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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미술관 | 서평단 서평 2018-08-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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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밤의 미술관

이소라 저
혜다 | 2018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가슴속에 간직할 수 있는 나만의 그림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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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미술관

이소라

혜다/ 2018.7.27.

sanbaram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그림 한 점을 차분히 감상할 수 있다면 마음이 안정되며 스트레스도 가라앉을 것이다. 그럴 때 감상하기 좋은 그림과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작가의 마음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밤의 미술관>은 가슴속에 간직할 수 있는 나만의 그림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저자는 이화여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프랑스 기메 박물관을 주제로 논문을 섰다. 한국화가협동조합 매거진 <미술사랑>에 미술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다음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에 매주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한밤의 미술관>을 쓰게 된 동기가 수많은 그림 들 중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싶은 나만의 그림을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편씩 글을 써가면서 그림을 통해 위로, 행복, 생의 의지를 얻었기에 독자들에게도 그런 그림을 하나씩 담아주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하여 그 첫걸음을 뗄 수 있게 15명의 화가와 대표작을 소개한다. 널리 알려진 그림도 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도 있다. 그림이 개인 소장이라 소재를 모르는 경우에는 그 화가의 작품이 주로 걸려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소개해 찾아가 볼 사람들에게 정보를 준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누군가를 오래도록, 마음껏 바라볼 때 전해져 오는 충만함, 오로지 그만을 둘러싼 채 투명하게 빛나고 있는 조그만 성의 반짝거림, 그리고 잠시나마 그 성을 지켜주고 싶은 따스한 마음 한 자락.(p.40)” 프라코나르가 처음 <책 읽는 소녀>를 그렸을 때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 그림의 조사 결과 밝혀졌다고 한다. 그런데 소녀의 시선이 온전히 책을 바라봄으로써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화가의 변심 덕분에 우리는 이 아름다운 그림과 마주할 기회를 얻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 읽는 소녀>는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숲 속에는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미녀가 살고 있다. 그녀는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해 그들의 정기를 빨아먹는다. 미녀의 유혹에 걸려든 남자들은 원혼이 되어 숲을 떠돈다. 카우퍼는 무자비한 미녀가 기사의 생명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빨아먹은 뒤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p.109)” 기사는 자신의 얼굴 위로 거미줄이 드리워진 줄도 모른 채 창백한 모습으로 영원한 잠에 빠져 있다. 그의 생기를 고스란히 앗아간 무자비한 미녀는 싱그러운 꽃에 둘러싸인 채 눈부신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그래도 기사는 죽어가는 순간까지 평온한 얼굴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마도 그가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저자는 생각한다.

 

실레의 자화상에는 한 인간이 지닌 빛과 어둠의 층위가 고통스럽게 부딪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중 자화상>은 작가 마음속의 소용돌이치는 혼란과 어지러운 분열을 잘 보여준다. (p.119)” 자기 내면의 심상을 잘 나타내고 있는 에곤 실레의 그림이다. 눈을 치켜뜨고 있는 반항적이고 앙다문 입술의 아래쪽 실레를 순한 눈매를 가진 또 다른 실레가 품에 안고 달래는 듯한 모습이다. 상반된 두 실레가 결국 하나이지만 내면의 두 인물로 묘사하게 된다. 평소 실레는 단정한 옷차림에 예의 바른 청년이었지만, 여성편력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극단을 달려 행복하지 않은 생을 마쳤다고 한다.

