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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인간이 만나는 곳, 산 | 서평단 서평 2020-09-1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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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과 인간이 만나는 곳, 산

최종성,구형찬,김동규,심일종,심형준 저
이학사 | 2020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종교학, 인류학, 민속학을 연구하는 서울대 교수들이 산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엮어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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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이 만나는 곳,

최종성 외4

이학사/2020.9.10.

sanbaram

 

우리나라는 산지가 국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옛날처럼 산과 밀접한 생활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눈만 뜨면 볼 수 있는 것이 산이다. 그만큼 친숙한 대상이기도 하다. 건강을 위해, 여가를 위해, 또는 일상의 지친 심신을 쉬기 위한 산행은 물론이고, 때로는 간절한 기도를 위한 산행을 하기도 한다. <산과 인간이 만나는 곳, >의 필자들은 종교학, 인류학, 민속학을 연구하는 다섯 명의 교수가 각자의 전공을 살려 산에 대한 이야길 풀어놓는다. 산의 신비, 상징성, 의미가 산과 사람의 관계 맺기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여러 각도로 조명해줍니다.(p.11)”라고 서문에서 말하듯 저자들은 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종성, 구형찬, 심형중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심일중이나 서강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김동규 역시 서울대에 재직하면서 산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보자는 뜻을 함께하여 엮어낸 책이다. 산에 대한 심오한 사상은 담겨있지 않지만 다양한 시각이 궁금한 사람이 가볍게 읽어볼만한 책이다.


산으로 간 동학 : 최종성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가 기도의 책 을묘천서를 금강산 유점사에서 온 스님으로부터 받고, 경남 양산의 천성산에서 두 번의 49일 기도를 통해 도의 묘체를 깨달은 이야기를 필자의 여행을 통해 확인 한다. “요즘에야 공부라는 걸 머리를 써서 지식을 익히는 학습쯤으로 여긴다지만, 종교인들에게 공부는 본래 실천을 동반하는 앎으로서, 지적인 앎과 몸짓이 어우러진 배움이었습니다.(p.36)”라고 말한다. 최제우의 기도 이후 50년이 지난 1909년 의암 손병희를 비롯한 임명수, 박명선, 조기간, 윤구영, 최준모, 김상규 등이 천성산 적멸굴을 찾아가 49일 기도를 하고 하산 길에 내원사 계곡과 통도사 입구 바위에 기도자의 이름을 새겨 현재까지 전하고 있음을 밝혀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수운의 동학에 있어 산은 정성을 다하는 기도터이고, 무극대도를 체득하는 득도의 장소이며, 쫓기는 와중에도 하느님의 강화를 받고 경전을 저술했던 곳이며, 종국에는 포덕에 힘쓰다 피체되어 종교적 활동을 마감했던 현장.(p.53)”이라고 필자는 말한다.

 

황금산으로 가는 길 : 구형찬

충남 서산의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해발고도 156m인 황금산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예전에 마을 사람들은 삶의 터전과 가까운 산과 종교적 계약관계를 맺고 동제의 형태로 정기적인 산제사를 올리면서 마을의 안녕을 빌기도 하였다.(p.58)” 그러나 현대화되면서 점차 그런 풍속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황금산을 오르며 알게 된 사실들을 통해 이야기 한다. 황금산은 바다에 붙어 있는 산이기에 7, 8월 산란기에는 바다로 나가 번식을 하는 산게의 서식지기도 하며, 조선시대에는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로 쓰였던 곳임을 기록을 통해 알려준다. 공업단지가 들어서며 새로 지은 사당에는 임경업 장군상과 삼신상을 다른 사당에 있는 탱화를 모사해 모시고는 있지만 동제를 지내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울러 임경업 장군이 서해안의 여러 어촌에서 흔히 조기잡이 신으로 널리 추앙받게 된 사연도 소개한다.

 

인왕산에는 아직도 호랑이가 산다 : 김동규

서울 경복궁의 우백호에 해당하는 인왕산은 기운이 강하여 기도처로 널리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목멱산인 남산에서 일제시대에 옮겨온 국사당이 있다. 기도처 또한 장소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서 민간인이 관리를 하고 있는데, 인왕산을 찾는 대부분의 기도꾼들은 신령을 몸으로 모시고 있는 만신이거나 경을 읽는 법사나 보살이라고 한다. 이들이 기도하는 방식을 관찰해보면, 사람에 따라 또는 필요에 따라 그 형식이 다양하다고 한다. 인왕산을 오르는 초입에 서낭이 있다. 불교 전통에서 일주문이 가람에 들어서는 관문으로서 세속 공간과 성스러운 공간을 구분한다면, 무속 전통에서 인왕산이라는 성스러운 공간의 입구는 서낭(p.100)”이라고 한다.

 

종산(宗山)에서 조상을 사색하다 : 심일중

종산(宗山) “‘선산, 문중산, 종중산등으로도 불린다. 모두 조상과 조상을 모시는 친족 그룹과 관련되어 붙여진 이름(p.121)”이다. 현재 분당 구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중앙공원에는 한산이씨 선대의 묘소 40여기 정도가 남아 잘 관리 보존되고 있다. 한산이씨들은 500여년 된 이곳 터전을 숲안이라고 부르는데, 한자로는 수내(藪內)라고 하여 분당구 수내동 동명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숲안의 어원이 재미있는 것은 토정 선생이 이곳 일대를 답사하여 조부의 묘소를 정하고 보니 산에서 흘러오는 줄기가 마치 거북과 같은데, 거북이가 물을 얻지 못하면 죽는 법이라고 하여 내룡의 끝에 연못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수내동 한산이씨 묘역 초입에 삼세 유사비, 신도비와 함께 마련된 비각에는 정려비도 있다. 조선시대 신도비는 대개 종2품 이상의 벼슬을 지낸 사람들에게 허용된 비석이라고 한다. 조선의 국왕을 종묘에 모시고 국가에서 제사하는 일과는 달리, 양반층을 중심으로 4대까지 제사를 지내고 그 이후엔 시제를 지낸다. 그런데 시제로 돌리지 않고 계속 제사를 지내는 조상을 불천지위(不遷之位)라고 부르며, 그를 모신 사당을 부조묘(不?廟)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국가가 특별히 불천지위와 부조묘를 지정했는데, 문헌상으로 보면 상당한 수가 있지만, 그 중에서 지금도 남아 전해지는 경우는 300여 위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왜 산에 가고, 산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나 : 심형준

각 고을이나 마을에는 진산(鎭山)’이 있다. 평안하도록 지켜준다는 의미의 ()’이라는 표현에서 산을 신적 존재의 거처로 상상한 것을 읽어낼 수 있는데, 진산으로 여겨지는 산은 대개 그 지역의 북쪽에 있고 그 지역에서 높은 산인 경우가 많다.(p.193)” 인간이 산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것은 그저 수호에 감사를 표현하는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적 존재에게 선물을 주고 그의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인간이 보호를 받기 위한 일종의 거래의 측면이 강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산은 고통스럽게 자신과 싸워 이긴 자에게만 정상을 허락한다. 그 정상에서 사람들은 새의 시각, 즉 하늘의 시각을 갖게 되어 세상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산이 레저와 관광의 공간으로 의미를 갖게 되었지만 산은 여전히 일상과 다른 공간이다. 산은 여전히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관문이자 경계의 역할을 한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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