삶을 살아나가고 싶다고.

  여러 일화를 통해 국내외 여러 지역을 '지속가능 실험장'으로 삼아 자원 순환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 디자인 연구원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신혼집 살림을 대부분 중고로 꾸미고, 집 근처 까페의 주인장에게 음료를 종이컵 말고 머그컵에 담아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고, 고물상에 드나들며 쓸 만한 물건을 찾고, 또 영국에서는 자전거 문화에 취해 수십 년 지난 중고 자전거를 타고, 그마저도 고장나자 한국에서 타던 것을 가져가고, 현지 채러티 숍에서 채러티 부인이 되어 구한 옷들로 코디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원 순환의 우선순위에서 보면 재활용(recycle)보다는 재사용(reuse), 재사용보다는 쓰레기 줄이기(reduce)가 환경영향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 개별적인 쓰레기 하나를 되살리는 디자인 시도는 여기저기서 많이 이루어지지만 소규모의 단발적인 시도에서 벗어나 대규모의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를 창출해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주된 연구 관심사이기도 하다.(201쪽)

 

  평소 나도 분리수거에 나름 공을 들이는 편이긴 하지만, 재활용에 들어가는 물류비나 제조비 등을 고려하면 재사용이 보다 더 효율적인 친환경 방법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특히 옷의 수명을 2년 연장할 때마다 옷의 환경영향이 20~30퍼센트 줄어든다고 하니 앞으로 최대한 구매를 자제하거나 재사용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영향이 가능한 적은 방법으로 나름대로 옷 입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는 저자는 단벌 신사지만 늘 말쑥한 자태를 뽐낼 수 있는 딱따구리를 다시 한 번 칭송한다. 무엇보다 '자원 순환과 환경 다 중요하지만 신념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삶의 자율성을 잃고 피곤하게 되는 피해자는 되지 말자'고 다짐하며 '스타일 있는 환경주의자'가 되겠다는 저자의 말을 계속 곱씹어보게 된다.

 

동물들이 지금 현재 잘 사는 듯 보여도 짝을 못 만나고, 서식지가 많지 않고, 먹을거리가 부족하면 결국 멸종의 길을 걷게 되는 게 자연의 이치이니.(208쪽)

 

  비인간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 동물계, 그 가운데 예술문화계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퍽 인상적이다. 사람들의 관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날마다 드럼을 울려대는 딱따구리들을 보면서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딱따구리 종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멸종된 것으로 보이는 크낙새를 떠올린다. 현재 이른바 비주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저변 확대와 팬들의 응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끝으로 저자는 독자에게 묻고, 또 바란다. "여러분의 딱따구리는 어디에 있을까?" 여기서 딱따구리는 글자 그대로의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딱따구리, 즉 '각자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줄 뜻밖의 이웃'을 찾아낸다면, 저자가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데 동반자가 되어준 것처럼 우리 역시 그로 인해, 그와 함께 한층 더 다채롭고 깊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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