 

온 정신을 집중해 정교한 형상을 만들고 다시 한 줌의 모래로 머무는 것, 모래에서 시작한 것은 다시 모래로 돌아간다는 이 단순한 논리 앞에서 나는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완성된 만다라를 밀폐된 유리 액자 속에 넣어 소중히 보관할 것이라고 믿었던 나의 세속적인 생각 위로 죽비가 세차게 내렸다.(p.142)” 만다라는 본질을 얻는다.’라는 의미와 함께 산스크리스트어로 원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렇기에 만다라는 완벽한 대칭구도의 원형으로 제작된다. 만물의 윤회를 상징한 형태다. 그러나 그렇게 정성들여 오랫동안 제작한 만다라는 의식이 끝남과 함께 큰비로 쓸어서 물에 씻어버리게 되어 윤회하듯 원래의 곳으로 돌려보낸다.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때, 그녀는 비로소 시선을 던지는 자가 되었으며 마음껏 관찰하고, 내 뜻대로 창조하는 자가 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발라동은 시선을 소유한다는 것이 곧 대상을 판단하고 재단할 수 있는 권력이란 걸 깨달았다. 모델에서 화가로 자리를 바꾼 발라동은 그 권력을 전복하기로 마음먹는다.(p.158)” 수잔 발라동의 그림은 억압에서 벗어난 이의 속 시원한 고발이자 일종의 반란이다. ‘여성의 멋은 몸을 주제로 폭넓게 작업한 최초의 여성 미술가이자 여성화가로서 최초로 남녀 누드를 그린 인물.’ 이 수식어는 발라동이 모든 규범과 전통을 얼마나 신나게 깨부수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의 그림 <아담과 이브>가 논란의 중심에 놓였던 이유는 여성화가 최초로 시도한 남녀누드화란 것 말고도 또 있다. 그림 속 아담의 실제 모델은 프랑스 화가인 앙드레 우터, 우터는 발라동의 아들 모리스 위트릴로와 절친한 친구였다. 그리고 발라동과 우터는 연인 사이였다고 한다.

 

조잡한 색깔의 과자봉지, 다양한 과일 주스들, 각종 통조림과 세제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천 냥 마트는 구르스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전에 없던 웅장한 스케일의 아름다움을 얻었다. 위에서 아래를 조감하는 카메라 앵글은 마트 내부를 더욱 크고 넓어 보이게 한다. 구르스키의 사진은 거대해짐(높이 2미터 폭5미터)으로써 아우라를 획득했다.(p.209)” 그는 일상 속 평범한 장면을 사진에 담아 성공 신화를 이룬 인물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2007년 소더비에서 한화 약34억에 낙찰된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99센트>는 벨기에 왕립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자네의 인생과 추억에서 날아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보게. 선을 그리고, 그 위에 더 많은 선을 그려봐. 이것만 기억한다면, 젊은이는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걸세.(p.227)” 이와 같은 말을 프랑스 미술의 거장 엥그르가 남몰래 화가의 꿈을 키우던 청년 드가에게 한 말이다. 이 말 한마디가 드가를 법학공부를 때려치우고 미술가의 길로 접어들게 하여 마침내 완성된 그림이 <에투알>이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겉모습의 세상과 어둡고 적나라한 욕망의 내면을 모두 담아낸 드가의 <에투알>. 모든 이야기는 감추고 숨겨진 뒷이야기들과 합쳐질 때 비로소 진짜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의 줄이 끊기고 내게 속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야 하는 순간. 그 외롭고 먼 길을 떠나는 이에게 그리스인들은 그가 생전 그토록 사랑했던 한 가지를 함께 보냈다. 그것은 그의 일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고, 가장 아꼈던 누군가였으며, 늘 몸에 지녔던 무엇이었다. 레테의 강(망각의 강)을 건넌다 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것들. 그리스인들에게 죽음은 사후 세계에 대한 허황된 약속이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기억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였을 뿐.(p.241)” 그리스인들이 남긴 무덤 조각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죽음 이후가 아니라 삶의 한가운데이다. 눈앞에 있는 지금 여기를 살지 못하는 자에게 죽음은 언제까지나 공포이자 비극일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는 영화 속 제임스 딘이 한 말을 소개한다.

 

여유 시간을 보내면서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하나의 그림을 찾아 그림과 화가를 매치하여 소개하는 <한밤의 미술관>. 이 책을 통하여 나만의 그림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도 나름대로의 그림 한 점을 마음속으로 정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나의 그림을 보며 일상을 벗어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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