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평가 역량면접 - 이선구
‘평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평가를 죽여라' vs '측정(평가)될 수 없는 것은 관리(개선)될 수 없다’.
예전에 미국에서 병원 내 환자 사망률을 공개하기로 했답니다. 평가를 위한 것이죠. 그랬더니 모든 병원이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사망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난치병이나 중병, 위독한 환자는 아예 진료를 거부한 것이죠. 목표는 하나,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이 때문에 평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평가를 죽여야 합니다.
반면에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무언가 개선을 하려면 그것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야 합니다. 김연아의 멋진 연기를 점수를 줄 수 있을까요? 피겨 스케이팅이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가장 억울한 은메달을 받아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러츠, 악셀 등의 기술점수와 표정, 표현력 등의 예술점수를 측정하지 말자’라고 해야할까요? 아무리 좋은 수업도 그냥 재미로 듣는 것보다 시험을 쳐서 점수화 할 때 그 수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가죠. 피겨가 발전하고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것도 평가 방법을 만들고 끊임없이 개선해서 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역량평가와 역량면접을 받는 사람보다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쓴 책을 보고 싶었습니다. 즉, 지원자보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쓴 책을 찾고 있었죠. 그런데 이 책은 지원자에게 면접요령을 알려주는 책에 약간 더 가까워요. 물론 면접관이 읽기에도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지원자가 ‘나의 역량을 상대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와 면접관이 ‘지원자의 역량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에는 크나큰 공통분모가 있으니까요.
저는 면접다운 면접을 본 기억도 없고, 압박면접에 크게 마음 상해본 일도 없습니다. 승진 시험 때에 또 나 자신을 평가받아서 승진하거나 좌절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면접자들의 마음을 모릅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매일 매일 환자를 대하면서 저의 역량을 평가받고 매일매일 가슴을 졸이는 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을 읽고 세 가지 정도를 확실히 배웠습니다. 면접 기법을 좀 더 다양화해야겠다는 것, 평가받는 것은 평생 나와 뗄 수 없으니 그냥 즐겨야겠다는 것,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
책의 전체적 내용이 교과서 또는 논문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딱딱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어요. 에피소드 형식이 아니라 면접과 평가의 방법을 분류하고 나열했다 생각하면 됩니다. 지원자들을 면접하는 것이 일상인 분들이라면 읽어보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